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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금속이나 플라스틱, 실리콘 반도체 등의 답이 돌아올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기기 대부분이 IC(Integrated Chip)로 대별되는 반도체 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런 마이크로 칩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전자의 형태로 전송하고 이를 처리하는 것이 디지털 컴퓨팅이라는 것은 이제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계산을 잘 하는 사람들을 컴퓨터라고 하였고,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 이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하버드 대학의 천문학과 관련한 학문을 이끌면서 별들의 분광분석을 통한 이론을 정립한 에드워드 찰스 피커링(Edward Charles Pickering)은 심지어 계산을 잘하는 여성 컴퓨터들을 고용하면서 피커링의 하렘(Pickering's Harem)을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컴퓨터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다. 비록 인공지능과 인지컴퓨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컴퓨터는 실리콘과 금속 기반의 어떤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계산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이런 것들도 모두 컴퓨터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최근 아날로그적인 빛이나 신경, 세균 등을 이용한 새로운 컴퓨팅에 대한 연구들이 조금씩 각광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일찌기 노버트 위너나 클로드 섀넌과 같은 정보이론의 창시자들도 생물과 신경의 피드백 구조 등에서 많은 것을 이론화하였고, 이것이 컴퓨터 과학의 꽃을 피웠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이나 생물학적 컴퓨팅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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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새와 벌들에게서 배우는 무리 지능 


컴퓨팅과 관련한 연구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 생물로는 개미를 꼽을 수 있다. 개미들의 집단행동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관심을 처음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한 마리의 개미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이들이 콜로니(colony)를 구성하고 나면 복잡한 둥지를 짓고, 음식을 관리하고 채우는 등의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마르코 도리고(Marco Dorigo)와 같은 연구자들이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이를 무리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도리고 박사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어떻게 그들의 둥지에서 음식물에까지 이르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내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단순한 문제인 것 같지만,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것은 컴퓨터 과학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인 문제이면서, 노드와 네트워크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점점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개미들은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일단 음식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른 개미들이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페로몬을 떨어뜨린다. 페로몬을 감지하고 모여든 개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페로몬의 양은 많아지고, 개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보다 명확해진다. 페로몬은 휘발성이 있어서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일단 모든 음식을 모은 뒤에는 금방 길이 없어진다. 이러한 휘발성 때문에 만들어진 길 중에서도 거리가 먼 길보다는 짧은 길이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짧은 길이 선택되는 것이다. 1992년 도리고 박사 그룹은 ACO(Ant Colony Optimisation, 개미 콜로니 최적화)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 알고리즘은 특정 지역에 페로몬을 뿌리면서 돌아다니는 개미들의 그룹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이후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다. 특히 유명한 것이 스위스의 수퍼마켓 체인인 미그로스(Migros)와 이태리 최고의 파스타 메이커인 바릴라(Barilla)의 물류시스템에 적용한 것으로 이들은 중앙의 창고에서 각각의 소매점에 이르는 최적의 배달경로를 찾는데 AntRoute 라는 솔루션을 활용하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유렵에서 무리지능과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IDSIA(Dalle Molle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in Lugano) 연구소에서 분사하여 만든 AntOptima 에서 개발한 것으로, 매일 아침 이 소프트웨어의 개미들은 물류창고에 남아있는 재고량과 목적지, 그리고 현재 사용가능한 화물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최적의 경로를 찾아서 제시한다. 1,200개의 트럭의 움직임을 총괄지휘하는 이 소프트웨어가 전체 경로를 만들어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도리고 박사 팀은 AntNet 이라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기도 하였는데, 이 프로토콜은 정보의 패킷들이 노드와 노드 사이를 넘어다닐 때 자신들의 여정의 질(quality)에 대한 약간의 흔적을 남기고, 다른 정보 패킷들이 이 흔적을 인식하여 자신들의 라우팅 여정을 적절하게 수정한다. 

무리지성과 관련한 또 하나의 연구로, 제임스 케네디(James Kennedy)와 러셀 에버하트(Eberhart)가 1990년대 중반에 발명한 PSO(Particle Swarm Optimisation)라는 것이 있다. 이들은 발코니에 새들 먹이를 주면 첫번째 새가 이를 발견하고 날아든 뒤에, 머지않아 수많은 새 떼가 모여드는 것에 착안하여 인공의 새들이 무작위적으로 날아다니다가 먹이를 발견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을 살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가 현재는 650개가 넘는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데, 영상이나 비디오 분석, 안테나 디자인, 심지어는 의학에서의 진단시스템과 기계의 고장분석 등에도 이용된다. 

이태리 ICST(Institute of Cognitive Sciences and Technologies)의 비토 트리아니(Vito Trianni) 박사는 벌들이 최적의 벌집을 짓기 위해 탐색을 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행위와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벌들의 경우 일단 각자가 흩어져서 좋은 자리를 탐색하다가 좋은 위치가 발견되면 벌집으로 돌아와서 춤을 추면서 다른 벌들을 모은다. 자리가 좋다고 판단되면 춤을 더 오래추면서 더 많은 벌들을 모은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벌들의 모임이 일정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나머지 모든 벌들이 모여서 새로운 벌집을 짓기 위해 날아간다. 이런 과정은 인간의 뇌의 신경세포들을 벌들로, 춤을 추는 행위를 전기자극으로 치환하여 생각하면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를 일부에서는 무리인식(swarm cogni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슬라임/곰팡이 컴퓨팅


웨스트잉글랜드 대학(University of West England)의 앤디 아다마즈키(Andy Adamtzky) 교수는 다양한 물질들로 컴퓨팅이 가능한 기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피사룸(Physarum)이라는 슬라임 곰팡이를 이용한 컴퓨터이다.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 슬라임 곰팡이들은 수백 만개에 이르는 독자적인 세포들이 융합해서 커다란 개체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슬라임 곰팡이들이 음식을 찾을 때에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위치를 절묘하게 찾아가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을 잘 활용하면 슬라임 곰팡이들은 복잡한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다마츠키 교수는 이런 특징을 활용한 피사룸 칩을 구상하고 있다. 정보의 채널로서 컨덕터가 코팅된 튜브와 슬라임 몰드가 결합된 형태의 이런 칩이 전통적인 전자 칩과 연계된 하이브리드 칩으로 발전할 경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피사룸을 이용해서 스페인의 복잡한 교통문제나 일본 동경의 지하철에 적용한 연구 등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런 과정을 녹화한 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하였다. 아래에 임베딩한 비디오는 이베리아 반도의 형태를 아가 플레이트로 만든 것에 슬라임 곰팡이가 자라면서 도로망의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다마츠키 교수와 제프 존스 교수는 이런 결과에 바탕을 두고 화학적인 유혹(chemical attraction)을 바탕으로 하는 슬라임 곰팡이들의 행위를 컴퓨팅 모델로 정의해서 프로그램 규칙을 만들었다. 슬라임 곰팡이가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해석되어 적절한 위치에 뿌려진 화학물질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아래 참고자료에 링크된 arXiv에 "Computation of the Travelling Salesman Problem by a Shrinking Blob" 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공개되었는데, 복잡한 수학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DNA 컴퓨팅


생명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DNA 역시 생물학적 컴퓨팅에 있어 단골로 등장하는 녀석이다. 이미 DNA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중요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비교적 낯설지는 않지만, 실제 DNA를 이용한 컴퓨팅에 대해서는 비교적 최근에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들이 발표한 DNA 기반 컴퓨팅과 관련한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from Science.com



이 연구진들은 DNA와 단백질을 이용해서 트랜지스터와 같은 논리회로를 구성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은 이런 역할을 하는 소자를 트랜스크립터(transcriptor)라고 명명하였다. 위의 그림에서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보이는 버퍼들이 게이트의 역할을 한다. A, C, T, G의 4가지 염기를 적절하게 합성해서 마치 트랜지스터와 같은 논리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험적으로는 다양한 효소들을 이용해서 DNA와 RNA의 활동을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AND, NAND, OR, XOR, NOR, XNOR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아직 간단한 단위만 구성한 수준이므로 이들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스탠포드 연구진들은 식물들에 트랜스크립터를 이식해서 환경을 감시한다거나 인간의 몸에 삽입해서 다양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나리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컴퓨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한 성취를 만들어가는 사례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융합적인 사고와 시도는 컴퓨터의 미래도 바꾼다.



참고자료


Computers Made Out of DNA, Slime and Other Strange Stuff

Riders on a swarm

Computation of the Travelling Salesman Problem by a Shrinking Blob

Amplifying Genetic Logic G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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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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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은 기본적으로 집단생활을 하며, 협업에 충실하게 길들여진 동물들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 마리가 먹이를 찾으면, 바로 다른 개미들이 모여들어서 먹이를 잘라서 자신들의 둥지로 가져간다.  너무나 질서정연하게 가져가는 모습이 독특한데, 이 행열을 인위적으로 흐뜨리면 잠시 길을 잃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내 재조직화를 해서 다시 질서정연하게 먹이를 나르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에 특별한 대장이나 감독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수의 개체가 마치 하나의 개체처럼 움직인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개미들의 행동에서 배우는 리더십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서 이미 한 차례 개미와 인공지능 관련한 글은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으니, 해당 글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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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개미들의 집단행동의 기전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기본적으로 각각의 개체들에 대한 신뢰가 존재한다. 누군가가 나를 도울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그게 비록 본능일지라도) 없다면 개미들의 행동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를 중심으로 개미들의 리더십을 간단히 요약하면,

  • 개미들은 하나의 팀으로 일한다: 팀을 만들고, 전문가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일한다.
  • 개미들은 서로를 신뢰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신뢰하지 못하면 협업하기 힘들다.
  • 개미들은 개방적이다: 개방된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가 이를 다른 개미들에게 알리면, 모두가 몰려들어 서로를 돕는다.
  • 개미들은 서로 다른 크기의 파트너들이다: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개미들이 협업을 한다. 내가 할 수 없다면 다른 팀 멤버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능력에 따라서 ...
  • 개미들은 부지런하고 집중력이 좋다: 팀이 일을 할 때에 비록 속도는 느리더라도 부지런하고, 특정한 목표를 향해 집중력있게 일을 해 나가야 한다.
  • 개미들은 재조직화를 한다: 개미들은 상황에 따라 다시 조직화를 한다. 새로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기존에 잘 되지 않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실 개미와 같은 집단행동을 하는 동물들에서 배우는 기획, 군사전략, 비즈니스 경영에 대한 글은 피터 밀러(Peter Miller)가 "The Smart Swarm" 이라는 책을 통해서 더욱 자세하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은 그룹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서로에게 의지해서 생존을 한다.  괜히 고대의 우화에 개미들이 언급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가능한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이들이 서로를 신뢰하게 만들며,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면 무수한 성공의 기회가 올 수 있다.  나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재화를 소개하고, 판매하고, 사용하는 모든 이들과의 소통과 신뢰의 구축을 통해 강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좋은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이 성공을 한다면 결국 사회 전체에게 이득이 되는 것에 일조를 한 셈이 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가능한 아는 것을 많이 풀어 놓고, 서로 이야기를 하며 미래를 같이 만들어가는 문화가 앞으로 더욱 활발해 지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The Leadership Lessons of Ants by Ndubuisi Ekek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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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관련한 연구들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 중에서 개미의 집단행동에 기반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 분야에서는 약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개미들의 집단행동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관심을 처음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입니다.  한 마리의 개미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이들이 콜로니(colony)를 구성하고 나면 복잡한 둥지를 짓고, 음식을 관리하고 채우는 등의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마르코 도리고(Marco Dorigo)와 같은 연구자들이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이를 무리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합니다. 

도리고 박사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어떻게 그들의 둥지에서 음식물에까지 이르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내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문제인 것 같지만,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것은 컴퓨터 과학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인 문제이면서, 노드와 네트워크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점점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개미들은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일단 음식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른 개미들이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페로몬을 떨어뜨립니다.  페로몬을 감지하고 모여든 개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페로몬의 양은 많아지고, 개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보다 명확해 집니다.  페로몬은 휘발성이 있어서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일단 모든 음식을 모은 뒤에는 금방 길이 없어집니다.  이러한 휘발성 때문에 만들어진 길 중에서도 거라기 먼 길보다는 짧은 길이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짧은 길이 선택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페로몬의 이런 휘발성이 개미들 각각의 제한된 지성(limited intelligence)이 증폭될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디지털 개미와 새의 활약

1992년 도리고 박사 그룹은 ACO(Ant Colony Optimisation, 개미 콜로니 최적화)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특정 지역에 페로몬을 뿌리면서 돌아다니는 개미들의 그룹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이후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유명한 것이 스위스의 수퍼마켓 체인인 미그로스(Migros)와 이태리 최고의 파스타 메이커인 바릴라(Barilla)의 물류시스템에 적용한 것으로 이들은 중앙의 창고에서 각각의 소매점에 이르는 최적의 배달경로를 찾는데 AntRoute 라는 솔루션을 활용하였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유렵에서 무리지능과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IDSIA(Dalle Molle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in Lugano) 연구소에서 분사하여 만든 AntOptima 에서 개발한 것으로, 매일 아침 이 소프트웨어의 개미들은 물류창고에 남아있는 재고량과 목적지, 그리고 현재 사용가능한 화물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최적의 경로를 찾아서 제시합니다.  1,200개의 트럭의 움직임을 총괄지휘하는 이 소프트웨어가 전체 경로를 만들어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한, 도리고 박사 팀은 AntNet 이라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기도 하였는데, 이 프로토콜은 정보의 패킷들이 노드와 노드 사이를 넘어다닐 때 자신들의 여정의 질(quality)에 대한 약간의 흔적을 남기고, 다른 정보 패킷들이 이 흔적을 인식하여 자신들의 라우팅 여정을 적절하게 수정합니다.  이 방법을 적용해서 통신 네트워크에 사용해본 결과 기존의 어떤 라우팅 프로토콜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는데, 특히 특정 노드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패킷이 늘어나면서 정체가 일어나는 구간이 생겼을 때 이를 우회하는 등의 통신망 전체의 안정성이 커졌습니다.  이런 연구결과에 여러 통신회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새로운 라우팅 프로토콜을 채택할 경우 너무나 많은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실제로 광범위한 표준화와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무리지성과 관련한 또 하나의 연구로, 제임스 케네디(James Kennedy)와 러셀 에버하트(Eberhart)가 1990년대 중반에 발명한 PSO(Particle Swarm Optimisation)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들은 발코니에 새들 먹이를 주면 첫번째 새가 이를 발견하고 날아든 뒤에, 머지않아 수많은 새 떼가 모여드는 것에 착안하여 인공의 새들이 무작위적으로 날아다니다가 먹이를 발견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을 살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가 현재는 650개가 넘는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데, 영상이나 비디오 분석, 안테나 디자인, 심지어는 의학에서의 진단시스템과 기계의 고장분석 등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벌들의 댄스와 인간의 뇌

이태리 ICST(Institute of Cognitive Sciences and Technologies)의 비토 트리아니(Vito Trianni) 박사는 벌들이 최적의 벌집을 짓기 위해 탐색을 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행위와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벌들의 경우 일단 각자가 흩어져서 좋은 자리를 탐색하다가 좋은 위치가 발견되면 벌집으로 돌아와서 춤을 추면서 다른 벌들을 모읍니다.  자리가 좋다고 판단되면 춤을 더 오래추면서 더 많은 벌들을 모읍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벌들의 모임이 일정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나머지 모든 벌들이 모여서 새로운 벌집을 짓기 위해 날아갑니다.  이런 과정은 인간의 뇌의 신경세포들을 벌들로, 춤을 추는 행위를 전기자극으로 치환하면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이를 일부에서는 무리인식(swarm cognitio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의 뇌를 거대한 벌떼와 같이 신경세포의 무리로 보면 실제로 우리의 생각이나 인지, 심지어는 의식이나 추상적인 추론 등도 신경세포들의 상호작용이 모여서 이것이 일종의 패턴으로 동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지능'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를 내렸습니다.  지능을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본다면 컴퓨터는 분명 매우 높은 지능을 가진 기계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인공지능 연구는 대체로 하나의 개체(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지능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되었습니다.  사람의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개체를 만들겠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체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정보(Information)가 교환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사물을 바로 보는 시각 등 많은 것들을 주고 받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해당하는 것이 개입을 하게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변형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지능으로 이어질 때 외부환경의 다양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능은 개체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으로, 과거의 컴퓨터 과학에서는 이런 변형을 전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힌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시각으로 인터넷과 웹을 바라본 시각으로 시냅틱 웹(synaptic web)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터넷과 웹을 인간의 뇌의 구조와 연결을 시켜보는 것으로, 무리인식이 개미 등의 자연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양상을 우리의 뇌에 적용한 것에 비해, 시냅틱 웹은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으로 웹의 발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정리를 한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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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각의 변화는 단순히 컴퓨터 과학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정치, 문화 환경도 이와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일정한 방향성을 찾아내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것에 있어서 소통의 인프라도 부족하였고, 무질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효율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지배하는 리더십과 강력한 밀어붙이기 등에 의해 지배가 되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모두 각각의 신경세포이자 개미들과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규모로 참여할 수 있는 도구가 주어진 시점에서는 이런 과거방식의 정치나 문화가 인류전체의 발전에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방식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은 역사의 발전에 대해 보다 겸허하면서도 발전적인 고민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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