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뇌리에 박힌 한편의 강의

1972년 스티브 잡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포틀랜드 오레곤에 위치한 리드대학(Reed College) 물리학과에 입학합니다.  그런데, 그는 단 한 학기만 다니고 학교를 그만둡니다.  그것은 자신을 양자로 들이는 조건으로 내세웠던 대학교육을 위해서 양부모들이 모아둔 저축을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한 학기 만에 다 썼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 사실을 양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빌붙어 살면서 2년간 자신이 원하는 여러 수업을 들으러 다닙니다.  그 중에서 그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친 강의가 있었으니, 바로 서체 디자인(calligraphy) 입니다.  후에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설을 할 때에 대학시절 수강한 서체 디자인 강의에서 듣고 느꼈던 모든 것을 10년 뒤 매킨토시에 구현하면서 전자출판 혁명으로 이끌었다고 고백할 정도였으니, 그 학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그가 대학에서 중퇴하지 않았다면, 학교에서 지정하거나 졸업에 필요한 강의를 위주로 들었을 것이며, 마음이 끌리는 강의를 듣지 못했을 것이기에 오늘날의 스티브 잡스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처럼 엔지니어라고 하기에는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커다란 열정을 가진 독특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디자인 서체 강의를 도강하면서 서체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어갔으며, 그 서체 속에 숨어있는 역사와 세상의 일부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가 스탠포드에서 행한 짧은 14분 남짓되는 연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그의 인생의 열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꼭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글자막이 없어서 아쉽습니다만, 여력이 되신다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문자막이 있는 영상 임베딩합니다.

 


아타리 컴퓨터를 찾아간 기인

1974년 스티브 잡스는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와서 배짱좋게 당시 실리콘 밸리 최고의 성공가도를 달리던 아타리(Atari)의 문을 두들깁니다.  놀란 부쉬넬이 창업한 아타리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게임으로도 유명한 퐁(Pong)의 대성공으로 세계적인 벤처기업으로 성장 중이었습니다.  이 게임에 매료된 스티브 잡스는 무작정 아타리의 직원이 되고 싶었다고 합니다.

1974년 가을 아타리를 찾아간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냄새나는 수염투성이에 장발을 한 더러운 히피(hippie)의 모습 그대로 였다고 전해집니다.  회사의 경비원은 무작정 회사를 찾아와 높은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는 스티브 잡스를 보고, 부랑자가 찾아왔다면서 쫓아내려고 했지만, 당시 아타리의 경영진으로 일하고 있었고, 퐁의 게임 디자이너였던 앨런 알콘(Allan Alcorn)은 18세의 스티브 잡스가 HP에서 일했고,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해박한 것을 알게 되어 시간 당 $5 달러에 동전을 넣는 당시의 게임기를 고치는 일에 투입할 요량으로 즉석에서 채용을 결정합니다.  

이 때가 1974년 5월로, 스티브 잡스는 잘 나가는 아타리의 40인의 직원 중의 하나가 됩니다.  그러나, 언제나 맨발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른 직원들의 일에 간섭을 하고 이상한 말만 하고 다니는 스티브 잡스는 회사의 기피인물 1호가 되어 버립니다.  이에 앨런 알콘은 하는 수 없이 거의 아무도 없는 저녁 시간에만 스티브 잡스가 나와서 일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하는 일은 주로 아타리의 엔지니어들이 만들어 놓은 디자인을 약간씩 변형하는 것이었는데, 회로를 일부 추가하거나, 다른 소리를 집어넣거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야간에 아타리라는 회사에서 스티브 잡스와 희희낙낙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괴짜 스티브 워즈니액입니다.  HP의 엔지니어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던 스티브 워즈니액 역시 아타리의 광팬으로, 심지어는 아타리의 퐁 게임을 자기 마음대로 디자인해서 만든 자신만의 퐁 게임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밤마다 스티브 워즈니액을 아타리 본사로 불러들인 스티브 잡스는 그의 실력을 동료들에게도 자랑을 하였습니다.  스티브 워즈니액의 재능을 알아본 앨런 알콘은 그를 아타리에 스카웃하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꿈인 전자계산기를 HP에서 만드는 일에 만족하고 있었던 스티브 워즈니액은 그 제의를 거절합니다.

그렇지만, 스티브 잡스를 따라 밤마다 아타리를 찾아서 여러가지 일을 같이 (아니 거의 스티브 워즈니액이 도맡아 해결했다고 합니다) 해결하였는데, 이렇게 어려운 일들을 쉽게 해결을 하자 아타리의 창업자인 놀란 부쉬넬까지 스티브 잡스를 주목하게 됩니다.  6개월 정도 아타리에서 일을 하던 스티브 잡스는 대학시절부터 심취해 있던 인도로의 영혼 여행을 떠나기 위해 회사의 수뇌부들에게 자신에게 인도여행을 보내줄 것을 요구합니다.  신참내기 직원의 황당한 요구에 당황한 앨런 알콘과 놀란 부쉬넬은 때마침 독일에서 터진 아타리의 게임기 문제를 독일에서 해결한다면 인도로의 여행을 허락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바로 짐을 싸서 독일로 날아가서 단 2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리드 대학을 다닐 때부터 친구였고, 동시에 향후 애플에서 같이 일을 하게 되는 댄 콧케(Dan Kottke)와 함께 6개월간의 인도 여행을 시작합니다.  다행히 독일에서의 문제는 앨런 알콘이 예상했던 것과 동일했고, 여행을 떠나기 전 앨런에게 고치는 법을 배웠던 스티브 잡스는 별다른 어려움없이 수리를 마칩니다.

스티브 잡스의 인도여행은 그의 기대대로 종교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가난하고 불행하게 사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최소한의 물질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 때부터 세상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부가 필요하다는 결심을 한 스티브 잡스는 아타리로 복직을 하는데, 그 때에는 과거의 히피 스타일을 버리고 깨끗하게 삭발과 면도를 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앨런 알콘은 그를 다시 과거와 같이 밤에 일을 시키면서 동시에 친한 친구이자 스티브 잡스의 집에서 같이 살던 댄 콧케에게도 일을 맡깁니다.  


전설의 벽돌깨기 게임의 탄생

이 시기에 아타리는 회사의 여러 게임 프로젝트들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 때 아타리는 원가절감과 함께 벽돌깨기(Breakout) 게임의 디자인과 프로토타입에 대한 사내 아이디어를 수집하면서 하나의 TTL 칩(Transistor-Transistor Logic, 당시 아케이드 게임 대부분에 이용되던 칩)을 줄이는 아이디어에 돈을 겁니다.  보통 하나의 게임에 130~170개 정도의 칩이 들어갔는데, 아타리의 목표는 70~100개 정도로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지원을 해서 사내계약을 따내고, 벽돌깨기 게임의 스펙을 받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믿는 구석인 스티브 워즈니액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일이었고, 아타리에서 약속받은 금액은 50개의 칩 이하로 설계하면 $700 달러, 40개 이하로 만들면 $1000 달러 였지만 스티브 워즈니액은 $700 달러의 반을 받고 보너스는 없는 것으로 합의를 합니다.  그런데, 훗날 스티브 워즈니액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 아타리에서는 4일로 시간을 제한한 적이 없었는데, 스티브 잡스가 임의로 설정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스티브 워즈니액은 4일 밤을 새면서 손으로 게임보드의 프로토타입을 거의 완성합니다.  워즈니액은 TTL 칩의 수를 46개까지 줄이는데 성공을 하였고, 이들의 성과에 감명을 받은 아타리의 경영진들은 스티브 잡스에게 $5,000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였고,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액에게 원래 약속한 $350 달러만을 주고 오레곤으로 몇 달간의 휴가를 떠납니다.

그런데, 스티브 워즈니액의 디자인은 워낙 컴팩트하고 손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당시의 기계와 아타리의 엔지니어들로서는 양산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들다시피한 이 게임은 워즈니액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많이 수정해서 1976년에야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게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히트작 중의 하나로 남게 됩니다.





참고자료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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