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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금속이나 플라스틱, 실리콘 반도체 등의 답이 돌아올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기기 대부분이 IC(Integrated Chip)로 대별되는 반도체 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런 마이크로 칩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전자의 형태로 전송하고 이를 처리하는 것이 디지털 컴퓨팅이라는 것은 이제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계산을 잘 하는 사람들을 컴퓨터라고 하였고,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 이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하버드 대학의 천문학과 관련한 학문을 이끌면서 별들의 분광분석을 통한 이론을 정립한 에드워드 찰스 피커링(Edward Charles Pickering)은 심지어 계산을 잘하는 여성 컴퓨터들을 고용하면서 피커링의 하렘(Pickering's Harem)을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컴퓨터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다. 비록 인공지능과 인지컴퓨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컴퓨터는 실리콘과 금속 기반의 어떤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계산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이런 것들도 모두 컴퓨터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최근 아날로그적인 빛이나 신경, 세균 등을 이용한 새로운 컴퓨팅에 대한 연구들이 조금씩 각광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일찌기 노버트 위너나 클로드 섀넌과 같은 정보이론의 창시자들도 생물과 신경의 피드백 구조 등에서 많은 것을 이론화하였고, 이것이 컴퓨터 과학의 꽃을 피웠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이나 생물학적 컴퓨팅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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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새와 벌들에게서 배우는 무리 지능 


컴퓨팅과 관련한 연구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 생물로는 개미를 꼽을 수 있다. 개미들의 집단행동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관심을 처음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한 마리의 개미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이들이 콜로니(colony)를 구성하고 나면 복잡한 둥지를 짓고, 음식을 관리하고 채우는 등의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마르코 도리고(Marco Dorigo)와 같은 연구자들이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이를 무리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도리고 박사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어떻게 그들의 둥지에서 음식물에까지 이르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내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단순한 문제인 것 같지만, 가장 짧은 경로를 찾는 것은 컴퓨터 과학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인 문제이면서, 노드와 네트워크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점점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개미들은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일단 음식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른 개미들이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페로몬을 떨어뜨린다. 페로몬을 감지하고 모여든 개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페로몬의 양은 많아지고, 개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보다 명확해진다. 페로몬은 휘발성이 있어서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일단 모든 음식을 모은 뒤에는 금방 길이 없어진다. 이러한 휘발성 때문에 만들어진 길 중에서도 거리가 먼 길보다는 짧은 길이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짧은 길이 선택되는 것이다. 1992년 도리고 박사 그룹은 ACO(Ant Colony Optimisation, 개미 콜로니 최적화)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 알고리즘은 특정 지역에 페로몬을 뿌리면서 돌아다니는 개미들의 그룹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이후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다. 특히 유명한 것이 스위스의 수퍼마켓 체인인 미그로스(Migros)와 이태리 최고의 파스타 메이커인 바릴라(Barilla)의 물류시스템에 적용한 것으로 이들은 중앙의 창고에서 각각의 소매점에 이르는 최적의 배달경로를 찾는데 AntRoute 라는 솔루션을 활용하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유렵에서 무리지능과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IDSIA(Dalle Molle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in Lugano) 연구소에서 분사하여 만든 AntOptima 에서 개발한 것으로, 매일 아침 이 소프트웨어의 개미들은 물류창고에 남아있는 재고량과 목적지, 그리고 현재 사용가능한 화물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최적의 경로를 찾아서 제시한다. 1,200개의 트럭의 움직임을 총괄지휘하는 이 소프트웨어가 전체 경로를 만들어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도리고 박사 팀은 AntNet 이라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기도 하였는데, 이 프로토콜은 정보의 패킷들이 노드와 노드 사이를 넘어다닐 때 자신들의 여정의 질(quality)에 대한 약간의 흔적을 남기고, 다른 정보 패킷들이 이 흔적을 인식하여 자신들의 라우팅 여정을 적절하게 수정한다. 

무리지성과 관련한 또 하나의 연구로, 제임스 케네디(James Kennedy)와 러셀 에버하트(Eberhart)가 1990년대 중반에 발명한 PSO(Particle Swarm Optimisation)라는 것이 있다. 이들은 발코니에 새들 먹이를 주면 첫번째 새가 이를 발견하고 날아든 뒤에, 머지않아 수많은 새 떼가 모여드는 것에 착안하여 인공의 새들이 무작위적으로 날아다니다가 먹이를 발견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을 살피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가 현재는 650개가 넘는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데, 영상이나 비디오 분석, 안테나 디자인, 심지어는 의학에서의 진단시스템과 기계의 고장분석 등에도 이용된다. 

이태리 ICST(Institute of Cognitive Sciences and Technologies)의 비토 트리아니(Vito Trianni) 박사는 벌들이 최적의 벌집을 짓기 위해 탐색을 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행위와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벌들의 경우 일단 각자가 흩어져서 좋은 자리를 탐색하다가 좋은 위치가 발견되면 벌집으로 돌아와서 춤을 추면서 다른 벌들을 모은다. 자리가 좋다고 판단되면 춤을 더 오래추면서 더 많은 벌들을 모은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벌들의 모임이 일정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나머지 모든 벌들이 모여서 새로운 벌집을 짓기 위해 날아간다. 이런 과정은 인간의 뇌의 신경세포들을 벌들로, 춤을 추는 행위를 전기자극으로 치환하여 생각하면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를 일부에서는 무리인식(swarm cogni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슬라임/곰팡이 컴퓨팅


웨스트잉글랜드 대학(University of West England)의 앤디 아다마즈키(Andy Adamtzky) 교수는 다양한 물질들로 컴퓨팅이 가능한 기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피사룸(Physarum)이라는 슬라임 곰팡이를 이용한 컴퓨터이다.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 슬라임 곰팡이들은 수백 만개에 이르는 독자적인 세포들이 융합해서 커다란 개체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슬라임 곰팡이들이 음식을 찾을 때에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위치를 절묘하게 찾아가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을 잘 활용하면 슬라임 곰팡이들은 복잡한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다마츠키 교수는 이런 특징을 활용한 피사룸 칩을 구상하고 있다. 정보의 채널로서 컨덕터가 코팅된 튜브와 슬라임 몰드가 결합된 형태의 이런 칩이 전통적인 전자 칩과 연계된 하이브리드 칩으로 발전할 경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피사룸을 이용해서 스페인의 복잡한 교통문제나 일본 동경의 지하철에 적용한 연구 등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런 과정을 녹화한 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하였다. 아래에 임베딩한 비디오는 이베리아 반도의 형태를 아가 플레이트로 만든 것에 슬라임 곰팡이가 자라면서 도로망의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다마츠키 교수와 제프 존스 교수는 이런 결과에 바탕을 두고 화학적인 유혹(chemical attraction)을 바탕으로 하는 슬라임 곰팡이들의 행위를 컴퓨팅 모델로 정의해서 프로그램 규칙을 만들었다. 슬라임 곰팡이가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해석되어 적절한 위치에 뿌려진 화학물질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아래 참고자료에 링크된 arXiv에 "Computation of the Travelling Salesman Problem by a Shrinking Blob" 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공개되었는데, 복잡한 수학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DNA 컴퓨팅


생명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DNA 역시 생물학적 컴퓨팅에 있어 단골로 등장하는 녀석이다. 이미 DNA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중요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비교적 낯설지는 않지만, 실제 DNA를 이용한 컴퓨팅에 대해서는 비교적 최근에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들이 발표한 DNA 기반 컴퓨팅과 관련한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from Science.com



이 연구진들은 DNA와 단백질을 이용해서 트랜지스터와 같은 논리회로를 구성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은 이런 역할을 하는 소자를 트랜스크립터(transcriptor)라고 명명하였다. 위의 그림에서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보이는 버퍼들이 게이트의 역할을 한다. A, C, T, G의 4가지 염기를 적절하게 합성해서 마치 트랜지스터와 같은 논리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험적으로는 다양한 효소들을 이용해서 DNA와 RNA의 활동을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AND, NAND, OR, XOR, NOR, XNOR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아직 간단한 단위만 구성한 수준이므로 이들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스탠포드 연구진들은 식물들에 트랜스크립터를 이식해서 환경을 감시한다거나 인간의 몸에 삽입해서 다양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나리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컴퓨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한 성취를 만들어가는 사례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융합적인 사고와 시도는 컴퓨터의 미래도 바꾼다.



참고자료


Computers Made Out of DNA, Slime and Other Strange Stuff

Riders on a swarm

Computation of the Travelling Salesman Problem by a Shrinking Blob

Amplifying Genetic Logic G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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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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