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연재의 막을 내릴 때가 왔다. 지금까지 다양한 수퍼히어로의 등장의 역사와 그 시대 배경, 그리고 흐름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의 수퍼히어로 창작물들은 어떻게 진행될까?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 동안 전통적으로 보아왔던 수퍼히어로들의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크게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크게 두 가지 트렌드가 눈에 띄는데, 하나는 수퍼히어로 스토리에 영화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시네마틱 수퍼히어로(cinematic superhero)의 세계가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주류 수퍼히어로 타이틀에 다양성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수퍼히어로가 라디오나 TV, 영화 및 게임 등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골든에이지 시절부터이니 수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그 동안의 상황과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그들의 위상이다. 과거 TV와 영화 등에 등장했을 때에는 여전히 서브컬처로서 취급받았고, 가십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제는 TV와 영화 콘텐츠의 메이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미 수퍼히어로 영화들은 편당 수조 원의 매출을 끌어내는 메가 프랜차이즈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이런 경제적인 효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일구어온 수퍼히어로 코믹스의 매출과 수익률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한두 개의 대히트작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여러 작품들이 각각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존의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과 별개로 동작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의 경우 이들 상호간의 연관성을 강화하면서 마치 코믹 북의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아이언 맨 트릴로지의 경우 진행되는 동안, 중간에 크로스오버 영화 이벤트인 어벤저스가 개봉되며, TV에서는 넷플릭스가 데어데블(Daredevil)을 방영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뿐이 아니라 이것은 제시카 존스(Jessica Jones), 루크 케이지(Luke Cage),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등을 런칭시키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일환이다. 에이전트 쉴드(S.H.I.E.L.D.)의 경우에는 MCU에 직접 연관되어 있는 시리즈다.



from marvelcinematicuniverse.wikia.com



마블이 이런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두자 DC도 그 전략을 따르기 시작했다. 최근 개봉했던 배트맨 대 수퍼맨(Batman v. Superman)과 조만간 개봉할 원더우먼(Wonder Woman)의 경우 져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를 직접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TV시리즈로는 그린 애로우(Green Arrow)플래시(Flash)를 등장시키는데, 이들이 과거처럼 각각의 작품과 시리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스토리 라인이 연결되면서 거대한 대서사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제는 이런 스토리 라인이 영향력이 워낙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코믹스 스토리가 영화나 TV의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영화나 TV의 스토리 라인이 다시 새로 나오는 코믹스의 스토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퍼히어로 영화는 또한 더 이상 수퍼히어로 영화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과거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서브 쟝르에는 전형적인 장치와 구조 등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수퍼히어로 영화는 그런 전형성을 거부한다. 예를 들어 다크나이트(Dark Knight) 시리즈는 단순한 배트맨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범죄와 테러리즘과 관련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한 훌륭한 영화였으며,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는 스페이스 오페라로 스타로드(Star-Lord)와 그루트(Groot) 등을 스타로 만들었다. 윈터 솔져(Winter Soldier)는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훌륭한 첩보 영화였고, 앤트맨(Ant-Man)은 멋진 하이스트(heist) 쟝르 영화였다. 모든 영화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의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매우 다양하고 깊이 있게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두 고려하면, 이제는 수퍼히어로 코믹스가 완전히 새로운 시네마틱 에이지(cinematic age)에 들어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런 변화는 대략 첫 번째 X-멘 필름이 탄생한 2000년에 시작되었고, 최근 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코믹스 그 자체의 설정이나 스토리 라인도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들이 많다. 특히 두드러진 것이 여성이나 소수인종 등의 활약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이런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원더우먼이나 블랙팬서 등이 그 사례이며, X-멘은 원래부터 다양성을 포괄하려는 의도가 컸던 작품 시리즈였다. 그렇지만 최근 코믹스에서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캐릭터들은 그 정도가 더욱 파격적이다. 미즈 마블(Ms. Marvel)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이슬람을 믿는 10대인 카말라 칸(Kamala Khan)이며, 캡틴 아메리카는 이제 과거의 팔콘인 흑인 샘 윌슨(Sam Silson)이 맡게 되었다. 얼티밋 마블 유니버스(Ultimate Marvel Universe)에서는 스파이더맨도 히스패닉과 흑인의 혼혈인 마이크 모랄레스(Mike Morales)로 되어 있으며, 그린 랜턴도 흑인인 존 스튜어트(John Stewart)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토르(Thor)가 이제 여자라는 것이다! (그게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블에서 공개한 새로운 토르 from Marvel.com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코믹스 독자의 상당 수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과거 남성 독자가 대다수를 이루었던 것에 비해, 최근 수퍼히어로 코믹물의 여성 독자 비율이 거의 50%에 근접하면서 더 이상 히어로들을 남성적인 시각으로 다룰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와 같은 스포츠 스타 스타일의 히어로들이 그려내는 작품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과거의 여성 수퍼히어로들이 과도하게 섹시한 측면이 강조되었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방향성이다.


물론 이런 변화를 모두가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독자들에게는 저항이 꽤나 심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과거의 독자들이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업는 법 ...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독자들과 새로운 작가들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까? 아마도 수퍼히어로 스토리를 단지 소수의 일부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책과 웹, 온라인과 게임, 그리고 영화와 TV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만나고 이들을 이용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배트맨의 도덕성과 원더우먼의 힘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일부 덕후들의 논쟁거리가 아니라, 점심을 먹으면서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는 캐릭터들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짧지 않은 수퍼히어로 이야기를 시리즈로 연재한 이유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다. 단순히 이것이 미국에서 출발한 이야기이고, 스토리라인이 어떻다고 비평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이유로 이를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런 수퍼히어로 이야기들이 현재 그리스-로마 신화를 취급하는 것처럼 고전으로 다루어질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


이것으로 이 연재를 마친다. 이 내용이 책으로 엮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약간은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연재를 끝내게 되어 가슴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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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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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대에는 주로 남성작가들의 전유물이었던 SF 분야에 정말 뛰어난 여성 SF작가들이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어슐러 르 귄(Ursula Le Guin)제임스 팁트리 주니어(James Tiptree Jr.)다. 



최고의 여성 SF작가, 어슐러 르 귄 from Wikipedia.org



SF와 판타지의 절묘한 조화, 어스시 연대기와 헤인 연대기


어슐러 르 귄은 부모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다. 그녀의 아버지는 UC 버클리의 문화인류학자인 앨프리드 크로버이고, 어머니는 작가인 시어도라 크로버다. 이들에게는 매우 독특한 경험이 있는데, 미국 역사에서 '최후의 야생인디언'으로 불리는 야히 부족 최후의 생존자 이시를 맡아 보호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이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어슐러에게 많이 해준 탓에 어슐러의 작품 곳곳에 이시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내용들이 등장한다.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스시 연대기(Earthsea Cycle) 시리즈와 헤인 연대기(Hainish Cycle) 시리즈에는 언어가 큰 힘을 가지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야히 부족의 문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SF작가 최고의 영예인 휴고상을 5회, 네뷸러상을 6회나 수상했다. 그럼에도 데뷔할 때 독자들이 여자가 쓴 소설을 읽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출판사의 권고를 받기도 했다고 하니 당시 SF업계에서의 성차별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문학적으로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어서, SF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그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그녀의 대표작 시리즈인 어스시 연대기와 헤인 연대기는 각각 판타지와 SF쟝르로 구분되지만, 연대기의 형식을 띄고 있으며 각각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연결된다기 보다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독특한 접근을 보여주었다. 특히 어스시 연대기의 최고의 팬이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녀의 작품에서 여러 내용을 가져와서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는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경우 그 영향을 크게 받은 작품이다. 그런 연유로 어스시 연대기 세 번째 작품인 <머나먼 바닷가 The Farthest Shore>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 작품이 바로 2006년에 개봉한 게드전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는데, 최고의 작가와 최고의 스튜디오가 만났는데 이렇게 망작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상영 후 원작가인 르 귄이 신랄한 평을 하기도 했다. 



게드 전기, 테루의 노래: 작품은 망했지만, 이 노래는 정말 좋다!



헤인 연대기는 거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연작 시리즈다. 공식적인 시리즈락 보다는 헤인 우주를 배경으로 쓴 SF소설을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다. 우주여행으로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일이 흔하고, 작품 간의 간격은 기본 수백 년이라서 각각의 책을 따로 읽어도 문제가 없다. 마치 마모루 나가노의 끝낼 수 있을지 모르는 비운의 명작인 파이브스타스토리 같은 느낌이랄까?  SF소설로 구분이 되고, 이 시리즈 연작 중의 많은 수의 휴고상과 네뷸러상 수상작이 나왔지만, 흔히 보는 SF와는 많이 다르다. 외계 문명과의 접촉은 제한적으로 나타나며, 해당 세계 내의 개인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펼쳐진다. 과학적 설정에 대한 것도 매우 정교한 편이라서 하드SF인지 소프트SF 인지를 놓고 팬들 사이에 논쟁이 있을 정도다. 혹자는 사회체제에 대한 사고실험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수십만 년 전, 헤인 인들이 지구를 포함해 수 많은 세계들을 식민화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헤인 문명이 붕괴하고 각각의 세계들이 서로 단절되고, 이들은 외계문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간을 이룬다. 시간이 흘러 우주여행이 현실화되고 통신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앤서블이 발명되면서 새로운 성간연합이 나타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이 연작 시리즈는 단편과 장편이 섞여 있는데, 대표적인 단편으로는 <혁명 전날 The Day Before the Revolution>,  <셈레이의 목걸이 Semley's Necklace>, <겨울의 왕 Winter's King>, 연작 단편집인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 Four Ways to Forgiveness>, <The Telling>  이 있으며, <빼앗긴 자들 The Dispossessed>,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The Word for World is Forest>, <로캐넌의 세계 Rocannon's World>, <유배 행성 Planet of Exile>, <환영의 도시 City of Illusions>, <어둠의 왼손 The Left Hand of Darkness> 등의 장편도 유명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앤서블의 경우,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처럼 수 많은 SF 작품에 비슷한 개념이 널리 인용되는데, 이영도나 듀나의 단편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광속 통신장치인데, 설정 상 100광년 너머에 있는 상대방과 통신하는데 왕복 200년이 걸리면 사실 성간연합에서 뭔가를 할 수가 없는 셈이고, 이야기의 전개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간적 거리에 관계없이 '동시' 통신이 가능한 기기 설정은 어찌 보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어슐러 르 그윈의 앤서블이 워낙 이를 잘 묘사했기에, 그냥 앤서블이라고 하면 다 통용되는 대명사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기를 어슐러 르 그윈은 SF 3대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이라인, 아서 클라크에 버금가는 작가라고 말한다. 특히 그녀의 판타지가 어우러진 설정과 섬세한 은유와 심리묘사 등은 당대 최고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양철학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특히 노자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녀의 작품 곳곳에 그런 분위기가 나타난다. 심지어 도덕경을 영어로 번역도 하였다.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최고의 SF 작가로 86세의 고령임에도 아직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비의 미스테리 작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제임스 팁트리는 누구도 만난 사람이 없어서. 세간에는 괴상한 소문이 파다했던 미스테리 작가였다. 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셀던 (Alice Bradley Sheldon)이다.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아프리카에서 야생 고릴라를 본 최초의 백인 여성으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실험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박사 학위를 땄는데, 이 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SF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건강 문제로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가 되었는데, 필명 때문에 누구나 남성 작가로 생각했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실명과 함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쇼크를 받은 사람이 많아서 이를 팁트리 쇼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프리카 키쿠유 부족과의 사진 from Wikipedia.org



화가, 예술 비평가, 공군 조종사와 군 정보원, CIA 정보원 등의 직업에 종사했고, 군대나 CIA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나친 관심을 받았던 것이 싫어서 필명을 남성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1970년대 초에는 라쿠나 셸던이란 다른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 때에는 여성으로 포지셔닝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팁트리의 영향을 받은 아류 작가로 생각했는데, 이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사람으로 밝혀진 것이다. 


개인적인 삶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다. 말년이 되어 알츠하이머병 병에 걸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남편의 죽음이 가까와진 1987년 남편을 산탄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 


그녀는 페미니즘 문학의 영역을 확대했고, 특히 SF소설과 판타지 분야에 있어 어슐러 르 귄과 함께 가장 유명한 작가로 손꼽힌다. 주목할 만한 단편을 많이 남겼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 1978년 네뷸러상을 수상한 <체체파리의 비법 The Screwfly Solution>이다. 국내에도 <접속된 소녀 The Girl Who Was Plugged In>, <보이지 않는 여자들 The Women Men Don't See>,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Houston, Houston, Do You Read?>, <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The Las Flight of Dr. Ain> 등과 함께 동명의 단편집이 발간되었다. 이 작품은 인류종말물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전개를 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2006년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2에서 조 단테 감독에 의해 영상화도 되었다.


그녀를 기리는 상도 1991년에 만들어졌는데, 1991년 성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인 SF나 판타지를 대상으로 하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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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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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시대는 1980년대 중반 시작된 것으로 본다. 과거에 비해 암울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으며, 안티-히어로적인 요소도 많이 등장하고, 윤리적으로도 어느 쪽이 옳은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수퍼히어로들의 삶또한 이런 복잡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을 1985년 각각 출간된 DC의 <무한지구의 위기 Crisis on Infinite Earths>와 마블의 <시크릿워 Secret Wars>부터로 본다. DC의 <무한지구의 위기>는 특히 플래시(Flash)배리 앨런(Barry Allen)수퍼걸(Supergirl)의 죽음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주인공급 수퍼히어로가 사망하고 한동안 등장하지 않은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시크릿워>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블랙 코스튬이 수퍼빌론 베놈(Venom)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배트맨과 안티히어로


그렇지만, <무한지구의 위기>와 <시크릿워>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수퍼히어로의 모던 에이지 최고의 상징적인 작품들은 1986년 프랭크 밀러(Frank Miller)클라우스 잰슨(Klaus Janson)<다크나이트 리턴즈 Dark Knight Returns>알란 무어(Alan Moore)데이브 기븐(Dave Gibbon)<왓치맨 Watchmen>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배트맨의 어두움 속의 다크나이트 Dark Knight라는 이미지는 온전히 밀러가 만들어낸 것이다. 다크나이트 리턴즈는 브루스 웨인이 거의 무정부 상태가 된 고담시를 뒤로 하고 은퇴를 해버린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Jason Todd)는 죽었고, 저스티스 리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수퍼맨이 정부와 함께 수퍼히어로들을 사냥하며, 돌연변이 갱단은 고담을 장악한 상황에서 돌아온 배트맨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다크나이트 리턴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심각한 전개를 유지하는데, 이는 기존의 수퍼히어로물과는 확연히 다른 스토리 진행방식이었다. 이런 변신은 기존의 코믹스계에 성인들이 큰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일조하였다.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다크나이트 리턴즈> from Wikipedia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커다란 성공은 이후 나오는 배트맨 스토리를 계속해서 심각하게 만드는데, 1987년 발표된 <배트맨 이어원 Batman: Year One>에서는 <무한지구의 위기>를 크로스 오버해서 지구-2의 배트맨의 역사를 지워버리면서 제목 그대로 새로운 배트맨 시대를 열게 되고, 1988년에 발표된 <배트맨: 패밀리의 죽음 Batman: A Death in the Family>에서는 <다크나이트 리턴즈>에서 예견한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의 죽음을 그리며, 같은 해 발표된 <킬링 조크 Killing Joke>에서는 배트걸로 활약하던 바바라 고든도 조커의 총을 맞아 불구가 된다. 


어둠과 연관된 수퍼히어로라면 <울버린 Wolverine>도 만만치 않다. 울버린은 특히 수퍼히어로의 흔한 포지션에 반항하는 안티히어로로서의 모습을 X-Men에서 보여주었는데, 이런 모습이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단독 시리즈를 1988년부터 시작해서 2003년까지 큰 인기를 끄는 수퍼히어로로 등극했다. 1974년 처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9권을 통해 빌런으로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낸 퍼니셔(Punisher)는 안티히어로로 변신하여 인기몰이를 하였다. 프랭크 캐슬(Frank Castle)이라는 이름의 퍼니셔는 전직 해병대 특수수색대 출신으로 뉴욕 중심가에서 살고 있었는데, 가족들과 뉴욕 센트럴 파크로 소풍을 나왔다가 갱단의 범죄현장을 목격한 이후 가족들을 모두 잃은 비운의 캐릭터다. 홀로 살아남아 복수귀가 된 그는 스스로 퍼니셔(응징자)라 부르고 거의 모든 종류의 '사회의 악'이라 불리는 범죄조직 및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다닌다. 주로 거물급 범죄자나 증거인멸과 법의 헛점을 이용하여 처벌을 피한 범죄자들을 응징한다. 특히 2016년 방영된 넷플릭스의 <데어데블 시즌 2>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해서 많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데어데블 시리즈에 등장하여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준 퍼니셔



DC의 경우에는 버티고(Vertigo)의 활약이 대단했다. 버티고는 10대 후반 청소년과 성인층을 타겟으로 DC코믹스 산하에 만들어진 그래픽노블 라인업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호러, 19금 표현, 폭력성 등을 마음대로 그려내는 라인이다. 대표적인 수퍼히어로들로 스웜프씽(Swamp Thing), 존 콘스탄틴(John Constatine), 헬블레이저(Hellblazer), 프리처(Preacher), 샌드맨(Sandman) 등이 있는데, DC의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기존의 수퍼히어로들과 큰 접촉 없이 독립성을 가진 스토리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모두 연결되기 시작했다.


모던 에이지는 또한 독립 코믹북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히어로들을 소개하기 시작한 시기다. 가장 유명한 것이 토드 맥팔레인(Todd McFarlane)의 스폰(Spawn)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안티히어로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퍼니셔와 마찬가지로 악당은 닥치는데로 처단한다.



1997년 워너브러더스에 의해 영화화되어 어두운 안티히어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스폰



왓치맨, 모던 에이지의 화룡점정을 하다


그렇지만, 모던 에이지의 가장 중요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한다면 <왓치맨 Watchmen>을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원래는 12권의 시리즈로 발매되었지만, 이후 한권으로 통합되어 출간되었다. <왓치맨>은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부터 2005년까지 출간된 최고의 소설 100권에 그래픽 노블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하였다. 동시에 SF소설 최고의 영예인 휴고상도 받았다.


스토리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와 프롬 헬(From Hell)로도 유명한 앨런 무어(Allan Moore)가 맡았고, 데이브 기븐스가 그렸다. 앨런 무어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을 감시하는 권력체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스토리의 뼈대를 이룬다. 여기에 수퍼히어로물 쟝르의 특징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다면적이면서도 진중한 다양한 이야기가 198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도 이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from 나무위키: 영문 오리지널판을 사가지고 와야지 ...



아래는 나무위키에 나오는 왓치맨 스토리의 요약이다.


정부의 승인 없이 활동하는 자경단원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킨 법령'이 제정된 1977년 이후, 정부들로부터 허가를 받은 극소수의 자경단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경단원들은 활동을 그만두고 은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활동을 그만둔 자경단원들은 제각각 다른 결말을 맞으며 점점 세상에서 잊혀져 간다. 그리고 1985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활동 중이던 코미디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불법적으로 자경단원 활동을 해 왔던 로어셰크는 과거에 자경단원이었던 자들을 찾아다니며 코미디언을 죽인 범인을 알아 내려고 한다.


그런데, 스토리 요약으로는 이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수 많은 복선과 메시지,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 등이 곳곳에 넘쳐난다. "수퍼히어로들 때문에 경찰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니 그들에게 일자리를 돌려달라!"는 시민들의 폭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작화에서도 말풍선을 쓰지 않아서 더욱 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작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수 많은 설명되지 않은 복선과 등장인물 등이 계속 펼쳐지는데, 이들이 마지막에 모두 만난다. 주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도 입체적이다. 소시오패스인 로샤(Rorschach), 스릴을 찾아 헤매는 나이트 아울(Nite Owl)과 실크 스펙터(Silk Specter), 메갈로매니악 오지만디아스(Ozymandias), 엉뚱함의 극치를 달리는 히어로 닥터 맨하탄(Dr. Manhattan) 등 다른 작품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수퍼히어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골든 에이지에는 수퍼맨이 나치와 싸운다. 왓치맨에서는 유일한 강력한 수퍼히어로인 닥터 맨하탄이 베트남 전쟁 동안 베트남 국민들을 마구 공격하는데, 그 이유가 다른 소수의 베트남 사람들이 그에게 절을 하고 경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촌철살인의 대사들을 던진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진정한 수퍼파워를 가진 캐릭터는 그저 미국이 사용하는 거대한 대량살상 무기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려워하고 떠받들라는 이야기다 ...

 

여튼 모던 에이지의 수퍼히어로 작품들은 보다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면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기에 특수효과의 발달과 함께 영화산업과 결합하면서 실로 커다란 변화를 할 채비를 갖추게 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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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한 명의 거장을 만나볼 시간이다. 바로 필립 K. 딕(Philip K. Dick)이다. 그는 생전에는 생각보다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사후에 재평가를 거쳐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이라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심지어 SF문학상 중에는 그의 이름을 딴 필립 K. 딕 기념 어워드가 있을 정도다.


1928년 쌍둥이로 태어난 그는 태어난 지 1달 만에 쌍둥이 누이를 잃었고, 그 이후 부모가 이혼하고 캘리포니아의 탁아소에 다니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는데, 이것이 그의 작품세계와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대에 다닌 기숙학교에서도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공포증과 공황장애 등이 생겨서 평생동안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음식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하지 못해서 결국 휴학을 하고 음반, 악보,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아트 뮤직'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특히 아트 뮤직의 주인인 허브 홀리스를 멘토이자 아버지와 같이 여겼다고 하는데, 필립 딕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전제적인 성격을 가졌지만 따뜻한 마음의 '보스'들이 그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독립을 한 뒤에는 로버트 덩컨, 잭 스파이시, 필립 라만티어 등의 작가들과 창고를 개조한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갔는데, 이 때 룸메이트들 대부분이 동성애자이자 작가 특유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던 사람들이라 이들의 사상도 필립 딕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말년에는 조현병으로 크게 고생을 했는데, 그 때문에 가족과 동료 작가들과도 사이가 나빠졌다. 그의 후기 작품에는 조현병의 여파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그의 작품들이 사후에야 큰 인기를 끌면서 영화화 등의 미디어 믹스가 시작된 것은 그가 살아있을 때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운동과 동시에 반공주의적인 시각을 워낙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전운동을 열심히 할 때에는 가택침입 사건이 일어나자 CIA의 소행이라고 FBI에 신고를 하기도 했는데, FBI에서 그의 반전운동 이력을 알고 이를 무시하였다. 이후 정체불명의 협박 전화가 계속되고 정부와 사법당국에서 계속 모른 척하자 캐나다로 도피를 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이 연재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로 유명하다) 이 필립 딕을 칭찬하자 렘을 KGB 스파이라며 CIA에 신고를 했던 이력이다. 


SF작가로의 이력은 1951년 <판타지 앤드 사이언스 픽션>지에 단편 <루그 (Roog)>를 쓰면서 데뷔했다. 그렇지만 1953년 우울증, 공황장애, 공포증 등이 재발하면서 치료제로 암페타민을 처방받았는데, 이 약은 치료제이기도 했지만 사실 상 그를 작가로서 많은 일을 하게 만든 에너지원과도 같은 역할도 같이 했다고 한다. 그 이후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며 SF소설가로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생전의 필립 딕은 많은 수의 작품을 발표하는 다작 작가로 유명했다. 



세기 말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가


그의 작품은 디스토피아적인 세기 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선택한 소재들은 낯설면서도 인간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불행을 가져다주는 스토리 들이 많았다. 기업이나 국가들 역시 개인을 파멸시키는 경우가 많이 등장하는데, 각 개인은 도구로 이용되면서 동시에 기억의 상실과 조작, 자아의 해체 등을 겪는 경우도 많고, 인간의 가치가 하찮게 취급되는 스토리들이 여러 작품들에 녹아 있다. 심지어 미래에 만나게 될 외계인과 외계문명도 어둡게 그린다. 이들은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 하고 사회가 퇴폐하고 노쇠한 멸망직전의 문명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인간들이 대적하기에는 버거운 상대다.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인간의 적대 세력이거나 인간에게서 탈출하여 복수를 하고자 하는 등의 존재로 그려진다.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로봇들도 가끔 나온다. 외계인들이 파견한 인류를 멸절시키기 위한 무기에서 스스로 가짜 기억을 주입한 도망자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염세적인 로봇들이 등장한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묘사를 했는데,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동차가 가전제품 등이 작품에 많이 등장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운전을 못하게 하는 자동차, 동전을 넣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는 현관문 등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인공지능 제품들이 인간을 귀찮게 하거나 피해를 주는 스토리가 자주 묘사된다. 대체로 결말은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 상상하기 힘든 반전으로 끝은 맺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작품 중에 별별 상황이 다 발생했는데, 알고보디 꿈이더라~  이런 식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TV판이 이런 식의 결말을 처음에 시도했었다). 


필립 딕은 SF소설을 썼지만, 그 내부에 자아정체성과 기억의 혼란과 같은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거의 모든 작품에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현실인가?", "내 기억은 진짜인가?"와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이는 그의 정신병력과 복용했었던 수 많은 정신질환과 관련한 약물 때문에 겪은 환각과 정신적 능력의 각성, 우울함 등의 불안정성이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그의 질문들이 현대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면서 되려 후세에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를 스타덤에 올린 대표작은 1963년 휴고상을 수상한 <높은 성의 사나이 Man in the High Castle>였다. 이 작품은 소위 대체역사소설인데,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가 추축국이였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승리했다는 가정을 하고 독일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에 점령당한 미국과 미국인의 일상을 그려냈다. 그렇지만, 그가 정말 유명해진 것은 헐리우드의 SF영화들이 그의 단편들을 원작으로 삼아 여러 대작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가 사후에 더 빛을 보게 된 것에도 그의 작품 스토리들이 헐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의 구미를 잘 당겼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SF영화계의 스타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먼저 헐리우드에서 영화화가 되었고, 사이버펑크 쟝르의 대표작으로 불린 것이 바로 1982년 리들리 스콧에 의해 영화로 제작된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다.  이 영화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라는 단편을 영화화한 것으로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것이 필립 딕의 인생의 궤적을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작품은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사이버펑크물이라면 일단 이 작품을 모두 벤치마킹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주제의식도 심오해서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레플리칸트(Replicant)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성의 정의를 묻는 마지막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블레이드 러너>는 필립 딕의 원작과 다른 부분도 많아서 리들리 스콧은 사실 상의 자신의 작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배경은 2019년의 LA로 런던형 스모그로 가득찬 어둡고 암담한 도시로 그려진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비가 내리는 음습하고 어두운 거리, 국적을 알 수 없는 옷차림 ... 이런 배경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아키라, 공각기동대, 버블검 크라이시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고, 심지어는 게임인 폴아웃 3도 이를 패러디했으며, 폴아웃 4에서는 이를 직접적인 오마쥬로 처리했다. 아래는 언제봐도 인상적인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토탈리콜(Total Recall) 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나 영화화가 되었다. 특히 1990년 폴 베호벤이 감독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샤론 스톤 등이 등장한 첫 번째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했다. 2084년 더글러스 퀘이드(Douglas Quaid)는 미모의 아내와 행복하게 살지만, 매일 밤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데, 이를 알기 위해 우주여행을 다녀온 것 같이 뇌 속에 기억을 주입시켜 주는 리콜이라는 여행사를 찾아갔다가 과거의 기억을 되찾게 되어 화성의 반군으로 다시 복귀하게 되는 내용이다. 특히 당시 특수효과가 절묘하게 활용되어서 호평을 받았는데, 멋진 예고편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밖에도 <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스크리머스 Screamers>, <임포스터 Imposter>, <페이첵 Paycheck>, <넥스트 Next>,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등이 모두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대작 헐리우드 SF영화가 있는데, 바로 2002년에 개봉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인데, 특히 배경과 도입된 기술 등이 2054년의 워싱턴 D.C.에 있음직한 것들로 개연성 있게 작업하기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가 1999년 4월 과학기술자와 미래학자 등과 제작진이 같이 씽크탱크까지 구성했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등장한 여러 기술들이 실제로 구현되고 상용화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3D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체인식 기술,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 등의 묘사는 매우 정교하다. 무엇보다 프리크라임 시스템을 조작하는 동작인식 인터페이스 기술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에 도입된 키넥트(Kinect) 기술을 설명할 때 이 영화가 언급되기도 하였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영화에서 10년 뒤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Sci-Fi 드라마 시리즈로도 2015년 폭스 TV에서 방영되었는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시즌 1으로 전체 시리즈는 취소되었다. 그의 장편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높은 성의 사나이 The Man in the High Castle>은 영화로는 제작되지 못했지만, 2016년 화려하게 Sci-Fi 드라마로 등장했다. 현재 시즌 2까지 방영되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일부 작품은 필립 딕의 원작을 표기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 상 가져온 것도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이다. 이 작품은 필립 딕의 <어긋난 시간 Time Out of Joint>의 오마주라는 것이 이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잡아두기 위해 가짜 마을을 만들고 주인공의 기억을 조작하여, 평범한 마을에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인 것으로 속인다는 내용이다. 픽사의 <토이스토리>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토이즈>도 필립 딕의 <전쟁놀이>의 오마주라는 시각이 많다. 그 밖에 클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그의 대표작 <메멘토 Memento>, <인셉션 Inception>이 필립 딕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필립 K. 딕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정신질환과 대인관계, 약물과 가난이 점철된 삶을 살았지만, 현대의 헐리우드가 가장 사랑한 단 한 명의 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그런 작가다. 이는 어찌보면 필립 딕이 그려냈던 암울한 미래상이 현대인들에게 더욱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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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의 브론즈 에이지는 1970년 대부터 1980년 대 중반까지로 본다. 정확한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몇몇 대표작들의 등장을 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시대로 넘어가는 작품들로 본다. 그 작품들이 바로 <무한지구의 위기(Crisis on Infinite Earths)>, <왓치맨(Watchmen)>, <다크나이트 리턴즈(The Dark Knight Returns)>, 그리고 <마블 시크릿 워즈(Marvel Secret Wars>로 이들이 브론즈 에이지의 마지막 작품들이자 동시에 현대판 수퍼히어로 코믹스의 시대를 연 작품들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들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본다.


브론즈 에이지는 수퍼히어로들이 성장해서 드디어 악당들과 대결하고, 이들을 체포하며, 지구에 평화를 가져오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과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수 많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를 해결하거나 고뇌하는 스토리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영웅적인 수퍼히어로물을 좋아했던 사람들과는 또다른 많은 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문화적인 변화


이런 개념의 변화는 1970년대 미국을 강타했던 문화적인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1960년대의 반전운동과 시민권 운동, 여성해방운동 등의 사회적인 운동의 여파가 전 미국으로 번져 나갔다. 이에 따른 희생도 많았다. 1970년 5월 4일에는 미국 오하이오 주 켄트에 위치한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오하이오 주방위군이 학생들에게 총기난사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4명이 사살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당시 학생들은 미국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것에 대해 닉슨 대통령이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를 발표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전체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면서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수백개 학교에서 8백만 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고, 이로 인해 전국적인 휴교가 진행이 되고 미국의 여론도 크게 분열되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1960년대 말의 사회적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침묵하는 다수"의 보수적인 미국인들의 지지를 얻어서 대통령이 되었지만, 지지자들은 곧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닉슨은 1974년 여러 가지 정치적인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리하게 도청을 하던 것이 발각되고, 그의 정직성에도 큰 흠집을 남기는 소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중도에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석유파동과 1978년의 스리마일섬의 원자력발전소의 노심용융에 의한 핵연료 누출 사고 등으로 인한 반핵 운동 등이 나타나면서 자원을 보호하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새로운 시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쟁 이후 엄청난 성장과 발전에도 대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빠른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석유와 일자리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새롭게 등장한 중산층들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대항문화(counter-culutre)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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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 에이지의 스토리라인


브론즈 에이지의 가장 유명한 스토리라인 몇 가지를 살펴보자. 1979년 아이언맨의 "Demon in a bottle" 에피소드는 현재까지도 명작 스토리 중 하나로 꼽힌다. 쉴드(S.H.I.E.L.D)가 국가 보안을 이유로 스타크 기업을 인수하려 하자 이에 상심한 토니 스타크가 고민하며 해외출장길에 오른다. 그러면서 비행기에서 마티니를 계속 마셨는데, 하늘에서 탱크가 날아와 비행기의 날개를 부수게 된다. 이에 아이언맨으로 변해 여객기를 구한 토니 스타크는 네이머(Namor)가 탱크를 집어던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이머와 싸우게 되는데, 너무 마티니를 많이 마신 탓에 순발력이 떨어져 네이머에게 밀려 바닷 속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아이언맨 수트의 작동이 정지해 익사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를 네이머가 구조를 한다. 알고 보니 진짜 악당은 자신에게 정보를 알려준 군인인 척하던 인물들 임을 알게 되어 네이머와 싸우고 이들을 처리한 뒤에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다시 수트가 오작동한다. 그러나, 수트를 아무리 조사해도 문제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후 스토리 진행과정에서도 수트가 자꾸 오작동을 하여 급기야는 외교관을 살해하기도 하자 결국 수트를 압수당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기 위해 수트없이 캡틴 아메리카에게 무술을 조금 배우고 앤트맨에게 얻은 힌트를 통해 진상을 알기 위해 모나코로 간다. 알고 보니 저스틴 해머라는 악당이 스타크 기업을 몰락시키기 위해 아이언맨 수트를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던 것 ... 모든 것을 알게 된 토니는 탈출해서 수트를 조작하는 기계를 파괴한 뒤, 몰래 가져온 보조용 수트를 입고 악당들을 물리친다. 이후 결국 아이언맨의 누명은 풀리지만 거리의 소녀가 자신을 살인자라고 부르는데 충격받아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베서니와 자비스와의 관계도 악화된다. 토니의 알콜중독 증세를 보다못한 베서니는 자비스의 노력이 후반부를 장식한다. 이 에피소드는 전형적인 스토리도 들어가 있지만, 토니 스타크가 알콜 중독을 이겨내려는 모습을 진지하면서도 가슴에 와닿게 다룬 후반부의 내용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언제나 장난꾸러기같고 가벼워 보이던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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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알콜 중독 스토리와 연관되어 또 한 가지 중요했던 것은 코믹스에 대해 윤리강령을 강요했던 만화검열위원회(Comics Code Authority)의 지시에 대해 스탄 리가 반기를 꾸준히 들었다는 점이다. 만화검열위원회는 코믹스에 약이나 술과 같은 것들의 등장을 아예 금지시켰고, 이에 대해 스탄 리는 1971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96권부터 98권에 걸쳐서 해리 오스본(Harry Osborn)이 약물을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는 큰 히트를 하게 되고, CCA는 할 수 없이 이것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그려진다면 약물이나 술 등이 작품에 등장해도 좋다고 윤리강령을 수정하게 된다. 그린 랜턴 / 그린 애로우 85권에서도 그린 랜턴과 함께 하는 스피디(Speedy)가 헤로인을 투약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브론즈 에이지에서 가장 중요했던 스토리라인 상에서의 사건은 그웬 스테이스(Gwen Stacy)의 죽음이다. 그린 고블린과의 대결 과정에서 다리에서 던져진 그웬 스테이시를 구하려고 스파이더맨이 그물을 쏘았으나, 그물에 걸린 반동으로 그녀의 목이 꺾여서 죽고 만 것이다. 어찌보면 황당하다 할 수 있는 이 스토리에 1970년대의 분위기가 묻어있다. 비록 선한 의도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 결과가 실패이거나, 심지어는 더 나쁜 상황을 몰고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스토리는 그 때까지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던 코믹스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팬덤(fandom)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 작품은 당시까지 천편일률적이었던 수퍼히어로 독자층이 다양화되고 보다 커다란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제 무결점의 수퍼히어로의 시대는 갔다. 일부는 알콜중독자 또는 약물중독자이고, 일부는 실수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되기도 하며, 동료들과 싸우거나 사기를 치기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수퍼히어로라는 스토리라인에 보다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과 관련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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