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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의 대규모 임직원 명예퇴직과 관련한 뉴스를 접했습니다.   또한,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이후 아이폰의 도입과 쇼옴니아의 WiFi, Wibro, 3G 통합 전략과 FMC(Fixed Mobile Convergence)  전략 등을 통해 데이터 중심의 유무선 통신 플랫폼을 제공하는 노력을 가속화하면서 무사안일하게 사용자들의 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안주하고 있었던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리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은 칭찬할만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KT는 국가의 보호아래 성장한 대기업입니다.  그만큼 독점했던 것도 많고, 자원도 많습니다.  이러한 막대한 자원을 슬기롭게 사용한다면, 사용자들에게 많은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진정한 사용자들과 함께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포스트는 KT의 미래와 관련하여 아무런 조건없이 기탄없이 바라는 바를 이야기 해 달라는 정말 개인적으로 KT의 최근의 변화가 뚜렷이 느껴지는 제안을 받고 작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트위터를 통해서도 그동안 KT 의 인터넷 사업과 관련하여 나름의 의견들을 짧게나마 제시를 하고는 했는데, 이번 기회에 나름 생각하고 있는 바를 장문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BT(British Telecom)과 IBM의 변신사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BT와 상황이 대단히 비슷한 듯 하지만, 되려 변화의 방향은 IBM의 방식이 KT에게는 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음미할만한 IBM의 변신사례

IBM 이라는 회사는 컴퓨터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진정한 역사의 거인으로 기억되는 기업입니다.  흔히 그들의 파란색 로고를 빗대어 빅 블루(Big Blue)라는 애칭으로 불렸죠. 수십 년 동안 IBM은 자사가 제작한 컴퓨터 전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다른 회사의 하드웨어로 이식할 수 없게 했었죠.

하드웨어 사업을 통해 전세계를 장악하고, 메인프레임용 시장과 PC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와 관련한 모든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IBM의 앞날에 암운을 그리운 것은 바로 숙명의 라이벌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이었습니다.  이전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운영체제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아웃소싱했던 IBM은 이후 컴팩과 같은 IBM 클론 컴퓨터 벤더들의 급격한 성장과 표준 운영체제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넘겨주면서 급격히 영향력이 줄기 시작합니다.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OS/2가 시장에서 실패하면서 IBM은 사실상 운영체제 시장에서 손을 땝니다.  언제나 컴퓨터 업계에서 거인으로서 중심에 있었던 빅 블루가 신흥강자에게 권좌를 내주고 변방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

그렇지만 절치부심하던 IBM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로 찾아오게 됩니다.  운영체제에서는 실패했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엔터프라이즈 환경과 시장에 제대로 대처한다면 다시 한번 업계의 리더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제는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던 금융권을 비롯한 거대고객들의 시장마저도 잃을 수 있었습니다.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았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와 클라이언트 컴퓨팅 환경, 그리고 웹 브라우저 마저도 완전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을 해 나가고 있었고, 반대로 서버와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는 자바를 앞세운 신흥강자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약진이 눈부셨습니다.  IBM이 발족해서 추진하던 웹 서버 시장 역시 시장에서 그다지 큰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이제 IBM의 완전한 추락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하였죠 ...

이 때 IBM은 기업의 운명을 걸고 회사의 전략을 완전히 변경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이렇게 거대한 기업이 기업의 문화와 그동안의 관행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입니다.  IBM은 1998년부터 많은 인력들을 이용해서 리눅스를 포함한 각종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전체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연구를 시작한 것 만으로도 그간의 IBM의 폐쇄적 정책에 비추어보면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처음 시작한 것이 웹 서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인데, 당시 IBM이 밀고 있던 도미노(Domino) 서버가 시장에서 실패하고 있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서버 분야에 있어서는 웹 서버 기술이 가장 중요한 핵심 부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IBM은 오픈소스 프로젝트 아파치를 이끌고 있던 브라이언 벨렌도프를 직접 만나서 IBM이 아파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합니다.  당시만 해도 오픈소스 진영의 개발자들은 IBM 때문에 오픈소스의 정신이 무너질까 우려를 하였고, IBM은 전세계에 퍼져있는 개발조직과 일하는 것이 법적/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시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양측은 합의를 하고 IBM의 참여를 허락합니다.  IBM은 비영리재단의 형식으로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본격적인 오픈소스 웹 서버 개발에 들어갑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IBM은 자사의 주력 WAS(Web Application Server)인 웹스피어(WebSphere) 제품군에 아파치를 도입하였고, 웹스피어는 시장의 환영을 받으며 순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치 프로젝트의 성공을 발판으로, IBM은 본격적으로 오픈소스를 자사의 핵심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당시 IBM의 상황은 낮은 하드웨어 가격으로 승부하는 델(Dell)과 같은 신흥 하드웨어 강자와 막강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사이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신세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파치의 성공을 경험한 IBM은 과감하게 리눅스를 자사의 메인 성장동력으로 채택하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리눅스는 작은 서버에서도 큰 무리가 없이 동작하였고, 무엇보다 클러스터링을 통해 확장하기가 용이했으며, 무료였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서버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리눅스라는 운영체제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안정화가 되가고 있었기 때문에, IBM은 운영체제 개발에 큰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를 위한 서비스 및 솔루션 개발 쪽으로 핵심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IBM이 리눅스와 운명을 같이하면서 변화한 것은 단순히 사업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던 문화와 프로세스도 IBM이라는 거대조직에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면서 조직이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같은 듯, 다른 BT의 변신사례

현재 KT가 직면한 상황으로 보았을 때에는 BT의 변신사례가 더 많이 피부에 와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세계 많은 국가의 공기업들이 그러하듯이 공공적 성격이 강한 통신회사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혜택과 독점적 시장환경에서 사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BT 또한 요금도 영국정부가 지원해주고 경쟁도 거의 없는 환경 하에서 기업의 역량 및 시스템을 낙후되도록 만들었으며, 효율성이나 지식의 한계, 무거운 조직 구조 등으로 인하여 2001년에는 무려 60여조 원의 부채를 지닌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 때 BT는 전 루슨트테크놀로지 CEO 였던 벤 페르바이언을 새로운 CEO로 영입하면서 변신을 꾀하게 됩니다.  크게 2가지 전략을 추진했는데, 첫번 째는 전통적인 유선사업과 새로운 이동통신사업 영역에서의 점유율 유지, 두번 째는 새로운 전략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수입원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BT는 고객서비스의 최우선적인 방점을 찍고 고객서비스 만족을 위한 조직과 프로세스를 만들고,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합니다.  이때 변화전략으로 내세웠던 것이 BT의 변신을 이야기할 때 유명한 “Business Alignment, People, Process, Platform” 으로 대별되는 변신의 4대 기둥입니다.  그 중에서도 “People”과 “Process & Culture”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BT는 2001년부터 인적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면서 예전 영국에 집중되었던 인적 비중을 전세계 IT 전문가로 변화시켜 나가는 노력을 추진하여, 영국내 인력은 30% 가량 감축하고, 미국의 경우 54%, 아시아의 경우 30% 인력을 증원하면서 170여개 국가에 전문적인 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의 변신을 꾸준히 추진합니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에 있어서도 단순화와 속도를 기반으로 조직 및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노력을 추진합니다.  특히 조직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무엇보다 중시하였고, 150년이 넘는 전통 속에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던 조직을 4개 조직으로 단순화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BT는 위기를 딛고 세계적인 통신서비스를 전반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오퍼레이터로 거듭납니다.  단순히 통신인프라만을 제공하고 사용료만 받아먹는 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게 된 것입니다.


KT, 가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개방의 힘을 믿어라.

KT는 가진 자산이 많습니다.  BT와 마찬가지로 유선과 무선통신 부분을 가지고 있으며, 하이텔과 파란으로 이어지는 인터넷 서비스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KT의 서비스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동거로 비춰집니다.  서비스간 협업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자산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여기에는 조직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각각의 회사들로 분리되어 있으면서, 해당 사업본부별로 임원들은 성과를 내는데 급급했을 것이고, 이들 간의 견제는 효율적인 협업을 방해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단행된 KT와 KTF의 합병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합병 후 그냥 한지붕 두가족이 아닌 진정한 화학적인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직으로 변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만 …

일단 최근의 변신전략을 바라보면, 데이터 통신 중심의 통합적인 관리 및 서비스 전략은 잘 추진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변신해야 할까요?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모든 것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고객의 가치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수익은 창출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좋은 전략은 무엇일까요?  KT가 가지고 있는 많은 유무형 자산들을 개방하십시오.  개방을 하면 이를 활용한 무수한 매시업 서비스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를 이용한 다양한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수많은 좋은 경험들과 가치들이 쌓이게 될 것입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구글의 전략을 철저히 벤치마킹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 부분의 혁신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아직도 파란은 모든 것을 자신의 서비스로 가두려고 하는 포탈의 전략을 그대로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면, 포탈의 힘을 발휘하기에는 경쟁을 하는 2강도 아니고, 3강에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포탈전략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비스 혁신을 해야 KT의 변신이 꽃을 피울 것입니다.

KT의 인터넷 서비스는 과거 PC 통신에서 한경케텔을 인수한 하이텔과 당시 최고의 정보원이라고 할 수 있었던, 전화번호부의 정보를 활용하려고 했던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밖에도 KT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정보의 양은 대단한 것들입니다.  통신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위치정보를 위시한 수많은 정보들을 개방해야 합니다.  개방한다는 것이 무작정 노출하라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쉽게 접근해서 마음놓고 매시업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방 플랫폼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성공요인이 뭘까요?  그들이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제공한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중요한 소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였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습니다.  전세계의 무수한 개발자들이 이들을 지탱하는 서비스들을 계속해서 만들었고, 이 서비스들이 가치를 창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서비스로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KT는 정말 좋은 자원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제라도 커다란 미래비전적인 측면에서 일관된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자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들을 거대한 개방형 플랫폼으로 만들어 제공한다면 이를 통해 얻어진 노우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KT의 변신을 기대해 봅니다.


*이 포스트는 이동통신의 미래를 위해 KT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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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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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머크(Merck)가 또 한번의 대단한 결정을 내렸군요.  개인적으로 세계적 제약회사들 중에 좋아하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만, 경영적인 측면에서 머크의 담대한 결정에 언제나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이 회사의 경영진에게는 다른 회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올해 초에 포스팅했던 글에서 자칫 특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었던 인간 유전자를 이용한 신약개발과 관련한 문제점을 머크와 워싱턴 대학이 공동으로 헤쳐나간 이야기를 썼던 적이 있습니다.

2009/01/02 - [수술공학/의공학] - 인간유전자 전쟁의 역사: 인간유전자 프로젝트의 역사적 의미


1980넌대 초 유전정보에 대한 특허권을 허용한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영리와 비영리를 가리지 않고 수 많은 회사와 학교, 연구소 등이 유전자 특허 출원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출원된 유전자 서열 특허는 미국과 유럽에 각각 수만 건에 이르게 되었으며, 수 많은 특허분쟁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간 염색체 중의 약 20% 정도가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C형 간염이나 당뇨병 관련 유전자와 같은 중요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특허를 소유한 측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를 독점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사적으로 소유된 유전자 정보가 실제로 중요한 질병의 치료에 쓰이는 치료제 개발에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인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신약을 개발할 능력은 안되지만 일단 질병의 목표가 되는 유전자의 서열만 찾아낸 수 많은 연구자들 및 벤처기업이 이를 지적재산권으로만 묶어놓고, 실제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제약회사들과의 타협에 실패를 하면서 전체적인 공익이 후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와 같이 특허가 폭증함에 따라, R&D 예산 역시 비능률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신약개발에 대한 부담이 소비자로 넘어오는 과정을 거쳐, 최종 소비자인 환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사이클이 형성되었습니다.  즉, 황금을 찾아나선 모든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려다 보니, 황금의 가격이 너무나 올라서 사줄 사람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머크와 워싱턴 의대의 활약

이렇게 유전자를 기반으로한 신약개발에 있어서의 유전정보 특허문제와 비용문제로 신약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반전시킨 주인공은 뜻밖에도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머크(Merck Pharmaceuticals)와 워싱턴 의대 유전자 센터입니다.  1995년 이들은 공동으로 머크 유전자색인(Merck Gene Index)이 라는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를 과감하게 공개합니다.  여기에는 1만 5천개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포함되어 있었고, 향후에도 발견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3년 동안의 작업이 더욱 진행되어 1998년에는 80만 개가 넘는 염기서열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이 전략을 통해 많은 유전자 염기서열 특허공세가 무력화 되었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을 하였습니다.

당시 수백 만불 이상이 투자되었던 머크의 프로젝트는, 머크의 최상위 경영진의 결단에 의해서 진행이 되었는데 그 의도는 상당히 명확했습니다.  어차피 바이오 기업이 아니라 신약을 개발해서 승부를 해야하는 머크의 입장에서는 유전자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이를 이용한 후속 연구들이 특허침해에 대한 걱정없이 대학이나 여러 연구소들에서 수행이 될 수 있으며 그 중에서 성과가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이 나타난다면 이를 제빨리 제품화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유전자 염기서열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신약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가장 원시적인 원료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염기서열로 발목을 잡혀있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상당히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킵니다.  머크가 선봉에 서자 여러 제약회사들이 거들고 나선 것입니다.  1999년 11개 제약회사들과 비영리단체 하나, IT 기업 두군데가 협력하여 SNP 컨소시엄이 발족합니다.  SNP 컨소시엄은 수십 만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단일염기의 차이에 대한 정보(SNP)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2001년 1차 프로젝트 종료시 이들이 찾아낸 SNP는 무려 180만개로 목표의 6배 정도가 되었으며, 일단 찾아낸 것은 특허 출원을 한 뒤에 특허가 등록되면 이를 공개로 풀어버림으로서, 혹시 있을 수 있는 개인이나 연구소, 학계의 방해공작을 차단하였습니다.

SNP 컨소시엄의 이러한 공개방식에 의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회사들은 미래형 유전자 기업으로 불리우며 승승장구하던 인사이트(Incyte), 밀레니엄(Millenium Pharmaceuticals), 젠세트(Genset)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고, 인력과 장비를 SNP를 찾아내는 것에만 집중을 하면서 자사의 독점적인 SNP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지적재산권으로 묶는 작업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던 기업들입니다 (이를 유전자 사냥이라고 부릅니다).  이륻 회사는 SNP 관련 특허 개당 최소 5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하니, SNP 컨소시엄에서 얼마나 커다란 타격을 입었는지 상상이 됩니다.


머크의 또 하나의 혁신, Sage

14년전 이런 엄청난 결단을 내렸던 머크가, 2009년 3월 또 하나의 엄청난 결단을 내렸습니다.  1995년의 결단이 유전자 정보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올해의 결단은 신약개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 제약회사의 자원을 전세계의 연구자들에게 개방하는 선언으로 그 의미와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  

머크는 이러한 목적으로 비영리 의학연구기관인 Sage를 올해 설립하고, 그 모습을 드디어 드러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역사적인 사건으로 후대에 기록될 것으로 봅니다.   Sage의 웹 사이트에 현재는 별다른 것들이 없고, 공동연구를 원하는 곳들이 연구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양식과 프로젝트의 의미와 뉴스 정도로 구성되어 있지만 앞으로 커다란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방형 의학연구단체 - Sage 링크

대문에 보이는 CCA(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라이센스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머크가 이야기하는 Sage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혁신적인 새로운 질병모델을 만들기 위한 개방형 데이터베이스 및 플랫폼의 구축
  •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서로연계하여 공헌하고 동시에 서로 발전하며, 동시에 생물학적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


머크는 어째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말은 쉽지만 세계 최고의 연구인력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머크같은 회사에서 이렇게 엄청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머크는 14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담대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지요.  Sage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회사나 연구소가 자신들의 자원을 모두 써서 신약을 개발하기 보다는 전세계의 협업을 통해서 연구가 진척될 때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이미 머크의 자회사이자 생명과학 연구부분에 있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회사인 로제타(Rosetta Inpharmatics)의 경영방식에서 이와 유사한 접근방식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머크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지적재산권 자원들을 아낌없이 Sage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단순히 이런 지식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방형 플랫폼을 개발하는데에도 투자를 할 것 같습니다.

이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인간의 질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전세계의 과학자들의 두뇌를 모으는 장이 될 것이고, 동시에 공유와 참여라는 웹 2.0 시대의 철학을 그대로 계승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이런 일에 총대를 메고 거액의 지재권과 자금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머크라는 회사의 경영진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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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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