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유전자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는 앞으로의 현대의학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큰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90년 시작된 인간의 유전자의 대부분(일부 사람들마다 다른 부분을 제외한)이 해독된 것이 2003년으로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의학이 큰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 의학 시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질병의 진단 및 치료와 관련한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약을 개발하기에 앞서 전세계에 있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질병과 관련될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서 이를 지적재산권으로 특허를 걸어놓는 작업을 최우선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특허가 걸린 유전자 염기서열을 이용하여 단백질이나 RNA, DNA 신약을 개발하게 되면 곧바로 특허의 침해가 되기 때문에 모두들 사활을 걸고 전쟁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인간유전자 프로젝트가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인간의 유전자 코드를 대부분 해독했다는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지적재산권의 확보를 위해 전세계의 큰 회사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던 유전자 정보를 공동의 작업을 통해 상당부분 개방적 협업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인류의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된 부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제 미국보건원의 젠뱅크(GenBank)는 세계 최대의 공개된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가 되었습니다. 

1980넌대 초 유전정보에 대한 특허권을 허용한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영리와 비영리를 가리지 않고 수 많은 회사와 학교, 연구소 등이 유전자 특허 출원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출원된 유전자 서열 특허는 미국과 유럽에 각각 수만 건에 이르게 되었으며, 수 많은 특허분쟁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간 염색체 중의 약 20% 정도가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C형 간염이나 당뇨병 관련 유전자와 같은 중요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특허를 소유한 측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를 독점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사적으로 소유된 유전자 정보가 실제로 중요한 질병의 치료에 쓰이는 치료제 개발에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인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신약을 개발할 능력은 안되지만 일단 질병의 목표가 되는 유전자의 서열만 찾아낸 수 많은 연구자들 및 벤처기업이 이를 지적재산권으로만 묶어놓고, 실제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제약회사들과의 타협에 실패를 하면서 전체적인 공익이 후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와 같이 특허가 폭증함에 따라, R&D 예산 역시 비능률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신약개발에 대한 부담이 소비자로 넘어오는 과정을 거쳐, 최종 소비자인 환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사이클이 형성되었습니다.  즉, 황금을 찾아나선 모든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려다 보니, 황금의 가격이 너무나 올라서 사줄 사람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머크와 워싱턴 의대의 활약

이렇게 유전자를 기반으로한 신약개발에 있어서의 유전정보 특허문제와 비용문제로 신약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반전시킨 주인공은 뜻밖에도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머크(Merck Pharmaceuticals)와 워싱턴 의대 유전자 센터입니다.  1995년 이들은 공동으로 머크 유전자색인(Merck Gene Index)이라는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를 과감하게 공개합니다.  여기에는 1만 5천개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포함되어 있었고, 향후에도 발견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3년 동안의 작업이 더욱 진행되어 1998년에는 80만 개가 넘는 염기서열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이 전략을 통해 많은 유전자 염기서열 특허공세가 무력화 되었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을 하였습니다.

당시 수백 만불 이상이 투자되었던 머크의 프로젝트는, 머크의 최상위 경영진의 결단에 의해서 진행이 되었는데 그 의도는 상당히 명확했습니다.  어차피 바이오 기업이 아니라 신약을 개발해서 승부를 해야하는 머크의 입장에서는 유전자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이를 이용한 후속 연구들이 특허침해에 대한 걱정없이 대학이나 여러 연구소들에서 수행이 될 수 있으며 그 중에서 성과가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이 나타난다면 이를 제빨리 제품화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유전자 염기서열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신약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가장 원시적인 원료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염기서열로 발목을 잡혀있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SNP 컨소시엄이 결성되다 !

이 전략은 상당히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킵니다.  머크가 선봉에 서자 여러 제약회사들이 거들고 나선 것입니다.  1999년 11개 제약회사들과 비영리단체 하나, IT 기업 두군데가 협력하여 SNP 컨소시엄이 발족합니다.  이 컨소시엄은 공동협업을 통해 유전자 이상에 의한 각종 질병에 대한 정보를 다같이 연구하고 공개하는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은 단일 염기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한 유전적 차이의 키포인트가 되는 부분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차이와 질병에 걸릴확률이나 치료반응 정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SNP 컨소시엄은 수십 만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러한 단일염기의 차이에 대한 정보(SNP)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2001년 1차 프로젝트 종료시 이들이 찾아낸 SNP는 무려 180만개로 목표의 6배 정도가 되었으며, 일단 찾아낸 것은 특허 출원을 한 뒤에 특허가 등록되면 이를 공개로 풀어버림으로서, 혹시 있을 수 있는 개인이나 연구소, 학계의 방해공작을 차단하였습니다.

SNP 컨소시엄의 이러한 공개방식에 의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회사들은 미래형 유전자 기업으로 불리우며 승승장구하던 인사이트(Incyte), 밀레니엄(Millenium Pharmaceuticals), 젠세트(Genset)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고, 인력과 장비를 SNP를 찾아내는 것에만 집중을 하면서 자사의 독점적인 SNP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지적재산권으로 묶는 작업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던 기업들입니다 (이를 유전자 사냥이라고 부릅니다).  이륻 회사는 SNP 관련 특허 개당 최소 5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하니, SNP 컨소시엄에서 얼마나 커다란 타격을 입었는지 상상이 됩니다.

이제 대부분의 주요 SNP는 발견이 된 상태로,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더욱 상위의 연구들이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생명공학 연구소들과 대학,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이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필자의 기억으로는 우리나라 생명공학 기술을 리드하던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Korea Research Institute of Bioscience and Biotechnology) 역시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들이 한국인에게 많은 위암이나 간암과 같은 질환에 특이적인 SNP를 찾아서 이를 특허등록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학도 어떻게든 염기서열을 찾아내서 특허등록하고 이를 이용해서 산업화를 하려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렇지만, 전세계가 현재 움직이는 방식은 그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제는 그렇게 기계적인 연구방식 보다는 보다 고급스럽고 질병의 치료 및 진단에 유용한 기술연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 가능하면 강력한 글로벌 협업에 동참을 하면서 역할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현재 코스닥의 바이오 황제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셀트리온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유전자 연구의 성과에 의한 신약이 결국에는 단백질 및 항체생산과 관련한 부분으로 집중될 것을 읽고, 이를 생산하기 위한 생산시설을 미리확보하기 위한 설비투자를 감행하여 다른 경쟁업체보다 월등히 싼 생산단가를 만들어 냄으로써 세계적인 제약회사들과의 협력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암젠(Amgen)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이 직접 생산설비까지 해서 생산을 하지만, 그 정도의 물량을 하지 못하는 제약사들은 셀트리온과 같은 CMO(Contracted Manufacturing Organization)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BMS와 같은 거대 고객을 만족시키고, 향후 다른 제약회사들의 항체신약 생산에도 관여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갖추게 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될 토대를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맞춤의학의 시대가 온다.

이렇게 전략과 미래, 그리고 전체적인 비즈니스의 흐름을 읽는 마인드가 없다면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제 다양한 단백질, 항체 및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들이 계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10년 정도의 기간은 과거 수십 년동안 제약산업을 지배하던 화학물질 기반의 저분자 약물에서 단백질 약물 및 맞춤의학 관련 제품으로 넘어오는 시기가 될 것이고,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등장할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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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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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과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노(nano) 기술에 대해서는 들어보았을 것이고, 나노기술에 의해 향후 미래사회가 엄청나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의학분야에 적용되고, 이에 대한 적용기술이 상용화되는 시점 정도에는 현재의 의학기술에 있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도대체 나노기술이 어떻게 의학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나노의학(nano-medicine)의 적용분야 중에서 약물전달 분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노의학 전반에 대한 글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8/12/30 - [수술공학/의공학] - 나노가 뭐길래 의학 혁명을 운운하나? (1)


나노물질을 이용한 약물전달 기술

나노물질을 이용한 약물전달 기술은 현재 의약학 분야에서 가장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부분으로 꼽힙니다.  전통적으로 약물은 먹어서 소장에서 흡수되거나, 정맥 주사를 하는 방식으로 투여가 되는데, 앞으로 나노물질이나 나노파티클을 이용해서 피부나, 위, 눈이나 뇌에 전달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이 훨씬 쉽게 개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물전달에 있어 가장 큰 이슈는 많은 신약 물질들이 물에 잘 녹지 않고, 또한 전통적인 복용이나 정맥주사를 통한 전달을 할 때 분자의 크기나 불안정성 등에 의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 입니다.  이러한 약물전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약물의 방출기술(releasing technology)과 표적기술(targeting technology)이 필요합니다.  현재 약물전달과 관련하여 개발되고 있는 나노파티클로는 코어쉘 나노파티클이나 나노쉘, DNA 나노파티클, 풀러린, 금 나노파티클, 산화철과 같은 나노마그넷, 리피드 나노컨테이너, 리포좀, 펩타이드, 백금 나노파티클, PLLA(Poly L-lactic acid) 나노파이버 등 다양합니다. 

이러한 나노물질들은 공통적으로 표면적이 크고, 작은 크기로 인해 유효성은 높지만 독성은 낮은 일반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물에 더 잘 녹고, 흡수도 더 잘됩니다.  또한, 적절한 분자 캐리어에 담겨서 전달될 경우 위산이나 효소 등에 의해 약물이 분해되지 않고 목적 장기에 잘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원하는 곳에만 적절하게 약물이 전달될 수 있으면, 전체적인 부작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백 나노 정도의 직경을 가진 분말은 쉽게 흡입할 수가 있기 때문에 폐를 통해서 효과적인 약물전달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특히 호흡기 관련 치료 약물에 나노파티클의 유용성이 매우 큽니다.  이러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이미 조금씩 다른 크기의 에어로졸 전달 시스템이 개발되어, 여러 약물을 이용한 임상시험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복용하는 약물의 경우에는 물에 녹는지 여부와 반감기, 그리고 적절하게 방출이 되도록 하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복용특성이 좋은 약물의 개발은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의 개발 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특히, 하루에 한 번 또는 며칠에 한 번 먹어도 똑같은 약효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출기술의 개발은 만성질환자들의 약물 순응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Nanotherapeutics라는 회사에서는 나노파티클에 기반을 둔 펩타이드/단백질 기반의 거대분자 약물을 복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의 의미는 매우 큰데요, 펩타이드나 단백질처럼 큰 분자를 복용하면 약이 우리 몸의 혈관 속으로 흡수되기 전에 모두 파괴(소화)되어 버립니다.  인슐린을 아직도 먹는 약으로 만들지 못하고 주사약으로 주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사 약제를 개발할 때에도 나노파티클 현탁액 기술이 상당한 장점이 있습니다.  파티클 크기를 쉽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효율도 높아서 전반적인 전신부작용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특정 조직이나 세포 등을 표적화하는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강력한 선택적 항암제의 개발도 기대됩니다.  비교적 나노파티클과 종양세포에 표적이 되는 항체와의 결합이 쉽기 때문에, 나노쉘이 종양에 들어갔을 때 적외선을 이용하여 종양세포만 과열시켜 파괴하거나, 나노마그넷을 이용하여 외부에서의 자장으로 파괴하는 등의 기술이 연구 중에 있습니다.

나노튜브 기술은 피부를 통한 약물전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노 단위의 작은 바늘을 만들고, 여기에 약물을 전달하는 것인데, 이런 나노튜브/나노바늘 기술은 앞으로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이렇게 작은 바늘은 사실 거의 통증이 없이 몸에 삽입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세포에만(?) 약물을 주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래에 나노물질이 의학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큽니다.  그 중에서도 약물전달 분야는 가장 빨리 상용화가 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약물전달 기술이 개발되어 앞으로 좋은 약을 부작용이 훨씬 적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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