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wlett and Packard (from Wikipedia)


IT 삼국지, 1984년 이후의 상황은 애플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PC 호환기종의 독주로 들어가게 되며, 구글은 아직 등장하지 않는 시점이기에 이들 간의 치열한 경쟁보다는 주변기기를 중심으로 한 중견 회사들의 약진이 더욱 눈에 띕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IT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는 못했지만, 역사로는 3개 회사보다 더 오래되었고, 현재도 세계 최대의 PC 메이커 중의 하나로 군림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오늘날의 IT 기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에 일조를 한 HP(Hewlett-Packard)를 주인공으로 소개할까 합니다.


실리콘 밸리 벤처의 원조

HP의 공동 창업자인 빌 휴렛(Bill Hewlett)과 데이브 패커드(Dave Packard) 는 1935년 스탠포드 대학의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자신들의 은사였던 프레데릭 터만(Frederick Terman)과 함께 1939년 데이브 패커드의 집 차고에서 회사를 시작합니다.  이 때 초기 자본금이라고는 딸랑 $538 에 불과하였습니다.  HP는 1947년 8월 18일 주식회사가 된 이후, 1957년 11월 상장을 하며 오늘날 IT를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HP는 초기에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전자관련 부품 및 장비들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각종 테스터기와 전자계산기가 특히 유명하였습니다.  초기에 가장 유명했던 제품은 오디오 오실레이터라는 장비였는데,이 장비는 월트 디즈니가 구매를 해서 영화 판타지아(Fantasia)를 상영할 영화관의 음향 시스템을 점검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HP 가 실리콘 밸리의 상징으로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 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실리콘은 반도체의 원료이며, 이와 가장 부합되는 회사는 1957년 설립된 페어차일드(Fairchild) 반도체 였습니다.  HP는 1960년 이렇게 개발되는 반도체 칩을 이용해서 새로운 장비를 만드는 일을 내부적으로 처음 시작합니다.  기존의 진공관을 이용하던 장비에도 사용했지만, 계산기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HP는 1960년대에는 일본의 소니(Sony)와 요코가와전기(Yokogawa Electric)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재미있는 제품들을 몇 가지 만들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HP 가 독자적으로 컴퓨터 산업에 뛰어든 것은 1966년 입니다.  HP는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의 미니컴퓨터를 가지고 몇 차례 실험을 하다가, 독자적인 컴퓨터를 만들기로 하고 만든 컴퓨터가 HP 2100 / HP 1000 미니컴퓨터 시리즈입니다.  대형 히트작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는 20년간 제작이 됩니다.  그 이후 미니컴퓨터와 비즈니스 컴퓨터 서버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 시장에서 꾸준한 제품을 선보이던 HP는 작은 내장형 디스플레이 위주의 터미널 컴퓨터를 통해 가스펌프와 은행의 ATM 기기 등에 널리 쓰이는 기종을 판매하기도 하였는데, 이 컴퓨터는 비록 내장된 것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이름을 날릴수는 없었지만, 놀랍게도 세계최대의 컴퓨터 벤더였던 IBM을 판매수량 면에서 추월하기도 하였습니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개인용 PC, HP 9100A

이와 같이 최고의 컴퓨터 기업 중의 하나로 성장한 HP는 Wired 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세계 최초로 양산형 개인용 PC를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HP 9100A 입니다.  1968년에 소개된 이 제품은 고객이 컴퓨터는 IBM라는 인식이 강했던 탓에, PC라는 이름 대신에 데스크탑 계산기(desktop calculator)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기술적으로는 CRT 디스플레이와 CPU와 보드, 마그네틱 카드 저장장치와 프린터 등을 갖춘 개인용 컴퓨터였고 가격은 $5,000 달러 정도로 다소 비쌌습니다.  

이렇게 앞서나가는 기술력을 가진 HP 였기에, 애플의 공동창업자였던 스티브 워즈니액이 이 회사를 사랑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티브 워즈니액은 HP와 일을 하면서 스티브 잡스와 창업을 한 뒤에 애플 I 을 만들고, HP에 들고 가서 이 컴퓨터를 팔아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지만 HP에서 자신들은 과학과 비즈니스, 산업시장에 있는 회사라 아직은 개인용 컴퓨터는 생산해서 판매할 생각이 없다고 거절하였다고 합니다.

HP는 특히 세계 최고의 과학용 계산기 회사로 유명했습니다.  수많은 모델 들이 있었는데,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고급기종들의 경우 많은 과학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HP는 마치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친구와도 같은 회사였고, 회사의 임직원들도 그런 평가를 즐거워 하였습니다.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친구들을 만드는 회사

1984년 HP는 데스크탑용 컴퓨터를 위한 잉크젯과 레이저 프린터를 최초로 상용화 합니다.  이 당시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던 시기로, 무수한 IBM-PC 호환기종들이 출시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스캐너 기술도 개발을 해서 최초로 상용화를 하였고, 팩스와 복사기 기능이 통합된 복합기라는 개념을 도입한 제품도 세계최초로 내놓게 됩니다.  현재도 HP는 이와 같은 컴퓨터의 친구에 해당하는 무수한 주변기기들에 있어 세계최고의 회사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과거 계산기와 공학용 테스터로 시작한 HP가 이제는 세계 최대의 PC 메이커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1990년대 들어 컴퓨터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HP는 1989년 아폴로 컴퓨터, 1995년 콘벡스 컴퓨터를 합병합니다.  1999년에는 HP의 컴퓨터 관련기기와 저장장치, 영상장치 등의 사업부분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분을 떼어내서 Agilent 라는 회사로 분사를 시키는데, 이 분사는 실리콘 밸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분사였습니다.  Agilent 역시 3만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거대한 회사로 과학기기와 반도체, 광학네트웍 장비와 테스트 장비, 무선사업과 관련한 R&D 제조능력을 갖춘 회사입니다.

1999년 7월 HP는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를 CEO로 선임합니다.  칼리 피오리나는 2002년 당시 최대의 PC 제조업체 중 하나였던 컴팩(Compaq)을 인수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보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닷컴 버블의 붕괴와 함께 HP의 실적이 악화되고 많은 종업원들을 해고하게 되면서 2005년 HP에서 퇴출되는 불운한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침에도 불구하고, 현재 HP는 2009년 델(Dell)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의 PC 메이커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컴퓨터 관련 주변기기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심에 서있지는 못했지만, HP는 오늘날 IT 세상을 만들어낸 가장 커다란 거인 중의 하나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후속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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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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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PC 케이스 디자인을 하고, 해당 사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서 과거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2009/03/11 - [하이터치 디자인의 시대] - BMW에서 만든 최첨단 PC 케이스


그런데, 정말 본격적으로 사업이 들어가면서 HP 케이스의 디자인을 맡았군요.  위의 사진은 HP에서 새로 내놓을 z800 이라는 워크스테이션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솔직히 지난 번 소개되었던 디자인들에 비해서는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참고로 BMW가 올해 CeBIT에서 내놓았던 디자인은 훨씬 낫습니다 (아래 사진).



어쨌든 이번에 출시되는 모델에는 Nehalem quad-core Xeon 5500 프로세서와 2개의 Nvidia Quadro 5800 그래픽카드, 196GB RAM 이 들어간다고 하니 엄청난 스펙이군요.  사진으로 보기에는 BMW 차량의 앞쪽 그릴의 형태만 따온 것 같은데, 겨우 이 정도 디자인을 뽑으려고 HP에서 BMW에게 거액의 디자인료를 로열티로 지불해야 한다고 하면 굉장히 배가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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