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tudio-h.org



오랫만에 TED 강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가장 가난한 버티 카운티의 교육혁신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너져가는 공교육 시스템을 노련한 교육감과 열정적인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노력으로 혁신한 이야기이다. 버티 카운티는 평방 킬로미터당 10명이 사는 저밀도의 시골이며, 전 세계의 다른 시골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지식인이 유출되고, 농장 보조금에 의존하며, 빈곤하다. 주민의 60%가 흑인인데, 잘 사는 백인들은 주로 사립학교를 가는 탓에 공립학교 학생의 86%가 흑인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공립학교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영어와 수학과목에서의 주의 기준을 통과하는 학생비율이 3년 전 까지만 해도 27%에 불과할 정도로 공교육 체계도 붕괴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이 황폐화되면 자연스럽게 가난은 대물림을 하게 되고, 지역은 지속적으로 낙후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돌 수 밖에 없다.


이 지역 학교의 혁신의 바람은 2007년 닥터 Z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칩 쥴린저 박사가 교육감으로 초빙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닥터 Z는 198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차터스쿨(공적자금을 받아 교사·부모·지역 단체 등이 설립한 학교)을 운영한 선지자이기도 하다. 그는 버티 카운티에 부임해서 2009년 2월 강연의 주인공인 에밀리 필로톤(Emily Pilloton)이 설립한 비영리 디자인 단체인 프로젝트-H 디자인 팀을 초청하였다. 프로젝트-H가 맡은 일은 학교 구역의 정비에 디자인적인 측면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H 디자인팀은 6가지 디자인 지침을 이용하는데, 그 중에서 인도주의에 중점을 둔 디자인을 할 때에는 고객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을 해서 그 안에서 적절한 솔루션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원칙을 가장 중시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버티 카운티를 오가면서 학교의 혁신을 색다른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디자이너인 에밀리 필로톤과 건축가인 매튜 밀러(Mathew Miller) 2명이 한 팀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버티 카운티에는 전체 카운티를 통틀어 면허를 가진 건축가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창조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에, 닥터 Z와 프로젝트 H 팀은 교육에 디자인을 적용시키는 것과 어떻게 하면 교육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훌륭한 수단으로 만들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들이 이용한 첫 번재 디자인 접근방법은 '교육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Education)' 이었다. 제일 먼저 교사들과 학생들을 위해 향상된 공간과 소재의 물리적 건축을 하였다. 첫 번째로 컴퓨터 실습실들을 차례로 수리하였는데, 전통적인 컴퓨터 실습실이 비교평가 테스트를 수행하였기에 지리한 반복과 주입만 하는 시험시설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공간을 학생들이 좀 더 참여할 수 있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사교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교사들과 함께 학습경관(learning landscape)이라고 부르는 학습놀이터를 만들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이 주요 과목을 배울 때 게임과 활동, 뛰어다니기, 소리지르기 처럼 어린아이 특유의 행동을 하면서 학습이 가능하도록 야외에 만들었다. 그와 함께 재미있는 학습게임 들을 같이 디자인했는데, 예를 들어 Match Me라는 게임의 경우 기본적인 곱셈을 배우도록 한다. 한 반을 두 팀으로 나누고 각 팀을 운동장 양측에 위치시킨 후, 교사가 분필을 들고 학습경관에 설치된 앉을 수 있는 각각의 타이어에 숫자를 적는다. 그런 다음 교사가 수학문제를 내는데, 예를 들어 4 곱하기 4라고 하면 각 팀에서 한 명씩 나와서 16이라고 쓰여진 타이어에 가서 먼저 앉으면 된다. 그래서 모든 팀 구성원이 타이어에 앉게 되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학습 놀이터의 효과는 놀라워서 버티 카운티의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특히 남학생들에게 효과가 높았다고 한다. 교육을 위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과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고, 교사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접근방법은 '교육을 새로 디자인 하는 것 (ReDesigning Education)"이다. 이것은 어떻게 교육이 관리되고 무엇을 누구에게 제공하는지 시스템 단계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서 실제로 수행한 프로젝트는 '버티를 연결하자(Connect Bertie)'라는 시각적인 공공 캠페인이었다. 수 천개의 파랑색 점들이 카운티 전체로 퍼져나갔는데, 이것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모든 가정에 컴퓨터와 광대역 인터넷 연결을 설치해주기 위한 기금을 모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사방에 붙은 이 파랑색 점들은 사람들을 즐겁게하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말고도, 학교 시스템에게 좀 더 연결된 지역사회를 위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구입하게 된 첫 컴퓨터가 실제로 보급이 되었고, 방과후에도 학습을 계속할 수 있게 교실과 집을 연결하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세 번째 방법은 '교육으로서의 디자인 (Design As Education)'이다. 교육으로서의 디자인은 실제로 학교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으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배우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구조물과 조립기술등을 이용해서 실제로 지역사회의 목적에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여기에서 디자이너는 교사가 되어 다음 세대들이 지역사회의 창조자본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디자인은 많은 학교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지루하고, 경직되고 말로만 하는 교육에 대한 해결방법이 된다. 활동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며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방법으로 핵심과제를 학습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소홀하게 되었던 기술 수업을 부활시키고 강화하면서 동시에 좀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할만한 것들을 수업 프로젝트로 하였다. 수업은 가을학기부터 봄학기까지 2학기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의 스튜디오 겸 작업장에서 매일 3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동안 밖으로 나가서 문화기술지적 조사를 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스튜디오로 다시 돌아온다.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적절한 컨셉을 잡기 위해 시각 디자인을 하고, 작업장으로 가서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고, 잘 동작하는지를 보고, 개선해 나간다. 그 이후의 여름방학 동안에 학생들은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프로젝트 H의 직원으로 고용이 되어 실제 건축일을 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어떤 학생들은 시내에 야외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어떤 학생들은 버스 시스템을 위한 버스 정류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또 다른 학생들은 노인을 위한 집수리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스튜디오 H는 이렇게 아이들이 실제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교육,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일터를 동시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버티 카운티의 스튜디오 H에서는 13명의 학생들과 2명의 교사들이 이런 교육과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지만, 이런 접근방법은 얼마든지 다른 곳의 학교에서도 자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시각디자인이나 제품 등의 상업적 활동을 위해 전문가들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 사고를 하고, 이것이 어린 학생들을 변화시키며, 실제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때 교육도 바뀌고, 우리 사회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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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비주얼아트 대학(School of Visual Arts, 이하 SVA)에서는 사회혁신 디자인(Design for Social Innovation) 석사(MFA) 프로그램을 개설하였다.  이 학위과정에서는 이름과 같이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와 환경을 발전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과의 책임을 맡게 될 쉐릴 헬러(Cheryl Heller)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아카데믹한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세상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요구사항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열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사회혁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중요한 교훈들이 많다.  무엇보다 대학이 새로운 학문을 학생들에게 교수들이 가르친다는 한계에서 벗어나서 사회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의 의미가 크다.  이 학교에서는 지역사회의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직접 직면하고, 디자이너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익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도록 할 예정이다.  

과거 MICA의 소셜 디자인 MA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마이크 웨이커트(Mike Weikert) 교수는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고, 영향력도 있는데, 우리에게는 어떤 책임이 있는 것인가?  우리가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토론토 대학의 로저 마틴(Roger Martin) 교수가 이야기하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나 IDEO의 인간중심디자인(human-centered design)과 같은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런 강력한 무기가 비즈니스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혁신을 주도하는데에도 분명히 대단히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과거 아름다운 재단 등의 활동을 하면서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를 자처한 바 있다.  어찌보면 소셜 디자이너는 디자인적인 사고와 기술을 조금이나마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가 싶다.  우리 주변의 문제에서부터, 더 나아가서는 저개발국가 등의 글로벌 차원에서의 빈곤 및 건강에 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에 디자이너들에게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혁신의 기술을 가르치고,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앞으로의 미래에 있어 정말로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소셜 디자인 교육은 최근 세계적인 디자인 교육기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파슨스 스쿨(Parsons School)에서는 글로벌한 음식의 분배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MICA에서는 볼티모어 지역이 저소득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기업들이나 각종 NGO들의 변신도 눈여겨 볼만하다.  IDEO나 Continuum과 같은 곳에서는 소셜 디자인을 자신들의 중요한 사업영역의 하나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의 산하기관들이나 영리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도 이런 인력들을 필요로 한다.  많은 기관들이 최근에는 영리와 비영리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하여 보다 지속가능한 사회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의 바람에 따라 보다 많은 소셜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면서도, 미시적인 접근방법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사회에 증명할 수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그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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