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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책 중에서 필자의 눈에 띈 책이 하나 있다. 제목은 <일의 디지털 르네상스>라는 것으로 폴 밀러와 엘리자베스 마시가 공저한 책인데,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디지털 르네상스'라는 단어가 강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르네상스는 유럽 문명사에서 14세기부터 16세기 사이에 일어난 문예부흥 운동을 말하는 것으로, 과학 혁명의 토대가 만들어져 중세를 근세와 이어주는 중요한 역사적 시기라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신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생각이 바뀌는 지적흐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필자는 '디지털 르네상스'를 이런 측면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즉,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커다란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결국 사람 중심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커뮤니케이션의 양도 늘었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도 풍성해졌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도 쉬워졌다. 그 결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세상이 더욱 작아졌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이런 기술의 여파로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급 지식에 대한 접근도 쉬워졌으며, 과거 커다란 자본을 가진 경우에만 할 수 있었던 일들도 손쉽게 가능해진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기술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가치를 일반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사회에 주로 채택되는 기술들은 효율을 증대하고, 장기적인 비용을 줄이며, 협업과 학습을 촉진하는 것들이 많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장은 점점 민주화가 되고, 사람들이 거의 동등한 관계에서 연결되는 세상으로 진화해 갈지도 모르겠다.


사회도 기술발전에 맞춰서 점점 진화한다. 문제는 그 속도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속도가 기존의 비즈니스 구조가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경우, 기존의 시스템이 파괴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연결된 소비자들이 연결된 시장에 대한 변화를 주도하는 상황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 때 필연적으로 잘 연결된 대중들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대중들 사이의 양극화가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서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의 민족, 우버 등과 같은 오프라인과의 연결성을 이용한 생활서비스들을 들 수 있는데, 이런 서비스들은 디지털의 영토를 벗어나서 연결된 소비자들과 공급자들을 활용한 아날로그로 이루어진 실제 세계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이 소비자들에게 권력을 가져다 주면서 나타나는 현상들도 주목해야 한다. 강한 힘을 가지게 된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많은 것을 알고, 보다 요구하는 것이 많아진다. 


그렇지만, 간혹 기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피로로 이어지는 경우도 관찰된다. 기술은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거나, 어떤 일이 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인지 너무나 쉽게 어떤 새로운 기술에 사로잡혔다가, 그 다음의 기술에 다시 우루루 몰려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기술의 변화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최근 늘어가는 것 같다.


아무리 기술이 혁신적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하려는 어떤 것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안겨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잊혀지거나 사라지는 운명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기술과 관련한 철학이나 지배력과 관련한 의미있는 방향성이 결정되기 전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것이 인간의 행위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기술에서 무엇을 기대하게 되는지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기술이 어떤 것을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에 기여하거나,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여부는 사실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인간의 문제일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먼저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가능성을 확대하며, 인간들이 모여 있는 사회의 시각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시도를 자꾸 해봐야 한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르네상스'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최근 소셜과 모바일 기술이 그렇게나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과연 그것이 새로운 기술이라서 그럴까? 이를 '디지털 르네상스' 적으로 해석한다면 소셜과 모바일은 과거의 어떤 기술보다 사용하는 사람들의 위계질서를 없애주며, 사람들이 연결되고 공유하는 과정을 평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 아닐까? 물론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들도 나타난다.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도 강화되고 있고, 너무 쉬운 연결과 확산으로 인해 침소봉대되는 것도 많으며, 사람들의 프라이버시와 같이 소중한 가치들이 훼손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결국 이를 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다양한 신기술들도 결국 이런 사회적 가치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냥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환각약물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과학이나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P.S. 이 글은 12월 1일자 서울신문 <글로벌 시대> 칼럼에 기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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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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