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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디지털 허브 전략의 중심, iTunes from Wikipedia.org
 

IT 삼국지, 지난 포스팅에서는 아이팟 하드웨어 탄생의 주역 존 루빈스타인을 집중조명한데 이어, 오늘의 주제 역시 애플의 중흥을 이끈 제품인 아이팟과 아이튠즈와 관련한 애플의 전략 및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디지털 음악 시대의 개막

2001년 1월 맥월드에서 '디지털 허브(Digital Hub)' 라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애플의 미래전략을 발표한 스티브 잡스에게는 그 해가 가기 전에 이를 실천하고 성공적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멋진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하였습니다.

아이맥이나 새로운 매킨토시 제품이 디지털 허브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 하였습니다.  아이맥부터 이미 애플에서는 당시 비디오 캠코더 대부분이 채용하고 있었던 파이어와이어(FireWire) 단자를 내장하고, 이를 편집할 수 있는 우수한 소프트웨어인 iMovie 를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아이폰 4 를 발표하면서 소개한 iMovie 역시 이미 10년 전에 애플에서 제작한 iMovie 의 기술력이 기초가 되었음은 쉽게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10년 전에는 iMovie와 아이맥을 활용한 비디오 편집과 디지털 비디오 사용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우수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멋진 미래형 전략에도 불구하고 비디오를 중심으로한 애플의 디지털 허브 전략은 그다지 커다란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MP3 를 중심으로 한 음악산업의 디지털화는 커다란 물결을 이루면서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특히 대학의 기숙사 등을 중심으로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CD 를 컴퓨터를 이용해 MP3 로 변환을 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었고, 특히 냅스터(Napster) 라는 음악파일 공유 서비스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 그 파급효과는 음악산업 전반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2001년 초만 하더라도 이런 급변하는 환경에 애플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CD 음원추출 프로그램이 없는 애플의 아이맥은 인기를 잃기 시작했고, 되려 HP 같은 회사에서는 자사의 PC 에 CD 음원추출 프로그램을 넣어서 판매하는 등의 발빠른 대응을 하기 시작합니다.  


애플, 아이튠즈의 창시자 제프 로빈을 얻다.

한발 뒤쳐지기는 했지만, 스티브 잡스가 그 움직임을 감지한 이후에는 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인기있는 음악재생기 사운드잼 MP (SoundJam MP) 라는 프로그램의 라이센스를 매입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가장 중요한 인재였던 제프 로빈(Jeff Robin)을 애플로 영입합니다.  제프 로빈은 수 개월에 걸친 작업을 통해 사운드잼을 애플의 디지털 허브 전략의 핵심을 장악하는 소프트웨어로 변신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아이튠즈(iTunes) 입니다.  그는 현재 애플의 소비자 애플리케이션 부분 부사장이 되었고, 아직도 아이튠즈의 업그레이드를 총괄지휘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프 로빈은 원래 애플에서 일하던 인재였습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결국 실패하게 되는 코플랜드(Copland)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에서 새로운 운영체제 개발을 위해 매진을 하였지만, 코플랜드 프로젝트가 결국 중단되면서 애플을 떠났습니다.  애플을 떠난 뒤에도 주로 애플 매킨토시를 위한 여러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애플과의 인연을 이어가는데, 사운드잼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으로 스티브 잡스의 눈에 띄면서 애플로 복귀한 것입니다.

아이튠즈를 개발한 뒤에 존 루빈스타인, 토니 파델(Tony Fadell) 등과 아이팟 팀에 합류하여 아이팟 펌웨어도 같이 개발한 제프 로빈은 2001년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얻은 최고의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재능이 워낙 출중해서 였을까요?  그의 업적은 스티브 잡스를 제외하고는 각종 잡지와 기사에 가장 많이 실리기 시작하는데, 2005년 10월 16일 타임지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제프 로빈에 대해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전하면서 '스티브 잡스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내의 경쟁자의 부상을 막고 있다'는 논조의 기사를 싣기도 하였습니다.


완전한 비밀 프로젝트로 진행된 아이팟

존 루빈스타인과 토니 파델, 제프 로빈이 주도한 아이팟 프로젝트는 애플 사내에서도 최고의 기밀사항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애플 본사의 직원이 7,000명에 이르렀는데, 이 프로젝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100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존 루빈스타인은 프로젝트를 빨리 가시화하기 위해, 당시 실리콘 밸리의 포털 플레이어(Portal Player)라는 회사의 하드웨어 설계를 이용하기로 하고 개발속도를 가속화하였고, 애플 사내의 관련 전문가들도 팀과 부서를 넘나들면서 최대한 활용하는 기민함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문제가 된 것은 운영체제 였습니다.  초기 아이팟은 기존의 컴퓨터 사업에 비해 훨씬 단순한 운영체제를 필요로 했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픽소(Pixo)라는 회사의 운영체제 라이센스를 매입합니다.  픽소는 당시 휴대폰용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과거 애플의 프로젝트였던 뉴턴(Newton)에 참여했던 폴 머서(Paul Mercer) 가 창업한 회사입니다.  결국 제프 로빈과 폴 머서와 같은 전직 애플 엔지니어의 힘이 아이팟의 탄생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아이팟의 상징이나 다름이 없는 스크롤 휠은 재미있게도 현재 애플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된 필 실러(Phil Schiller)의 아이디어 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다른 회사라면 이렇게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유입이 되어 멋진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아이팟이 주목한 MP3 플레이어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인 새한 정보시스템이 1997년 MP맨이라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제품이었고, 뒤를 이어 아이리버와 같은 회사에서 제품을 출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시장을 선도하였습니다.  그 이후 컴팩을 비롯한 여러 회사에서 제품들이 나오면서 당시 휴대용 카세트및 CD 플레이어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비록 이런 제품들이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성능을 제공했지만, 사람들에게 "가지고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라는 기본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제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형태나 크기, 스타일 더 나아가서는 인터페이스까지도 휴대용 카세트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소니의 워크맨 혹은 디스크맨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이팟은 그에 비해 MP3 라는 디지털 음원이 줄 수 있는 또다른 경험을 선사하는데 초점을 맞추는데, 아이튠즈 소프트웨어와 아이튠즈 스토어, 그리고 아이팟으로 연결되는 통합적인 음악경험 서비스를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함께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통합시스템을 서비스"한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것이 결국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아이팟이라는 이름의 탄생설화

제품의 완성이 다가오자, 제품의 진짜 이름을 놓고 여러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비니 치에코(Vinnie Chieco)라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가 중책을 맡게 됩니다.  비니 치에코의 팀은 비록 애플의 직원은 아니지만, 아이팟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긴밀히 협조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스티브 잡스가 이들에게 건네준 캐치 프레이즈는 '노래 1,000곡을 호주머니 속에 ...' 였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와의 미팅에서 그는 언제나 디지털 허브를 이야기 하였고, 맥이 모든 기기의 중심이 되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비니 치에코는 허브에 대한 의미를 가장 많이 고민을 하였는데, 그는 허브를 우주선으로 상상했습니다.  작은 비행선을 의미하는 Pod 를 타고 우주선을 떠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모선 우주선으로 돌아와서 연료공급도 받고, 식량도 얻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즉, 맥이 모선이 되고, 현재 개발되는 음악재생기는 Pod 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하드웨어 제품을 보자마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연상되었다는 그는 'iPod' 라는 이름이 강렬하게 끌렸습니다.  

그러나 막상 이름을 정하는 회의가 시작되자, 비니 치에코의 팀은 수십 가지 이름의 후보들을 나열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일단 후보와 탈락시킬 이름들을 골라내었는데, 실망스럽게도 스티브 잡스는 'iPod'는 탈락시키는 이름으로 분류하였습니다.  회의 막바지가 되자, 스티브 잡스는 팀원들의 개인적인 의사를 물었습니다.  이때 비니 치에코는 탈락시킨 이름으로 분류된 'iPod'를 다시 끄집어내어 스티브 잡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확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생각해 보겠다는 말과 함께 회의실을 떠났는데 머지 않아 아이팟으로 새 제품의 이름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애플이 제품명을 상표로 등록하려고 알아보니 2000년 7월 24일에 이미 'iPod' 이라는 상표를 등록한 것이 알려집니다. 이 때에는 인터넷 키오스크 프로젝트를 위해 등록했던 것인데, 스티브 잡스도 몰랐고, 비니 치에코도 몰랐던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아이팟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동안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혈전으로 지쳐있던 애플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되면서 새로운 사용자들, 그리고 그들의 생활을 디자인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시작합니다.


(후속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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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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