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시대를 가만히 둘러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전통산업에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기업들이 버티고 있고, 인터넷이라는 신무기를 이용한 작은 기업들이 이런 커다란 기업들의 사업에 겁도 없이 덤벼들고는 한다. 이 싸움의 결과는 간혹은 혁신과 시대의 흐름을 타고 다윗이 승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보통 골리앗들이 승리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이런 다윗들이 수도 없이 나타나며, 이들의 공세에 결국에는 골리앗들이 몰락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골리앗들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지난 달 텍사스에서 있었던 SXSW 2011에서 펩시코가 좋은 선례를 보여준 듯하다. 펩시코는 혁신적인 개념을 내놓는 스타트업들과 경쟁을 하기 보다는 이들과의 협력을 선택하였다. 마케팅 R&D에 해당하는 파트를 아웃소싱하는 PepsiCo10 이라는 경연을 통해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무장한 작은 스타트업들의 지식도 얻고, 이들의 지원을 받아서 회사의 가치도 높인다. 그리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커다란 회사의 막강한 지원을 받아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펩시코가 이 경연에서 선택한 회사 중 하나는 Evil Genius Design 라는 스타트업이었다. 고객들이 테마파크 등에서 긴 줄을 서고 있을 때 재미있는 쌍방향 경험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모바일과 쿠폰을 이용한 게임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커다란 회사들의 마케팅 부분에 자신들의 역량을 접목하여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점점 이와 같은 다윗과 골리앗의 협업이 많아지고는 있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커다란 기업들이 혁신하는 작은 기업의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빼앗아가지 말고, 이와 같이 혁신기업들을 도와주고 같이 동반성장을 하는 새로운 동반자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기업들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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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ured from TED.com


수년 전 TED 에서 Peter Skillman 이 "Marshmallow Challenge" 라는 디자인 챌린지 방법에 대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위의 그림이 기본적인 설정입니다.  4명을 한 팀으로 해서 20 가닥의 스파게티와 1야드(1미터 정도) 길이의 테이프, 1야드의 실과 마지막으로 마쉬멜로우를 이용해서 제일 꼭데기에 마쉬멜로우를 놓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도전과제 입니다.  가장 높은 구조물을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것인데, 보기에는 간단해 보여도 시간제한을 두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Tom Wujec 은 이 도전과제가 사람들의 협업정도나 디자인 씽킹을 측정하고 촉진하는데 유용하겠다는 판단을 하고 디자인 워크샵에 이 과제를 도입해서 여러 실험을 하게 되는데,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이 실험을 하면서 재미있는 결과를 찾아내었습니다.  이 도전과제를 수행한 사람들은 포츈 50 기업의 CTO 들을 포함하여, 학생들과 디자이너들, 건축가 등 다양한 그룹들입니다.


누가누가 잘하나?

보통의 경우 일을 시작할 때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과의 역할을 분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케치를 하고 스파게티의 레이아웃을 잡습니다.  많은 시간을 스파게티를 이용해서 연결 등을 해보고, 엮는 과정을 거쳐 높은 크기의 구조물을 만들고 맨 마지막에 누군가 꼭데기에 마시멜로우를 올려 놓습니다.  그러면서 다됐다고 외치는 순간, 어떻게 될까요?  많은 경우에 스파게티들이 마시멜로우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그룹들이 가장 이 테스트에서 성공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낼까요?

가장 못하는 그룹부터 이야기하면 MBA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최악입니다.  그들은 서로 거짓말도 하고, 속이고, 집중력도 떨어지면 대단히 불안한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다면, 가장 잘 만드는 그룹은 어떤 그룹일까요?  물론 건축가 그룹도 잘하지만, 놀랍게도 유치원을 막 졸업한 아이들이 굉장히 잘합니다.  특히 재미난 모양의 구조물도 가장 많이 만듭니다.  이들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아래의 사진은 이 두 그룹의 이런 일을 수행하는 방식의 차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차이점이 눈에 보이시나요?  아이들은 해당 프로젝트의 CEO 가 되려고 시간을 보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빨리빨리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서 시도를 합니다.  그에 비해 경영대학에 있는 학생들은 올바른 하나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시간에 맞추어 이 방안을 실행에 옮깁니다.  막상 시간이 다되어 마시멜로우를 올려놓고 이 구조가 무너져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재앙이 오는 것이죠 ... 자신들의 계획이 틀렸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만회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유치원 아이들은 마시멜로우와 함께 프로토타입을 바로바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지속적으로 모델도 수정하고 프로토타입도 보강하고, 높이를 높이기 위한 시도도 하면서 여러차례 실패를 경험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구조물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과정이 바로 재귀적 프로세스(iterative process) 이며, 실패를 통해서 성공의 원칙을 배워나가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원칙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유치원 아이들은 실패한 구조물에서 어떻게 하면 잘못되는지에 대해서 금방금방 배워 나갑니다.

다른 측면에서의 재미있는 결과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성공률이 아니라 구조물의 높이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전체 그룹의 평균적인 높이는 20인치(약 50cm) 정도입니다.  경영대학 학생들은 약 절반 정도의 높이를 성공시키고, 법률가들이 그들보다는 약간 낫고, 역시 유치원 아이들이 대부분의 어른 그룹들보다 높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역시 최고 높이의 구조물을 만드는 그룹은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입니다.  이들의 성공은 예측할만 합니다.  그들은 이런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는 기반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CEO들은 평균보다 조금 낫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CEO와 실행조직을 한 팀으로 투입하면 훨씬 결과가 좋아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얼마나 팀 조직을 끌고가는 컨트롤러의 효율적인 관리와 리더십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습니다.  누군가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이해하고 일을 하는데 집중하면 훨씬 퍼포먼스가 좋아집니다.




그 다음 톰의 실험 중에서 재미있는 파트는, 이 프로젝트에 10,000 달러 상당의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 걸어 보았더니, 단 한 팀도 구조를 완성시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1인치 높이의 구조물이라도 완성시켰다면 상품을 탈수 있었는데, 모두 실패를 한 것이죠.  그 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톰은 이 실험은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번더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결과는 어땠을까요?  가장 못했던 팀이라도 다음 번에는 가장 잘한 그룹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프로토타입의 중요성과 실패의 요인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용은 과거 이 블로그에서 포스팅한 바 있는 대니얼 핑크(Daniel Pink)의 내부동기(internal motivation)에 대한 TED 강연과 Drive 라는 최근의 책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마시멜로우 챌린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프로젝트에서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게 만드는 중요한 영감을 제공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나 마시멜로우를 올리는 순간이 존재합니다.  협업과 빠른 실행, 그리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재도전하는 프로세스가 얼마나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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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군림하고 있는 BMW의 명성과 혁신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BMW가 다른 자동차 회사와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금요일 오후 4시, 독일의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주말 여행을 위해 일터를 떠났을 시간.  뮌헨에 있는 BMW의 R&D 센터에는 아직도 수 많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그리고 마케팅 매니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보통 자동차 산업장에서 보기 힘듭니다.  아마도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 기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 ...

BMW의 문화는 언제, 어디서나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의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누구나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까발리고, 언제나 회사는 떠들썩한 분위기와 논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BMW의 경영진은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고유영역이라는 것은 잊어라 !

부서간의 기능을 넘나드는 크로스-기능(Cross-functional)팀은 보기에는 정신없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가장 유효한 조직입니다.  조직관리의 측면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서로의 팀의 경계를 마음대로 넘어서 가장 효과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나 팀간, 팀을 초월한 협업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빛처럼 빠른 변신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변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부품의 비율이 20%를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들의 혁신 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BMW의 경우 현재 90%가 넘는 혁신은 전자부품이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같은 현실은 변신의 속도가 느린 자동차 업체는 점점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BMW는 대부분의 R&D 자금을 자동차의 기계적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런 전략을 통해 BMW는 고급시장을 주된 타겟으로한 기계적 엔지니어링의 성능을 올릴 수 있었고,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를 만든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혁신은 더이상 기계적인 곳에서 나오지 않고, 디지털 영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최근의 BMW의 주된 R&D는 승차경험이나 소프트웨어, 전자장비 및 운전자와의 상호작용 인터페이스 개선을 하는데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제 10년주기 모델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특히, 럭셔리 모델을 주력 차종으로 하는 회사들의 경우 다양한 첨단 기능을 매년 추가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빠르게 뒤쳐지게 되었습니다.  BMW의 수평적 협업 구조는 이러한 빠른 변신에 잘 맞는 조직입니다.  


BMW는 직접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

BMW는 차량을 본사에서 직접 최종 조립을 하지 않습니다.  최종 조립은 마그나 인터내셔널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세계의 자동차 산업은 격변기에 들어갔습니다.  고급 브랜드의 경우 현재 전기시스템과 전자제품의 자동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자동차 회사 대신 공급업체가 대부분의 R&D와 생산을 담당하고, 자동차 제조사는 브랜드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몇몇 구성요소에만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아웃소싱 처리하거나 다양한 협업을 통해서 관리될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의 비전에 대해 BMW는 매우 능동적으로 대처합니다.  수많은 비핵심 설계 및 생산권한이 파트너와 공급업체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다룬바 있는 보잉사의 새로운 비행기 생산방식과 마찬가지로 이미 초기 설계단계에서 중요한 파트너 기업이 참여를 해서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같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잉의 사례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2009/01/11 - [글로벌경제/경영/기업 이야기] - 보잉의 협업혁신전략이 항공산업을 바꾸다.


BMW의 히트작인 5 시리즈의 경우 가장 중요한 부품 중의 하나인 전륜조향장치는 프리드리히샤펜(Friedrichshafen)과 공동 개발했습니다.  프리드리히샤펜이 조향장치의 하드웨어와 기본 소프트웨어 구성요소를 만들었고,  BMW는 주로 고객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기능을 완성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프랑스의 푸조와는 새로운 소형 가솔린 엔진을 개발하는 비용과 위험부담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BMW의 R&D 부서는 엔진설계를, 푸조는 프로세스 개발과 생산 엔지니어링 및 부품조달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마케팅과 광고, 그리고 고객혁신을 주도한다.

2004년 새로운 1 시리즈 출시에 앞서, BMW는 휴대폰 메시지를 이용해서 수 많은 젊은이들에게 BMW 웹 사이트의 테스트 드라이브 신청을 할 것을 통지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런 방식의 접근은 생소한 것이었는데, 무려 15만명이 등록을 하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2001년의 BMW 광고 사건은 더욱 놀랍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CF 영화로 불리우고, 무버셜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짧은 영화형태의 광고는 클리브 오웬이라는 스타까지 탄생시키면서 전세계적인 히트를 합니다.  BMW는 동시에 고객으로부터의 피드백을 받는 것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누구나 BMW의 Innovator가 될 수 있으며, 고객공동창조의 장도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내용은 과거 포스팅에 자세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

2008/11/30 - BMW, TV방송사에 광고필름을 팔아먹다 !
2008/12/27 - [글로벌경제/경영/기업 이야기] - 고객혁신을 주도하는 기업 BMW


이와 같이 BMW는 단순히 그들의 자동차의 신기술과 기계적인 우수성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혁신적인 조직문화, 수평적인 소통과 전세계를 아우르는 협업 네트워크, 그리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능동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경영적인 측면에서의 혁신을 이루어낸 기업입니다. 

국내의 기업들도 이렇게 경영의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는 최고의 기업들의 경영을 벤치마킹해서 세계적인 회사들로 발도움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참고자료: 

Wikinomics by Don Tapscott and Anthony D. Williams (아래 책광고에도 소개됩니다)
The Secret of BMW's Success by Gail Edmondson, BusinessWeek 2006
           http://www.businessweek.com/magazine/content/06_42/b4005078.htm
BMW's Dream Factory by Gail Edmondson, BusinessWeek 2006
           http://www.businessweek.com/magazine/content/06_42/b400507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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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및 국방산업은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드는 산업입니다.  더구나, 혁신적인 신기술이 계속 개발되기에 그 복잡도는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가지요 ...

제 블로그에는 혁신적인 경영전략을 통해서, 세계를 바꾸어나가는 선도적인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늘의 제왕 보잉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참고로, 오늘의 포스팅은 MSNBC에서 보도한 보잉관련 2007년도 기사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기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원문은 보잉의 새로운 기종은 787 드림라이너의 데뷰를 앞두고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이 포스트에서는 787을 개발하면서 보잉이 시도한 협업혁신에 초점을 두고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How Boeing transformed the aviation industry by MSNBC


보잉의 787 드림라이너는 13년 만에 나오는 신형 비행기입니다.  보잉 787은 상업용 제트비행기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그 밖에 무수한 신기술이 집약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혁신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방식입니다.  설계에는 슈퍼컴퓨터가 백만 시간을 소요하였고, 전세계에 있는 수백명의 비행기 전문가들이 참여를 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들이 기업의 인수합병 게임을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혁신을 인수하는 방법을 이용했지만, 보잉은 비핵심 자산은 과감히 처분하고, 전세계의 협력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과거의 일방적인 주문-하청 구조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시스템 통합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나머지는 파트너들과 함께 프로젝트 전반의 비용과 위험을 같이 부담하는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근본적인 프로젝트 진행방식의 변화를 위해, 설계 및 생산, 유지보수 및 지원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개방해서 진행하였습니다. 

787 프로젝트를 위해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50개의 파트너와 수 많은 부품공급업체와의 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보잉 787을 구성하는 모든 컴포넌트 들은 여러 국가들이 자신들의 몫을 직접 만든 다음에, 보잉 본사에서는 최종적인 결합과정만 이루어졌습니다.  보잉의 이러한 협업이 일반적인 아웃소싱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과거에 보잉이나 기타 다른 회사들이 취하는 방식은 보잉이 사양을 설계하고, 공급업체는 설계에 맞추어 구현을 하는 역할입니다.  일단 부품이 워싱턴의 보잉 공장에 들어오면, 이를 조립하고 맞지 않으면 다시 제작을 합니다.  과거 보잉이 777 비행기를 만들 때 부품업체에 보낸 요구명세서의 분량이 2500 페이지에 이르렀는데, 공급업체들이 자신들의 노우하우와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는 전혀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새로운 협업방식에서는 설계과정 초기부터 파트너들이 참여를 합니다.  787의 요구명세서는 단 20페이지로 공급업체의 창조성과 노우하우가 접목될 수 있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787의 엔진은 GE와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협력하여 개발되었습니다.  또한, 수 많은 시스템 업체들이 전 세계에서 협업을 하였고, 여러 시스템과 조립 반제품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개념설계 등도 수행하였습니다.  설계 및 개발이 완료되면, 이들이 다시 부품공급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파트를 훌륭하게 완성해 나갑니다.

과거의 보잉 777이 모든 부품을 모아서 하나하나 용접을 하면서 엄청난 시간이 걸려 제작을 했던 것에 비해, 787은 이미 반제품의 형태로 워싱턴으로 넘어와서, 실제로 워싱턴 공장에서 이루어진 작업은 이들을 레고블록 맞추듯이 맞추는 작업이었습니다.  777의 경우 한대를 조립하는데 13~17일이 소요되었지만, 787은 조립에 단 3일이면 충분합니다. 보잉이 직접 조립하는 것은 수직 날개와 본체이고, 날개는 일본에서, 랜딩 기어는 프랑스에서, 러더 섹션은 중국, 엔진은 영국과 미국에서 날아옵니다. 

이러한 협업이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은 24시간 365일 협력업체 들이 하나의 설계 디자인에 맞추어 실시간 업데이트와 작업이 가능하게 만들었던 닷소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Dassault database management software) 였습니다.  이를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독점적인 설계와 프로세스를 공개한다는 대단한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많은 노우하우가 노출되면서, 어쩌면 새로운 경쟁자를 탄생시킬 수도 있었지만 이 프로젝트 참여한 기업들은 과감하게 개방형 프로세스를 수용하였습니다. 

보잉은 787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단순한 항공기 제조자가 아닌 시스템 통합자로 거듭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사실 보잉과 같은 거대기업이 이렇게 도박적인 프로세스의 변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새로운 협업혁신에 보잉은 미래를 걸었고, 실제로 이 도박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보잉의 787 프로젝트를 통한 협업혁신의 성공사례는 국내의 대기업-중소기업 하청구조로 이루어진 관행에 대해서 다시 한번 뒤돌아보도록 하는 계기가 됩니다.  대기업은 기업 생태계의 정점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잘못된 판단과 탐욕으로 생태계를 휘젓는다면, 결국 생태계는 파괴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파괴된 생태계에 의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대기업과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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