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은 현대세계에서 미래학자들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면서도 영향력을 갖춘 형태의 글 또는 미디어 작품이다. SF소설은 단순한 기술의 나열과는 달리 사람들의 이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감성적인 면까지 고려한 전체적인 미래를 인지하도록 도와준다. 

물론 모든 SF소설이 미래를 그려내기 위해서 창작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SF소설은 미래에 대해 문학적이면서, 서술적으로 접근하는 도구이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감동을 주기 위해서 줄거리를 짜고, 다양하고 전형적인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드라마틱한 갈등의 해소라는 전통적인 소설의 특징 이외에, 영상적인 요소를 감안한 액션 시퀀스나 과학적이면서도 정교한 배경설정 및 기기 등을 등장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SF소설과 영화 등을 심도있게 뜯어본다면 미래의 여러 단면들을 그려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대적 SF의 아버지, H. G. 웰스 (H. G Wells)


from Wikipedia.org


영국의 H. G. 웰스는 현대적인 SF소설의 아버지이자 동시에 미래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쥘 베른, 휴고 건스백과 함께 '과학 소설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미래를 과학적인 근거에서 예측하려고 했으며, 미래연구와 관련한 체계를 세우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그는 다양한 SF작품들을 통해 여러 가지 형태의 미래상을 그려내었다. 일반적으로 SF소설가들이 주로 유토피아 또는 디스토피아 중의 하나를 그리는데, 그는 양쪽의 세계를 모두 잘 그려내었다. 과학적 모험에 대한 이야기, 원자폭탄과 지구의 멸망, 외계인과의 전쟁, 시간여행, 투명인간 등 소재의 다양성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대표작은 너무 많은데, 널리 알려지고 영화화가 된 것만 하더라도 《타임머신》, 《투명인간》, 《우주전쟁》등이 있으며 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영향을 받은 것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그는 또한 역사, 정치, 사회 등의 여러 장르에서 1905년 집필한〈근대 유토피아〉이래 《세계 문화사 대계》, 《생명의 과학》등과 같은 다양한 논픽션 작품도 남겼다. 집안이 가난해서 독학으로 대학을 졸업했는데, 초기에는 생물학을 공부하였고 다윈주의의 맥락에서 많은 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작품은 영미과학소설계의 중심이 되어왔는데, 영국의 "과학적 로맨스(Scientific Romance)"장르의 창시자로 보고 있으며, 후에 올라프 스테이플던(Olaf Stapledon), J.D. 베어스포(J. D. Beresfor), S. 파울러 라이트(S. Fowler Wright) 등과 같은 작가들이 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는 미래의 놀라움과 걱정거리를 모두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모든 과거는 시작의 시작이며, 모든 현재는 새벽의 여명이라고 믿을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이 지금까지 이루어낸 모든 것들은 깨기 전의 꿈과 같은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정말 심오한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SF소설과 미래와 관련한 가장 핵심적인 생각을 전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웰스는 기본적으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모두 다루었지만, 이를 진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를 역사적인 시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SF소설 이상으로 여러 논픽션 작품들도 발표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많이 제시하면서 국경이 없는 세계국가를 만들어 민족간의 싸움을 없애자고 제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다소 실의에 빠져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였다. 



SF영화의 아버지, 조르쥬 멜리에스


from jiff.tistory.com


소설과는 달리 시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SF영화에 있어서 아버지로 칭송받는 인물은 단연 프랑스의 조르쥬 멜리에스(George Melies)다. 그는 마술사이기도 해서 특수효과나 독특한 비젼효과에 능했는데, 그런 특기를 잘 살려서 SF적인 이야기를 20세기 초의 열악한 기술환경에도 불구하고 잘 표현할 수 있었다. 그의 영상은 창의적이고, 초현실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50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그의 가장 중요한 대표작으로는 단연 세계 최초의 SF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1902년 제작된 《달세계 여행》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각색해서 만든 흑백 무성 영화로, 당시로서는 정말 혁신적인 특수효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달의 눈에 로켓이 착륙하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 중의 하나다. 빌리지 보이스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화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달세계 여행》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좀더 자세히 다루기도 하였으므로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연관글:

2014/04/07 - A Trip to the Moon - Georges Melies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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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학회 2014 컨퍼런스 중에서 눈에 띈 세션 중의 하나가 "Visualizing Future" 라는 세션이었다. 연사는 딱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젊은 디자이너이자 미래학자인 게리 스캇(Gary Scott)이다.





같은 것 같아도 어떻게 그림을 그려내느냐에 따라 전달하는 느낌은 많이 다르다. 처음으로 보여준 자신의 일러스트 작품을 놓고 그는 Utopia로 보이는지 아니면 Dystopia로 보이는지를 묻는다. 그는 이 그림을 대체에너지를 중심으로 사용하는 미래의 유토피아 도시를 기능적인 측면에서 상상하면서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마치 미래의 핵전쟁 등이 있은 이후에 남겨진 도시같다는 반응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때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낼 때에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심리를 고려한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제는 SF는 더 이상 Science Fictoin이 아니라, Science Fact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Terence McKenna가 이야기 했듯이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알림을 주면서 미래는 오고 있는데 우리가 그런 시그널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SF소설이나 영화, 또는 그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몇 가지 중요한 시그널이나 그림들을 소개하였다. 1930년 올라프 스타플레던(Olaf Stapledon)의 작품인 <Last and First Men>에서 소개한 하이브 마인드(Hive Mind) 또는 그룹 마인드(Group Mind) 개념이 이제 원격지에서 뇌파를 읽고, 외부의 전자기 자극으로 다른 사람의 손을 움직이게 한 워싱턴주립대학(UW, University of Washington)의 실험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개봉한 수퍼맨에 대한 영화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의 크립톤 행성의 설정인 인공자공(Artificial Wombs)에 대한 그림도 소개했는데, 실제 기술적으로는 2033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림자체는 차갑게 그려내어 부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실제 인공자궁과 인공수정이 결합할 경우 맨 오브 스틸에서와 같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자연출산은 매우 드물고, 사회적인 인력생산에 가깝게 진행될 수 있음을 그는 강력하게 시사했다.




 

그가 남긴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말은 다음의 말들이다.



SF acts as a philosophical and psychological playground. A place to create … Future Maps of Cultural Echoes  (SF는 철학적, 심리적인 놀이터다. 그리고 이곳에서 문화적인 메아리에 대한 미래지도가 창조된다)


The future has already happened and technology is just the echo bouncing back at humanity (미래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기술은 단지 휴머니티가 반향되어 나온 메아리다)


그 밖에도 숨쉬는 피부나 에코 아일랜드, 웨어러블 기술, 소행성에 대한 광물채굴, 수중도시, 도심지의 농장건물, 자연을 닮은 미래의 물체들 등 여러 가지 개념과 시나리오들을 사진과 그림으로 설명하였는데, 말이나 글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전달력이 있음을 느꼈고, 그림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수중로봇인 아쿠아봇(Aquabots)의 경우 FESTO의 AquaJellies 2.0 이라는 스마트폰으로 조종이 가능한 로봇은 이미 구현이 되었다고 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from FESTO.com



또 한 가지 좀더 미래지향적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동시스템 컨트롤 엔지니어로 인텔리전트 로봇 컨트롤과 로봇의 기계학습에 대한 연구와 진화로봇(Evolutionary Robot)에 대해 연구하는 앤드류 넬슨(Andrew Nelson) 박사의 홈페이지에 대한 소개였다. 그는 공학기술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한데, 공학이 자연과 환경을 만나서 어떻게 새롭게 자신을 정의하고, 자발적으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로봇을 그려내고 있다. 약간은 기괴해 보이는 디자인이나 그림을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앤드류 넬슨의 작품 중 하나



또한, 게리 스캇 자신도 자신의 홈페이지와 Serious Wonder 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래를 시각화하는 작업과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큐레이션을 게을리하고 있지 않은데, 미래학에 있어서 이렇게 예술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과 실제로 시각화를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세션이었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Digital Immortality"에 대해 Serious Wonder에 공개된 영상 클립이다.





참고자료:


Gary Scott 홈페이지

Nelson Robotics 홈페이지

Serious Wonde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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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을 통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앞으로 미래의 에너지를 100%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라도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기에 신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신재생 에너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은 태양광과 풍력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재미있고 독특한 태양광 프로젝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르비아의 딸기나무 프로젝트




세르비아의 도시를 여행하다가 휴대폰의 배터리가 없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딸기나무를 찾으면 된다. 세르비아의 주요 도시에는 태양광 기반의 배터리 충전 및 벤치, 그리고 Wi-Fi가 가능한 스테이션이 있다. 벨그레이드(Belgrade) 대학의 Miloš Milisavljević의 아이디어로 학생들과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가 우리의 생활을 바꾼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에 기반하여 스트로베리 에너지(Strawberry Energy)라는 회사가 설립되었고, 이 회사는 현재 세르비아의 주요 도시에 10여 군데에 딸기나무를 설치하였는데, 최근에는 광고판을 붙이는 비즈니스 모델도 나오고 있어서 앞으로 더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처음 설치된 벨그레이드의 딸기나무에서는 이미 수만 번의 충전과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나왔다고 한다. 


핀란드의 태양광 레스토랑



핀란드에는 맥주회사인 Lapin Kulta에서 오픈한 태양광 레스토랑이 있다. 이 회사가 태양광을 이용하는 방법은 다른 곳과는 다르다. 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의 열을 이용해서 음식을 조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레스토랑은 낮에만 영업을 할 수 있고, 그날 그날의 날씨에 따라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메뉴도 달라진다. 헬싱키 인근의 칼라사타마(Kalasatama)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사를 했고, 밀란과 스톡홀름 등에는 여름 시즌에 간단히 어느 지역에서나 태양열 조리대를 놓고 거리에서 오픈할 수 있는 이동형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환경친화적인 접근방법에 대해 무척이나 신선한 시도를 하는 레스토랑이 아닐까?


네덜란드의 솔라로드(SolaRoad)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 중의 하나로 꼽힌다. 최근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전거와 함께 태양광을 결합하는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도로는 250마일에 이르는데, 도로의 상판을 크리스탈 실리콘 태양전지가 포함된 투명한 강화유리로 교체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렇게 하면 1제곱미터당 연간 50kWh 정도의 발전을 할 수 있으며,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는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서 도로의 신호등이나 가로등을 밝히고, 남는 전기는 인근의 가정에도 전력을 공급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낮 시간의 과부하가 걸리는 전력을 보충할 수 있고, 동시에 배터리 충전을 통해 밤에도 전력원으로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신재생 에너지는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무엇인가를 태워서 거대한 터빈을 돌리고, 중앙집중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우리의 생활과 연관된 작은 혁신을 무수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아직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다른 대륙의 노력이 뒤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의 선언에서도 보듯이 이런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중국도 소리소문없이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기술을 축적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더욱 필사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실험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보다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Strawberry Tree: A Free, Public, Solar-Powered Charging Station

Solaroad Combines Road and Solar C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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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많이 사라진 것이다. “디지털이다”의 저자인 니콜라스 니그로폰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보스턴의 거실에 앉아 전자 창문을 통해 스위스의 알프스를 바라보며, 젖소의 목에서 울리는 방울 소리를 듣고, 여름날의 (디지털) 건초 내음을 맡을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아톰(자동차)을 몰아 시내의 일터로 가는 대신 사무실에 접속하여 전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경우 나의 작업장은 과연 어디인가?


장소와 주소의 새로운 의미

이와 같은 추세는 점점 더 장소와 주소의 개념을 바꾸어 놓는다. 한자로 주소(住所)를 해석하자면 “사는 곳”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물리적으로 거주하는 곳을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이제는 다양한 주소가 존재한다. 물리적인 거소에서 존재하는 것 이상으로 비트로 이루어진 가상의 장소에서 존재하는 시간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으며, 비트의 공간에서 사람들의 거소를 나타나는 소위 “공간이 없는 장소”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지는 시대이다.

초창기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메일이 보급되면서, 이메일 주소가 자연스럽게 비트의 공간에서의 전통적인 주소 역할을 해왔다. 이런 경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 사람의 가상공간에서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장소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은 자신의 치장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마음껏 치장해서 남들에게 보란 듯이 주소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메일은 다소 사적인 공간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별되는 소셜 웹 서비스들의 계정들도  인터넷 상에서의 개인의 페르소나(Persona)를 나타내는 주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각각의 가상공간의 주소들은 모두 물리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필자의 개인 이메일 주소는 구글의 데이터센터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주소는 역시 이들 회사의 클라우드에 위치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필자에게 접촉을 하기 위해 이용하는 주소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사의 물리적 주소가 아니다. 많은 사용자들은 쇼핑몰에서 여러 매장들을 돌아다니듯이 네트워크를 돌아다닌다. 브라우저라고 이름 붙여진 자동차를 타고 가상의 주소 체계에 따라 이 서버에서 저 서버로 이동하면서 쇼핑을 한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새로운 “공간이 없는 나만의 장소”는 모든 사람들을 간단히 연결하는 거대한 새로운 가상의 공간체계를 만들었다.    


시간의 활용이 달라진 생활방식

과거의 전통적인 아톰 위주의 사회에서는 절대적으로 생산수단과 업무환경이 있는 곳에 있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그리고 노는 시간과 집에서 쉬는 시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9시~5시라는 일반적인 일하는 시간과 일하는 곳까지 움직이는 출퇴근 시간, 주말이라는 달콤한 충전시기와 직장에 따라 다르지만 일 년에 1~2주일 정도의 휴가를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너무나 당연했던 생활의 리듬이 인터넷과 모바일의 시대가 되면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업무와 관련되는 메시지가 개인적인 메시지와 함께 섞이지 시작했고, 평일 밤이라고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 일요일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자신이 맡은 일을 할 수 있으며, 당장 만나지 못하더라도 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를 협업을 하는 당사자들과 나눌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명확한 일과시간의 구분을 짓고, 여기에 응답하지 않는 생활패턴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전통적인 시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일을 사무실에 남겨두려고 한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언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자신의 능력을 일하는 것에 쏟기도 하고, 잠시 휴식이 필요하면 좋아하는 만화나 동영상을 찾아보거나, 음악을 듣기도 한다. 새벽 시간이나 일요일에도 여유가 있고 능률이 오른다면 일을 하고, 주어진 일을 모두 완수한 뒤에는 휴식을 가진다. 이미 우리는 출퇴근이나 정해진 시간의 경계에서 벗어나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기 시작했다. 다만 전통적인 시간의 경계와 장소의 제약을 완전히 극복하는 정책을 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과거로부터의 습관을 쉽게 바꾸기도 어렵기 때문에 아마도 당분간 혼란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에 분배와 활용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는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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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농부들은 주로 아침에 일을 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역사의 많은 직업들이 그랬을 것이다.  최소한 주로 일하는 시기가 있고, 항상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거리가 있을 때 하고 쉬는 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부분의 직업은 어떤 회사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좀더 넓은 의미에서 바라본다면 회사가 되었든 어떤 단체가 되었든 이름이 있는 복합적 실체(우리는 이를 "브랜드" 라고 부른다)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개인을 브랜드로 삼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 그런 경우는 소수이니까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오늘날의 직업에서는 어찌되었든 책임자가 있고, 책임자가 목표를 설정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이를 수행하면서 만들어내는 가치를 책임자가 보상을 주는 형태로 세상이 굴러간다.  중세와 비교할 때 살아가는 방식자체가 크게 바뀐 것이다.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터에서 우리들의 친구가 생기기도 하고, 회사의 문화와 회식, 그리고 동료들과의 관계 등이 우리 삶의 의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해고를 당하거나 실직을 하는 것의 충격이 더욱 큰 것이다.  이는 개인 네트워크의 일부가 무너짐을 의미하며, 적어도 하루의 절반의 시간 동안 할 일을 할 수 없게 만들며, 살아가는 의미를 앗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또 바뀌려고 한다.  과거처럼 생산을 하는데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것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제는 생산한 것들이 넘치기도 한다.  자동화를 통해 유토피아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요보다 넘치는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어지면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과거만큼 생산을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할 일이 없어지며 새로운 일상의 소일거리를 찾아야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레저를 즐기고 노는 것과 관련한 일이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대량생산과 소비, 그리고 산업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경제의 중심은 생산에서 지식으로 넘어왔고, 과거에 존재하던 많은 직업이 사라져 간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과거처럼 배웠던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자체가 없어지는 사건이 한 사람의 생애주기 중에 나타나고 있다.  기계들과 컴퓨터 등이 원래 과거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대체하고 있으며, 이런 기계들과 컴퓨터를 동작시키는 기술을 배우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노동력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노동력의 상대가치는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그에 비해 지적재산권과 같은 지식의 가치는 상승하는 추세가 지속된다.

산업혁명 이후 250년 간의 역사 동안 우리가 아는 직업들은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재조직화하고 살아가는 것 자체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데, 이제는 회사와 조직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과 삶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대비를 해야하는 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조직이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중심이 되어 여러 사회 또는 커뮤니티에 대해 공헌을 하는 하나의 멤버로서의 역할로 전환되고 있으며 부를 어떻게 분배하고 이를 같이 나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패턴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산업혁명 시기에도 그랬지만, 이렇게 거대한 물결에 의해 인류의 역사가 새롭게 바뀌는 전환기에는 언제나 과도한 불안감과 지나친 낙관주의가 공존해왔다.  확실한 것은 이러한 전환기의 직업관과 일자리,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은 현재의 경제학자나 월스트리트의 몫은 아니라는 것이다.  혁신은 다양한 사람들의 팀에서 나오게 될 것이며, 새로운 브랜드를 조직하고, 새로운 장소에서 과거와는 다른 제품과 경험, 서비스 등을 창조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어떻게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고, 여기에서 새로운 삶의 경험과 가치관을 고민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돈을 벌려고 궁리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작업이다.  보다 창의적이고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엮어내는 사람들이 필요하며, 이런 사람들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할 때, 미래의 급격한 변화에 보다 쉽게 적응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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