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1980년 대까지 수십 년간 가장 인기있는 SF작가의 위치를 지켰던 사람을 한 사람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를 꼽을 것이다. 그는 특히 과학과 전설(Myth), 그리고 진화(Evolution)라는 매우 상이한 주제들을 적절하게 접목한 명작들을 많이 남겼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종교적인 믿음과 전설을 적절하게 접목해서 미래의 인간의 진화와 이미 고등하게 진화한 외계인, 여기에 탄탄한 과학적 백그라운드와 상세한 기술이 결합한 완성도 높은 소설을 많이 발표하였다. 뭐니뭐니해도 아서 클라크 최고의 대표작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이다. 동명의 영화는 스탠리 큐브릭이 작업하였다. 그는 로버트 A. 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와 함께 SF계의  ‘세 거물(Big Three)’로 불린다. 1973년, 1979년에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수상하였고, 1989년에는 영국에서 기사작위를 받기도 하였다. 



정지위성을 이용한 통신


그는 SF소설가로 유명하지만 현대 과학과 미래학에도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이다. 인공위성을 통신중계용으로 쓰자는 아이디어가 그에게서 나왔다. 1945년, 아서 클라크는 영국 공군의 레이더 담당 교육장교로 복무하고 있었는데, 그해 7월 ‘국제 통신의 미래’라는 글을 썼다. 그는 이글을 40달러의 원고료를 받고 무선통신 전문잡지인 ‘와이어리스 월드(Wireless World)’ 1945년 10월호에 실었고, 잡지사에서 제목을 ‘지구 밖의 통신중계’라고 고쳤다. 그가 쓴 글의 요지는 "적도상에 정지위성을 띄우고 무선송수신기를 설치하면 장거리 무선통신의 중계국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성 하나로는 지구 전역을 다 커버하지 못하지만, 3개를 띄우면 모든 지역이 위성중계통신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는 여기에 FM방식의 위성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에너지까지도 계산했는데, 당시 런던 BBC-TV방송의 무선송출기 정도 출력이면 충분했다고 보았으며, 통신위성을 동작시키는데 필요한 전기는 모두 태양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태양전지는 그로부터 몇 년 뒤에 발명되었으며, 클라크의 이론대로 최초로 정지궤도에 올라 TV 중계를 하게 되는 최초의 위성인 신컴 3(Syncom 3)호가 1964년 최초로 위성중계를 시작했으니, 19년 만에 그의 글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의 이런 업적을 기려서 정지 궤도를 클라크 궤도, 또는 클라크 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약 아서 클라크가 1945년에 이 글을 원고료를 받고 잡지사에 넘기지 않고, 특허를 내었더라면 아마도 그는 엄청난 돈을 벌었을 지도 모른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특히 IT(Information Technology)의 발전과 관련한 무수한 아이디어를 냈고, 그것이 오늘날 실제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아래 임베딩한 비디오는 그가 ABC 방송과 1974년에 인터뷰한 내용인데, 40년 뒤에 이 내용이 거의 빠짐없이 구현이 되었다.





그가 또다른 아이디어로  <낙원의 샘>에서 제안한 궤도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 또한 효율적인 우주 운송 수단으로 생각되어 현재까지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그는 미래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현대의 미래학을 또 다른 수준으로 올려놓은 인물이기하다. 특히 과학기술 부분에서의 그의 미래학자로서의 공헌은 사실 상 전설이자 시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했던 그는 1956년 인도양을 만끽할 수 있는 스리랑카로 이사한 뒤에 그곳에서 죽을 때 까지 살았다.



아서 클라크의 과학 3법칙


SF소설가들이 남긴 3법칙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일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 유명한 법칙이 아서 클라크의 과학 3법칙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법칙: 어떤 뛰어난, 나이든 과학자가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거의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면 그 말은 매우 틀릴 가능성이 높다 (기술발전이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에 나이든 과학자가 안된다는 말을 믿지 말라는 뜻. 지속적 과학의 발전이 과거에 불가능하다고 본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 2법칙: 어떤 일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해 보는 것 뿐이다 (과학에서는 지속적 도전을 통해 가능, 불가능이 결정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고 본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항상 나왔다)
  • 3법칙: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말이다. 중세 사람들에게 21세기 휴대폰을 보여주면 마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아는 작품은 아마도 단연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함께 한 1968년 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일 것이다. 이 작품은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화제작을 위해 쓴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작업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도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 이상으로 아서 클라크라는 거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서 클라크의 이름을 단 동명의 소설은 영화 개봉 직후에 나왔다.

플라이스토세 시기의 인류는 아직까지 유인원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모노리스가 나타나 인류의 진화를 촉진시킨다. 시간이 흘러 1999년, 플로이드 박사는 특이한 자기장을 지닌 물체 TMA-1을 조사하러 달의 뒷면으로 가게 되는데, 발굴 후 햇빛을 받은 TMA-1은 갑자기 강렬한 전파 신호를 목성으로 내보낸다. 2년 뒤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인 디스커버리호에는 선장인 데이비드 보먼과 프랭크 풀, 그리고 동면한 과학자 3명과, HAL9000 컴퓨터가 있었다. 어느 날 HAL은 갑자기 우주선 외부의 AE-35 안테나 유닛이 고장이 났다고 알려오는데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영화를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감상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매우 긴 영화인데, 15분으로 압축한 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이 영화에서 나온 여러 가지 제목들이나 이름들은 후대에 미국의 우주탐사 관련 계획에 많이 등장한다. 그는 아폴로 미션의 TV 해설가로도 등장했었는데, 그의 작품을 읽은 우주 비행사들이 ‘달에 가서 모노리스를 찾아 오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으며, 유럽 우주국은 무인 탐사선의 이름에 ‘오디세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또한, NASA의 우주 왕복선 중에도 ‘디스커버리’ 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있다.

아서 클라크의 작품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외에도 <라마와의 랑데뷰>, <낙원의 샘>,  <유년기의 끝>은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 작품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데, 포스트가 너무 길어지므로 다음 포스트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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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실버에이지에도 우주여행과 우주공학(astro-engineering), 그리고 외계인을 소재로 한 SF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3작품으로 레이 브래드버리(Ray Douglas Bradbury)<화성연대기(The Martian Chronicles)>, 스타니스와프 렘(Stanislaw Lem)<솔라리스(Solaris)>, 그리고 래리 니븐(Larry Niven)의 대작인 <링월드(Ringworld)>를 들 수 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SF 뿐만 아니라 환상소설, 공포소설, 미스터리 소설 등도 잘 썼다. 그의 SF대표작인 <화성연대기>는 1950년 발표한 연작 단편집이다. 일리노이주 출신의 레이 브래드버리는 아버지를 따라 아리조나주 투싼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등을 오갔는데, 1934년 로스엔젤레스에 정착해서 신문을 파는 일을 하면서 지역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이 때 플래시 고든이나 벅 로저스와 같은 SF소설 속의 영웅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1938년부터 팬픽션을 발행하는 팬진(Fan Zine)을 통해 SF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의 출세작인 <화성 연대기>를 출판하게 된 계기도 우연이다. 1947년 그는 로스엔젤레스의 서점에서 영국에서 귀화한 소설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우연히 마주치는데, 그를 통해 저명한 비평가에게 그의 작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SF작가이기는 하지만, 환상소설이나 공포소설, 미스터리 소설을 잘 썼다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SF를 소재로 인간들의 심리와 본질을 파헤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그의 <화성연대기>는 최근 영화화된 마션(Martian) 등과 비교하면 너무나 비과학적인 부분들이 많이 보이겠지만, 지구와 화성의 묵시록이라는 그의 관점을 이해하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1950년대의 관점으로 화성을 미지의 대륙으로 보고 이곳에 도착한 개척민들의 이야기를 연대기 형식의 단편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에서 화성에 이미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으로 묘사가 되는데, 이들은 지구보다 진일보해서 전쟁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정착시킨 종이었다, 여기에 4번에 걸쳐 탐험대가 도착하게 되는데, 화성인들은 지구인들이 위험하다고 보고 대립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4차 탐험대가 화성인들이 모두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이들은 지구에서 옮겨온 천연두로 대부분 죽음을 맞이한다. 마치 신대륙에 스페인의 군대가 도착한 뒤에 천연두로 원주민들이 몰살당한 것과도 유사하고,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해서 감기로 죽은 스토리도 연상이 된다.


1990년 초반부터 2026년까지 지구와 화성을 오가며 펼쳐지는 2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는데, 사실 화성은 소재일 뿐이고, 기계 문명과 미래가 낳을 디스토피아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시적인 문체로 표현된다. 과학만능주의와 물질문명에 대한 통렬한 비판 정신 때문에 당시 소련 등 공산권에서까지 널리 읽혔다고 한다. 1980년에는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록 허드슨이 주연한 TV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TV시리즈를 압축해서 만든 팬 트레일러이다.






<솔라리스(Solars)>를 집필한 스타니스와프 렘은 폴란드 출신의 SF 작가다. 원래 그의 아버지는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의 군의관이었는데, 소비에트 치하의 동폴란드에서는 이런 부르주아 출신이 좋지 않게 작용되었다고 한다. 2차대전 나치 점령하에서는 신분서류를 위조하여 살아남았고, 자동차 정비공으로 생활하면서 동시에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나치에 저항하기도 하였다. 생계를 위해 단편소설을 썼지만, 당시 동구권에서는 소설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1956년 소비에트 연방이 스탈린 주의에서 벗어나면서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는 어려운 철학적인 주제를 잘 다루었고, 폴란드어로 글을 썼기 때문에 그의 글을 제대로 이해한 영어판이나 일어판 등이 나오기까지 여러 차례 번역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SF 작가들에게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직 필립 K. 딕에 대해서는 극찬을 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필립 딕이 렘을 공산당 포섭공작원이라고 CIA에 신고했다고 한다. 


많은 작품을 냈지만, <솔라리스>가 단연 그의 대표작이다. 1961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전체 행성이 하나의 액체덩어리로 구성된 솔라리스라는 행성을 배경으로 인간의 현실과 기억 사이의 인지부조화를 다루다가, 외계종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으로 발전하는 정말 독특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SF이지만 기술이나 과학적 요소보다 인간의 기억과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고 전개가 된다. 그래서인지, 3차례나 영상화가 시도가 되었다. 1968년 소련 중앙방송국이 영화화를 했는데, 렘의 팬들조차도 이 영화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뒤에는 1972년과 2002년에 각각 영화화가 되었다. 2002년 작품도 비록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았고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하고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을 맡았기에 꽤나 기대되는 작품이었는데, 흥행에는 실패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클리프 마르티네즈가 지휘한 영화 OST는 꽤 좋은 반응을 얻어서 이후 <디스트릭트 9>에도 이 사운드트랙이 사용되었다.  흔히 <솔라리스>하면 1972년 작품을 언급하는 것이다.



from 나무위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가 감독했는데, 원작과 무척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 원작자인 렘이 영화를 보고 격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솔라리스라는 행성을 연구하던 주인공이 솔라리스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면서 직접 솔라리스에 간다. 솔라리스에 도착해서 만난 것은 물질이 되어서 나타난 죽은 아내의 모습이었다. 그 이후 전개는 직접 영화를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영화는 1972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 상을 수상했는데, 영화감독인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원작자인 스타니스와프 렘이 모두 이 작품을 싫어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 작품은 이후 미디어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낡아보이는 우주선의 외관은 스타워즈의 한 솔로가 타고 다니는 밀레니엄 팰콘 호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고, 유명한 게임인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아래는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2002년 버전 <솔라리스>의 OST가 들어가 한 장면이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작품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래리 니븐의 <링월드(Ringworld)>다.  앞선 두 작품의 작가들과는 달리 래리 니븐은 글을 풀어내는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1964년에 작가로 데뷔하였고, 주로 하드 SF 분야에서 활동했다. <링월드>가 대단한 것은 이 소설에서 창조해낸 '알려진 우주(known space)'라는 설정이 향후 수많은 SF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SF계의 톨킨의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과학적이면서도 대서사적인 설정 덕분에 래리 니븐은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모두 받았다. 래리 니븐은 독특한 설정 개념에 있어서 탁월한 장점을 가진 작가였는데, 판타지 계열의 소설이나 게임에서 나오는 마나라는 개념도 그의 <마법의 세계가 사라져가다 (The Magic Goes Away)>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링월드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프리퀄 시리즈 5권도 나왔는데, 프리퀄 시리즈는 에드워드 M. 러너와 공동집필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스토리 측면에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지만 탁월한 설정은 제대로 음미할 만하다. 작중에 등장하는 거대한 우주 구조물이 특히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운데에 태양을 두고있는 반지름 1억 5천만 km, 둘레 9억 km, 폭 160만 km의 거대한 링이다. 반지름이 태양과 지구간의 거리 수준이기 때문에 해당 링에 생물학적인 생태계가 쉽게 조성될 수 있다. 이 링 모양의 구조물이 회전하면서 인공중력을 발생시키고, 태양면은 1년 365일 언제나 태양열을 얻을 수 있어 거의 반영구적인 에너지를 얻게 된다. 그 띠를 뫼비우스 고리처럼 한번 씩 뒤집어 주면 밤과 낮도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밤'이 되는 지역인 태양 반대편을 향하는 지역에는 구심력이 충분하지 않아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링 월드 안쪽에 일정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링이 하나 더 들어가 있다. 워낙 화제가 되는 설정이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기 위한 영상들도 존재한다.





링월드가 또 유명해진 것은 X박스의 수호자로도 불리는 게임 헤일로(Halo)의 설정도 링월드의 축소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헤일로의 세계는 링월드에 비하면 훨씬 작기 때문에 행성처럼 공전/자전을 통해 밤낮을 바꿀 수 있다. 링의 그림자가 있는 지역이 밤이 된다. 아래 영상은 헤일로의 링월드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하는 팬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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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실버에이지에 등장한 여러 소설 중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쟝르는 인간의 진화와 새로운 인류로의 변신(transformation)과 관련한 것들이다. 흔히 이런 서브쟝르를 <신인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전공학과 뇌과학의 발달, 그리고 인공지능과 임플란트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신인류와 관련한 내용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쟝르다.


대표적으로 3작품을 꼽을 수 있는데, 대니얼 키스(Daniel F. Keyes)의 <앨저넌에게 꽃을(Flowers for Algernon)>, 알프레드 베스터(Alfred Bester)의 <파괴된 사나이(The Demolished Man)>, 그리고 시어도어 스터전(Theodore Sturgeon)의 <인간을 넘어서(More than Human)>이 그것이다. 3작품 모두 명작이기도 하고, 국내에 번역판도 출시되었다. <인간을 넘어서>가 절판되어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나머지 두 작품은 번역판이 현재도 판매가 되고 있다.


<앨저넌에게 꽃을>은 주인공인 '찰리 고든'이 정신지체였다가 수술을 받고 점점 머리가 좋아져 가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끼고 몰락해가는 이야기다. 찰리는 뇌 발달 수술의 첫 번째 임상시험자였고, 아무도 그 후유증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찰리는 수술을 받기 전에 먼저 수술을 받았던 앨저넌이라는 쥐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한다. 책의 제목은 소설의 마지막에서 찰리가 "제 집 근처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집 뒤뜰에 있는 앨저넌의 무덤에 꽃을 바쳐주세요"라는 대사에서 따왔다. 찰리는 정신지체였을 때에는 자신이 왕따당한다는 것을 몰랐지만, 이를 조금씩 인지하다가 나중에 다시 외톨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단순한 SF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지능과 인간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다. 일기의 형식을 빌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특히 수슬을 받기 전의 일기와 수술을 받은 후, 그리고 수술 부작용으로 퇴화작용이 시작된 이후의 일기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SF를 넘어서서 개인의 심리묘사라는 측면에서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1959년 휴고상 중편 부분을 수상했으며, 1966년에는 네뷸라 상 장편 부분 수상을 했다. 


이 작품은 이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다. 1968년 개봉한 영화 <찰리(Charly)>가 이 작품이 원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TV드라마와 연극들 중에서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스토리라인이 많이 등장한다. 참고로 이 책의 일본판 제목은 <진심을 그대에게>인데, 최고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최종화 제목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제목에서 실제로 따왔다고 한다.




<파괴된 사나이>는 에스퍼(Esper)에 대한 이야기다 . 초능력자 중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에스퍼는 뭔가 특별한 능력이기 때문에 보통은 엑스맨처럼 수퍼휴먼으로 취급되는 것이 보통인데, <파괴된 사나이>에서는 에스퍼의 존재를 공식화해서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는 듯이 접근한다. <파괴된 사나이>의 사회에서는 잠재적 에스퍼들이 길드의 테스트를 통해 발견된 다음에 이들을 교육하고 수련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에 따라 1, 2, 3급 에스퍼로 탄생한다. 마치 <나루토>에서 닌자들이 초급, 중급, 고급 닌자로 배출되고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이랄까? 이렇게 에스퍼가 상시적인 일을 하는 집단이다 보니 이들이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엄격한 윤리규약을 가지고 길드가 회원들을 통제한다. 재미있는 것은 에스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데다가 서로의 마음도 읽기 때문에 범죄의 의도를 가지거나, 범죄 이후의 감정 등을 들킬 수 있으므로 범죄율이 무척 낮은 사회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현재의 프라이버시의 범위는 마음 속까지는 알 수 없는데, 에스퍼들이 사회에서 돌아다니면 그 조차도 숨기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마음 속까지 투명(?)한 사회에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지에 대해 흥미로운 발상들을 내놓는다. 어떻게 알리바이를 준비하고 자기 주변에 보호막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 또한 이런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해 나가는 과정이 워낙 치밀하게 기술이 되어 마치 고전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1953년 휴고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법정과 관련한 설정이다. 에스퍼가 타인의 머릿속에서 읽어낸 내용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며, 증거에 대한 분석을 검토해 기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검사가 아니고 컴퓨터라는 점이다. 범죄의 구성 요소인 동기, 기회, 수단 이 세 가지 모두가 물적 증거로 뒷받침이 되어야만 기소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확실히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증거에 기반해서 접근을 한다. 






생애 자체가 파란만장했던 시어도어 스터전의 작품인 <인간을 넘어서>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생각해야 할 정신을 제시한다. 게슈탈트gestalt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한 SF로 유명한데, '인간이 뭉치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다. 인간이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는데, 크게 세 편의 중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상한 바보(게슈탈트 개체의 형성), 아기는 세 살(게슈탈트의 방황) 그리고 도덕성(게슈탈트 사회로의 편입)이 그것인데, 이를 서로 다른 화자를 통해 정리하였다. 이 책에는 정신지체아, 신체장애자, 사회에서 낙오된 아이들과 같은 수 많은 약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인 시어도어 스터전의 일생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는 필라델피아의 오버브룩 고교를 다녔던 것이 학력의 전부이며 아파트 관리인, 중장비 기사, 선원, 저작권 대리인 등의 직업을 전전했다. 그의 작품은 쟝르를 넘나드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SF에 환상과 마법까지 넘나들면서 독특한 감성과 심리묘사를 한 작가이었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그는 “SF 소설의 90퍼센트는 쓰레기다. 하지만, 모든 것의 90퍼센트 역시 쓰레기다.”라는 말을 남겨서 더욱 유명하다.


첫 번째 중편인 이상한 바보에서는 후에 호모 게슈탈트를 이룰 사람들이 하나식 등장한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조종하는 바보 론, 염동력을 가지고 있는 제니, 순간이동능력을 가진 보니와 바니, 고아 제리, 공학의 천재 힙. 그리고 미친 아버지에게서 자라난 알리샤와 이블린. 또,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 두 번째 중편인 아기는 세 살과 세 번째 중편인 도덕성에서는 이들 중 일부의 죽음과 성장과 변화 등으로 전개가 된다. 


이 책이 인상적인 것은 결국 '인간을 넘어선' 초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초인이 흔히 생각하는 수퍼휴먼의 형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유기체를 구성하는 '호모 게슈탈트'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스타크래프트 저그 종족의 오버로드나 미국 SF드라마 시리즈인 어스파이널컨필릭트(Earth Final Conflict, efc)의 외계인 종족들,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인류 프로젝트 등에서도 이런 개념이 나오지만, 스터전의 호모 게슈탈트는 조금 다르다. 스터전은 인간이 의식을 공유하는 텔레파시 같은 능력으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능력을 가진 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충하고, 하나의 존재처럼 협력하는 그런 그림을 그려낸다. 이런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결국 부족했던 점들을 서로 보완하고 완성된 호모 게슈탈트는 ‘인류의 보호자’ 같은 존재로서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나간다는 스토리로, 새로운 형태의 ‘초인’을 그려 내었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개성이 완전히 사라진 그런 합일된 존재가 아니라 적절한 균형을 이룬 그런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앞으로 초연결사회가 진행될수록 이런 질문은 더욱 우리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협력의 인간'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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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의 사회상과 맞물려 등장한 영화쟝르로 재난(Catastrophes)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꼽자면 1951년에 개봉한 <세계가 충돌할 때 (When Worlds Collide)>이다. 루돌프 마테가 감독한 이 작품은 재난 SF 영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영화다. 내용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행성 충돌과 관련한 영화다.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조지 팔(George Pal)은 고전 SF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세계가 충돌할 때>는 필립 와일리와 에드윈 발머의 1933년부터 연재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에서 결말과 관련한 스토리가 변경이 되었는데, 이는 루돌프 마테 감독이 이 영화를 노아의 방주와 비슷하게 전개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본 줄거리는 여느 재난 영화가 그렇듯이 간단명료하다. 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임박해서 지구가 멸망할 것이 확실시되자 로켓을 만들어 다른 행성으로 피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나치게 노아의 방주와 비슷하게 연출한 부분을 옥의 티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작품은 1951년 오스카 특수효과상을 수상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수준 높은 특수촬영을 보여 주었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당시로서는 정말 화려했던 이 작품의 트레일러이다.





1950년대 SF영화에 있어 탄생한 또 하나의 유명한 서브 쟝르는 바로 괴물(몬스터)류이다. 괴물이 등장하는 SF의 원저라고 한다면 단연 1951년에 크리스챤 나이비 감독의 <괴물(The Thing from Another World)>이다. 사실 이 작품의 제목을 <괴물>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국내 공식적인 번역이 그렇게 되어 있으므로 <괴물>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이 작품은 존 캠벨의 1930년대 고전 SF인 <거기 누구냐?(Who Goes There)>를 원작으로 하였다. <세계가 충돌할 때>와 함께 본격적인 SF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영화 크레딧에는 크리스챤 나이비 감독이 올랐지만, 사실 기획 제작은 하워드 혹스 감독의 몫이었고, 실제로 영화의 절반 이상을 혹스 감독의 연출로 진행이 되었다. 다만 노조와의 문제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비운(?)을 겪었다. 간단한 줄거리는 앵커리지 북극탐험대 6 기지 부근에 비행물체가 불시착하면서 외계인이 지구인의 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외계인 괴물에 대한 2가지 대립이 여기에서도 큰 갈등의 요소가 되는데, 낯선 외계인 괴물을 처치하려는 쪽과 괴물을 연구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소통하려는 쪽이 대립한다. 이 작품은 5년 뒤에 제작된 <신체강탈자의 침입>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전편에 소개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회비판적인 요소도 어느 정도는 담겨있다고 할 수 있는데, 외계인 괴물과 지나칠 정도로 소통에 집착하는 과학자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상황은 사회적 파급력이나 가치보다 과학 그 자체에 매진하는 당시 과학자들의 풍토를 빗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82년과 2011년에 각각 리메이크가 되었다. 이런 괴물류 영화가 정말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1979년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Alien)>이었다. 이 때부터 괴물쟝르는 가장 중요한 SF영화의 서브쟝르가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더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1951년작 <괴물>의 하이라이트 영상. 괴물이 거의 프랑켄슈타인이다.



<세계가 충돌할 때>와 <괴물> 모두 SF영화 역사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지만, 1950년대 최고의 걸작을 단 한 작품만 선정하라고 한다면 누구나 예외없이 1956년 작품인 <금지된 세계(Forbidden Planet)>을 꼽을 것이다.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은 셰익스피어의 <템피스트(Tempest)>에서 따왔다. 20년 동안 외딴 행성에 살면서 강력한 기술과 지식을 가지게 된 모비우스 박사와 그의 딸 알타, 그 행성에 도착한 우주대원들이 주인공이다. 이 때 등장하는 행성 이름이 바로 알테어(Altair)이다.  달이 두 개가 떠 있 하늘 색깔도 지구와 다른 신비로운 행성이다. 알테어가 익숙하다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알테어는 스타트렉에서도 등장하는데,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이 목적지로 선정한 곳이 그곳이다. 


<금지된 세계>의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여러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최고의 인기를 누린 것은 귀여운 만능 로봇 로비다.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지구와 똑같은 음식들을 원소들을 분석해서 만들어내며, 커피까지 그런 방식으로 만든다. 로비는 모비우스 박사가 이 행성의 원래 주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 크렐 문명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영화를 찍기 위해서 로비를 실물 크기로 제작했는데, 당시 12만 5천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 로봇인 것이다. 


<금지된 세계>는  특수효과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스토리 측면에서도 정말 최고의 SF명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과거 크렐 문명을 멸망시킨 정체모를 괴물의 등장과 여러 인물들 사이의 갈등, 그리고 1950년 대의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다양한 기술의 사실적인 묘사,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명작이다. 더 자세한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혹 이 영화를 아직도 보지 못한 분들이 있을 것이기에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삼가하고자 한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금지된 세계>의 최고 인기 캐릭터인 로비 더 로봇(Robby the Robot)에 대한 소개 영상이다.





아직 SF영화라는 쟝르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던 1950년대, <세계와 충돌할 때>와 <괴물>, 그리고 <금지된 세계>는 SF소설이 충분히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던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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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냉전이 심화되면서, 핵전쟁이 일어나고 인류의 문명이 멸절될 수 도 있다는 두려움이 전 세계를 지배하였다. 또한 냉전과 함께 우주를 향한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이런 사회적 배경은 SF소설과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 시기에 호러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우주여행이라는 테마가 교묘하게 섞이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SF의 실버에이지를 대표하는 작품 중에서 월터 밀러(Walter Miller)<라이보위츠를 위한 영창(A Canticle for Leibowitz)> 과 조지 스튜어트(Geroge R. Stewart)의 <견디는 지구(Earth Abides)>는 이런 시대의 고민을 잘 나타내었다 (SF 100대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지만 국내에는 번역판조차 출판되지 않았다. 최소한 필자가 검색해본 바로는 ...).  두 작품 모두 핵전쟁 등으로 인류의 문명이 파괴된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코믹스럽기도 하고 종교적인 색채도 띄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지만, 기본적으로 SF의 가장 정형화된 아포칼립스(Apocalypse) 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서브쟝르의 효시가 되기도 하는 작품들이다.


아포칼립스물과 포스트-아포칼립스물은 모두 전쟁을 통한 문명의 종말, 전염병, 운석 충돌, 생태학적 재해 등의 발생 이후 세계와 문명에 대해 다루는 하위장르인데, 아포칼립스물이 재앙 그 자체와 그 직후의 여파를 주로 다루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은 재앙 이후 근미래에서 수백~수천 년 이후의 세계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라이보위츠를 위한 영창>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견디는 지구>를 아포칼립스물의 원조로 보통 생각한다. 아포칼립스 / 포스트 아포칼립스 SF는 비디오 게임에서 인기가 있는 장르다. 대표적으로 폴아웃 시리즈를 이야기하는데, 핵전쟁의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애쓰면서 점차 회복되어 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에는 SF영화도 시대적 배경을 매우 잘 나타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1956년 같은 해에 개봉된 <지구 대 비행접시 (Earth vs. the Flying Saucers><신체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가 있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외계인의 침략과 관련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냉전의 두려움을 빗대어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창 냉전이 진행 중에 있었는데, 작가들의 상상력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사건이 하나 터졌으니, 이것이 그 유명한 1947년의 로스웰 외계인 사건이다. 미국의 뉴 멕시코 주 로스웰 지역에 추락한 미확인 비행 물체 즉, UFO의 잔해가 발견되었는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UFO가 아니라 기상관측용 기구라고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많은 증언들이 존재하면서 UFO와 외계인의 존재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언급되는 사례다. 


로스웰 사건은 막 2차 세계대전을 끝낸 인류에게 정체나 기술력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생명체와의 우주전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1950년 대에는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과 관련한 SF영화들이 많다. 1951년의 지구 최후의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1953년의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처럼 이후 리메이크가 되는 작품들도 이 때에 등장했다. 


<지구 대 비행접시>는 <우주전쟁>이나 <지구 최후의 날>보다 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특수효과의 장인이라고 불리웠던 레이 해리하우젠의 흑백영화 시절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외계인들이 본격적으로 지구를 침공하면서 백악관를 비롯한 미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들이 파괴되는 장면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심지어 이 시퀀스들은 팀버튼의 <화성침공> 등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신체강탈자의 침입>은 이와 달리 스토리가 탄탄하고, 냉전시대의 스파이의 암약과 수상한 사회와 같은 현실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어서 더욱 인기를 끈 작품으로 20년이 지난 70년대에 한 차례 더 리메이크가 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이 겉모습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는데, 마치 정신만 바뀐 것처럼 모두들 딴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을 눈치챈다. 이는 사실 외계에서 날아 온 이상한 꽃씨가 발아하면서 마을에 점점 퍼지며, 그 꽃이 사람들이 잠 잘 때마다 신체를 복사해 낸 것이었다. 주인공은 친한 친구인 정신과 의사에게 얘기하지만, 친구는 집단 심리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사실을 믿지 않는데, 마침내 그 정신과 의사조차 이미 변해버린 외계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사람만이 남아 필사적으로 졸음을 쫓으면서 저항한다.


이처럼 SF소설과 영화는 소재에 있어서는 다양한 과학적인 원리와 기술 등을 활용하지만,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는 당대의 사회문화적인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지구 대 비행접시>의 전투 장면을 컬러 복각된 영상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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