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선구자 밥 칸 from Wikipedia.org



인터넷의 상업화는 단지 사설 네트워크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기술을 구현한 다양한 상업적 제품들이 개발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초에 TCP/IP 프로토콜을 구현한 기업들이 수십 개 등장하였고, 이들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네트워킹을 구성하는 기관이나 기업들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솔루션을 판매하면서 네트워킹 프로토콜도 TCP/IP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것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SNA, DECNet, 네트웨어, NetBios 등이 있다. 이런 여러 기업들이 TCP/IP를 구현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TCP/IP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부족한 것도 한 몫을 하였다.


기업의 개발자들, 연구자들의 개방성에 감동하다

1985년 이런 문제를 인식한 댄 린치(Dan Lynch)가 IAB와의 협조를 통해 어떻게 TCP/IP가 동작하며,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교육하는 3일짜리 워크샵을 열게 되는데, 원하는 모든 벤더들은 참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워크샵의 연사들은 대부분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언제나 이용하는 DARPA의 연구 커뮤니티에서 초빙되었다. 250개가 넘는 벤더에서 참석하였고, 연사도 50명이 넘는 대규모 워크샵이었다. 워크샵이 끝나고 벤더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이런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너무나 개방적이고, 어떻게 동작시키고 만들면 되는지, 심지어는 무엇이 현재 문제인지에 이르기까지 남김없이 이야기해준 것에 감동을 받았다는 소회를 남겼다. 그리고, 연사들은 벤더들이 실제 필드에서 발견한 여러 문제점을 듣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개방된 분위기의 컨퍼런스와 튜토리얼, 설계 미팅과 워크샵, 스페셜 이벤트 등이 조직되어 2년 정도가 지나자 벤더들은 자신들이 구현한 TCP/IP 제품들을 가지고 모여서 어떻게 구현을 했는지 보여주고, 제품들 사이의 인터넷을 구성하는 등의 데모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1988년 9월 제품간의 상호운용성을 테스트하는 최초의 트레이드 쇼가 열렸는데, 50개의 벤더가 테스트를 통과하였다. 이를 통해, 경쟁제품을 만드는 곳들이라 하더라도 서로의 네트워킹이 가능해지면서 바야흐로 거대한 네트워크의 연결이 가능한 하드웨어 적인 기반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상호운용성을 검증하는 트레이드쇼는 이후 매년 전 세계의 7군데에서 개최되면서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어떤 제품들이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서로 잘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최신의 제품들과 최신 기술들을 공유하는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상업화를 위해 트레이드 쇼에 참가하는 노력과 별개로 벤더들은 IETF에서 1년에 3~4차례 주최하는 미팅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TCP/IP 프로토콜의 확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대부분 대학에서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수백 명 정도가 참가하던 미팅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지불하면서 참가하는 인원들이 급증하면서 1천 명이 넘는 미팅으로 확대되었고, IETF 미팅은 명실상부 네트워크 기술을 확대발전 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연구자와 벤더들은 물론 네트워크 확대에 따른 사용자들도 수혜를 입게 된다.



정보 수퍼고속도로 프로젝트


인터넷의 상업화와 관련한 주제는 NSF에서 1988년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도 뜨겁게 논의되었다. 당시 컨퍼런스의 제목은 '인터넷의 상업화와 사유화(The Commercialization and Privatization of the Internet)'로 다양한 연자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어 국가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의 의장을 맡은 UCLA 클라인락 교수와 위원으로 활동하던 밥 칸과 데이빗 클라크는 공동으로 1988년 "국가연구네트워크를 위하여(Towards a National Research Network)"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는데, 이 리포트가 당시 상원의원이던 앨 고어(Al Gore)의 눈에 띄면서 미래의 정보 수퍼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 사업으로 명명되어 탄력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인터넷의 시대가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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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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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New York Times



아직 국내에는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부통령을 지냈고, 기후변화와 관련한 활발한 국제활동으로 노벨 평화상도 수상한 전 미국 부통령인 앨 고어의 미래서가 있다. 제목도 "Al Gore The Future"로 자기 이름을 걸고 간단히 '미래'라고 붙였는데, 미래의 변화에 대한 6가지 중요한 드라이버가 무엇인지를 지적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초연결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를 통찰력있게 제시한 부분들이다.


19세기 중반 전신기술이 발명되고 당대의 작가들 중에는 전기가 전 세계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것에 빗대어 마치 신경조직이 전 세계를 연결하고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커다란 지구라는 구체는 인간의 뇌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고, 유명한 SF소설가였던 H. G. 웰스는 "월드 브레인(World Brain)"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였다. 이런 이야기는 당시로서는 다분히 과장되고,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고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전 세계 누구나 간단히 연결되고, 위키피디아와 구글 등의 검색엔진을 통해 원하는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은 이 용어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앨 고어는 이 책에서 "월드 브레인"을 넘어선 "글로벌 마인드(Global Mind)"를 이야기한다. 마샬 맥루언은 "우리가 도구의 변형하면, 도구들도 우리를 바꾼다 (We shape our tools, and thereafter, our tools shape us)."는 말을 남겼는데,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연결되고, 수 많은 지능형 기기들과 기계들이 연결되는 시대에는 이런 거대한 네트워크가 인간들을 변형한다는 것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닐 것이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로봇을 동작시켜서 일을 하고, 우리들의 생각이 즉시 컴퓨터와 연결되며,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시대에 국가의 경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 세계의 친구들과 이들의 연결과 활용을 지원하는 다국적 플랫폼 기업들은 서로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더욱 많은 연결과 가치를 창출할 것이며, 이런 지속적인 강화작용에 의해 탄생하는 글로벌 마인드가 전 세계를 바꾸어 놓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된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어쩌면 더 이상 컴퓨터와 정보시스템, 그리고 인터넷은 인간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객체가 아니라, 이들의 발전과 진화에 인간들이 많은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며, 어느 순간에는 서로 간의 구분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는 케빈 켈리가 <기술의 충격(What Technology Wants)>을 통해 이야기했던 기술과 인간 및 자연계가 사실 상 구분되지 않는 테크늄(technium) 개념을 제시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런 맥락에서의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는 성형외과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최근 페이스 타임과 같은 비디오 컨퍼런싱을 할 때 얼굴이 잘 나오는 것을 체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광각이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일반적인 화상 카메라 각도에 잘 나오는 얼굴을 체크한다는 것은 기술이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매우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적은 게임에 대한 것이다. 현재 하루 한 시간 이상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5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21세 이하 6학년부터 12학년(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까지 게임하는 시간이 교실에서 공부하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경향성은 어른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제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나이를 평균하면 40대 중반이다. 더 이상 게임이 유치한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과도하게 연결되고, 가상의 게임을 하는 인간의 뇌와 기억 등은 어떻게 변해갈까? 인간의 기억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GPS 기기를 정기적으로 사용해서 길을 찾는 사람들이 그런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방향감각을 상실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고, 인터넷에 기억을 아웃소싱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기억력이 점차 퇴보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퇴보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에는 외워야 하는 것들이 적어지는 대신 새로운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새롭게 많이 활용되는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이들의 연결을 늘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능력을 필요로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시시각각 몰아닥치는 수 많은 정보와 지식의 변화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스캐닝하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픽업하고 저장하며 활용하는 그런 능력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필요로 하는 것을 정말 빠르고 무서운 속도로 찾아내고, 접근하며, 익힌다. 아마도 그렇게 익힌 것들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능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이상으로 기계 및 정보시스템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에서, 기계와 정보시스템이 인간들과 함께 복잡계를 이루며 만들어진 세상에서는 기계와 정보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들과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기계의 마음(?)이나 속성, 그리고 네트워크의 본질과 특징을 잘 이해하는 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게 취급될 것이다.


우리의 사회, 문화,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교육은 모두 이런 변화에 자유롭지 않다. 새로운 글로벌 마인드의 출현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전반적인 변화는 앞으로의 인류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과거에 대한 향수와 약간은 과도할 정도의 두려움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변화를 인정하고 이제는 미래의 새로운 신인류와 기계사회에 대해 조금은 열린마음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과거의 인류를 수성하려는 다소 무모한 도전을 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미래세대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과거세대의 법칙을 강요하려는 권력을 지닌 사람들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자신들도 미래로 진행하는 새로운 기술과 기계들을 손에 놓지 못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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