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요추디스크수핵탈출증을 생각하지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척추뼈에 문제가 생기는 척추분리증도 많은 요통환자에게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척추분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척추분리증은 허리뼈의 뒷부분 중에서 척추관절과 관절사이(협부)가 깨져 있거나 금이 가서 결손이 생긴 것을 말합니다. 허리뼈의 뒷부분에는 고리처럼 생긴 판이 있는데, 이 고리판은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뼈 구멍의 뒤를 둘러싸는 판입니다.  이 고리판 중에서 윗 관절돌기와 아랫 관절돌기 사이를 협부라고 부르는데 , 이 협부에 결손이 생기면 아래, 위 허리뼈 혹은 허리뼈와 엉치뼈가 서로 붙들지 못하고 위 허리뼈가 배쪽으로 미끄러지게 됩니다.  이해가 잘 안되시면 아래 그림을 보시기 바랍니다.




척추뼈에 결손만 있으면 '척추분리증'이라고 합니다만, 위 허리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면 이를 '요추뼈 전방전위증'이라고 부릅니다.  협부가 결손된 것이므로 '협부 결손성 요추뼈 전방전위증이'라고 부르고, 한 덩어리의 운동단위로 움직일 허리뼈가 분리되어 있어 '척추분리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렇게 위 허리뼈가 배쪽으로 미끄러지는 요추뼈 전방 전위증은 이 협부 결손성 외에도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다른 종류가 있습니다.

변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나이든 사람들 (평균55세)에게서 디스크 변성과 관절의 변성으로 인해 생기며 의자에 앉거나 땅에 쪼그리고 앉으면 양다리의 저림이나 통증이 없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의인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척추수술 후 합병증으로 뼈가 미끄러지는 현상으로 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척추 분리성 요추뼈 전방전위증'이나 '변성 요추뼈 전방 전위증' 보다는 수술 성공률도 낮습니다.

발육부진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허리뼈의 뒷부분인 협부의 결손은 없으나 선천적으로 발육 부진이 있어 위 허리뼈가 앞쪽으로 미끄러지는 증상으로 어린 10대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외상성 요추뼈 전방전위증
허리가 심하게 젖혀지는 과신전 허리 손상으로 인해 협부가 골절되는 증상으로 서있거나 걸어다니면 허리가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병적 요추뼈 전방전위증
악성 종양 같은 병으로 뼈가 약해져 앞으로 미끄러지는 증상으로 서있거나 걸어다니면 허리가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척추분리증의 원인과 증세

척추 관절 사이의 협부에 결손이 생기거나 만성 골절이 생김으로 인해서 오는 협부 결손성 척추분리증은 주로 20~30대의 젊은 층에서 발견되며, 성인의 5~8%에서 많이 생기는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이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가지고 있습니다.  협부결손성 척추분리증은 보통 어린 시절에 생기는데 아프다고 느끼는 시기는 대개 20대 후반부터 입니다.  뼈가 앞으로 미끄러지지 않은 경우에는 대개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척추분리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리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대나 20대 초에는 척추분리증만 있고 뼈가 앞으로 미끄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 불편 없이 운동도 잘하고 일상생활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앞쪽으로 허리뼈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곧 증상이 나타납니다.  30대 이전에 불편 증세를 느끼는 경우가 30세 이후에 느끼는 경우보다 많습니다.

척추분리증(협부결손증)의 원인이 선천적으로 척추관절 사이(협부) 고리판이 약하게 태어난 것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허리에 스트레스가 주어져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가 골절의 더 주된 원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역기, 체조, 축구 등 무리한 힘이 허리에 되풀이해서 주어지는 운동을 오랫동안 한 사람 중에서는 이 협부에 스트레스성 골절이 올 확률이 높습니다.

뼈가 미끄러지거나 흔들리지 않으면서 척추분리증만 있거나, 가벼운 요추뼈 전방전위증인 경우에는 대부분 별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가끔 요통이 느껴질 때가 있으나 물리치료나 약물요법 등을 한 두번 하면 저절로 좋아집니다.
통계수치로 보면 전체 인구의 약 3%가 협부 결손증을 가지고 있고 21세 이상 성인의 경우는 5~8%가 가지고 있는데 그 중 1% 이하에서만 뚜렷한 요통증이나 신경증세를 보입니다.

척추분리증은 앉아 있거나 일어서거나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오래 서 있거나 많이 걸었을 때 요통이나 좌골신경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가만히 쉬면 증상이 없어집니다.  또한 허리를 편 상태로 누워 오랫동안 자고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통증이 느껴지기도 하고, 장시간 쇼핑 등을 하게 되면 요통이나 엉치부와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불편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경우 5번 요추에 결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5번 요추가 엉치뼈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종아리, 발등, 다리 뒷쪽 감각에 영향을 줍니다.  이은 5번 요추 신경근이 협부결손 뼈에 끼어 있는 연조직이나, 헐렁헐렁한 조직의 흉터와 찌꺼기들에 의해 끼이거나 눌려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압박이 심해지면 발가락을 위로 당기기가 힘들고 발목을 위로 당기는 힘이 약해져 절룩거리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4번 요추의 협부결손으로 인해 신경근이 눌리게 되면 허벅지 앞쪽, 무릎부근, 다리 앞쪽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4번 요추의 분리증은 한국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5번 요추 분리증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척추분리증 어떻게 치료할까요?

보존적 치료법

대부분의 경우는 신경통이나 요통을 별로 일으키지 않고 가끔 무리할 때만 불편한 정도이기 때문에 척추분리증도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보존적 치료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급성요통을 일으킬 때는 허리 고정대를 차고 허리를 안정시키면서 아스피린, 혹은 부르펜 같은 종류의 진통소염제를 통해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 있고, 물리치료나 혹은 신경경막외 주사요법 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통증을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로 급성요통이 없어졌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뼈가 점차 앞으로 미끄러지거나 더 흔들리는 요추불안정증이 올 수 있고 요통의 재발회수도 점차 잦아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척추분리증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튼튼한 허리근육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급성 혹은 아급성 요통이 기간이 지나면 바로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강화해 주어야 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치료방법은 근육의 힘을 200% 이상 올려주는 중량이용 헬스기구인 메덱스(MEDEX)나 단련하기 힘든 부분의 허리근육 힘을 키워 흔들리는 뼈를 잡아주는 센타르(Centaur)등의 허리 운동기기를 이용하면, 허리뼈가 일부 결손되어 흔들린다 하더라도 주위의 근육의 효과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에 허리에 충분한 안정을 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 운동치료가 너무 비싸거나 부담스러운 분들은 앞서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허리근육 강화운동을 꾸준히 수행하셔도 좋습니다만, 이렇게 꾸준한 운동을 수행할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조금은 적극적으로 첨단기기를 이용한 운동요법을 시도해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2009/01/08 - [하이컨셉의 척추이야기] - 건강한 허리 만들기: 집에서도 할수 있는 척추근육 강화운동 (1)
2009/01/09 - [하이컨셉의 척추이야기] - 건강한 허리 만들기: 집에서도 할수 있는 척추근육 강화운동 (2)

적극적인 허리근육 강화가 무엇보다 척추분리증에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척추가 밀려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허리근육들이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일단 척추가 밀려나오는 증상이 진행되면 결국에는 나이가 들어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디스크와 달리 작은 수술로는 불가능합니다.  척추분리증 진단받으신 분들은 통증이 사라졌다고 안심하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수술적 치료법

허리고정대, 공기허리보호대를 차고, 물리치료, 운동요법, 약물요법 등을 6개월 이상 하여도 좋아지지 않으면 수술로 근본적인 문제를 제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다리와 엉덩이에 있는 가는 요추신경근이 가시뼈, 섬유질, 연골, 가짜 관절의 커짐, 뼈 조각 등에 의해 눌려서 좌골신경통과 보행시의 다리 저림, 마비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단 수술 전에는 반드시 환자에게 어떤 수술법이 적합한가에 대하여 해부학적 검사와 기능적 검사 후에 의사와 환자가 함께 고민하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면 어떤 수술이 있을까요?

환자마다 가지고 있는 해부학적 특징도 다르고, 질병의 진행정도와 동반해서 가지고 있는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여러가지 형태의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술을 결정했을 때에는 수술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하셔야 합니다.  주요 수술방법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협부결손부 융합술
척추분리증만 있거나 요추뼈가 조금만 미끄러진 제1단계 전위증일 때는 보통 수술까지 이르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증세가 심해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직접 골절된 부위를 붙이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손부위의 융합을 막는 연조직들을 긁어내고 뼈를 이식한 후 철사, 나사못 또는 인대로 묶어 주는 방법입니다.  이 수술은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호하고 향후 있을 수 있는 주변 척추들의 퇴행성 변화를 어느 정도 막아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20세 이하의 환자만 수술이 가능하고, 성공률이 높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신경감압술
신경감압술에는 척추 뒷쪽 뼈를 모두 제거하는 광범위 감압술이 있고, 결손부와 신경구멍만을 감압하는 부분감압술이 있습니다.  광범위 신경 감압술은 뼈를 고정하지 않으면 요추불안정증이 증가하여 요추후만증이 올 수 있고, 때때로 신경마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요추고리판, 허리관절, 신경구멍 절제술을 모두 할 때는 반드시 뼈를 고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분감압술도 수술 직후 당분간은 경과가 양호하나 오랜 세월 지나면 또다시 불편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역시 뼈를 고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척추분리증의 상태 그대로 뼈융합술
미끄러진 뼈를 다시 맞추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융합하는 수술입니다.  후방요추 고리판을 제 4요추부터 천추부까지 융합하는 방법, 후측방 요추 가로돌기만을 제 5요추나 제1천추 또는 제 4요추부터 천추부까지 융합하는 방법, 후방 고리판, 척추관절, 가로돌기 모두를 융합시키는 방법들 중 선택하여 사용합니다.  다리는 불편하지 않고 요통만 심한 환자에게 좋은 수술입니다.  이 수술의 장점은 척추 신경에 전혀 손대지 않고 미끄러진 뼈를 억지로 맞추지 않으면서 자연 그대로 융합을 하기 때문에 신경유착이 안 생기고 신경손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나사못 고정술을 함께 사용하면 뼈융합술의 성공률이 높아 회복과 재활을 빨리 할 수 있습니다.

척추분리증에서 앞쪽 척추 몸통사이 융합술
요통만 있고 다리는 불편하지 않거나 다리가 불편하더라도 신경조영술 상에서 직접적인 신경 압박이 거의 없는 경우에 허리 뒤쪽이 아닌 배쪽으로 접근하여 앞쪽 척추 몸통뼈를 융합시키는 수술 방법입니다. 허리의 신경을 전혀 손대지 않으므로 신경 합병증이 없고, 뒤쪽 뼈와 근육, 인대를 손대지 않으므로 요통이 적으며, 요추 불안정증이 더이상 조장 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처럼 배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1.5cm 정도의 구멍을 서너군데 내거나 5cm 이하의 최소 상처를 내어 복강경 또는 미세수술 현미경을 이용하여 정밀하고 안전하게 시행하므로 경과가 매우 좋습니다.

척추분리증에서 뼈 맞추어 뼈 융합술
이 수술은 '해링턴'이 개발한 벌림기구, 지렛대, '클로와드'가 개발한 벌림기구 등을 이용하여 바로 맞추거나 나사못 고정술로 척추사이를 벌리고 들어올려 뼈를 맞춘 후 고정하여 융합하는 방법입니다.  장점으로는 작은 상처만으로 수술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수술이 필요 없으며 뼈를 맞추어 정상 허리굽이를 만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적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앞쪽 척추 몸통사이 융합술과 경피적 나사고정술
이 수술은 과거의 허리 근육을 넓게 벌려 뼈를 맞추던 방법과는 달리 척추전방전위증 환자에게 허리의 정상조직인 척추신경, 인대, 근육, 뼈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 앞쪽 뼈 융합술을 한 뒤, 돌려 눕혀서 허리 뒤쪽 피부를 통해(경피적) 나사못을 고정하는 방법입니다.  최소한의 상처를 내기 때문에 거의 출혈이 없어 수혈이 필요 없고, 또한 신경유착의 발생을 줄여 통증, 합병증, 후유증이 거의 없는 매우 우수한 수술법입니다.


이와 같이 척추분리증은 간과해서는 안되는 매우 흔한 척추질환입니다.  또한, 척추분리증에 대한 치료방법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상태에 따라서는 척추전문의와 상의하여 많은 방법 중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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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의 작성에는 청담동 우리들병원의 심찬식 병원장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또한, 이 내용은 우리들 웹진을 통해서도 발간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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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

외과의사들이 본격적으로 의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앞선 포스트에서 설명한 1차 수술혁명에 의해 현대적인 수술방법이 도입된 이후의 일입니다.  현대의 수술을 있게 한 1차 수술혁명인 마취법과 멸균법의 개발, 항생제의 발명과 X-ray의 발견, 그리고 수혈방법의 정립에 의해 심각하게 손상을 입은 장기나 조직으로 접근해서 이를 절제하고, 남은 부분을 최대한 이용하여 최소한의 기능 손상만을 남기도록 하는 여러가지 수술방법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수술이라는 것이 말은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상 하는 일의 원칙은 어느 수술이나 동일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1.  병든 조직을 제거한다 (대부분 메스나 가위 등을 이용함)
2.  병든 조직에 접근할 때까지 최대한 정상조직을 상하지 않도록 한다.
3.  어쩔 수 없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혈관 등을 건드렸을 경우 지혈을 한다.
4.  병든 조직을 제거하고 남은 조직들이 최대한 정상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뒷처리를 한다
    (바늘과 실로 꼬매거나, 정상적으로 지나가야할 통로를 잘라낸 경우 이를 통하게 하거나 - 
     위를 잘라내면 식도와 장을 연결, 혈관을 잘랐으면 혈관의 아래와 위를 연결하는 등의 일)
5.  마지막으로 상처를 봉합한다.


어찌보면 옷이나 기계 같은 것을 수리할 때 이용되는 여러 도구들이 그대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환상적인 일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후반의 생명과학 및 공학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1차 수술혁명에서 진일보한 '2차 수술혁명'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2차 수술혁명"이라는 용어 자체는 최근의 급격한 수술환경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필자가 부르기 시작한 용어입니다만, 그 정도의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2차 수술혁명은 환자의 질병이나 손상이 있는 부위를 최소침습적인(minimally invasive) 방법으로 정확하게(accurate) 절개하고 제거한 뒤에 제거한 조직이나 기관의 기능을 정상에 가깝게 기능하도록 복원(restoration)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수 많은 공학 기술이 이미 도입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2차 수술혁명에 필요한 새로운 공학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수술공학(surgical engineering)은 이러한 2차 수술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차 수술혁명을 위한 수술공학의 근본적인 목표를 세분화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소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최소침습시술/수술 (Minimally Invasive Procedure/Surgery)

최소침습시술 또는 수술은 의학적인 시술이나 수술을 가능한 최소한의 피부절개나 작은 구멍을 뚫거나, 해부학적으로 깊숙히 접근 가능한 우리 몸의 구조(구강, 비강, 항문 등)를 최대한 활용하여 질병이 있거나 손상이 있는 부위에 접근하여 치료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소침습수술은 환자에게 수술과정에서 생기는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통증도 적고, 상대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이 짧아지게 되며, 회복과 비용의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또한, 흉터나 큰 수술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가능성도 적어지지요.

최소침습시술을 가능하게 만든 가장 큰 공헌자는 광섬유 케이블과 초소형 비디오 카메라, 그리고 최첨단 광학기술로 무장한 첨단 내시경/복강경의 개발입니다. 이러한 내시경/복강경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상처만을 내고도 질병 부위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한 여러 가지 수술방법들이 개발되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로봇 수술이나 의학영상 기술이 접목되어 보다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초정밀수술과의 결합도 시도되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수술로봇이나 무선조종이 가능한 캡슐내시경과 같은 형태로의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내시경을 이용한 침습 척추수술 장면
의사들의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든 내시경, 레이저 등의 기술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해짐


초정밀수술 (Hyper-Accurate Surgery)

초정밀수술은 인간의 눈과 손의 능력만으로는 하기 힘든 매우 작은 단위의 수술적 처치를 말하는 것으로, 쌍안현미경을 수술방에 도입하여 작은 혈관을 잇는 데에서 출발한 미세현미경수술(microsurgery)이 그 발전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1mm 정도에 불과한 미세혈관접합술은 잘려진 수지를 접합하거나 우리 몸의 일부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수술로 역사적으로 많은 외과의사들이 그 기술을 조금씩 발달시켜 왔습니다다. 처음으로 현미경을 미세혈관수술에 도입한 것은 버몽대학(University of Vermont)의 J. 제이콥슨(J. Jacobson)이라는 혈관의사로 1960년 이비인후과에서 이용하는 현미경을 이용해서 1.4mm 정도 직경의 혈관을 접합하는 수술을 하였으며, 이 때 미세현미경수술(microsurgery)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최근의 의공학 기술의 발달로 초정밀수술도 여러가지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기존의 미세현미경수술과 최소침습수술 기법의 결합, 보다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수술장비의 개발, 최첨단 레이저 기술을 이용하여 세포수준의 조작이 가능해진 나노수술(nanosurgery), 컴퓨터를 이용하여 비침습적인 방사선 조사로 질병이 있는 조직을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사이버나이프(cyber-knife) 기술을 이용한 수술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수술용 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장면 (UCLA 메디컬 센터의 뇌하수체 선종 수술)
from http://neurosurgery.ucla.edu/body.cfm?id=431
 


인공조직 및 장기 (Artificial Tissue and Organ)

전통적인 수술의 목적이 질병이 있거나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제거하고, 제거된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변의 정상 조직과 이어 붙이거나 연결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거를 하고 나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필수 조직이나 장기에 질병이나 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지 못하거나, 일부분에 대한 수술만 시행할 수 있었지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시작한 것이 장기 또는 조직이식(organ/tissue transplantation)을 통해서 입니다. 이식이란 파손된 기능을 대체할 목적으로 원래 존재하는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조직 또는 장기를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조직 ·장기의 위치를 옮기는 자가이식, 타인의 것을 옮기는 동종이식, 종류를 달리하는 동물로부터 옮기는 이종이식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식이라는 것 자체는 피부나 골절에 대한 결손을 복원할 목적으로 19세기 중반부터 행해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현대 수술의 역사에서 장기이식의 획을 그은 사건은 1945년 E. K. 란트슈타인과 C.A. 후프나겔이 일란성 쌍생아로부터 신장이식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현대에는 동종이식의 경우 심장, 간, 폐, 골수 등 대부분의 핵심장기의 이식이 가능해 졌으며, 현재 임상외과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와 수술방법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종이식에 기반을 둔 이식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필요로 하는 장기나 조직의 공급입니다.  뇌사자들의 기증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공급 시스템으로서는 이식을 필요로 하는 수 많은 환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조직이나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거나 체외에서 그 기능을 대체하도록 하는 인공조직 및 장기기술은 의공학 및 수술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가진 분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신장 및 인공심폐장치를 필두로 인공혈관이나 관절, 식도와 혈액에 이르기까지 거의 인체 조직과 장기 전부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 기술을 바탕으로 줄기세포나 자가세포에 바탕을 둔 재생의학( regenerative medicine)적인 접근도 많이 시도 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수술방 환경 (Operating Room of the Future)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이 최첨단 수술을 위한 새로운 수술도구나 기계, 영상기술 등에 대한 개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이러한 요소기술의 발전에 따른 수술절차의 질을 높이고 효율성 증진시키기 위한 통합기술의 중요성도 점점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목적으로 2004년 미래의 수술방 환경에 대한 워크샵이 조지타운대학에서 100 여명의 권위있는 의사 및 과학자들의 참여 속에 열렸으며,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5개의 세부분과를 구성하였습니다.


1. 수술 효율성과 워크플로우 (Operational Efficiency and Workflow)
2. 시스템 통합과 기술표준 (System Integration and Technical Standards)
3. 수술 로봇학 (Surgical Robotics)
4. 수술내 진단과 영상 (Intraoperative Diagnosis and Imaging)
5. 수술정보학 (Surgical Informatics)


이 중에서 3, 4번 세부분과는 앞서서 언급한 수술공학의 요소들과 중복되는 부분들이 있으나, 나머지 3개 분과의 내용은 주로 컴퓨터과학(Computer Scinece)과 산업공학(Industrial Engineering)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수술방 환경에 대한 접근을 한 것으로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영역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의료정보학 연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현대의 기술발전이 앞으로 수술환경을 얼마나 많이 바꾸게 될 지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다음부터는 이 포스트에 소개된 여러 기술들과 현재 개발되고 있는 첨단 수술공학 관련 제품 및 연구들을 각각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Morris, PJ. Transplantation — A Medical Miracle of the 20th Century. N Engl J Med 2004;351:2678-80
2. Homepage of American Society for Artificial Internal Organ (http://www.asaio.com/)
3. OR2020 - The Operating Room of the Futre, Worksho Report, 2004 (http://or2020.org/OR2020_REPORT/Report_F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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