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TED 강연 하나 소개할까 한다. 오늘은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있어 정말 커다란 역할을 한 ImageNet 을 만든 스탠포드 대학의 페이페이 리(Fei-Fei Li)의 강연이다. 모두들 기술 그 자체를 개발하거나 어딘 가에 적용한 사람들만 조명하지만, 이런 기술의 발전에는 뒤에서 묵묵히 지루한 작업을 해낸 이런 숨은 영웅들이 큰 역할을 했다. 


페이페이 리가 원했던 것은 컴퓨터 비전의 혁신이었다. 모라벡(Moravec)의 패러독스로도 유명한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컴퓨터에게 그림을 보고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최근까지 풀어내지 못한 큰 도전이었다. 컴퓨터 비전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무인자동차가 카메라가 있어도 도로 위에 있는 장애물을 구별하지 못할 것이며, 드론이 하늘을 날며 촬영한 열대우림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알아낼 수 없고, 감시카메라가 있어도 수영장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보고서도 우리에게 경고를 해주지 못할 것이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센서에 들어오는 빛을 숫자의 2차원 배열인 픽셀로 변환할 수 있지만, 이는 그저 죽은 숫자이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보지'는 못하는 것이다.  '본다'는 말에는 '이해한다'는 뜻이 있는데, 이것을 못하는 것이다. 사실 자연은 5억 4천만 년에 걸쳐서 시각을 발전시켜 왔다. 그 대부분의 시간은 우리 뇌의 시각처리능력을 발달시키는데 들어갔지, 눈을 만드는데 소요된 것이 아니다. '본다'는 것은 눈에서 시작되지만 이 현상이 가장 크게 발현되는 것은 우리의 뇌이다.


페이페이 리는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 비전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데, 컴퓨터로 하여금 어떻게 '보게' 만들 것인지 연구해왔다. 카메라가 인식한 영상에서 물체와 사람을 식별하고, 3차원 도형의 구조를 추측하고, 관계, 감정, 행동과 의도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상을 보면 이런 것을 순식간에 할 수 있지만, 컴퓨터에게 이런 작업을 시키려면 가장 먼저 사물과 시각 세계의 구성요소를 보고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컴퓨터에게 이 작업이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게 '고양이' 사진을 보여줬다고 하자. 고양이는 모양과 색깔의 집합인데, 처음에는 고양이가 둥근 얼굴을 가지고 통통한 몸과 두 개의 뾰족한 귀, 그리고 긴 꼬리가 있다고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객체 모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몸을 말고 있는 고양이라면 어떨까? 또 고양이가 숨어 있다면? 집안의 애완동물처럼 단순한 사물조차 객체 모델에는 무한한 변형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보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일까? 아이에게 보는 법을 가르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현실세계의 경험과 사례로 보는 법을 배운다. 만약 아이의 눈을 생물학적 카메라 한쌍이라고 하면 눈이 움직이는 평균 시간인 200밀리초마다 한 장씩 사진을 찍는 셈이다. 아이들은 세 살까지 수억 장의 현실세계 사진을 보게 된다. 방대한 양의 학습사례가 축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컴퓨터에게 보는 법을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2007년부터 페이페이 리는 프린스턴 대학의 카이리 교수와 이미지넷(ImageNe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집단지성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거의 10억 장에 이르는 이미지를 다운로드했고, 아마존의 MTurk(미캐니컬 터크)와 같은 크라우드 소싱 기술을 사용해 이미지에 레이블(label)을 붙였다. 5만명 가까운 작업자가 세계 167개국에서 약 10억 장의 후보 이미지정리 분류 작업을 도왔다. 지금이야 이렇게 답이 있는 방대한 빅데이터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들 알고 있지만, 페이페이 리 등이 작업을 하던 2007년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동료 교수들은 종신교수가 되려면 논문을 쓸 수 있는 다른 프로젝트를 하라고 조언했고, 연구자금도 모자랐다. 심지어 페이페이 리가 대학을 다닐 때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했던 세탁소 일을 다시 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작업을 계속해서 2009년에 객체와 사물을 2만 2천 개의 범주로 분류한 1500만 장의 미이지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예를 들어, 고양이의 경우 6만 2천 장의 이미지가 다양한 모양과 자세, 집고양이부터 들고양이까지 모든 종류를 망라한 사진들을 이미지넷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하였다. 


그 결과 이미지넷의 풍부한 정보는 딥러닝 기술과 만나면서 오늘날의 딥러닝 전성시대를 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한 기초가 되었다. 이미지넷의 방대한 데이터와 현대의 CPU와 GPU의 발전에 힘입어 딥러닝 기술이 탑재된 컴퓨터는 우리에게 사진에 고양이가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컴퓨터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렇지만, 방대한 학습 데이터는 컴퓨터의 실수를 줄이고, 미래에는 더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의사들은 쉬지 않는 컴퓨터의 눈을 이용해 환자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고, 자동차는 더 똑똑하고 안전하게 도로를 주행할 것이다. 또한, 재난 지역에서 갇히고 부상당한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종, 더 나은 물질을 발견하고 보지 못한 개척지를 탐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기계가 '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기계에게 보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다음엔 기계가 우리를 도와 더 잘 보게 할 겁니다. 처음으로, 인간의 눈이 아닌 것이 세계를 생각하고 탐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때문에 기계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상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기계와 협력하게 될 것입니다


멋진 그녀의 TED 강연을 한번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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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9000 from Wikipedia.org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을 포함한 기계들이 사람들의 육체적인 노동을 많이 대체하는 현상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로봇과 관련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것은 과거의 육체적이고 기계적인 노동이 아닌 인공지능을 이용한 인지기능이 발전한 인지기계(cognitive machine)가 산업혁명 이후에 지식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주된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라이스 대학(Rice University)의 컴퓨터과학자인 모쉐 바르디(Moshe Vardi) 교수는 2045년 이면 인공지능 기계들이 전부는 아니여도 현재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의 상당한 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였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영화 <그녀 Her>에서 나온 것처럼 정말 인간과 비슷하게 느끼는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는 아직 근 미래에 등장하게 될 지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인간들이 현재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중요한 성과라고 이야기했던 체스두는 수퍼컴퓨터 딮 블루(Deep Blue)가 세계 최고의 체스마스터인 캐스파로프(Kasparov)를 꺾은지 15년 만에 왓슨(Watson)이 자유로운 인간의 언어로 대결하는 퀴즈에서 최고의 퀴즈챔피언 켄 제닝스(Ken Jennings)를 꺾었고, 당시만 하더라도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던 무인자동차도 버젓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런 발전의 정도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30년 정도면 인공지능 컴퓨터나 기계가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지식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모쉐 바르디 교수의 예상은 그리 과장된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런 시기가 된다면 현재의 일자리 수백 만개가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새로운 네오-러다이트 운동이 펼쳐질수도 있다. 이미 자동화와 관련한 것은 아니지만, 앱의 형태로 공유택시를 탈 수 있는 우버(Uber)같은 경우 많은 나라에서 이 서비스를 반대하는 운동이 있는 것을 보면, 네오-러다이트 운동의 등장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런 자동화나 기술의 진보를 통한 일자리의 변동은 인류의 역사에서 주기적으로 있었던 것인만큼 과도하게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어딘가 일자리는 새롭게 생길 것이며, 최근의 발달된 IT환경과 인터넷을 감안한다면 과거보다 이런 변화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변화의 시기에는 언제나 사회적인 불안정성과 정치적인 이슈가 크게 발생하였고, 무의미한 싸움도 많이 벌어졌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결과는 인류의 삶과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지, 뒤로 퇴보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과거보다 상품은 저렴하고, 질이 좋아졌으며 일반인들의 삶도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 어떤 일을 인간들이 하고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주제로 논의를 옮겨보자. 


아마도 앞으로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많은 일들을 대체하면서 저렴하고 대량생산된 제품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각종 서비스의 상당 수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수록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인간이 시간을 들여 만든 수제(handmade) 아이템을 찾게 된다. 만약 대량생산의 생산성과 표준화를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높은 가치를 쳐주는 명품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정밀도나 질에 있어서는 약간 떨어지더라도, 인간은 인간의 시간을 들여서 무엇인가를 이룬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다. 그런 장인들이 만든 작품이나 예술품에 해당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가 미래에는 좀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비슷하게, 주변에서 잘 보기 어려운 독특함에 대한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보다는 충동적이고, 특이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산업들이 발달하고, 사람들은 기계와 인공지능을 벗어난 사회를 만끽하는데 돈을 지불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만한 것은 스포츠 산업이 발달했던 과정이다. 이미 수 많은 기계들이 인간의 육체를 뛰어넘는 힘과 스피드,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고, 여러 기계들이 인간들의 일을 대신하면서 평균적으로는 인간의 육체가 과거의 인간들보다 체력적으로 떨어진 육체를 가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올림픽 게임에 등장하는 운동선수들의 기록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기록을 계속 양산하고 있으며, 야구나 축구 등의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의 기량도 더욱 나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아마추어로서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면서 대회 등에 출전했지만, 이제는 프로스포츠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자체가 중요한 산업군이 되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사람들도 계속 운동을 하고, 이를 즐기는데 많은 돈을 지불한다. 최근에는 X스포츠와 같이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에도 거의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며, 인간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선수들도 많이 나오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극지나 사막 등의 탐험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스포츠나 운동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과거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뭔가 내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고, 힘이 들게 만들면 돈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과거의 선조들이 보기에 이해가 될 만할까?


프로스포츠의 경우에는 단지 최고의 운동선수들만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물론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큰 돈을 벌어가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나 백업 능력이 있는 선수들. 그리고, 프로스포츠 리그도 다양하게 지역과 시장을 두고 커지고 있으며, 이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제시하거나, 선수들을 관리하는 등의 산업도 생겨나면서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기능을 대체하고, 대신 일을 하기 시작하면, 인지기능을 스포츠로 생각하는 다양한 산업들도 등장할 것이다. 이미 비디오 게임을 이용한 이스포츠(e-Sports)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많은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를 중계하는 TV네트워크도 커다란 금액에 구글과 같은 커다란 회사에 인수되고 있다. 아마도 인간의 두뇌를 겨루는 다양한 방식의 게임과 스포츠가 고안되고, 이를 준비하는 선수들도 커다란 산업을 이루면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생활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인간이기에 정신건강과 인지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공부와 토론, 교육산업도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 그리고, 지식과 토론 등을 즐기고, 다양한 논점의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등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이스포츠를 통해서 나왔듯이 컴퓨터나 기계를 도구로 같이 협업하는 방식의 새로운 스포츠나 레저, 엔터테인먼트 활동도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축구, 탁구, 테니스를 거쳐서 자동차 레이싱 등의 스포츠가 시간이 지나면서 발달했듯이 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어쩌면 너무나 작은 직업군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아마도 많은 직업들은 우리가 언급하지 않은 것들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분명하다.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에도 작가로 실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사람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현재 전통적인 의미의 기자나 작가들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지만, 인터넷 미디어까지 포괄하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뿐인가?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의 음악, 미술, 영화산업 등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되었겠는가? 그러나 현재 이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이렇게 새롭게 생겨나는 직업군에 대해서 당대에는 대부분 너무나 작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간다. 


새로운 변화는 새롭게 등장하는 인프라에 의해 가속화된다. 그 중의 하나가 코세라(Coursera)나 edX, Udacity 등과 같은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ware)다. 심지어 최근에는 구글이 Udacity에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도 하였다. MOOC는 과거에는 받을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의 교육을 쉽고도 빠르고, 짧은 기간 동안 저렴하게(심지어 공짜로) 제공한다. 새로운 기술을 쉽게 익히고, 그 어떤 때보다 저렴한 도구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와 같은 강력한 홍보수단의 존재,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주는 크라우드소싱 펀드를 이용해서 마이크로 스타트업이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며, 간단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최근의 환경변화는 앞으로 새로운 직업과 산업을 등장시킬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아마도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과 연관된 산업은 자동화되고,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될수록 더욱 일상용품화되고 별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들이 일을 안하고 빈둥거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간은 아마도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을 것이며,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이라는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런 삶을 위해서 경쟁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참고자료:


The Consequences of Machine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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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인 모리 마사히로(Mori Masahiro)는 로봇이 사람에 가까와지면 가까와질수록 사람들이 불안하고 놀라는 반응을 가진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는 이를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표현을 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리 박사는 처음부터 너무 인간하고 똑같게 만들기 보다 인간과는 다른 어떤 것을 덧붙여서 거부감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안경과 같은 것을 먼저 모델링을 하고 눈을 디자인하거나 인간과 비슷한 피부를 입히기 보다 되려 나무 등의 질감을 가진 재료를 이용한 로봇 손 등을 만드는 식이다. 


그렇다면, 이 '불쾌한(uncanny)'이라는 단어의 상대어 또는 반대말은 무엇일까? 아마도 '편안함(comfortable)' 내지는 '익숙함/친근함(familiarity)' 등의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우리가 감안해야 할 부분이 있다. 불쾌함이라는 느낌이 불편하고 낯선 것에서 기인한다면 어쩌면 사람들이 적응을 하면서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디오 게임과 같은 가상의 세계의 경우 초기에는 너무나 현실과 다른 수준의 원시적인 그래픽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지더니 이제는 실제와 구별이 안될 정도로 뛰어난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초기에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3D 그래픽도 이제는 정교하게 동작하면서 정말 현실과 비슷해 질수록 게이머들은 더욱 열광하지 현실과 너무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인공지능에도 이와 같은 "불쾌한 골짜기"가 있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보듯이 정말 사람과 비슷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불쾌하게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되려 주인공은 심지어 사랑에 빠지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어설프게 비슷해지면 불쾌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애플의 시리(Siri)는 어느 정도의 유머도 있고, 말대답도 잘하는 정말 사람과도 비슷한 그런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진짜 인간과 비교하기에는 멀었지만 말이다. 인공지능에 "불쾌한 골짜기"를 생각한다면, 아마도 어느 순간 이 인공지능이 확실히 인공지능이라서 내가 잘 활용해야 되겠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섬찟한 느낌이 들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을 때 발생할 것이다. 음성으로 소통하는 인공지능이라면 음색과 말하는 속도, 높낮이 등도 중요할 것이고, 대화의 질이나 감성 등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대처를 한다거나, 부끄러움을 느낀다거나 ...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은 현재의 인공지능과는 또 다른 요소들이다. 


IBM의 Watson이 켄 제닝스와 같은 세계 최고의 퀴즈왕과의 경쟁에서 이길 정도로 똑똑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문제를 못 맞추고 부끄러워 하거나, 유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인간적인 부분들은 아직 없는데, 이는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 연구가 논리적인 판단과 답을 내기 위한 것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로봇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이해하고 이를 흉내내는 쪽의 연구가 많이 진행된다면 어쩌면 이 역시도 극복이 가능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소 인간적인 속성을 구현한 뒤의 인공지능이 '불쾌한 골짜기' 넘기 위한 또 하나의 속성은 무엇일까?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구글 나우나 Siri 등이 어느 순간 자율적으로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들거나, 먼저 말을 거는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을까? 현재의 인공지능은 마치 주인과 노예처럼 사용자인 인간이 어떤 명령을 내리거나 질문을 던지기 전에는 먼저 움직이는 상황은 거의 상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알아가면서 그 사람의 성향에 맞추어 먼저 이야기를 하거나 분위기를 전환하고 인간관계를 학습할 수 있다면 이 역시도 인간에 훨씬 유사한 인공지능이라는 느낌을 주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 도덕적인 관점과 윤리에 대한 생각도 해야 할 것이다. 자율성을 갖추고, 상호작용을 하며, 진화발전하는 인공지능이라면 무엇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어야 단순히 똑똑한 것을 넘어선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최근 예일대학의 웬델 월러치(Wendell Wallach)와 피츠버그 대학의 콜린 알렌(Colin Allen)이 공동집필한 <왜 로봇의 도덕인가? (원제: Moral Machines)> 라는 책이 국내에서도 번역되어 나오기도 했는데, 이렇게 로봇이나 인공지능에게 윤리를 심어주려는 연구도 미국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창 진행이 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과 관련한 연구도 '불쾌한 골짜기'를 넘는 데에 필요한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적절한 시기를 봐서 남들에게 나쁜 뉴스를 전하는 방법이라든지, 문맥이나 분위기에 맞춰서 억양이나 말의 속도, 크기 등을 조절하는 기술, 사람들의 감성을 읽고 그에 공감하는 것과 같은 미세한 부분들이 앞으로 인공지능이 진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이를 받아들이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런 기술의 발전이 있기 위해서는 인간과 우리 사회에 대한 연구가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행복감을 느끼며, 사회성은 어떻게 발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등에 대해서 인문학과 사회학, 심리학, 그리고 윤리학 등에서 적절한 모델과 학습방법을 제시해 줄 수 없다면, 결국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그런 매력적인 사람(?)을 흉내내거나 배울 수 있도록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그녀(Her)>에 나온 기술은 그래서 생각보다 무척이나 어려운 기술이다. 단순히 올바른 답을 내도록 하는 문제풀이형 인공지능과는 또 다른 수준의 도전적인 과제다. 그렇지만, 이런 도전적인 과제를 풀다가 보면 인간에 접근한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우리 인간과 사회가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더욱 많지 않을까?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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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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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BlabDroid.com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이제 먼 일이 아니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로봇과 함께 사는 사회에서의 법률을 준비하는 법학자들의 컨퍼런스도 열리고 있고, 구글에서는 로봇회사들을 인수한 이후에 회사 내에 로봇과 관련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로봇이 인간들의 사회를 돌아다니면서, 인간들을 관찰하고 다니면서 인간들에게 말을 건다면 느낌이 어떨까? 2013년 로봇공학자이자 예술가인 알렉스 레벤(Alex Reben)이라는 MIT 학생이 자신의 석사 논문으로 조그만 로봇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찍고 다녔다. BlabDroids라고 명명된 이 귀여운 로봇 20여 대 정도가 뉴욕에서 열린 트리베카 필름 페스티벌(Tribeca Film Festival)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다녔는데, 바퀴를 굴리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질문들을 던졌다. 각각의 드로이드 로봇들에게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피커가 있어서 미리 프로그램된 질문을 만나는 사람마다 던지고, 버튼을 누르면 새로운 질문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취합된 영상은 영상제작자인 브렌트 호프(Brent Hoff)가 편집하여 공개하였다. 


사람들이 귀엽게 생각하고 쉽게 마음을 털어놓게 하기 위해서 7살 소년의 목소리로 질문을 녹음하였는데,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저에게 낯선 사람들에게는 전에 절대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이야기를 해주세요"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했던 최악의 행동은 어떤 것이었나요?"

"누구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세요?"


이런 질문들은 사실 낯선 사람들에게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놀랍게도 블로그 포스트 하단에 임베딩한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이런 민감한 질문에 답을 하였다. 이처럼 사람들이 인간과 비슷한 형태와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나 로봇에 쉽게 감정이입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MIT의 컴퓨터 과학자 조세프 와이젠바움(Joseph Weizenbaum)이 주장한 바 있는데, 이를 "엘리자 효과(ELIZA Effect)"라고 한다. 와이젠바움이 엘리자 효과를 처음 이야기 했을 때에는 미래 세계에 인공지능을 다루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인데, 알렉스 레벤과 브렌트 호프는 그 효과를 다른 방식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 로봇들이 찍은 영상들은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편집이 되어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다큐멘터리 필름페스티벌(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 Amsterdam)에 출품되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로봇과 인간,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외로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이렇게 정이 넘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부족해서 어쩌면 자신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다정한 이야기를 건네주는 로봇에게 이렇게나 친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로봇과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딱딱하고 주어진 일을 명확하게 수행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부분, 그리고 사회적인 부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듯하다. 기술이라는 것을 논리적이고, 산업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될 것 같다. 여러 모로 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BlabDroid는 일종의 서로게이트 로봇 아바타로 원격지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내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반응 들을 담아낼 수 있는 도구로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육도 하며, 퀴즈를 풀거나, 게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며, 깜짝 인터뷰를 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이 로봇 자체가 앞으로 많이 보급이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로봇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참고자료:

These Adorable Robots Are Making a Documentary About Humans. Re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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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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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금속이나 플라스틱, 실리콘 반도체 등의 답이 돌아올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기기 대부분이 IC(Integrated Chip)로 대별되는 반도체 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런 마이크로 칩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전자의 형태로 전송하고 이를 처리하는 것이 디지털 컴퓨팅이라는 것은 이제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계산을 잘 하는 사람들을 컴퓨터라고 하였고,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 이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하버드 대학의 천문학과 관련한 학문을 이끌면서 별들의 분광분석을 통한 이론을 정립한 에드워드 찰스 피커링(Edward Charles Pickering)은 심지어 계산을 잘하는 여성 컴퓨터들을 고용하면서 피커링의 하렘(Pickering's Harem)을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컴퓨터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다. 비록 인공지능과 인지컴퓨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컴퓨터는 실리콘과 금속 기반의 어떤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계산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이런 것들도 모두 컴퓨터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최근 아날로그적인 빛이나 신경, 세균 등을 이용한 새로운 컴퓨팅에 대한 연구들이 조금씩 각광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일찌기 노버트 위너나 클로드 섀넌과 같은 정보이론의 창시자들도 생물과 신경의 피드백 구조 등에서 많은 것을 이론화하였고, 이것이 컴퓨터 과학의 꽃을 피웠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이나 생물학적 컴퓨팅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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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새와 벌들에게서 배우는 무리 지능 


컴퓨팅과 관련한 연구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 생물로는 개미를 꼽을 수 있다. 개미들의 집단행동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관심을 처음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한 마리의 개미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이들이 콜로니(colony)를 구성하고 나면 복잡한 둥지를 짓고, 음식을 관리하고 채우는 등의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마르코 도리고(Marco Dorigo)와 같은 연구자들이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이를 무리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도리고 박사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어떻게 그들의 둥지에서 음식물에까지 이르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내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단순한 문제인 것 같지만,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것은 컴퓨터 과학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인 문제이면서, 노드와 네트워크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점점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개미들은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일단 음식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른 개미들이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페로몬을 떨어뜨린다. 페로몬을 감지하고 모여든 개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페로몬의 양은 많아지고, 개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보다 명확해진다. 페로몬은 휘발성이 있어서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일단 모든 음식을 모은 뒤에는 금방 길이 없어진다. 이러한 휘발성 때문에 만들어진 길 중에서도 거리가 먼 길보다는 짧은 길이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짧은 길이 선택되는 것이다. 1992년 도리고 박사 그룹은 ACO(Ant Colony Optimisation, 개미 콜로니 최적화)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 알고리즘은 특정 지역에 페로몬을 뿌리면서 돌아다니는 개미들의 그룹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이후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다. 특히 유명한 것이 스위스의 수퍼마켓 체인인 미그로스(Migros)와 이태리 최고의 파스타 메이커인 바릴라(Barilla)의 물류시스템에 적용한 것으로 이들은 중앙의 창고에서 각각의 소매점에 이르는 최적의 배달경로를 찾는데 AntRoute 라는 솔루션을 활용하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유렵에서 무리지능과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IDSIA(Dalle Molle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in Lugano) 연구소에서 분사하여 만든 AntOptima 에서 개발한 것으로, 매일 아침 이 소프트웨어의 개미들은 물류창고에 남아있는 재고량과 목적지, 그리고 현재 사용가능한 화물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최적의 경로를 찾아서 제시한다. 1,200개의 트럭의 움직임을 총괄지휘하는 이 소프트웨어가 전체 경로를 만들어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도리고 박사 팀은 AntNet 이라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기도 하였는데, 이 프로토콜은 정보의 패킷들이 노드와 노드 사이를 넘어다닐 때 자신들의 여정의 질(quality)에 대한 약간의 흔적을 남기고, 다른 정보 패킷들이 이 흔적을 인식하여 자신들의 라우팅 여정을 적절하게 수정한다. 

무리지성과 관련한 또 하나의 연구로, 제임스 케네디(James Kennedy)와 러셀 에버하트(Eberhart)가 1990년대 중반에 발명한 PSO(Particle Swarm Optimisation)라는 것이 있다. 이들은 발코니에 새들 먹이를 주면 첫번째 새가 이를 발견하고 날아든 뒤에, 머지않아 수많은 새 떼가 모여드는 것에 착안하여 인공의 새들이 무작위적으로 날아다니다가 먹이를 발견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을 살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가 현재는 650개가 넘는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데, 영상이나 비디오 분석, 안테나 디자인, 심지어는 의학에서의 진단시스템과 기계의 고장분석 등에도 이용된다. 

이태리 ICST(Institute of Cognitive Sciences and Technologies)의 비토 트리아니(Vito Trianni) 박사는 벌들이 최적의 벌집을 짓기 위해 탐색을 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행위와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벌들의 경우 일단 각자가 흩어져서 좋은 자리를 탐색하다가 좋은 위치가 발견되면 벌집으로 돌아와서 춤을 추면서 다른 벌들을 모은다. 자리가 좋다고 판단되면 춤을 더 오래추면서 더 많은 벌들을 모은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벌들의 모임이 일정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나머지 모든 벌들이 모여서 새로운 벌집을 짓기 위해 날아간다. 이런 과정은 인간의 뇌의 신경세포들을 벌들로, 춤을 추는 행위를 전기자극으로 치환하여 생각하면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를 일부에서는 무리인식(swarm cogni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슬라임/곰팡이 컴퓨팅


웨스트잉글랜드 대학(University of West England)의 앤디 아다마즈키(Andy Adamtzky) 교수는 다양한 물질들로 컴퓨팅이 가능한 기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피사룸(Physarum)이라는 슬라임 곰팡이를 이용한 컴퓨터이다.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 슬라임 곰팡이들은 수백 만개에 이르는 독자적인 세포들이 융합해서 커다란 개체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슬라임 곰팡이들이 음식을 찾을 때에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위치를 절묘하게 찾아가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을 잘 활용하면 슬라임 곰팡이들은 복잡한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다마츠키 교수는 이런 특징을 활용한 피사룸 칩을 구상하고 있다. 정보의 채널로서 컨덕터가 코팅된 튜브와 슬라임 몰드가 결합된 형태의 이런 칩이 전통적인 전자 칩과 연계된 하이브리드 칩으로 발전할 경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피사룸을 이용해서 스페인의 복잡한 교통문제나 일본 동경의 지하철에 적용한 연구 등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런 과정을 녹화한 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하였다. 아래에 임베딩한 비디오는 이베리아 반도의 형태를 아가 플레이트로 만든 것에 슬라임 곰팡이가 자라면서 도로망의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다마츠키 교수와 제프 존스 교수는 이런 결과에 바탕을 두고 화학적인 유혹(chemical attraction)을 바탕으로 하는 슬라임 곰팡이들의 행위를 컴퓨팅 모델로 정의해서 프로그램 규칙을 만들었다. 슬라임 곰팡이가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해석되어 적절한 위치에 뿌려진 화학물질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아래 참고자료에 링크된 arXiv에 "Computation of the Travelling Salesman Problem by a Shrinking Blob" 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공개되었는데, 복잡한 수학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DNA 컴퓨팅


생명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DNA 역시 생물학적 컴퓨팅에 있어 단골로 등장하는 녀석이다. 이미 DNA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중요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비교적 낯설지는 않지만, 실제 DNA를 이용한 컴퓨팅에 대해서는 비교적 최근에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들이 발표한 DNA 기반 컴퓨팅과 관련한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from Science.com



이 연구진들은 DNA와 단백질을 이용해서 트랜지스터와 같은 논리회로를 구성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은 이런 역할을 하는 소자를 트랜스크립터(transcriptor)라고 명명하였다. 위의 그림에서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보이는 버퍼들이 게이트의 역할을 한다. A, C, T, G의 4가지 염기를 적절하게 합성해서 마치 트랜지스터와 같은 논리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험적으로는 다양한 효소들을 이용해서 DNA와 RNA의 활동을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AND, NAND, OR, XOR, NOR, XNOR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아직 간단한 단위만 구성한 수준이므로 이들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스탠포드 연구진들은 식물들에 트랜스크립터를 이식해서 환경을 감시한다거나 인간의 몸에 삽입해서 다양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나리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컴퓨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한 성취를 만들어가는 사례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융합적인 사고와 시도는 컴퓨터의 미래도 바꾼다.



참고자료


Computers Made Out of DNA, Slime and Other Strange Stuff

Riders on a swarm

Computation of the Travelling Salesman Problem by a Shrinking Blob

Amplifying Genetic Logic G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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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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