최근 HP가 팜(Palm)을 인수하면서 WebOS 라는 팜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IT 삼국지의 주인공은 비록 HP에 합병이 되었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이끌고 있는 스마트폰의 사실 상의 프로토타입 역할을 한 기기를 처음 구상하고, 이를 상용화한 팜과 제프 호킨스(Jeff Hawkins), 그리고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의 공동창업자의 한 명인 빌 모그리지(Bill Moggridge)와 그가 디자인한 세계 최초의 랩탑인 GRiD Compass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제프 호킨스와 빌 모그리지, 그리고 GRiD Systems

영국의 빌 모그리지는 1979년 클램쉘(clam shell) 케이스로 유명한 노트북 디자인을 처음으로 생각합니다.  말은 어렵지만 우리가 흔히 폴더형(folder) 이라고 부르는 스크린과 입력부가 똑같은 크기로 대칭을 이루고, 가운데 경첩이 존재하는 형태로, 휴대폰처럼 동그랗게 만들고 접으면 마치 조개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빌 모그리지는 제록스 PARC 연구소를 떠나서 같이 창업을 하기로 한 존 엘렌비(John Ellenby), 그리고 글렌 에덴스(Glenn Edens), 데이브 폴센(Dave Paulsen) 등과 GRiD Systems 를 창업합니다.  빌 모그리지의 구상은 1982년 실체화 되어서 나타나는데, 인텔의 8086 CPU를 채택하고, 320 x 240 해상도를 지원하는 전자발광(Electroluminescent Display, ELD) 디스플레이, 340KB의 마그네틱 버블 메모리와 1200 bit/s 를 지원하는 모뎀과 같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하드웨어 사양을 가진 제품입니다.  이 제품이 바로 세계 최초의 노트북 컴퓨터인 GRiD Compass 입니다.  당시로는 워낙 독특한 컴퓨터이고 가격도 8,000 달러에서 10,000 달러에 이르는 고가제품이었기 때문에, NASA 와 같이 특별한 컴퓨터가 필요했던 곳들 이외에 일반이들에게는 거의 판매가 되지 않았습니다.

빌 모그리지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특히 시간을 중심으로 하는 사용자 경험 및 상호작용 디자인 방법을 개발하였는데, 1988년 GRiD Systems를 Tandy에 매각하고 설립한 ID Two 라는 디자인 회사는 1991년 스탠포드의 데이빗 켈리(David Kelley)가 합류하고, 마이크 넛톨(Mike Nuttall)의 Matrix Product Design과 합병하여 세계 최고의 디자인 회사인 IDEO 를 창립하게 됩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히는 팀 브라운(Tim Brown) 역시, ID Two 출신으로 IDEO에 합류하게 되는데 그가 빌 모그리지에게서 상호작용 디자인과 시간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대해서 배웠다고 고백할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미친 인물입니다.  그는 상호작용 디자인과 관련한 전설적인 명저가 된 "Designing Interactions"를 2006년에 저술하기도 하였습니다. 

제프 호킨스는 원래 인텔에서 일하던 전자공학 엔지니어로, 빌 모그리지의 GRiD Compass 를 보고, 자신이 꿈꾸는 접는 형태의 매우 작은 컴퓨터를 같이 구현하겠다는 생각으로 GRiD Systems 에 합류합니다.  GRiD Systems 에서 모바일 컴퓨팅과 관련한 많은 경험을 축적한 제프 호킨스는 1986년 2년간 휴직을 하고 버클리 대학에 생물리학과 신경생물학을 전공하기 위해서 GRiD Systems를 떠납니다.  버클리에서 그는 신경망(neural network)과 관련한 공부를 하다가 필기인식이 가능한, 향후 Graffiti 로 명명되는 놀라운 혁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성공하는데, 그는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GRiD Systems 로 돌아와서 GRiDPad 라는 $2,500 달러 정도의 펜기반 컴퓨터를 디자인 하였습니다.  당시 애플에서는 1987년 Newton 이라는 PDA(Personal Digital Assitants)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의 첫번째 제품인 MessagePad 100 이 1993년이 되어서야 상용화에 성공하였기 때문에 그 보다 훨씬 빨리 개발되었고, 필기인식도 갖춘 GRiDPad 의 역사적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팜 컴퓨터의 설립

1988년 GRiD Systems 가 Tandy 에 인수합병이 된 후, 제프 호킨스는 1992년 PDA 를 위한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그 회사가 바로 팜(Palm Computing) 입니다.  1993년 1월 팜은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쇼인 CES 에서 대단한 관심을 얻게 됩니다.  이 때만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회사로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Casio 등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였고, 심지어는 애플이나 HP 등의 PDA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기도 하였습니다.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모두 제거하고 일정관리와 연락처와 메모 등과 같이 가장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단순함으로 무장한 팜의 소프트웨어는 일정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생각만큼 크게 성장하지는 못하고 자금의 부족으로 U.S. Robotics 에 합병이 되었습니다.  U.S. Robotics 는 당시 최고의 모뎀(Modem)을 제작하던 회사로, PC 통신의 부상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1996년 1월 제프 호킨스는 팜 파일럿(Palm Pilot)이라는 브랜드를 단 자신의 PDA를 처음으로 CES에 데뷔를 시킵니다.  당시 경쟁자들에 비해 작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동작하면서도 가격은 $299~$399 달러 정도로 비교적 저렴했던 팜 파일럿은 단숨에 최고의 PDA로 등극을 하면서 스타덤에 오릅니다.

그 뒤로 팜은 수천 명에 이르는 외부 개발자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오늘날 애플이 누렸던 것과 같은 외부 생태계의 간접적인 지원을 받게 되는데, 이런 성공은 Palm V 가 나올 때 절정에 이릅니다.  그렇지만, 그는 U.S. Robotics를 1997년 인수한 3Com 과의 갈등으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 회사가 Handspring 입니다.


이후 Palm 은 여러 부침을 겪게 되는데, 애플에서 하드웨어를 담당하던 존 루빈스타인(John Rubinstein)이 CEO로 오면서 Palm Pre 라는 WebOS 운영체제를 장착한 스마트 폰을 내놓고 권토중래를 노려보지만,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결국 HP의 품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비록 크게 성공을 하지는 못했지만, 제프 호킨스와 빌 모그리지가 시도했던 혁신은 결국 이후 노트북과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를 하였습니다. 

(후속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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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트랙백이 하나이고 ,



이번 CES 2009 최고의 깜짝스타가 된 것은 애플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아닌 PDA계의 올드보이인 팜(Palm) 이었습니다.  CES 때만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최근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것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CES 같은 전시회에서 깜짝스타가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대부분의 경우 메이저 브랜드가 아닌 이상에는 전시회가 끝난 뒤에는 사업화를 실패하거나, 마케팅 및 영업 등 여러 요인으로 그냥 묻히는 경우가 태반이었거든요 ...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진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인 엘리베이션 파트너스(Elevation Partners)로저 맥너미(Roger McNamee)가 2년전 팜에 자신의 펀드자산의 20%를 팜에 투자할 때만 해도, 기울어가는 회사에 엄청난 투자를 한 그의 투자가 결국에는 실패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팜의 멋진 귀환은 최근 MC계의 올드비로 귀환한 국내의 최양략 열풍처럼 미국내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팜 프리를 분석하고, 자연스러운 엄청난 홍보효과도 얻고 있고, 그리고 소프트웨어나 기능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부분들이 워낙 많습니다. 

CES 이후에도 팜은 새로운 뉴스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기계가 가지고 있는 GPS와 일정관리(캘린더) 기능, 그리고 전화번호부 기능을 자동으로 이용하여 전화기가 특정 미팅에 늦거나, 가고 있는 경우에 이를 메시지로 미팅 참석자들에게 알리는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전화 사용자에게 이 내용을 알리고 수행하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거기에 무엇보다도 기존의 팜 운영체제를 버리고, 리눅스를 채택하였으며 동시에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응하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향후 애플 및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한판 승부가 볼만해 졌습니다.

CES에서 공개되었던 팜 프리의 기능과 성능, 특히 아이폰과 대별되는 부분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은 크기  아이폰에 비해 훨씬 작지만 스크린을 보고 조작하는데 불편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팜이 만들어낸 인터페이스의 효율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키보드를 빼내도 그리 크지 않아서 휴대성이 뛰어납니다.

리눅스다 !  그렇습니다.  저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UI에는 PDA의 강자인 팜의 기술이 녹아있지만, 그들은 과감히 리눅스를 채택했습니다.  SQLlite가 빌트인 데이터베이스로 설치되어 있어, 개발자들이 매우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뛰어난 인터페이스와 애니메이션 기술  인터페이스와 각종 영상기술이 아이폰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메뉴바의 혁신  터치패드가 스크린 바로 밑에 1cm 조금 넘는 정도로 달려있는데, 메뉴바를 통해서 굉장히 쉬우면서도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구성했습니다.  간편하게 아래에서 꺼내서 사방으로 날려버릴 수 있으며, 수 많은 프로그램들을 쉽게 찾아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구글메일의 통합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구글메일은 자동으로 팜에서 통합관리 됩니다.  처음에 등록을 할 때 페이스북과 구글계정만 입력을 하면, 마치 이들의 모든 모바일 소프트웨어가 팜과 하나처럼 동작합니다. 

공식적인 앱 스토어와 함께, 다른 방법으로 소프트웨어 설치가 가능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애플처럼 앱 스토어만을 통해 프로그램을 로드하도록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방법의 소프트웨어 구매와 설치가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디오 한편 보시죠?  사실 CES에서 팜에 대해 아이폰 킬러다 뭐다 할때만 해도 정말 그런가보다 수준이었는데, 현재 미국에서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겁습니다.  국내에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모르시고, 또한 저처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생각을 고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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