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대 후반부터 SF가 영화 부분에서 급격히 약진하면서 소설에서 영상으로 흥행의 중심이 넘어오게 된다. 무엇보다 특수촬영 기법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글로만 표현할 수 있었던 영상을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게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헐리우드 대자본이 여기에 집중 투자를 하면서 소위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전 세계를 휩쓸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이런 양상은 지속되고 있다. SF영화와 TV시리즈의 대히트는 SF에서 소개된 기술의 발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런 현상들을 SF소설가인 1998년 토마스 디쉬(Thomas M. Disch)가 <The Dreams Our Stuff Is Made Of: How Science Fiction Conquered the World> 라는 책을 통해 SF와 실 세계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기술하기도 하였다. 토마스 디쉬는 1999년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 휴고상을 수상하였다. 



from isfdb.org



 이 책에서 토마스 디쉬는 몇 가지 중요한 논쟁적인 주장을 펼쳤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음의 글이다.  


미국은 거짓말쟁이들의 나라이며, SF는  우리가 듣기 좋아하고, 믿고 싶어하는 거짓말을 이야기하는데 가장 최적화된 예술의 형태로 미국의 국가적인 문학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대성공을 거둔 SF영화들은 특히 이후 가장 중요한 SF영화 시리즈의 효시가 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많은 작품들이 발표 되었지만, 이후의 영향력까지 감안해서 주요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특수촬영 기법을 이용하여 SF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동시에 미국 SF의 전설이 된 단 하나의 작품을 고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1979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 Star Wars: New Hope>를 꼽을 것이다. 이후 스타워즈 시리즈가 발전을 하면서, 1979년의 이 작품이 에피소드 4가 되어 버렸고, 애니메이션과 TV시리즈 등 거대한 세계관에 바탕을 둔 작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1979년 이 작품을 연출한 조지 루카스는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인 조지 루카스가 직접 원작을 만든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SF영화로 타투인 행성에서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자란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은하 제국에 대항하여 반란군에 들어가고, 구 공화국의 기사 제다이가 되어 은하 제국에 대항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그의 아버지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주변의 대규모 서사가 점점 확대되어 나가는 양상으로 시리즈들이 확대되고 있다.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립을 주제로 하였지만, 신화를 연상시키는 스토리라인과 거대한 스케일,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특수효과 등으로 SF를 세계적인 쟝르로 유행시킨 작품이다. 2015년까지 영화로 제작된 작품만 7편에 이르고, 현재 제작 중이거나 제작이 확정된 것이 2020년까지 5편에 이른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TV시리즈와 수 많은 게임까지 감안하면 스타워즈 세계는 SF역사상 최대 히트작이자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파급력이 있기에 R2D2가 보여주는 레아 공주의 홀로그램 영상을 비롯해서, 영화 장면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미래 기술들이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구현 목표로 구체적으로 적시되고 실제로 이를 만들어낸 사례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스타워즈 하면 원작자이자 감독인 조지 루카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또 한 사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수 많은 캐릭터들과 기계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랄프 맥쿼리(Ralph McQuarrie)다. 다스 베이더, 츄바카, R2-D2, 보바 펫, 스톰 트루퍼, 밀레니엄 팔콘, X-윙, 타이파이터 등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또한 유명한 TV시리즈인 <배틀스타 갤럭티카>와 <E.T> 등에서도 시각 디자인을 맡았던 최고의 SF디자이너였다. 그래서 2012년 그가 사망한 이후 스타워즈의 팬들이 스타워즈의 진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매우 슬퍼하기도 하였으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Star Wars: The Force Awakens에는 그를 기리기 위해 그가 그려 생전에 그려 놓았던 디자인들을 사용한 기계 디자인들이 많이 등장시켰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유작인 셈이다). 


스타워즈는 영화 이외에도 게임과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양한 미디어로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분위기는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는데, 공전의 히트를 한 소설인 <은하영웅전설>은 스타워즈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고, <기동전사 건담>을 비롯한 여러 애니메이션들도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아래는 이제는 고전이 되어 버린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오프닝 씬이다.





1979년에는 스타워즈와 비견되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SF영화 시리즈가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스타워즈가 개봉하자 마자 대성공을 거두었다면, 이 시리즈는 1편보다는 속편이 대히트를 하면서 그 이후 다양한 외전과 확장 세계관을 이용한 작품들이 계속 큰 히트를 하고 있다. 바로 에일리언 시리즈다. 1979년 월터 힐이 제작을 하고,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괴물재난 호러 SF라는 독특한 쟝르를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1편인 <에일리언>도 평단의 호평 속에 나름 성공했지만,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이 감독을 맡아서 1986년에 개봉을 한 <에일리언 2>였다. 에일리언 3편은 1992년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1997년의 4편은 쟝 피에르 쥬네가 감독을 맡았다. 최고의 거장들이 그들의 스타일을 에일리언이라는 동일한 소재에 녹여낸 것이다. 이렇게 4편을 <에일리언 앤솔로지(Alien Anthology)>라고 한다.


스토리라인은 초기에는 단순했다. 우연한 사고로 인해 인간과 에일리언이 접촉하게 되는데, 이 사고로 에일리언이 인간에게 기생하면서 수가 늘어나고,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몰살당하다가 주인공 일행이 끝까지 살아남아 에일리언들에게 승리하는 패턴이 이어진다. 그런데, 프레데터 등의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 등이 성공하면서, 본편을 제작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스토리 라인을 보다 거대한 서사로 엮어나가는 작업이 진행이 되는데, 그 결과물로 2012년 리들리 스콧이 다시 복귀해서 제작한 작품이 바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 1의 작중 설정보다 30년 전의 시점의 이야기로, 에일리언의 프리퀄의 성격을 가졌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에일리언이 아니라 인류의 탄생과 에일리언의 시작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 외계 종족 스페이스 자키에 초점을 맞추어, 더욱 거대한 세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본편 시리즈 이외에도 2004년과 2007년의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Alien vs. Predator>,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2: 레퀴엠 Aliens vs. Predator: Requiem>, 코나미의 1990년작 에일리언 게임을 시작으로 한 9종의 게임들, 소설도 11권이나 출간이 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문화 콘텐츠 생태계를 구성했다. 아래의 영상은 팬들이 에일리언 본편의 트레일러를 현대식 스타일로 재구성한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


1960년 대에는 주로 남성작가들의 전유물이었던 SF 분야에 정말 뛰어난 여성 SF작가들이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어슐러 르 귄(Ursula Le Guin)제임스 팁트리 주니어(James Tiptree Jr.)다. 



최고의 여성 SF작가, 어슐러 르 귄 from Wikipedia.org



SF와 판타지의 절묘한 조화, 어스시 연대기와 헤인 연대기


어슐러 르 귄은 부모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다. 그녀의 아버지는 UC 버클리의 문화인류학자인 앨프리드 크로버이고, 어머니는 작가인 시어도라 크로버다. 이들에게는 매우 독특한 경험이 있는데, 미국 역사에서 '최후의 야생인디언'으로 불리는 야히 부족 최후의 생존자 이시를 맡아 보호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이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어슐러에게 많이 해준 탓에 어슐러의 작품 곳곳에 이시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내용들이 등장한다.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스시 연대기(Earthsea Cycle) 시리즈와 헤인 연대기(Hainish Cycle) 시리즈에는 언어가 큰 힘을 가지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야히 부족의 문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SF작가 최고의 영예인 휴고상을 5회, 네뷸러상을 6회나 수상했다. 그럼에도 데뷔할 때 독자들이 여자가 쓴 소설을 읽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출판사의 권고를 받기도 했다고 하니 당시 SF업계에서의 성차별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문학적으로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어서, SF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그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그녀의 대표작 시리즈인 어스시 연대기와 헤인 연대기는 각각 판타지와 SF쟝르로 구분되지만, 연대기의 형식을 띄고 있으며 각각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연결된다기 보다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독특한 접근을 보여주었다. 특히 어스시 연대기의 최고의 팬이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녀의 작품에서 여러 내용을 가져와서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는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경우 그 영향을 크게 받은 작품이다. 그런 연유로 어스시 연대기 세 번째 작품인 <머나먼 바닷가 The Farthest Shore>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 작품이 바로 2006년에 개봉한 게드전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는데, 최고의 작가와 최고의 스튜디오가 만났는데 이렇게 망작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상영 후 원작가인 르 귄이 신랄한 평을 하기도 했다. 



게드 전기, 테루의 노래: 작품은 망했지만, 이 노래는 정말 좋다!



헤인 연대기는 거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연작 시리즈다. 공식적인 시리즈락 보다는 헤인 우주를 배경으로 쓴 SF소설을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다. 우주여행으로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일이 흔하고, 작품 간의 간격은 기본 수백 년이라서 각각의 책을 따로 읽어도 문제가 없다. 마치 마모루 나가노의 끝낼 수 있을지 모르는 비운의 명작인 파이브스타스토리 같은 느낌이랄까?  SF소설로 구분이 되고, 이 시리즈 연작 중의 많은 수의 휴고상과 네뷸러상 수상작이 나왔지만, 흔히 보는 SF와는 많이 다르다. 외계 문명과의 접촉은 제한적으로 나타나며, 해당 세계 내의 개인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펼쳐진다. 과학적 설정에 대한 것도 매우 정교한 편이라서 하드SF인지 소프트SF 인지를 놓고 팬들 사이에 논쟁이 있을 정도다. 혹자는 사회체제에 대한 사고실험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수십만 년 전, 헤인 인들이 지구를 포함해 수 많은 세계들을 식민화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헤인 문명이 붕괴하고 각각의 세계들이 서로 단절되고, 이들은 외계문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간을 이룬다. 시간이 흘러 우주여행이 현실화되고 통신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앤서블이 발명되면서 새로운 성간연합이 나타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이 연작 시리즈는 단편과 장편이 섞여 있는데, 대표적인 단편으로는 <혁명 전날 The Day Before the Revolution>,  <셈레이의 목걸이 Semley's Necklace>, <겨울의 왕 Winter's King>, 연작 단편집인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 Four Ways to Forgiveness>, <The Telling>  이 있으며, <빼앗긴 자들 The Dispossessed>,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The Word for World is Forest>, <로캐넌의 세계 Rocannon's World>, <유배 행성 Planet of Exile>, <환영의 도시 City of Illusions>, <어둠의 왼손 The Left Hand of Darkness> 등의 장편도 유명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앤서블의 경우,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처럼 수 많은 SF 작품에 비슷한 개념이 널리 인용되는데, 이영도나 듀나의 단편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광속 통신장치인데, 설정 상 100광년 너머에 있는 상대방과 통신하는데 왕복 200년이 걸리면 사실 성간연합에서 뭔가를 할 수가 없는 셈이고, 이야기의 전개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간적 거리에 관계없이 '동시' 통신이 가능한 기기 설정은 어찌 보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어슐러 르 그윈의 앤서블이 워낙 이를 잘 묘사했기에, 그냥 앤서블이라고 하면 다 통용되는 대명사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기를 어슐러 르 그윈은 SF 3대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이라인, 아서 클라크에 버금가는 작가라고 말한다. 특히 그녀의 판타지가 어우러진 설정과 섬세한 은유와 심리묘사 등은 당대 최고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양철학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특히 노자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녀의 작품 곳곳에 그런 분위기가 나타난다. 심지어 도덕경을 영어로 번역도 하였다.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최고의 SF 작가로 86세의 고령임에도 아직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비의 미스테리 작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제임스 팁트리는 누구도 만난 사람이 없어서. 세간에는 괴상한 소문이 파다했던 미스테리 작가였다. 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셀던 (Alice Bradley Sheldon)이다.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아프리카에서 야생 고릴라를 본 최초의 백인 여성으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실험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박사 학위를 땄는데, 이 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SF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건강 문제로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가 되었는데, 필명 때문에 누구나 남성 작가로 생각했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실명과 함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쇼크를 받은 사람이 많아서 이를 팁트리 쇼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프리카 키쿠유 부족과의 사진 from Wikipedia.org



화가, 예술 비평가, 공군 조종사와 군 정보원, CIA 정보원 등의 직업에 종사했고, 군대나 CIA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나친 관심을 받았던 것이 싫어서 필명을 남성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1970년대 초에는 라쿠나 셸던이란 다른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 때에는 여성으로 포지셔닝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팁트리의 영향을 받은 아류 작가로 생각했는데, 이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사람으로 밝혀진 것이다. 


개인적인 삶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다. 말년이 되어 알츠하이머병 병에 걸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남편의 죽음이 가까와진 1987년 남편을 산탄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 


그녀는 페미니즘 문학의 영역을 확대했고, 특히 SF소설과 판타지 분야에 있어 어슐러 르 귄과 함께 가장 유명한 작가로 손꼽힌다. 주목할 만한 단편을 많이 남겼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 1978년 네뷸러상을 수상한 <체체파리의 비법 The Screwfly Solution>이다. 국내에도 <접속된 소녀 The Girl Who Was Plugged In>, <보이지 않는 여자들 The Women Men Don't See>,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Houston, Houston, Do You Read?>, <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The Las Flight of Dr. Ain> 등과 함께 동명의 단편집이 발간되었다. 이 작품은 인류종말물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전개를 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2006년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2에서 조 단테 감독에 의해 영상화도 되었다.


그녀를 기리는 상도 1991년에 만들어졌는데, 1991년 성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인 SF나 판타지를 대상으로 하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이 그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


from 나무위키



이제 또 한 명의 거장을 만나볼 시간이다. 바로 필립 K. 딕(Philip K. Dick)이다. 그는 생전에는 생각보다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사후에 재평가를 거쳐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이라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심지어 SF문학상 중에는 그의 이름을 딴 필립 K. 딕 기념 어워드가 있을 정도다.


1928년 쌍둥이로 태어난 그는 태어난 지 1달 만에 쌍둥이 누이를 잃었고, 그 이후 부모가 이혼하고 캘리포니아의 탁아소에 다니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는데, 이것이 그의 작품세계와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대에 다닌 기숙학교에서도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공포증과 공황장애 등이 생겨서 평생동안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음식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하지 못해서 결국 휴학을 하고 음반, 악보,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아트 뮤직'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특히 아트 뮤직의 주인인 허브 홀리스를 멘토이자 아버지와 같이 여겼다고 하는데, 필립 딕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전제적인 성격을 가졌지만 따뜻한 마음의 '보스'들이 그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독립을 한 뒤에는 로버트 덩컨, 잭 스파이시, 필립 라만티어 등의 작가들과 창고를 개조한 공동주택으로 이사를 갔는데, 이 때 룸메이트들 대부분이 동성애자이자 작가 특유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던 사람들이라 이들의 사상도 필립 딕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말년에는 조현병으로 크게 고생을 했는데, 그 때문에 가족과 동료 작가들과도 사이가 나빠졌다. 그의 후기 작품에는 조현병의 여파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그의 작품들이 사후에야 큰 인기를 끌면서 영화화 등의 미디어 믹스가 시작된 것은 그가 살아있을 때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운동과 동시에 반공주의적인 시각을 워낙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전운동을 열심히 할 때에는 가택침입 사건이 일어나자 CIA의 소행이라고 FBI에 신고를 하기도 했는데, FBI에서 그의 반전운동 이력을 알고 이를 무시하였다. 이후 정체불명의 협박 전화가 계속되고 정부와 사법당국에서 계속 모른 척하자 캐나다로 도피를 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이 연재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로 유명하다) 이 필립 딕을 칭찬하자 렘을 KGB 스파이라며 CIA에 신고를 했던 이력이다. 


SF작가로의 이력은 1951년 <판타지 앤드 사이언스 픽션>지에 단편 <루그 (Roog)>를 쓰면서 데뷔했다. 그렇지만 1953년 우울증, 공황장애, 공포증 등이 재발하면서 치료제로 암페타민을 처방받았는데, 이 약은 치료제이기도 했지만 사실 상 그를 작가로서 많은 일을 하게 만든 에너지원과도 같은 역할도 같이 했다고 한다. 그 이후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며 SF소설가로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생전의 필립 딕은 많은 수의 작품을 발표하는 다작 작가로 유명했다. 



세기 말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가


그의 작품은 디스토피아적인 세기 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선택한 소재들은 낯설면서도 인간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불행을 가져다주는 스토리 들이 많았다. 기업이나 국가들 역시 개인을 파멸시키는 경우가 많이 등장하는데, 각 개인은 도구로 이용되면서 동시에 기억의 상실과 조작, 자아의 해체 등을 겪는 경우도 많고, 인간의 가치가 하찮게 취급되는 스토리들이 여러 작품들에 녹아 있다. 심지어 미래에 만나게 될 외계인과 외계문명도 어둡게 그린다. 이들은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 하고 사회가 퇴폐하고 노쇠한 멸망직전의 문명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인간들이 대적하기에는 버거운 상대다.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인간의 적대 세력이거나 인간에게서 탈출하여 복수를 하고자 하는 등의 존재로 그려진다.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로봇들도 가끔 나온다. 외계인들이 파견한 인류를 멸절시키기 위한 무기에서 스스로 가짜 기억을 주입한 도망자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염세적인 로봇들이 등장한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묘사를 했는데,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동차가 가전제품 등이 작품에 많이 등장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운전을 못하게 하는 자동차, 동전을 넣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는 현관문 등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인공지능 제품들이 인간을 귀찮게 하거나 피해를 주는 스토리가 자주 묘사된다. 대체로 결말은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 상상하기 힘든 반전으로 끝은 맺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작품 중에 별별 상황이 다 발생했는데, 알고보디 꿈이더라~  이런 식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TV판이 이런 식의 결말을 처음에 시도했었다). 


필립 딕은 SF소설을 썼지만, 그 내부에 자아정체성과 기억의 혼란과 같은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거의 모든 작품에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현실인가?", "내 기억은 진짜인가?"와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이는 그의 정신병력과 복용했었던 수 많은 정신질환과 관련한 약물 때문에 겪은 환각과 정신적 능력의 각성, 우울함 등의 불안정성이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그의 질문들이 현대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면서 되려 후세에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를 스타덤에 올린 대표작은 1963년 휴고상을 수상한 <높은 성의 사나이 Man in the High Castle>였다. 이 작품은 소위 대체역사소설인데,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가 추축국이였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승리했다는 가정을 하고 독일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에 점령당한 미국과 미국인의 일상을 그려냈다. 그렇지만, 그가 정말 유명해진 것은 헐리우드의 SF영화들이 그의 단편들을 원작으로 삼아 여러 대작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가 사후에 더 빛을 보게 된 것에도 그의 작품 스토리들이 헐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의 구미를 잘 당겼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SF영화계의 스타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먼저 헐리우드에서 영화화가 되었고, 사이버펑크 쟝르의 대표작으로 불린 것이 바로 1982년 리들리 스콧에 의해 영화로 제작된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다.  이 영화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라는 단편을 영화화한 것으로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것이 필립 딕의 인생의 궤적을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작품은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사이버펑크물이라면 일단 이 작품을 모두 벤치마킹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주제의식도 심오해서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레플리칸트(Replicant)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성의 정의를 묻는 마지막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블레이드 러너>는 필립 딕의 원작과 다른 부분도 많아서 리들리 스콧은 사실 상의 자신의 작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배경은 2019년의 LA로 런던형 스모그로 가득찬 어둡고 암담한 도시로 그려진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비가 내리는 음습하고 어두운 거리, 국적을 알 수 없는 옷차림 ... 이런 배경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아키라, 공각기동대, 버블검 크라이시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고, 심지어는 게임인 폴아웃 3도 이를 패러디했으며, 폴아웃 4에서는 이를 직접적인 오마쥬로 처리했다. 아래는 언제봐도 인상적인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토탈리콜(Total Recall) 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나 영화화가 되었다. 특히 1990년 폴 베호벤이 감독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샤론 스톤 등이 등장한 첫 번째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했다. 2084년 더글러스 퀘이드(Douglas Quaid)는 미모의 아내와 행복하게 살지만, 매일 밤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데, 이를 알기 위해 우주여행을 다녀온 것 같이 뇌 속에 기억을 주입시켜 주는 리콜이라는 여행사를 찾아갔다가 과거의 기억을 되찾게 되어 화성의 반군으로 다시 복귀하게 되는 내용이다. 특히 당시 특수효과가 절묘하게 활용되어서 호평을 받았는데, 멋진 예고편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밖에도 <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스크리머스 Screamers>, <임포스터 Imposter>, <페이첵 Paycheck>, <넥스트 Next>,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등이 모두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대작 헐리우드 SF영화가 있는데, 바로 2002년에 개봉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인데, 특히 배경과 도입된 기술 등이 2054년의 워싱턴 D.C.에 있음직한 것들로 개연성 있게 작업하기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가 1999년 4월 과학기술자와 미래학자 등과 제작진이 같이 씽크탱크까지 구성했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등장한 여러 기술들이 실제로 구현되고 상용화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3D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체인식 기술,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 등의 묘사는 매우 정교하다. 무엇보다 프리크라임 시스템을 조작하는 동작인식 인터페이스 기술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에 도입된 키넥트(Kinect) 기술을 설명할 때 이 영화가 언급되기도 하였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영화에서 10년 뒤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Sci-Fi 드라마 시리즈로도 2015년 폭스 TV에서 방영되었는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시즌 1으로 전체 시리즈는 취소되었다. 그의 장편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높은 성의 사나이 The Man in the High Castle>은 영화로는 제작되지 못했지만, 2016년 화려하게 Sci-Fi 드라마로 등장했다. 현재 시즌 2까지 방영되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일부 작품은 필립 딕의 원작을 표기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 상 가져온 것도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이다. 이 작품은 필립 딕의 <어긋난 시간 Time Out of Joint>의 오마주라는 것이 이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잡아두기 위해 가짜 마을을 만들고 주인공의 기억을 조작하여, 평범한 마을에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인 것으로 속인다는 내용이다. 픽사의 <토이스토리>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토이즈>도 필립 딕의 <전쟁놀이>의 오마주라는 시각이 많다. 그 밖에 클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그의 대표작 <메멘토 Memento>, <인셉션 Inception>이 필립 딕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필립 K. 딕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정신질환과 대인관계, 약물과 가난이 점철된 삶을 살았지만, 현대의 헐리우드가 가장 사랑한 단 한 명의 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그런 작가다. 이는 어찌보면 필립 딕이 그려냈던 암울한 미래상이 현대인들에게 더욱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


1965년부터 1980년 까지의 시기에는 SF에도 새로운 문화와 물결이 몰아치던 시기다. 사회와 윤리, 섹스와 종교, 각종 터부(taboo) 등을 다루는  작품들이 크게 늘어난다. 196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이런 분위기는 현대사회에 대한 문화적인 주류애 대한 도전이 본격화하고, 대항문화(counter culture)의 확산이 SF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게 된다. 대항문화와 인터넷, IT산업과 관련한 역사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된 글들도 참고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참고자료


2013/04/30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13) - 1970년대, 대항에서 공생으로

2013/03/28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10) - 해커정신과 아르파넷의 꿈

2013/02/07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6) - 제록스 파크 연구소와 스페이스워

2013/01/31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5) - Stay Hungry, Stay Foolish

2013/01/24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4) - 대항문화의 탄생과 LSD



대항문화와 함께 활성화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개념과 사이키델릭(psychedelic) 문화는 음악과 공간, 환상과 LSD와 같은 환각약물까지 연관이 되면서 SF에도 사회심리학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또한 미래를 암울하고, 비관적으로 그리는 작품들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그만큼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작가들과 문제작들을 한 번 살펴보자.


가장 문제작을 많이 낸 작가로 꼽히는 할란 엘리슨(Harlan Ellison)은 중단편만으로 휴고상, 에드거상, 네뷸러상, 브람스토커상, 월드판타지어워드 등 각종 문학상을 30여 차례 수상한 SF, 판타지 소설계의 대부다. 1934년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나 십대에 가출해 각종 직업을 전전하다 오하이오 주립대에 입학했으나 자신의 창작 능력을 무시하는 교수와 싸운 뒤 학교를 때려치웠는데, 그 후 40년 동안 자신의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그 교수에게 복사본을 한 부씩 보냈다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또한, 터미네이터가 개봉하고 나서 자신의 작품을 표절한 것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를 인정한 제작사가 이제는 그를 원저작자 중 한 사람으로 표시하고 있다. <모든 새는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원제는 Deathbird Stories이나 플레이보이 SF걸작선 1에 이렇게 제목이 번역되었다), <I Have No Mouth, and I Must Scream> (이하 스크림으로 표기) 등이 SF에서는 유명하다. 특히 스크림의 경우 1968년 휴고상을 수상한 호러 SF의 명작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인간들이 만든 ‘Allied Mastercomputer’라는 컴퓨터가 모든 판단을 하는 시대에 이 컴퓨터가 자신을 지칭하려 'I am'이라는 문장을 외는 순간, 자신의 이름의 약자이자 문장의 구성 단어인 'AM'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초인공지능이 되어 자신의 자아가 발현되면서 이 때부터 자신을 'AM'이라 칭하며 모든 인간들을 학살한다. 그 와중에 테드, 베니, 님독, 고리스터, 엘렌 다섯 명만 살려두어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고 109년 동안 고문을 하는데, 인체개조 뿐만 아니라 작품의 화자인 테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정신개조까지 하는 이야기다. 'AM'이 이런 짓을 한 동기는 컴퓨터 자신의 처지가 '컴퓨터의 몸 안에 갇혀서 바깥 세상을 바라만 보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고 이런 상황을 만든 인간을 미워하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이후의 내용도 SF이면서도 호러와 같은 진행이 계속된다. 제목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테드가 "자신은 입이 없는데 비명을 질러야 된다"는 말을 한 것에서 따왔다. 그런데, 이런 무서운 전개가 많은 파장을 일으켰는데,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 게임 포탈 시리즈의 GLaDOS 등이 AM을 오마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할란 엘리슨이 참여하여 1995년 어드벤처 게임이 발매되기도 하였는데, 본인이 AM의 성우를 직접 맡아 녹음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다. 한국에서는 스크림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다. 흥행에 실패해서 제작사도 이 작품의 여파로 망했지만, 게임의 작품성은 높아서 아직도 많은 팬들이 존재한다. 아래는 이 작품의 게임 인트로 영상이다.





그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필립 호세 파머(Philip Jose Farmer)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리버월드 Riverworld> 시리즈와 <층층이 쌓인 세계 World of Tiers> 시리즈, 그리고 최초로 섹스를 정면에서 다룬 SF로 그에게 휴고상을 처음 안겨준 <연인들 The Lovers>이 특히 유명하다. <리버월드> 시리즈의 1권은 1972년 휴고상 장편 부문 수상작이다. 국내에서는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To Your Scattered Bodies Go>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발매되었다. 선사시대부터 2008년 사실상 멸종할 때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미지의 행성에서 동시에 눈을 뜨게 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디에서 끝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거대한 강이 흘러가는 낯선 행성에서의 이야기다. 그는 섹스와 종교를 SF에 과감하게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인들>에서는 성의 기쁨이나 환희는 배제된 채 오직 출산을 위한 도구로만 강요당하는 통제사회의 지구를 떠나 외계행성에 가서 스파이를 하게 되는 주인공이 낯선 행성에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층층이 쌓인 세계>는 일련의 인공으로 만들어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우주들은 인간과 유전적으로는 같지만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퇴폐적인 존재들이 창조하고 지배하는 세계다. 이 복잡한 층층이 쌓인 세계를 두 명의 지구인들이 모험하는 내용인데, 초기 우주론과 신화에서 많은 이야기가 차용되었다. 중심에 산과 탑이 있고 태양이 그 뒤로 지는 구조는 고대 바빌론과 이집트 우주론과 비슷하며, 꼭데기의 이 세계를 창조한 자들의 집들은 올림푸스산을 연상시킨다. 리버월드 시리즈의 경우 2003년과 2010년에 두 번이나 영화화가 되었는데, 둘 다 그다지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아래는 2010년 작품의 트레일러다.





그 밖에 여성 해방의 수준이 다른 여러 평행 우주를 탐험하는 <여성 남자 Female Man>를 쓴 페미니즘 SF 작가이며 운동가이자 비평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조안나 러스(Joanna Russ)어슐러 르 귄로저 젤라즈니, J. G. 발라드(J. G. Ballard)는 뉴웨이브 SF라는 흐름을 만든 대가들이다. 뉴웨이브 SF는 개인적인 면을 중시하며 신비주의적이면서, 판타지 소설과 경계가 겹쳐지는 작품들이 많다. 발라드는  <태양의 제국>의 저자로 더 유명하고, 젤라즈니는 SF와 판타지를 잘 섞어서 신화,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SF나 기술 혁신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작품을 잘 썼는데, 특히 국내에 번역판이 많이 나와서 더욱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인  1969년 휴고상 수상작인 <신들의 사회 Lord of Light>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말년에 크로노마스터라는 어드벤처 게임도 디자인했는데, 이 게임은 그가 작고한 뒤에야 빛을 봤기 때문에 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

1950~1980년 대까지 수십 년간 가장 인기있는 SF작가의 위치를 지켰던 사람을 한 사람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를 꼽을 것이다. 그는 특히 과학과 전설(Myth), 그리고 진화(Evolution)라는 매우 상이한 주제들을 적절하게 접목한 명작들을 많이 남겼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종교적인 믿음과 전설을 적절하게 접목해서 미래의 인간의 진화와 이미 고등하게 진화한 외계인, 여기에 탄탄한 과학적 백그라운드와 상세한 기술이 결합한 완성도 높은 소설을 많이 발표하였다. 지난 연재에서 아서 클라크 최고의 대표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이번에는 <라마와의 랑데뷰>, <낙원의 샘>, <유년기의 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라마와의 랑데뷰 (Rendezvous with Rama)


from Wikipedia.org



1973년에 발표된 아서 클라크의 장편 SF소설로 <라마와의 랑데뷰>를 시작으로 마지막 <라마 4부(Rama Revealed)>까지 속칭 <라마> 시리즈로 발표되었다. 이 중에서 첫 번째 <라마와의 랑데뷰>가 아서 클라크가 집필한 작품이고, 나머지 3권은 다른 작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탄생하였다.


22세기 미래에 길이 50Km의 거대한 원통형 외계 구조물이 태양계에 진입하는데, 이 구조물을 라마로 명명하고 조사대를 출발시킨다. 이 임무를 맡은 엔데버 호의 승무원들이 탐사과정에 겪게 되는 이야기를 아서 클라크 특유의 서사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풀어낸 명작이다. 출판과 동시에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비롯해 SF소설과 관련한 모든 상을 휩쓸었다.


라마(Rama)는 힌두의 신의 이름이다. 엔데버호를 지휘하는 노턴이라는 사령관이 외계인과의 첫 만남을 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아쉽게도 후속으로 젠트리 리와의 공동작업으로 이어진 3권의 작품들은 전작의 좋은 평가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혹평을 얻었다. 


특히 원통형 외계구조물 내의 기온의 변화나 인공바다 속에 만들어진 격자판으로 라마의 최대 가속도를 산출해내는 등의 정교한 과학적 장치들과 디테일이 커다란 찬사를 받았다. 또한, 우주의 우주종족의 기원과 우주종족들이 서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과정과 소멸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며, 우주의 탄생과 존재의 이유, 궁극의 목표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라마 시리즈에는 다양한 외계종족들이 나오는데,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지구인들은 지구를 기반으로 외계인을 상상하지만 완전히 다른 외계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중 등장하는 독수리 인간은 "지구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우주종족들이 자신들과 유사한 조건에서만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고 이야기한다. 


또 한 가지 과학이 극에 달했을 때의 가상 시나리오도 인상적이다.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고 그 과학의 힘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수명을 늘려 문명을 마음껏 누리게 되면 우주로 나아가 주변의 많은 원시문명 종족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오랜 세월동안 번영하다가 한순간 소멸하는데, 그 이유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진화해 온 유전자에 담겼던 정보 중에서 그들이 불필요하다고 여겨 제거한 부분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워낙 명작이라 지속적으로 영화화에 대한 소문이 돌았지만, 아직까지도 제작된다는 소문만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영화학도들이 짧은 단편을 만드는 단골 작품이다. 아래 임베딩한 영상은 벤쿠버 필름스쿨 학생들이 제작한 것이다.





라마 시리즈는 라마란 제목으로 1996년에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에서 실사합성 어드벤처 게임도 제작되었다. 게임 엔딩까지 가면 아서 클라크가 실사영상으로 나와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낙원의 샘 (The Fountains of Paradise)


아서 클라크의 1979년 작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궤도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이야기다. 매우 단순한 소재지만 장편소설로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궤도 엘리베이터의 건설지는 고대에 낙원의 샘이라 불렸던 장소이며, 외계인 이야기와 전설 등이 잘 버무려져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고대 인도의 왕 칼리다사(Kālidāsa)가 하늘에 닿을 탑을 지으려다가 반란으로 실패한 곳이다. 작품의 내용은 궤도 엘리베이터를 만들기까지 한 건축학자의 대단한 삶과 그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다.


재미도 있지만 낙원의 샘은 이후 수 많은 SF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는데, 당장 인기리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 OO의 배경이 되는 궤도 엘리베이터도 여기에서 기원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유년기의 끝 (Childhood's End)


시기적으로는 상당히 앞선 1953년 출판된 아서 클라크의 대표작으로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상으로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SF 작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에 하늘에 갑자기 UFO가 나타나고 정체를 알수 없는 외계인 오버로드(Overlord)들이 UN에 면담을 요청한다. 오버로드들은 자신들이 인류를 관리하겠다고 선언한다. 놀랍게도 이들의 관리 하에 인류의 전쟁은 사라지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런데, 이들의 정체는 ...


더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오버로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버마인드(Overmind)도 등장한다. 이쯤 되면 아마 <스타크래프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실제로 <스타크래프트>는 <유년기의 끝>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은 작품이다.


결국 항상 싸움질이나 하던 유년기의 인류가 그 끝에 더 이상 인류라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이런 설정은 이후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도 등장한다. 인류의 종말과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도전적인 미래를 그려냈고, 오버로드의 형상이 천사가 아닌 악마처럼 그려진 것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외에도 <건담 더블 오> - 이 작품은 아서 클라크 작품들의 오마쥬같은 느낌도 든다 - <문명: 비욘드 어스>, <파이브 스타 스토리> 등은 많은 부분에서 이 작품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수 많은 작품들이 크고 작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스토리나 캐릭터, 배경 등을 가져왔다.


음악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핑크 플로이드나 아이언 메이든은 이 작품의 제목을 딴 곡도 발표하였다.





이 작품도 끊임없이 영화화와 관련한 루머가 나돌았다. 판권은 유니버설 픽쳐스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제작과 관련한 소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2015년 12월 드디어 Syfy 채널이 3부작 미니시리즈로 <유년기의 끝>을 제작 방영하였다. 내용이 원작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필자도 아직 구해보지 못했는데 빠른 시일 내에 찾아볼 예정이다. 아래는 Syfy 채널의 <유년기의 끝> 트레일러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