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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IT기술의 전망을 할 때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나오기도 하였고, 가장 많이 인용이 되서 이제는 다소 진부하다는 느낌을 주는 단어로 '빅 데이터'가 있다. 모바일 기술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디바이스들이 늘면서, 동시에 소셜 등으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생산하고 내놓게 되다보니 수 많은 데이터들이 쌓이게 된 것이 빅 데이터 시대를 이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다. 


빅 데이터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쌓인 데이터들을 분석해서 우리 사회와 비즈니스의 많은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솔루션으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이들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과거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보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거나, 효과적인 도시계획을 하고, 더 잘 팔릴만한 상품을 기획하며,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야기한다. 빅 데이터의 효용성은 기업이나 관공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정량화된 자신(Quantified Self)'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데, 유전자 정보를 시작으로 하여 개인들이 삶을 살아가는 여러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한다면 질병을 예방하고, 잠도 더 잘 자게 할 수 있고, 체중조절도 할 수 있다는 다양한 서비스나 앱들도 등장하고 있다. 조금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경우 모든 통화 기록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한다면 테러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빅 데이터 찬양론자들이 이야기하는 이런 다양한 사례들이나 이익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뭐든지 좋기만 한 것은 별로 없는 법. 빅 데이터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부작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대비하기도 쉬워진다. 그렇다면, 어떤 구체적인 부작용들이 있을까?


일단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프라이버시의 문제다. 빅 데이터는 결국 수 많은 기기들이나 개인들의 정보를 모아서 만들어진다. 이런 작은 데이터들이 모여서 커다란 데이터의 세트가 되면 여기에 다양한 분석기술을 적용해서 영감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수 많은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보안기능이 강력한 데이터 센터에 보관이 되는데, 컴퓨터와 저장장치, 그리고 네트워크 인프라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환경들이 구축되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잘 분석해서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오려면 개인들의 사적인 정보를 가능한 많이 모아야 한다. 그리고, 각 개개인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역시나 개인의 정보를 많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의 혜택을 많이 얻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보다는 활용하도록 동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패러독스다. 한 마디로 데이터 기반의 지능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프라이버시를 주장할 수 없으며, 반대로 프라이버시를 강력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되도록 데이터를 주지말고, 대신에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소외되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최대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최고의 빅데이터 분석의 이익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빅데이터 관련 서비스 제공자들은 상업적, 사회적으로도 가치있으면서, 윤리적이고, 법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의 빅데이터 활용과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우려되는 것은 개성의 상실이다. 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다양한 형태의 추천이 발생한다고 하자. 아무래도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추천되는 것에 각 개인들의 결정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개인들의 "좋아요"나 "댓글" 등을 분석해서 적절한 수를 알아서 보여주기도 하고 안 보여주기도 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사용자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편리한 듯 하면서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스템의 결정에 의해 나 자신이 정보를 볼 수 있는 기회자체가 봉쇄되는 것이다. 뉴스피드는 그래도 좀 낫다. 어떤 상품의 구매나 서비스의 선택, 그리고 의견 등도 자신의 성향에 맞는 것들만 골라서 노출이 되고, 이것이 축적되면 과거보다 개인적으로 조금 싫어하거나 꺼려지는 경험은 아예 할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꽤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검색엔진이 골라주는 정보만 보고, 평점이 높거나 맞춤형으로 자신에게 제시된 상품만 소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독자적인 선택이라는 '개성'에 본질적인 도전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과장하자면 개인의 유전자를 통해 그의 학력이나 커리어에 대한 스크리닝을 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영화 가타카(Gattaca)의 세계의 초입부분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들이 추천을 받아서 쉽게 결정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신들의 개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 상황이 그리 허황된 SF에서의 이야기로만 생각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의 특성 상 거대 기업이나 정부 등의 빅브라더의 탄생과 이들의 일반 시민들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부작용으로 들 수 있다.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도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온전히 믿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민주화나 자유로운 활용, 시민들의 권리 등과 같은 가치나 이슈에 대해서도 이제는 고민해봐야 한다. 


무엇이든 아름답기만 한 것은 별로 없다. 이는 빅데이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미래를 밝게만 보고, 있을 수 있는 부작용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빅데이터가 만들어 내는 가치와 이득의 크기 만큼이나 커다란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좋은 점은 최대한 취하되,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대응을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P.S. 이 글은 한국일보.com의 브런치N스토리 "정지훈의 미래기술 이야기"에 지난 6월 19일에 실렸던 <'빅데이터 사회'는 과연 정답일까> 라는 글의 내용을 블로그용으로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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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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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스코(Cisco) 등의 네트워크 회사들이 초기에는 가장 열성적으로 이를 전파하다가 최근에는 인텔이나 퀄컴을 비롯한 반도체 칩 벤더들이 적극적으로 IoT를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하여 여러 제조사들도 다양한 IoT 관련 제품들에 대한 청사진이나 플랫폼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기업에서 인터넷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미래 IT의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는 IoT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 등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다양한 기술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나타나는 비즈니스 혁신으로 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비즈니스 혁신을 하고자 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느 회사의 특정 제품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이를 가공하고 유통해서 새로운 혁신시장을 열 수 있는가 여부이다. 이런 작고도 다양한 혁신가들에게 커다란 기회를 열어주는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적으로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과 리더십을 확보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재미있는 IoT 관련 기업의 서비스가 눈에 띈다. OpenSensors.io가 그것인데, 누구나 실시간으로 IoT 센서의 데이터를 배포할 수 있는 종류의 서비스다. 다양한 형태의 IoT 기기의 센서가 이 서비스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보내면 이 데이터를 이용한 추가적인 앱이나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공기의 질을 측정하는 IoT 센서 디바이스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사람들마다 그 활용도가 틀릴텐데, 이 디바이스를 쓰는 사용자가 천식 증상을 일으켰다고 했을 때, 어떤 입자가 문제가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 해당 데이터를 분석하고자 할 때 OpenSensors.io에 데이터를 간단히 보내고, 이를 다양한 연구자들이 접근해서 분석할 수 있게 해서 문제가 된 입자를 찾아내는 식이다. 이는 물론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IoT 디바이스를 설치한 이유가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데이터를 쉽게 모으고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프라 또는 플랫폼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 사례이다. 이 플랫폼은 이미 다양한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공유한다거나, 옥스포드 홍수 네트워크(Oxford Flood Network)는 지역 하천들의 수위를 측정하고 이를 공유하며, 영국의 12개 도시와 협업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차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OpenSensors.io 서비스가 재미있는 것은 데이터 스트림을 어느 곳에서나 이곳으로 보내는 것 뿐만 아니라, 마치 SNS 처럼 이런 데이터를 구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개별적이고 사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오픈데이터(Open Data)라고 부르는 데이터들, 즉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데이터들을 모아서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우에 유용한 모델이라는 한계는 있다. 그렇지만, 환경이나 공중보건, 도시나 지역사회 등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이런 접근방법이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데이터들을 구독해서 여러 개발자나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며, 공유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버스 앱도 만약 버스들의 운행정보를 보내는 센서와 이를 모은 데이터 저장소가 없었다면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록 개발자가 당시에는 공식적인 루트가 아니라 웹 사이트의 정보를 긁어오는 편법적인 크롤링 방식을 쓰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공공 데이터를 오픈데이터의 형태로 많이 개방하고 있고, 각종 IoT 디바이스와 센서가 이런 목적으로 여러 곳에 설치가 된다면 서울버스 앱과 같은 혁신적인 앱이나 서비스가 다양한 분야에서 앞으로 많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화된 다양한 센서의 데이터가 모여서 커다란 데이터 저장소를 만들 수 있고, 또 이를 이용해서 쉽게 파생혁신 서비스나 앱이 나올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중요한 IoT 관련 데이터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런 데이터 중심의 사고가 IoT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많은 IoT 관련 사례가 발표되고 있는 각종 환경센서가 탑재된 IoT 디바이스나 커넥티드 자동차, 홈오토메이션 등도 데이터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전력이나 교통, 환경 등과 같은 공공성을 갖춘 데이터 기반인 것들이 많다. 데이터 기반의 IoT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다.


이미 관련한 플랫폼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dat와 Octoblu, Zetta 등의 서비스도 OpenSensor.io와 대동소이하면서 각각의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플랫폼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모두들 오픈소스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개방형 서비스를 같이 시도한다는 점이다. 서버를 세팅하고, 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만하려는 IoT 디바이스 개발자나 기업들의 수요도 만족시키고, 경계를 명확하게 짓고 자신들의 서비스를 폐쇄형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개발자나 기업의 경우에는 오픈소스로 서버를 구축하거나 프라이빗 계정을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참고자료

Out in the Open: This Man Wants to Turn Data Into Free Food (And So Much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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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BoingBoing.com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드디어 부활했다. 개인적으로 1980년에 이 TV시리즈가 방영할 때 과학에 푹 빠져들었으니, 34년 만에 느끼는 감동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첫 화를 밤 늦게 본방사수를 했고, 역시나 큰 아이가 옛날 시리즈까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칼 세이건은 필자에게 롤 모델이 된 사람이다. 그가 있기 전에, 누구도 TV에서 우주를 그렇게 멋지게 설명한 사람이 없었다. 단순히 설명만 잘한 것이 아니라, 연출과 외모, 그리고 목소리까지 멀티미디어 매체인 TV를 완벽하게 이해를 하고 녹아든 당시로서는 최고의 마스터피스가 코스모스였다. 

칼 세이건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코넬대학의 천문학 교수였고, 많은 책을 쓴 저자였으며, 나사의 로봇 미션을 수행한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그를 우리에게 각인시킨 것은 바로 TV카메라 앞에서의 존재감이다. 그는 코스모스를 진행하면서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메시지와 감동을 선사했고, 그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다시 부활한 코스모스 역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던 꼬마였던 세스 맥팔레인(Seth MacFarlane)의 노력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새로운 시리즈의 진행을 맡은 닐 타이슨(Neil Tyson)도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는 천문학자로 역시 칼 세이건과의 만남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결국 마치 박세리를 동경했던 세리 키드들이 LPGA를 점령하기 시작한 것처럼, 그의 영향을 받았던 아이들이 코스모스를 부활시킨 것이다.

칼 세이건은 과학자로서도 유명하지만 외계문명과의 접촉에 대해서도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1997년의 영화 콘택트(Contact)는 칼 세이건의 동명의 소설에 기반을 둔 영화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SF소설 작가이기도 하였다. 비록 콘택트 한 권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 밖에도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소개한 바 있는 기인이면서도 해커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티모시 리어리(Timothy Leary)와의 인연도 유명하다. 이 둘의 인연에 대해 최근 스미소니언(Smithonian) 잡지 온라인 판에 자세한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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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과 캘리포니아 바카빌(Vacaville) 교도소의 의무시설에 있었던 티모시 리어리는 1974년 2월과 3월에 편지를 주고 받았고, 이 편지들의 내용은 티모시 리어리의 아카이브에 공개되었다. 이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서로에게 열정적이었다. 이들은 아이디어가 풍부했고, 동시에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바깥으로 표출하고, 소통하는 데에도 천재적이었다. 티모시 리어리는 사이키델릭(psychedelic) 이벤트와 멀티미디어 강의투어를 통해서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 TV시리즈와 나사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티모시 리어리가 주로 인간의 내면의 우주와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면, 칼 세이건은 인간 외부의 코스모스에 대한 글과 미디어 활동을 하였다. 


이후 칼 세이건은 은하계의 지적생명체를 만날 확률을 계산한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으로도 유명한 프랭크 드레이크와 함께 티모시 리어리가 수감되었던 교도소를 직접 방문하였다. 티모시 리어리는 우주를 항해하는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교도소를 방문한 칼 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에게 하면서 어떤 별에 가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하였는데, 칼 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는 티모시 리어리에게 우리에게는 기술이 없고, 별들은 너무 멀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날 티모시 리어리가 아니었다. 티모시 리어리는 이후 칼 세이건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우리에게는 핵융합 추진장치와 수명을 늘리는 약, 그리고 외부로 정신을 확대하고 신경정치적 영감(neuropolitical inspiration)이 필요합니다. 저는 당신의 결론에 감명을 받지 않았어요. 저는 당신의 신경회로가 막혀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대 최고의 유명한 과학자에 대해 어쩌면 상당히 모욕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언사가 아닌가? 그렇지만, 그의 편지의 영향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칼 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는 이후 외계생명체와의 소통을 위한 작업을 하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를 설립한다. SETI의 활동을 통해 외계생명체와의 만남을 그린 소설이 바로 콘택트다. 


티모시 리어리 역시 이들과의 만남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1973년 코후텍 혜성(Comet Kohoutek)의 접근을 소재로 한 테라 II(Terra II)라는 책을 웨인 베너(Wayne Benner)와 함께 교도소에서 집필하기도 하였다. 그는 인류가 죽어가는 행성인 지구를 탈출하고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300명의 이야기를 그려냈는데, 교도소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투영되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스모스의 새로운 시리즈에 대한 집필과 제작을 주도한 앤 드루얀(Ann Druyan)은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부르며, 연구도 저술도 함께 했던 동료이자 부부였다. 이들 부부의 이야기도 마치 영화와도 같은데, 한 파티에서 칼 세이건 부부와 약혼자와 처음 만난 앤 드루얀은 2년 가까이 커플끼리 우정을 쌓다가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NASA의 보이저호 프로젝트에 참가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앤 드루얀이 맡은 일은 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에게 보낼 금제 음반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음반에는 115개의 그림과 파도, 바람, 천둥, 새와 고래의 노래와 같은 자연적인 소리,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의 음악, 55개의 언어로 된 인삿말 등이 담겼다. 그러다가, 결국 결혼을 하였고, 칼 세이건의 사후에도 그의 작업을 이어받아서 영화 콘택트도 완성시키고 2014년 새로운 코스모스도 제작하게 된 것이다.


1980년의 코스모스의 첫 장면은 칼 세이건이 캘리포니아 바닷가에 앉아서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주는 모든 현재이고, 과거이자, 미래입니다 (The cosmos is all that is or ever was or ever will be.)


마땅한 번역조차 어려운 멋진 말이 아닌가? 그러면서 그는 상상의 배(ship of imagination)에 올라타고 우주를 여행하면서 동시에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코스모스는 단순히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달과 혜성, 천문학과 과학, 그리고 각종 미신들과 인간의 뇌, 외계생명체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면서 접근한다. 단순한 과학적인 사실들을 나열하는 다큐멘터리였다면 코스모스가 그렇게까지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점이 필자가 칼 세이건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는 최고의 과학자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최고의 SF소설가도 아니었으며, 미디어 전문가도, 예술가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과학과 상상력, 이야기와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코스모스라는 마스터피스를 만들어 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최고의 융합 아티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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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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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텍스트로 인터넷을 하던 시절, 아직 웹은 탄생도 하지 않았을 당시 R. U. Sirius (읽으면 당신 심각해? 라는 발음이다) 라는 인물이 몬도 2000(Mondo 2000)이라는 잡지를 창간한다. 미래학자이자 SF소설가로 유명한 사이버펑크의 대가 윌리엄 깁슨도 즐겨보았다는 이 잡지는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보여줄 미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였다. 


R. U. Sirius는 1992년 몬도 2000을 같이 집필하던 St. Jude Mihon과 함께 창조적인 해커들이 세상을 변형하고 지배하는 세상을 소재로 한 SF소설을 같이 쓰고 있었는데, 암호화를 통한 해커들이 자유를 확보하고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난다는 설정을 하였다. 그리고, 이런 설정을 이야기하면서 에릭 휴즈(Eric Hughes), 존 길모어(John Gilmore), 팀 메이(Tim May)와 함께 다양한 사이버펑크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당시 팀 메이는 공산당선언(The Communist Manifesto)을 흉내낸 암호화무정부주의자선언(The Crypto Anarchist Manifesto)이라는 것을 쓰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암호화된 무정부주의자인 스펙터(specter)가 등장하고, 암호화된 통신과 익명성을 가진 온라인 네트워크가 정부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서 경제활동을 컨트롤하고, 정보들은 비밀리에 유지되는 그림을 그려냈다.


당시의 암호화 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런 문화는 네트워크가 확대될수록 정부와 같은 빅브라더의 통제가 커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대한 탈출구의 역할을 하였고, 1990년 초반 다양한 암호화 기술에 심취한 해커들이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 중 유명한 인물 중의 하나가 현재 와이어드의 수석기자로 해커선언문과 <해커스>란 책을 쓰기도 한 해커문화의 대가인 스티븐 레비(Steven Levy)이다. 또한, 존 길모어는 암호화와 관련한 다양한 문서들을 사람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는데, 이 때 미국 국가안보국 NSA에서는 존 길모어를 방첩법(Espionage Act, 우리나라로 치면 국가보안법쯤 된다) 위반으로 잡아들이겠다고 위협을 하자, 이 사실을 공표하여 위기를 벗어나기도 하였다. 필 짐머만(Phil Zimmermann)이 개발한 PGP(Pretty Good Privacy)는 당대 최고의 암호화 소프트웨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 사이버펑크에 열광한 수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이 되었고, 비상업적 용도로 완전한 오픈소스로 공개되었다. PGP는 그 알고리즘 자체는 전혀 몰라도 누구나 간단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 암호화된 메시지와 데이터를 네트워크를 통해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클린턴 행정부는 1993년 4월, 암호화와 관련한 정책을 발표한다. NSA에서 안전한 음성통화를 위해 암호화 칩셋인 클리퍼 칩(Clipper Chip)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공공부문에서 사용하는 것을 강제화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 때 암호화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백 도어를 열어서 다양한 감시/감청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이를 좌절시키기 위해서 나섰던 집단들도 사이버펑크 운동을 주도했던 존 길모어 등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클린턴의 이런 시도는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다. 이 사건이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것은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정부 등에서 주도한 중앙집중적이고도 제어를 할 수 있는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 산업계와 개인의 자율적 선택으로 네트워크에서의 자유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사이버펑크와 암호화 및 해커들의 문화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실리콘 밸리의 다양한 젊은 층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혁신의 물결이라는 긍정적인 부분과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나 NSA의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일련의 사건들에서 보듯이 과거의 빅브라더와 암호화를 이용한 무정부주의자들의 충돌이 다시 한번 가시화되면서 네트워크 사회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나 국가가 전체를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주민등록번호 및 공인인증서라는 체계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몇몇 사건때문에 미봉책으로 덮고 넘어가야 하는 종류의 사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것을 경제적 관점과 기술, 그리고 행정편이적인 시각에서만 접근했기 때문에, 이렇게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논쟁, 그리고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는 상관없는 피상적인 이야기와 대책들만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펑크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해서도 더 고민을 하고, 그런 사회에서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네트워크의 강력한 힘을 통해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혜안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이제는 더 이상 숨을 곳도 없고, 사실 상 프라이버시라는 것은 거의 사라지는 세상에서 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를 내가 개방할 것이며, 어떤 것들을 보호할 것인지 정도는 개인들의 자유에 의해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제공되어야 한다. 물론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보호하려면 보호할수록 할 수 없게 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불편도 감수해야할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내 필요에 의해서 명시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그런 배려는 필요한 게 아닐까? 무조건 법률만 강화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쓰지 못하며, 중앙통제적인 인증과 관리시스템을 주면서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면죄부만 주는 현재의 시스템은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참고자료;


Cypherpunk rising: WikiLeaks, encryption, and the coming surveillance dys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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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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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주도하는 디지털 경제가 새로운 물결로 자리잡으면서 원자의 경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법률체계에 많은 도전장이 던져지는 사태가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부분들이다. 

물론 지식이라는 것은 창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창조를 한 사람은 상당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이라는 기본적인 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창조라는 것 자체의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서 씨가 마를 것이라는 주장은 정당하다. 소위 지적재산권 관련법이라는 것들이 이런 목적을 위해 제정된 것이고, 그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법의 문제는 미국에서 제정된 지 30년이 넘는 동안 여러 종류의 판례를 거치면서 법의 폭과 범위, 용어의 의미가 지나치게 확장되어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지적재산권법의 영향을 받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제재 등의 수위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나친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디지털 경제가 가지는 창조와 혁신의 과정을 퇴보시킬 가능성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트위터가 자사의 특허에 대해 적용한다고 선언한 ‘혁신자 특허협약(Innovator‘s Patent Agreement·IPA)’은 큰 의미를 가진다. IPA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특허를 관장하도록 하는 새 방법으로 특허를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특허가 외부의 혁신을 가로막는 데 사용될 여지를 없앤 것이다. 즉 트위터의 특허 내용을 마음대로 이용해서 다양한 혁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비트의 경제는 기본적으로 간단히 전송이 되고 쉽게 복제를 하고 보관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추가적인 창조를 유도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개방성을 장려할 경우 다양한 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 유튜브에 등장하는 수많은 창의적인 매시업 콘텐츠들은 이런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좋은 발명과 창조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그와 함께 개방성을 장려해야 하는 방향으로 지적재산권은 수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이루기보다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 단지 자기가 소유한다는 욕심이 지배하여 창조가 개발과 개방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본래의 법 제정 취지와는 완전히 반대로 인류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족쇄가 되어버릴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식이 과도하게 사유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발명이나 저작이라는 것이 상업화를 통해 보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은 창작에 대한 좋은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개방적인 재창조의 혁신 가능성을 침식시키는 장애물도 되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황당한 법안은 이런 지적재산권을 무려 70년 동안이나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한 미국의 소위 ‘미키마우스법’이다. 이 법안은 FTA를 통해 비판 없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수용되게 됐기에 앞으로 사회의 역동성과 혁신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실 IT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가 전면에 등장하기 전에는 이런 강한 지적재산권이 많은 효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웹 2.0의 철학이 폭발적으로 사회에 보급되면서, 개방과 공유의 강력한 힘이 끓어 넘치는 현 상황에서는 이 법안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저작물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원천 개발이 된 것은 극소수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남이 해놓은, 그리고 역사가 이룩해놓은 데이터와 경험에 접근해서 이를 바탕으로 진보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철저하게 가로막고, 혁신의 사유화를 통해 공유와 개방의 정신을 철저히 가로막는 부담으로만 작용하는 제도들과 관행에 대해서 조금은 달리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P.S. 이들은 주간경향 "IT칼럼"에 기고되어 게재된 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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