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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송명근 교수님 때문에 잠잠하던 의료계가 꽤나 시끄럽습니다. 
왠만하면 그동안 글도 많이 올라오고 했기에 이런 글은 안 쓰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오늘 송명근 교수님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이렇게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송 교수님의 기자회견 내용 중에서 제가 가장 놀란 부분은 다음의 질의응답 부분입니다.


학회에서 지적됐던 “수술 방법을 지속적으로 바꿔 왔다고 하는데, 그러면 수술 방법을 개선하기 이전에 수술 받은 환자에게는 윤리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송 교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똑같은 수술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의학은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좋습니다.  외과의사로서 환자에게 가장 좋고 적합한 수술이라는 신념이 있다면 언제나 그에 걸맞는 시도도 할 수 있는 것이고, 특히나 술기 같은 경우는 나름의 스타일도 있고 하니까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신기술을 개발한다는 입장에서는 이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새로운 수술방법을 처음 시도한 뒤에, 해당 수술방법이 좋다고 생각되면 다른 의사들도 따라할 수 있도록 정형화를 하고, 이를 통해 재현성을 갖추는 작업을 하는데, 이를 보통 "수술방법을 정립한다"는 표현을 합니다. 

저희 병원에도 의사들이 많고, 또한 신기술 개발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환자진료를 잘하고 수술을 잘하는 선생님이 신기술 개발을 잘 하거나, 다른 의사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대학교수 중에 아는 것은 많아도 학생을 잘 가르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과 비슷합니다. 

송명근 교수님을 보면 우리 병원의 천재적인 외과의사 선생님 한 분이 연상됩니다.  이 분은 임기응변이 대단히 능하고, 특히나 어려운 케이스를 만나도 번득이는 감과 천재적인 손기술로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분이기에 제가 개인적으로 수술을 받는다고 하면 그 분께 수술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이 분을 학회 같은 곳에서 라이브 서저리를 부탁드리면 언제나 좀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구요?  다른 사람이 따라하기가 힘든 방식을 많이 이용합니다.  어느 정도 다들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따라할 수가 있어야 배운 사람들이 새로운 수술방법을 익혀서 그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가 있는데,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고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어떤 선생님은 수술방에서 보기에 술기 자체는 그렇게 번득이거나 뛰어나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100% 이상 가르칠 수 있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강의나 해설, 라이브 서저리를 맡으면 글자 그대로 안심이 됩니다. 

신기술개발이라는 것은 일단 개발된 기술을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이용해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신기술 개발을 하는(특히나 의료기기가 중간에 끼는 경우라면) 의사들은 자신이 임상시험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다른 의사들로 하여금 자신이 개발한 의료기기와 신기술을 재현하게 하고 이를 이용해서 유효성과 부작용 등의 위험도를 측정합니다.  미국에서는 거의 법조항처럼 완벽하게 지켜지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지요 ...

송명근 교수님이 기자회견에서 밝히신 내용들은 정말 도저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의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또 한가지는 마치 특허를 받으면 전세계에서 모든 것이 인정받는 것과 같은 논지를 펼치셨는데, 이 역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논지입니다.  특허는 지적재산권으로 독창성이 인정되면 받는 것이지, 그것이 임상적으로 유효한지, 그리고 안전한지를 증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잘하는 명의 ...  아마도 송명근 교수님은 그렇게 평가받으실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새로운 수술방법은 정립이 되지도 않은 듯하고, 불완전해 보입니다.  적어도 절차적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미디어를 활용해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그다지 정당해 보이지 않네요.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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