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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의 황금기는 1938년 부터 1950년 정도까지로 언급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1946년 까지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SF의 서브 쟝르들이 확립되었고, 또한 당대 최고의 소설가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SF소설의 황금기에 등장한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두 사람을 꼽는다면 지난 연재에서 소개한 아이작 아시모프와 오늘 소개할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Heinlein)을 꼽는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달랐지만, 오늘날까지도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SF작가라는 것은 공통적이다.



하드 SF의 아버지, 로버트 하인라인


SF 중에서도 과학을 중심에 두고 과학적인 개연성을 중시하는 SF를 하드 SF라고 한다. 그래서, 하드 SF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과학적인 오류 등에 대해 엄격한 편이다. SF황금기에 하드 SF가 등장하고, 그 영향력이 확대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로버트 하인라인이다.



from Wikipedia.org



로버트 하인라인은 미국 중서부의 미주리 주 출신으로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하여 1929년 해군 사관학교를 나와 해군 장교로서 1931년 항공모함 USS 렉싱턴 호에서 무선 통신 장교로 복무했다. 1934년에 폐결핵으로 제대하고 UCLA에서 수학과 물리학 수업을 들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했다. 그의 이런 군에서의 경험이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사업과 정치 등에 뛰어들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로버트 하인라인이 SF소설 작가가 된 것은 해군에서 나오는 연금만으로는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쓴 SF단편 <생명선(Life Line)>이 1939년 <어스타운딩 SF(Astounding Science Fiction)>에 실리면서 부터다.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곧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해군의 항공공학 관련 연구원으로 다시 근무하면서 고고도 압력복과 레이더 연구를 실전에서 수행하게 되는데, 이때의 경험과 지식이 이후 그의 대표작이 되는 여러 작품에 녹아들면서 로버트 하인라인만의 작품세계를 만들게 된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는 파워드 슈트를 비롯해 과학이나 및 기계와 관련한 세밀하고 전문적인 묘사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그의 이런 경력 떄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글을 쓰는 스타일도 독특했다. 그와 친했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원고를 한 번에 써내고 퇴고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는 하인라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과학소설 창작백과에 쓰기도 하였는데, 영감을 받으면 순식간에 글을 써내려가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는 필자와 조금 비슷하다 ㅎㅎ).


그의 작품은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과학적·공학적 개연성에 있어서 탁월하였고, 이런 설득력에 의해 1940년대 후반 Saturday Evening Post와 같은 일반 주류잡지에 글을 실었던 최초의 SF작가였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에 급진적인 시각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데, 1959년에 발표한 대표작인 장편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는 파시스트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고, 1961년의 또 다른 대표작인 장편 <낯선 땅의 이방인(Stranger in a Strange Land>에서는 반대로 성혁명과 반문화운동의 기수로 불려지기도 했다. 


아이작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가 비교적 무난한 스토리 라인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을 썼지만, 로버트 하인라인은 사회적 논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완전히 반대되는 시각을 같은 시기에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타쉽 트루퍼스>에는 예비역만이 참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등 군대에 대한 찬양이 이어지고, 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등 군국주의의 전형을 보여주었는데, 히피들의 성전으로도 알려졌던 <낯선 땅의 이방인>에서는 폭력은 사라져야 하고 오직 사랑과 평화만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라는 작품에서는 세포조직을 통한 혁명을 일으키고, 달사회를 무정부주의이면서도 모든 관료 체제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영화나 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스타쉽 트루퍼스>는 영화로 개봉을 하기도 했고, <스타크래프트>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크레디트에도 로버트 하인라인에 대한 감사의 말이 올라간다. 스타쉽 트루퍼스의 강화전투복이나 오버로드를 바탕으로 하는 저그 종족의 이야기는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들은 1997년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스타쉽 트루퍼스의 트레일러와 2004년 발표된 스타크래프트 2의 트레일러 영상이다. 그냥 대략 보기에도 스타크래프트이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2004년에 속편이 제작되었고, 2008년에는 3편까지 제작이 되었는데, 3편의 경우에는 최악의 영화에도 꼽히는 작품이라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는 듯하다.







미래사 연작 시리즈


그의 작품들 중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단편들을 쓰면서 미래에 일어날 연대기를 정리해서 연결한 것이다. 이 연대기에 들어가는 작품들을 미래사 연작이라고 부른다. 미래사(Future History)라는 말은 어스타운딩 SF의 편집장  캠벨이 처음 썼는데, 하인라인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이런 형식은 이후 일본의 마모루 나가노의 파이브스타스토리 등에서 보듯이 많은 작가들이 활용하게 된다. 그는 미래를 그 자체로 완결되고, 극적이며, 눈으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실제 과거와 가깝게 연결시켜서 묘사한다. 미래사 연작들은 계속 이어져 있지는 않지만 앞선 작품들은 뒤를 잇는 작품이 탄탄하게 서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차례대로 구해서 읽어보면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간단한 미래사 연표 중에서 2015년 이후의 주요 이슈를 살펴보면,  


2050년 전후 네헤미아 스쿠더가 지배하는 공백기에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이 중국에 의해 초토화. 2075년 2차 미국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미국에서 '서약'이 공표 (이 시기를 커버하는 작품이 <코벤트리>). 2120년 전후의 이야기는 <유니버스(Universe)> (프롤로그만 해당). 2136년 하워드 일족이 회합을 갖고 라자러스 롱의 지도 아래 우주선을 탈취하여 지구를 탈출하며, 2210년 24~25세기 지구에서 우주로의 강제 이주가 이루어짐 (이 시기를 커버하는 작품이 <므드셀라의 아이들(Methuselah's Children)>). 3003년 지구를 탈출 했던 하워드 일족 중 라자러스 롱을 제외한 마지막 인물(앤디 리비로 추정)이 사망. 3210년 전후 라자러스 롱이 100여년간의 독신생활을 끝내고 다시 결혼. 4272년 라자러스 롱이 새로운 회춘 시술을 받고, 그의 기억이 보존을 위해 기록. 이즈음에 우주 전역에 걸쳐 2천여개의 행성에 지구인이 5천억명이 정주한다. 4273년 라자러스 롱의 복제인간 라피스 라줄리와 로렐라이 리가 태어남. 4291년 라자러스 롱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뒤 1차 세계대전에서 그 자신을 구한다. 이후 여러 인물들이 각기 다른 시간 줄기들을 넘나들며 시간여행을 한다. 


어떤가? 필자는 마모루 나가노의 파이브스타스토리를 처음 봤을 때 전율을 느꼈던 적이 있는데, 로버트 하인라인의 미래사 연작 시리즈와 연표를 보면서 이것이 하인라인이 처음 훨씬 정교하게 제시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또 한번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장편으로 휴고상을 네 번 수상했으며, 미국 과학소설 작가 협회가 선정한 그랜드 매스터에 첫 번째로 선정되기도 한 최고의 SF소설가이다. 심지어 그가 창조한 몇몇 단어들은 현대 영어의 일부가 되기도 하였는데, 예를 들어, grok은 서로 다른 존재가 같은 생각이나 같은 현실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는데 히피 운동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TANSTAAFL은 "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세상에 공짜 밥은 없다)는 뜻으로, 현재에도 경제학 저서에 자주 등장하는 약어다. waldo는 원격조작시스템(remote manipulator)을 말하며, 원거리에 있는 인간의 팔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움직이는 로봇 팔을 말하는데, 아직도 연구실이나 공장, 우주와 같은 환경에서 쓰이는 로봇 팔을 흔히 waldo라고 부른다. 그의 영향력은 수 많은 후배 SF작가들과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작가, 그리고 현대의 게임제작자와 헐리우드 영화감독들에게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그를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와 함께 3대 SF작가로 추앙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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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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