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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쇠락하지 않는다면, 조금씩 성장하게 마련이다.  특히나 잘되는 회사라면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이 어떤 경우에는 그 회사의 전체 생명주기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커다란 성공을 거둔 회사의 이야기를 하면서 창업자들과 아주 소수의 초창기 멤버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지만, 오늘날 구글은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는 공룡과도 같은 조직이고, 페이스북 역시 수천 명의 직원들이 있다.  결국, 성공을 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커지기 마련인데, 어떻게 조직을 잘 키울 것인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투자사나 연륜이 있는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 회사의 확장에 있어 흔히 하게되는 충고는 멘터를 구하고, 확장의 경험이 있는 경영진을 찾아서 영입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충고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조직 내에 어떻게 확장을 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떤 사람이 우리 회사와 조직을 잘 키워줄 것인지 무슨 수로 평가할 것인가?  또한, 커다란 조직에서 일한 사람들이 조직을 잘 키우고 확장시킨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일단은 회사의 조직원들이 조직을 확장할 때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좋다.  

그런 측면에서, 벤 호로비츠(Ben Horowitz)가 쓴 회사확장의 미스테리와 관련한 글이 많은 도움이 되는 듯하여, 이 곳에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쉬웠던 일들이 어려워진다.

조직이 커지면, 과거에는 쉬웠던 일들이 점점 어려워진다.  가장 어려운 것들이 바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소통 (Communication)
  • 공통적인 지식 (Common Knowledge)
  • 의사결정 (Decision Making)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을 알아야 한다.  직원이 한 명인 회사라면 모든 문서작성과 작업을 혼자 한다.  마케팅과 영업도 한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 대한 모든 것을 혼자 알고 있고, 의사결정 문제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가 커지게 되면 소통의 양과 질은 줄어들고, 지식의 단절이 생기며, 동시에 의사결정이 점점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결국 위의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 완화하는 것이다.  

벤 호로비츠는 이 문제를 미식축구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미식축구에서 공격하는 쪽에 라인맨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역할은 공을 배급하는 쿼터백이 다치지 않도록 상대방의 라인맨들을 막아서는 것이다.  이때 라인맨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상대편의 라인맨들을 쉽게 이들을 지나쳐서 쿼터백을 공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쿼터백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라인맨들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그 팀은 경기에서 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요령은 라인맨들이 상대방의 라인맨들과 붙었을 때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뚫고 나가지만 못하게 한다.  자신들은 전투에서 약간 밀리는 양상을 보여주지만 쿼터백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조직을 확장할 때에도 특성화(specialization), 조직의 구조화, 그리고 프로세스가 여러 개 생기게 되면서 조직 전체의 복잡도가 올라가고, 공통의 지식에서 멀어지는 듯하게 느껴지며, 소통의 질도 떨어지는 것을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급격하게 밀리지만 않는다면 약간의 후퇴는 조직을 혼돈에서 구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특성화(Specialization)가 필요한 이유

초기 스타트업은 모든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일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가 코딩도 하지만 제품을 테스트하기도 하고, 배포도 하며, 실제 운영도 책임을 진다.  처음에는 이런 모든 작업을 전부 담당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회사가 커지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새로운 엔지니어들이 늘게 되면 이들의 학습커브(learning curve)가 급격하게 가파른 양상으로 변하면서 이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모두 맡길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이 때에는 특성화를 시작해야 한다.

일을 쪼개서 코딩을 하고, 빌드를 하고, 테스트와 운영을 하는 팀으로 분리를 하면, 필연적으로 조직은 복잡성을 띠게 된다.  이들은 팀별로 자신들의 노하우를 쌓아가게 되면서 특성화된 지식이 늘게 되며, 공통적인 지식에는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팀간의 갈등도 생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부작용을 예측하고, 이런 현상을 경감시키기 위한 대비를 하는 것이다.  복잡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특성화를 포기한다면, 조직은 더 이상 커질 수 없다.  


조직 디자인 (Organizational Design)

조직의 확장에 따른 특성화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조직 디자인이다.  조직 디자인의 첫 번째 규칙은 "모든 조직 디자인은 나쁘다" 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좀 이상한 말이지만, 어떤 디자인이든 기본적으로 각각의 팀이나 부서들 사이의 소통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각각의 파트나 부서들에게 약간의 희생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링 조직의 제품관리를 하려면, 제품관리와 엔지니어링 부서사이의 소통을 최적화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제품관리와 마케팅 등과 같은 기존의 소통채널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조직 디자인이 나오면 사람들은 문제점을 제기하게 될 것이고, 그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나쁘다"는 투정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방식의 제조업에서는 이렇게까지 조직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았다.  위계적이고,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일산분란한 체계가 효과적이었지만, 현재는 가능한 작은 서브 그룹으로 사람들을 나누고, 각각의 서브 그룹별로 특성화를 하고, 자신들의 관리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조직이 커지든 과거와 같은 소통과 공통적인 지식의 공유, 합의된 의사결정을 만드는 것은 어려워진다.  다만 조직 디자인을 회사 전체의 소통 아키텍처로 생각하고, 이런 약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조직 구조도를 바라볼 때, 단순히 일을 시키고 책임소재를 정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조직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여주는 설계도로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런 아키텍처가 외부세계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기본적 백그라운드를 염두에 두고 벤 호로비츠는 몇 가지 조직 디자인의 단계를 제시하였다.

  • 무엇이 소통될 필요가 있는지 이해한다 (Figure out what needs to be communicated) - 어떤 지식들이 반드시 소통이 되어야 하고, 누가 그것을 원하는지 파악한다.  예를 들어, 제품 아키텍처에 대한 지식은 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QA, 제품관리, 마케팅과 영업 조직에게 필요하다.
  • 어떤 결정이 필요한지 이해한다 (Figure out what needs to be decided) - 의사결정에 유형을 파악한다.  기능을 결정하는 것, 아키텍처의 형태, 고객지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과 같은 각각의 의사결정 포인트마다 어떤 유형의 의사결정이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고 정의한다.  
  • 가장 중요한 소통과 의사결정 경로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Prioritize the most important communication and decision paths) - 각각의 부서와 팀마다 소통과 의사결정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제품관리자가 제품 아키텍처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시장이 더 중요한지?  엔지니어가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아키텍처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이런 우선순위는 수시로 변할 수 있지만, 그에 따라 조직의 디자인은 바뀌어야 한다.
  • 누가 각각의 그룹을 운영할 것인지 결정한다 (Decide who's going to run each group) - 보통 초기 스타트업들이 확장을 할 때 이것부터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된다.  앞의 3단계를 거치고 나서 그에 맞는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  조직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커다란 실패가 개개인의 야망과 정치에 의해 하부조직이 휘둘리고, 이들의 소통의 경로가 막히는 것에서 나온다.  
  • 최적화하지 못한 경로를 확인한다 (Identify the paths that you did not optimize) - 세상에 완벽한 조직이라는 것은 없다.  어떻게 조직을 디자인을 해도, 소통의 경로에 문제가 있고 추가적인 최적화가 필요한 곳이 보일 것이다.  현재의 우선순위에 밀린 경우라도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시 최적화를 해야 한다.
  • 향후 문제가 있는 이슈를 완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Build a plan for mitigating the issues identified) - 당장 해결은 못하더라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은 미리 세워두어야 한다.

이런 6가지 단계는 글은 쉽지만 달성하기는 무척 어렵다.  또한, 조직의 디자인에는 속도와 비용, 그리고 조직변화에 따른 파급효과, 얼마나 자주 재조직화를 할 것인지 등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소통을 위한 프로세스

프로세스라는 것도 원래는 소통을 위한 것이다.  몇 명의 직원이 일하는 회사에 복잡한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직원이 수 천명이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직접 소통이라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효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1:1 또는 점대점(point-to-point) 소통은 더 이상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새로운 소통의 버스(bus)가 필요하다.  트위터나 회사 내부 소통을 위한 야머(yammer) 등의 소셜 웹 인프라는 그런 측면에서 새로운 소통의 버스로 우리에게 새롭게 주어진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프로세스는 잘 구조화된 소통의 차량(vehicle)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에는 정말 복잡하고, 관리가 강력하고 거대한 식스시그마와 같은 형태로 나타날수도 있고, 잘 조직화된 정기회의의 형태로 구현될 수도 있다.  프로세스의 크기와 형태는 조직의 특성과 일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프로세스에 매몰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전체를 관리하는 프로세스가 유효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훨씬 유연한 방식으로 확장하면서도 소통에 무리가 없는 프로세스의 개발이 각 기업 별로 필요하다.  


회사를 키우는 것은, 제품이 잘 나가서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형태의 제품양산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다른 크기의 회사들은 회사의 아키텍처에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가지기 마련이다.  작은 회사가 지나치게 빨리 관리와 특성화를 진행하면, 이들은 혁신속도가 늦어지는 부작용에 따른 전체가치의 하락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반대로 너무 늦게 진행하면 회사가 혼돈에 빠지고 정치와 사람들에 의한 불확실성에 좌우되면서 안정기에 접어들 수 없다.  회사의 성장속도와 적절한 크기, 그리고 미래의 비젼 등을 감안한 새로운 회사의 조직과 아키텍처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커져나가는 회사의 경영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진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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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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