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저널리스트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탁월한 식견과 미래를 내다보는 눈, 그리고 이를 풀어내는 글솜씨를 모두 갖춘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말로만 또는 글로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파격적인 이론을 자신이 직접 실험하고 시도해본다는 점입니다.

그는 최근 "Free" 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공짜경제학을 주창하였는데, 그 시범으로 실제로 자신의 책의 PDF 파일로 만들어서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다운로드 받도록 하였습니다.  책을 종이책으로 가지고 싶으면 실제 주문을 하고 구매를 해야 했는데,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면서 자신의 전작들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최근 그는 제조 2.0 (Manufacturing 2.0) 과 관련한 여러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의 글 역시 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의 글이 더욱 마음에 와닿다는 것은 제조 2.0 역시 자신이 직접 실험을 하면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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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무작정 시작한 제조 2.0 실험

크리스 앤더슨은 3년전 자이로스코프(gyroscope) 센서를 어떻게 하면 싸게 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무선조종 모델 비행기의 원리가 무인 비행기 또는 drone 이라고 불리는 비행기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들의 가격이 싼 것이 $800 달러 정도에서 비싼 것은 $5,000 달러에 이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용하기 쉬운 것이 아니었고, 실제로 구해서 본 drone 들은 적당한 마진을 감안하더라도 $300 달러가 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가격은 지적재산권에 해당되는 것이었고, 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판단하에 개방형 혁신 프로젝트로 이 문제를 풀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DIY Drones 는 이를 위해서 시작한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의 운영을 위해 21세의 젊은 멕시코 출신 청년인 Jordi Muñoz에게 일을 맡겼습니다.  그는 비록 나이도 어리고, 학력이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크리스 앤더슨은 그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 조립기술과 항공기계공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고 일을 진행합니다.  Jordi는 현재 개방형 전자제품 혁신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Arduino 키트를 활용해서 자동 비행 컨트롤러를 만들었고, 이를 곧 비행기 오토파일럿 보드로 진화시켰습니다.

이 보드는 주변의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상가에 가서 부품들을 구하고, 선을 잇고 브레드보드(breadboard, 테스트보드)위에 올려서 제작한 것으로, 일단 브레드보드에서 동작을 하면 CadSoft Eagle 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다이어그램을 그린 뒤에 커스텀 PCB(printed circuit board) 보드 디자인을 합니다. 디자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상업적으로 PCB 보드를 만들어주는 회사의 웹 사이트에 업로드를 하고 2주 정도가 지나면 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컴포넌트들을 조립을 하고 테스트를 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고치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완성을 하였습니다.


어떻게 팔 것인가?  오픈소스 하드웨어 커뮤니티와의 협업

일단 이런 과정을 통해서 디자인을 한 제품을 과연 어떻게 상업화할 것인가?  이 부분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PCB 전문업체와 여러 컴퓨넌트의 조립생산에 대한 협의를 할 수도 있지만, 아예 처음부터 판매를 하려는 곳과 협상을 하고 좋은 방안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 앤더슨은 SparkFun 이라는 회사를 파트너로 골랐는데,  이곳은 전자제품 디자인과 조립 그리고 판매까지 같이 담당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Arduino 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parkFun 은 콜로라도 볼더(Boulder)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난 번에 소개한 TechShop 처럼 1층에는 3개의 농구코트를 합쳐 놓은 정도의 공간에 다양한 종류의 서킷보드를 비치하고 있는데, 한쪽에는 이를 판매하고, 포장하고, 배송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편에는 몇 대의 로봇들이 보드를 골라서 필요한 컴포넌트들을 정확하게 PCB에 위치시킵니다.  이 로봇의 가격은 $5,000 달러가 되지 않습니다.  PCB 위에 컴포넌트들의 배치가 끝나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가열을 통해 각 부품들이 보드에 정착되도록 하는 리플로 오븐(reflow oven)이라고 불리는 로봇에게 전달됩니다.  PCB 보드는 중국에 있는 SparkFun의 파트너가 공급하는데, 보드 한 장에 몇 십원 정도의 가격에 들여온다고 합니다.

핵심이 되는 보드가 이렇게 만들어지면, 나머지 구조를 구성하는 케이스 등은 CNC 기계나 사출기기를 통해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적은 양이라도 제조가 가능합니다.  보드와 케이스를 모아서 하나의 단위로 포장하고 인터넷에 있는 설계도를 따라 조립하도록 배달을 해도 되고, 조립 주문의 경우에는 주변 대학의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모아서 주말에 간단하게 조립한 뒤에 배송을 합니다.  물론 조립을 할 경우에는 추가적인 부가가치가 발생합니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런 방법으로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SparkFun 을 통해 키트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거나, 키트를 받아서 조립 후 다시 판매하였는데, 조립에는 자신의 아이들도 직접 참여하면서 한 사람은 조립을 하고, 다른 사람은 QA 를 맡는 등의 역할 분담을 하면서 실제 제조에 참여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작은 가내수공업 공장을 만들다.

다시 말해 DIY drones 를 연구하고, 디자인 하는 것까지만 크리스 앤더슨의 회사에서 담당을 하고, 부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역할은 모두 SparkFun 에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회사의 역량은 온전히 R&D에만 집중을 하고, 재고를 안고 있어야 하는 위험을 모두 제거한 것입니다.  그 이후 새로운 제품들을 디자인하기도 했는데, 일부 제품들의 경우에는 SparkFun 이 제작하기에 지나치게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서 직접 소량을 제작해서 판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크리스 앤더슨은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한 차고를 렌트하고 여기에 SparkFun 처럼 대규모 제작과 판매를 할 수는 없지만, 소량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갖추었습니다.  로봇을 이용하기 보다는 한 명의 직원이 보드를 고르고, 그 위에 부품들을 위치시킨 후에 리플로우 오븐 로봇 대신에 토스터 오븐을 개조해서 부품들을 PCB 보드에 정착시켰습니다.  이렇게 소량 생산을 하면서 주문을 맞추어 나갔는데, 이윽고 생산량이 주문을 따라갈 수 없게 되자 작은 로봇을 도입해서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주문을 받기 위해서 직접 웹 사이트를 꾸미고, 웹 사이트에서 주문을 받고 라벨을 인쇄해서 봉투에 붙이는 동시에, 보드가 문제가 없도록 정전기 방지를 위한 에어캡(뽁뽁이)으로 감싸서 간단하게 포장을 하였는데, 이 작업에는 Muñoz 와 한 명의 직원이 추가로 투입되었습니다.  하루 일은 오후 3:30분에 끝나는데, 포장이 끝난 제품들을 들고 인근 우체국이나 UPS 사무실에 들러서 그날 생산한 제품들을 모두 발송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크리스 앤더슨의 작은 공장에서는 $25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3년 째에는 매출이 백만 달러를 돌파하였습니다.  


크리스 앤더슨의 작은 제조업 실험은 이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일년에 수백 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실험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제조업에서도 소규모로 영위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매출의 2/3는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그만큼 세계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니치 마켓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창의적인 제품들이 판매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R&D, 디자인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SparkFun 이나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TechShop 과 같은 제조 2.0 지원 인프라입니다.  이렇게 최첨단의 니치마켓 제품에 대한 가내수공업 시장이 어쩌면 우리나라 소기업들이나 1인 창조기업의 나아갈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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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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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libaba.com


최근 수년 간 정말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커다란 물량을 받아서 만들기도 하지만, 적은 양의 물량이나 프로토타입도 효율적이고 쉽게 만들어 줍니다.  여기에는 중국에서 공작기계를 싼 가격으로 생산하게 된 것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쉽게 소량의 제품을 주문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간단히 디자인과 재료를 결정한 뒤에 공장을 만들지 않고도 중국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중국 소규모 공장들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알리바바

웹 기반의 비즈니스가 중국에서 제조업과의 연계가 매우 쉽게 된 것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중국의 공장들이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이메일로 고객들과 소통을 하고, 신용카드나 PayPal 과 같은 것으로 지불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의 까다로운 절차같은 것들이 모두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런 가교역할을 하는데 정말 큰 역할을 하게 된 플랫폼 서비스가 꽃을 피우면서 스타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그 기업이 바로 알리바바(Alibaba.com) 입니다.  알리바바는 중국에 있는 공장들을 전세계의 소비자들과 개방형으로 연결해주는 창구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사실상 세계 최대의 생산자와 제품, 그리고 제조와 관련한 각종 능력들을 찾아내고 연결하고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제품이나 기술을 입력하고, 그 곳에서 찾아낸 회사들이나 제품을 그대로 수입하거나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필요한 요구사항이나 질문, 또는 새로운 제품의 주문 등을 영어로 실시간 메신저를 통해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영어/중국어 통역을 해주며, 바이어와 공장의 직원들이 자신의 언어로 실시간 소통을 하게 됩니다.  일단 만들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명확해지면, 바로 즉석에서 주문을 할 수 있으며 비슷한 샘플을 먼저 하나 구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회장인 잭 마(Jack Ma)는 이런 비즈니스를 "C to B, Consumer to Business" 라고 부릅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소프트뱅크 회장인 손정의에게 말을 하였고, 그의 비범함을 알아차린 손정의는 그가 알리바바를 창업하도록 도와주면서 수년 간 아무런 성과가 없었음에도 꾸준히 밀어주면서 이렇게 거대한 성공으로 끌어내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방식의 무역이며, 글로벌한 세상에서 매우 작은 회사들이 DIY 형태로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매우 작은 회사들이 정말 독특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한 나라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 상품들이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로 팔려나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알리바바는 1999년 설립된 이래, 현재 $12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는 대단한 회사가 되었으며 전세계에서 등록된 사용자들이 4500 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소규모 무역플랫폼이 되었습니다.  2007년도 홍콩 증시에 상장될 때 구글 이후 최고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고, 2007년 이후 3년 동안 중국에서 알리바바 때문에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110만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제조업의 킹코스(Kinko's)를 꿈꾸는 테크샵 (TechShop)

중국에 알리바바가 있다면, 미국에는 테크샵(TechShop)이 있습니다.  TechShop은 DIY 워크스페이스(workspace) 체인으로 한달에 $100 달러만 내면 다양한 공작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DIY 제조업 체인 비즈니스입니다.  아래는 샌프란시스코 멘로파크(Menlo Park)에 있는 테크샵의 실제 방배치도 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에서 사실상 거의 모든 종류의 제조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개인이 멤버쉽 형태로 자유로이 이용하고, 여기에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새로운 DIY 제조 2.0 비즈니스 시설인 테크샵은 Jim Newton 과 과거 인쇄와 복사, 그리고 Fedex 와의 연계를 통한 비즈니스 대행업으로 큰 히트를 한 킹코스(Kinko's) 경영자 출신인 Mark Hatch 가 탄생시킨 미래의 제조업 공간입니다.  킹코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화된 제조와 프로세스 등을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멘로파크에서의 테크샵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이제는 오레곤과 노스캐롤라이나주에도 분점을 열었으며,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하여 미국 전역 수백 군데에서도 추가로 개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한 가운데에는 과거에는 엄청나게 비쌌던 제조장비의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과 적은 수량을 만들어도 유통이 가능해진 롱테일 시장의 부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있을 수 없었던 사업모델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마케팅과 홍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이라는 것의 한계를 없애버렸고, 선주문 후 생산이라는 주문형 생산 패러다임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대량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창의적인 소규모 중소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런 회사는 땅과 설비 등에 투자를 할 필요가 없으며, 더불어 종업원도 많이 고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은 최소화되고, 적은 매출로도 충분한 이익을 내면서 사업의 영위가 가능해졌고, 사업의 위험도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회사를 다시 만들 수 있고, 창의적인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임시로 조인트 벤처를 해볼 수도 있으며, 개인의 능력은 극대화 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종류의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구로 디지털단지를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1인 기업 또는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제조 2.0을 시도하고, 이들의 물건을 팔아줄 수 있는 유통 인프라 플랫폼의 구축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 기술자들의 기술과 젊은이들의 창의력 및 디자이너들의 능력을 감안할 때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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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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