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eigh LeBlanc from Flickr


시험공부를 할 때 그렇게 안 외워지던 페이지가 거의 반쯤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어나면 아침에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는 경험을 해보신 적 있는지요?  저는 꽤 많습니다.  그래서, 시험때 방을 새워 공부하기 보다는 단 몇 시간이라도 반드시 잠을 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는 있었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되는 연구논문이 나왔습니다. (시험에서의 기억은 단기기억이고, 이번 논문의 주제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

과거 프로이드는 낮에 경험하고 학습한 것들이 잠을 자는 동안 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새로운 기억들이 구성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인간의 단기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는 해마(hippocampus) 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일부의 기억들은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수면과 기억력과 관련하여 2009년 9월 11일에 온라인 출간된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지에 현재 Rutgers 대학의 분자/행동 신경과학 센터의 교수인 György Buzsaki 팀이 "sharp wave ripples," 라고 불리는 짧은 뇌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구팀은 이 이벤트가 해마에서 생성된 학습정보가 장기기억이 저장되는 신피질(neocortex)로 넘어가면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Sharp wave ripples"는 강렬하고 압축된 파형으로 해마에서 나타나는데, 해마가 실제로 활발히 움직이지 않고 쉴때 나타납니다.  특히, 잠을 잘 때 많이 발생하는 이벤트로 수면의 가장 깊은 단게인 3단계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즉, 우리 뇌가 열심히 활동하면서 기록된 단기기억 정보들이 잠을 자면서 쉬는 동안에 필요한 것들을 골라서 장기기억 장치로 열심히 옮기는 작업을 한다는 것(?) 입니다.  마치 중요한 정보를 한밤 중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백업을 하는 것과 무척 비슷하지요?

이 연구는 쥐를 이용해서 이루어졌는데, 쥐들로 하여금 공간지각 능력과 관련한 작업을 훈련시키면서 각각의 훈련 세션마다 잠을 자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수면을 취한 쥐들은 "ripples" 이벤트 뇌파가 모두 나왔고, 그런 쥐들이 수면을 취하지 않고, 이런 이벤트가 없는 쥐들에 비해 학습의 진행이 더욱 잘 되었습니다.  또한, 수면을 취하더라도 전기적 자극을 통해 "ripples" 이벤트 뇌파를 제거하면 학습효과가 저하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연구방법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까지의 연구가 주로 fMRI(기능성 MRI)를 이용해서 뇌의 특정부위가 어떤 행동이나 기능과 연관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뇌전도(electroencephalogram)나 신경의 전기전달과 관련한 측정방법 등을 이용해서 특정 이벤트와 행위 등이 뇌의 어떤 부위들과 연계가 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연구논문 원문링크)

Gabrielle Girardeau, Karim Benchenane, Sidney I Wiener, György Buzsáki & Michaël B Zugaro. 
Selective suppression of hippocampal ripples impairs spatial memory
Nature Neuroscience, 2009; DOI: 10.1038/nn.2384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

오늘자 뉴욕타임즈를 보니 현대의학의 최대의 신비인 뇌의 기능 중, 기억력(메모리)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인 헨리 구스타프 몰라이슨(Henry Gustav Molaison)씨가 82세를 일기로 영면에 드셨군요 ...

원문은 아래 URL 따라가시길 ...

http://www.nytimes.com/2008/12/05/us/05hm.html?_r=1&partner=rss&emc=rss&pagewanted=all


몰라이슨씨는 아버지가 태어난 곳, 그리고 1929년의 주식시장의 붕괴나 2차 세계대전, 그리고 1940년대의 살았던 이야기와 같은 과거의 기억은 하지만, 새로운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하는 증상을 가졌습니다.

그는 1953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간질을 고치기 위해, 당시로서는 실험적인 수술을 시행하였는데, 그 이후 갑자기 이런 증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그의 일상은 언제나 똑 같았습니다.  과거 친구들도 기억하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고 밥을 먹고 숲을 돌아다니고 ... 하지만 어떠한 새로운 일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그를 통해 뇌과학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할 수 있는 기억과 관련한 연구에 그는 일생을 바쳤습니다. 50년간 수 백번의 연구에 참여했으며, 자신의 판단으로 과학자들이 학습과 기억에 대한 진리를 밝혀내도록 열성적으로 도왔습니다. 

아마도 그가 없었다면, 현대의 뇌과학 이론 중 기억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을 것 입니다.  몰라이슨씨는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이름의 이니셜만 따서 H. M. 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의 임종은 수십년간 그와 함께 뇌과학을 연구한 MIT의 수잔 코르킨 박사에 의해 최종적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몰라이슨씨가 간질 발작이 시작된 것은 그가 아홉살 때 자전거를 탄 이웃소년에게 머리를 얻어맞으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뇌를 볼 수 있는 영상의료기기가 없었기에 그의 증상이 어떤 이유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18년 뒤, 당시 Hartford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였던 Dr. William Beecher Scoville에게 진료를 받은 몰라이슨씨는 자꾸 기억을 잊고, 엄청나게 심한 간질 발작을 일으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다각도의 치료를 시도하던 Dr. Scoville은 몰라이슨씨의 머릿 속에 있는 2개의 손가락 모양의 조각을 수술적으로 제거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수술 후 간질발작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조각을 제거하기 위해 뇌의 깊숙한 부위에 있는 해마(hippocampus)라는 부위를 절제하면서 접근을 했는데, 그 이후 몰라이슨씨는 새로운 기억을 전혀할 수 없게 됩니다.

당시만해도 많은 과학자들은 기억(메모리)라는 것이 뇌 전체에 분산되어 저장된다는 가설을 대부분 믿고 있었습니다.  몰라이슨씨와 여러 실험을 한 캐나다 맥길(McGill) 대학Dr. Milner가 논문을 발표했음에도, 많은 과학자들은 그의 기억력 장애가 해마의 손상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1962년에 Dr. Milner가 몰라이슨씨와 함께, 몰라이슨씨의 대부분의 기억 및 여러 종류의 작업을 하는 초단기 기억이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하는 단기기억을 제외하고는 완벽하다는 것을 증명한 여러 가지 실험결과를 발표하면서 바뀌게 됩니다.  다소 복잡한 작업이지만 몰라이슨씨는 주어진 숙제를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처음하는 사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과거의 학습효과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

이 실험 이후에 비로소 메모리라는 것이 초단기, 단기, 장기 메모리로 나누어질 수 있고, 이들 각각의 동작기전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처음으로 정설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뇌과학과 기억에 대한 주제는 그 자체로 무척 재미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는 혼자 살 수가 없어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한 친척의 집에서 살았습니다.  언제나 쇼핑을 돕고, 잔디를 깎으면서 친척의 집안 일을 도왔고, 산책과 텔레비전을 보면서 소일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과거에 익혔던 일들을 언제나 할 수 있어서 간단한 점심을 만들거나, 침대도 만들고, 그의 처음 27년간의 삶을 기억해서 그림을 그리고 ... 그렇게 살아갔습니다.

1980년 54세가 되어서는 간호요양소로 가서 그의 여생을 보냈습니다.  그 때부터 MIT의 Dr. Corkin과 다시 많은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는 하이킹이나 산책, 그리고 과녁에 사격을 했던 것과 같은 과거 어렸을 때의 기억을 말로 표현해내지 못했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살았습니다.  말년까지 그는 자신의 일생을 최신의 영상장비를 이용한 연구에 바쳤고, 정확히 어떤 위치에 문제가 있었고, 어떤 부위의 영향에 의해 자신의 증상 및 기억과 연관이 되는지를 과학자들에게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그는 죽었습니다.  그렇지만, 위대한 천재인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그의 뇌는 그의 육신과 함께 묻히지 않고 전세계의 과학의 역사를 위해 영원히 보존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H. M은 인류를 위해 공헌한 어느 위대한 과학자보다도 커다란 업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닐런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