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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벤처기업인 메디슨을 창업했던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님의 업무상 배임에 대한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민화 전회장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11년 전에는 자회사에서 국내의 새로운 의료관련 포탈에 대한 첫번째 작업을 거들기도 했었구요 ...  현재도 우리나라 의료기기와 병원산업의 발전 및 수출산업화를 위해 가끔씩 뵙고 의견도 나누고 있습니다.

이민화 전회장님은 단순한 벤처기업가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을 다같이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정열를 불태웠고, 실제로 국내 벤처기업들의 자금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해준 코스닥이 탄생한 것에도 그의 역할이 컸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기 및 의료관련 IT 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무수한 기업(메디슨, 유비케어, 이지메드컴, 인피니트, 뷰웍스, 메디너스 등)들이 모두 이민화 전회장이 직접 발굴하여 투자한 회사들 이었습니다.   모기업인 메디슨이 당시로서는 다소 과도한 M&A 등을 통해 급격히 몸집을 불리는 과정 속에서 부도를 냈기에,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탄을 받았고 동시에 주주들이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결국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고, 메디슨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고난을 겪게 됩니다.

현재 당시 부실로 인해 모기업의 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던 자회사들이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서 국내 의료기기 및 IT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메디슨이 당시의 고비만 넘겼더라면 지금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벤처 기업들이 과거 경영자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고, 호의호식하며 돈놀이를 하며 회사를 전횡했던 경험때문에,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벤처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업이 한 번 실패를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대표이사가 뒤집어쓰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능한 사람이 재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풍토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한 번의 실패는 영원한 실패로 낙인찍힌다는 두려움에 사업이 전망이 없음에도 접지 못하고 계속 부실만 키워가게 되고, 동시에 실패를 하면 결국 인생을 종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끊어져야 합니다.

이전에 "미국의 기업환경"에 대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도와 미국을 비교했지만, 한국을 그 비교대상으로 집어넣어도 그 결론은 비슷합니다. 

2009/02/03 - [글로벌경제/경영/기업 이야기] - 미국이 최고의 기업환경을 가진 5가지 이유

미국에서는 맥킨지나 앤더슨, 부즈 알렌 같은 커다란 컨설팅 회사에서 똑똑한 인재들을 뽑기가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최고의 인재는 언제나 실리콘 밸리나 다른 곳에 있는 작은 벤처 기업에서 자신의 꿈을 시작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인도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똑똑한 인재들은 죄다 대기업에만 가려고 합니다.  직업의 안정성이 꿈을 펼쳐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것은 단순히 월급과 버는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문화의 문제인 것이죠.  이렇게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서 잘 나가는 작은 회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작은 기업의 성공신화가 쓰여질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에 대한 보상과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최대의 강점은 위험과 실패에 대해 대단히 관대하고 건전한 복구 시스템이 있다는 것입니다.  벤처 기업은 기본적으로 위험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실패자도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벤처를 하다가 실패한 젊은 엔지니어가 회사문을 닫으면, 젊은 사람이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음에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물론, 큰 회사에서 이런 실패를 한 사람들을 기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기본적으로 실패를 하면 너무나 큰 개인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실패한 뒤에 큰 기업에 취직하거나 권토중래를 노릴 수 있는 환경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 실패는 영원한 실패를 의미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쉽게 시작하지 못합니다.  또한, 시작을 하더라도 벤처의 특성 상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당연한데도, 한 번의 실패를 하기 싫어서 쉽게 문을 닫지 못하고 계속 연명을 하면서 실패의 크기만 키우게 됩니다.  이래서야 건전한 젊은 기업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경제가 살려면, 최고의 젊은이들이 과감히 창업할 수 있고, 이들이 사업에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하며 동시에 실패를 하더라도 그들의 경험을 높이 사고 재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도 많이 나옵니다만, 사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러한 기업가 정신의 재발견과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생태계를 재창조하는 것에서부터 나올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젊은 에너지를 바탕으로한 신산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환경을 갖추지 않으면, 결국 사람이 최고의 재산인 우리나라의 향후 미래도 그다지 밝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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