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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플루 때문에, 군데군데 "손을 씻자", "재채기를 할 때에는 입을 막고 하자"는 등의 문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구들이 여러 곳에서 보이고, TV나 대중매체의 캠페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소위말하는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을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전염성 질환이 아니더라도 의료와 건강과 관련한 많은 이슈들은 사회적 특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는 경우 좋든 싫든 주변의 사람들에게 간접흡연의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비만의 경우에도 의외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살이 찌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면 나도 모르게 살찌는 것에 대해 둔감해지고 이를 방치하게 됩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 친한 친구나 가족들이 행복해하면 우리도 행복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이렇듯 의외로 개인의 건강과 생활습관, 행복감 등과 같은 심리상태들이 모두 주변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결과는 명확합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 그리고 동료들과 같은 네트워크의 경우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변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합니다.  주변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자신도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비만해지는 사람들이 많으면, 나도 비만이 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이런 효과는 단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친구가 행복감을 느낄 가능성이 많고, 나도 그에 대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마치 트위터에서 RT(ReTweet) 기능을 이용해서 트윗이 전파되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리고 이러한 행복감이나 심리의 전파는 거리와 친밀도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단순히 네트워크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같은 정도의 전파력을 가질 수는 없겠지요?  잡담이나 의식의 공유 등을 통해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주변에 있거나,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이런 전파력은 훨씬 강해집니다.  트위터의 쓸데없는 잡담이 그리 쓸데없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사실 대량의 소셜 네트워크가 건강이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것은 수많은 인터뷰와 꽤 오랜 시간의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부 등과 같은 특수 관계인과 관련된 연구가 대신 수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 유명한 연구로 “Framingham Heart Study”라는 것이 있습니다.  1948년 메사추세츠에서 시작되서 현재까지도 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대단한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수천 명으로 이루어진 2개의 그룹(전문용어로 코호트라고 합니다)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고, 3번째 그룹(코호트)가 최근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가족들이나 친구관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건강행동이나 습관, 심지어는 외모나 옷을 입는 등의 행동까지도 전염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비만의 경우도 사회적인 환경이 중요합니다.  미국에 계신 분들은 이해를 하시겠지만, 최근 미국의 비만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보다 정작 당사자 본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왜냐구요?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비만으로 꼽히는 사람들을 한국에 데려오면, 한국사람들은 진심으로 걱정할 것이고, 그들도 주변에 자기와 같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살을 빼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압박감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약간 살이 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가면 주변에 자기보다 살찐 사람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다지 긴장을 하지 않게 됩니다.  사회적 분위기나 환경,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 의한 차이가 그렇게 큰 것입니다.  그 뿐인가요? 식습관, 디저트를 시키는 분위기, 흡연 등 하나하나의 생활습관이 모두 집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행위는 사회적 관계와 사회성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과 의료부분에 있어 이런 부분의 중요성은 대단히 간과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미팅의 경우 또다른 형태의 사회적 전염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모토는 "Ideas worth spreading" 입니다.  아이디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전염시키고, 전염된 사람들이 일어나서 다시 움직이는 훌륭한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만 전염되는 것이 아닙니다.  분위기와 감정, 그리고 행복 등도 모두 전염이 됩니다.  행복한 사람들과 같이하면 자연스럽게 행복이 전염이 되고, 우울한 분위기의 집단에 있으면 우울해 집니다.  우울증의 경우 우울증을 가진 엄마의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고, 감정적인 문제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리의 생활은 이렇게나 사회적인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어떤 한 사람의 치료나 생활관리 만으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올바른 건강행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이런 행위나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즐거운 경험을 많이하고, 행복한 체험을 많이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행복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면역능력이 더 좋고, 감기 등과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B형 간염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을 자신이 행복하게 나서서 맞으려는 그룹과 그다지 내켜하지 않으면서 맞으려는 그룹을 분리해서 결과를 비교한 결과, 행복하게 자원한 그룹의 항체형성이 더 잘되었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들 각각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것은 이미 크게 작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주변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습니다.  의학과 의료, 건강과 관련한 연구나 진료활동을 할 때에는 이러한 효과를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의 개인기반의 과학위주의 의료관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그리고, 최근 발달하고 있는 소셜 웹(Social Web)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소셜의학(Social Medicine)의 가치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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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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