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세상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과 문화, 그리고 해당 지역사회의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해되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인간 분변의 처리에 대한 방법도 상황에 따라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법을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그냥 우리의 방식만을 알려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인간의 분변의 처리와 관련한 부분이다. WWAP(World Water Assessment Program)에 따르면 현재 85% 정도의 분변이 아무런 처리도 없이 분변트럭에 의해 수집이 되어 바닷가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 그냥 버려지고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콜래라 등의 각종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매년 180만 명에 이르며, 수년 전 대지진으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아이티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이 문제이다. 아이티에서도 결국 해결책은 미국의 간단한 변기기술을 가진 회사에서 분변을 분리수집하고 여기에 사탕수수 줄기를 섞어서 퇴비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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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의 경우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배관 등을 이용해서 분변을 처리할 수 있는 정화조로 모이게 한 뒤에 여기에서 처리를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나라에서는 이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 전 세계의 다양한 기금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행이 되었고, 실제로 이런 기금을 이용해서 이미 아프리카 곳곳에 정화조와 여기에 모인 분변을 처리할 수 있는 플랜트들이 건설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동작하지 않는다는 거다. 펀드가 일단 끊기면,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댈 수 없다. 선진국들은 이것이 일종의 공유재이자 사회간접자본이므로 처리비용을 세금과 유사한 형식으로 각각의 가구에서 걷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의 생계가 어려운 아프리카의 가구에서 이를 처리할 비용을 세금과 유사한 형태로 걷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은 아직도 땅을 판 변소에 분변이 가득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설 분변트럭을 불러서 수십 달러 정도의 비용을 주고 거두어 가도록 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분변트럭들은 이렇게 모은 분변들을 특정 지역에 가서 쏟아놓고 오는 방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현대적인 분변처리 플랜트들은 제대로 쓰여지지 않고 버려지고 마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Waste Enterprisers 라는 회사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법을 들고 나왔다. 인간의 분변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분변을 모으고, 여기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현재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발상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선진국에서의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렵고, 현재의 시스템을 뒤엎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진들과 게이츠 재단, 그리고 스위스연방 해양과학기술연구소(Swiss Federal Institute of Aquatic Science and Technology)와 함께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했는데, 현재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방법들은 크게 3가지이다. 연구에 필요한 자금은 게이츠 재단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컬럼비아 대학과 콰미음크루마과학기술대(Kwame Nkrum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개발한 분변 슬러지에서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정화조의 분변들에 비해 이곳의 분변은 물과 함께 수집되지 않고, 변소에서 수집되고 버려진 지역에서 증발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농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은 연료로 이용되는데 큰 장점이 된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현재 놀랍게도 이 기술로 뽑아내는 바이오 디젤은 갤런 당 $3.5 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생산이 되는데, 이는 가나에서 판매되는 일반 디젤의 가격보다 약간 낮기 때문에 충분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기름 값이 현재와 같이 증가한다면 더욱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방법은 석탄과 유사하게 산업용으로 열을 내는 원료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이미 일본이나 중국,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아프리카의 분변 슬러지보다 수분이 많은 분변을 가지고도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로(cement kiln)의 원료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상용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분변의 특성이 더욱 쉽게 연료화가 될 수 있고, 현재 마른 장작과 석탄 중간 수준의 열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세 번째 방법은 어장을 만드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방법은 이미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정화조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정화조의 상층부의 물을 연달아서 희석하면 수질이 메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옅어지게 되는데, 여기에 메기를 기른다. 분변의 독이 물고기를 죽인다면 이미 연속된 정화조의 자연희석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되려 물고기가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물이 많이 정화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양식된 물고기를 판매할 수 있다면 또다른 수익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의 역할은 지역과 시간에 따라 다르다.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보다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고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보다 열린 마음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Waste Enterpriser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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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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