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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에는 대학졸업장이 안정된 직장과 사회생활을 보장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학진학하는 비율이 적었고, 산업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을 하고 있었던 20세기 후반만 하더라도 이런 믿음은 뿌리가 깊었다. 대학의 서열도 거의 정해져 있다시피 하였고, 공부만 잘하면 어느 대학과 어느 과에 가서 그 다음에 가는 직장과 하는 일 등을 거의 예측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과거의 기억은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인생을 공부지상주의로 내몰게 되었고, 무엇이 어떻게 되든 일단 공부를 잘해서 대학을 가는 것이 부모와 아이 모두의 공통목표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그렇게 공부만해서 좋은 성적을 가지게 되고, 대학을 진학해도 소위 말하는 좋은 직업과 직장을 가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스펙을 쌓고, 좋은 직장에 가더라도 언제 그 직장이 망한다는 뉴스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직장이 망하지 않아도, 80세 이상 살 수 있는 시대에 40대 후반이면 벌써 왠만한 직장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두게 되는 상황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으며, 그 동안 따뜻한 온실에서 살다가 갑자기 들판에 나온 식물처럼 바뀐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생의 하반기를 맞게 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한 마디로 세상이 달라져 버렸다. 미국도 이 상황은 거의 비슷하다고 하는데, 25세 이하 대학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매우 낮은 급료를 주는 임시직으로 근무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대학의 등록금이 너무 높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으며, 고등교육의 위기론까지 외치는 상황이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아마도 일부는 더욱 심한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과 취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또 하나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있다. 최근 스타트업 붐을 타고 야심차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자 창업을 한 친구들이다. 처음부터 아이디어가 안 좋았거나, 창업팀의 능력이 부족해서 얼마가지 않아서 창업을 포기하는 경우는 논외로 하자. 이들도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비슷한 문제에 봉착한다. 일차적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더욱 발전하려면 우수한 인재들이 수혈되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이 가진 불안정성과 외부의 시선은 우수한 인재들이 이런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으며, 그렇게 스타트업들이 고질적인 인재의 부족현상에 시달린다면 결국 유망했던 곳들 조차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쇠락하는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안 좋은 상황을 절묘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최근 미국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에 벤치마킹할 만한 좋은 사례가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엔스티튜트([E]nstitute)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인데, 지역사회의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학생들이 지원하고 스타트업을 경험하면서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도 없애고, 실제로 능력도 인정받으면서 스타트업과 같이 성장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어떤 일자리를 얻는다는 개념보다는 앞으로 미래사회에 필요한 실전적인 경험을 교육받고 경험도 하게 된다. 


기업의 인사부서에서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으로 인해 대학졸업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적잖게 실망하고, 되려 2개의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면서 그곳의 젊은 학생이나 인턴들이 너무나 스마트하다는 것을 경험한 이 프로그램의 기안자들은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2년짜리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력과 관계없이 18~24세의 젊은이들의 지원을 받아서 유망한 스타트업들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인데, 이들과 연결된 스타트업들은 인터넷 주소를 단축시키는 서비스로 다양한 마케팅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Bit.ly, 남성용 라이스프타일 가이드로 유명한 Thrillist, 개인들의 자산투자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Betterment 등이다. 이들은 각각 15명의 인원을 뽑았는데, 여기에 지원한 지원자가 500명이 넘었다. 뽑힌 이들은 풀타임으로 후보 스타트업 중의 하나에서 일을 시작하며, 2차년도에는 자신들이 일할 스타트업을 바꿔서 1년을 더 일할 기회를 준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같이 시행하는데, 보고서 프로젝트나 강의, 매주 전문가들과의 저녁식사 등도 병행하기 때문에 실전 고등교육의 의미도 가진다. 이 프로그램의 수업료는 없으며, 기숙사와 적은 생활비 수준의 장학금도 지급한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엔스티튜트는 백만 달러 정도의 기금을 다양한 비영리재단과 기업, 기부자들에게서 모았다고 한다. 


현재 엔스티튜트와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을 상호교환 수련시키는 협력관계를 맺은 스타트업은 35개로 이들은 미래의 직원들이 될 수 있는 뛰어난 인재들을 일찌감치 컨택할 수 있으며, 이들이 뛰어난 인재들로 2년간 성장해 감에 따라 사회전체의 역량도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엔스티튜트는 뉴욕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수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계획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인재들이 길러지고, 이들도 스타트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미래의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결국에는 의미있는 취업과 개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에 대한 결과가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인턴 지원제도 등이 있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이렇게 의미있는 교육과 수련을 전제로 유망한 스타트업들과 인재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조금은 관리가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민간에서 나와준다면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잘 맞지 않을까? 정부가 모든 것을 하기 보다는 좋은 프로그램과 헌신적인 생각을 가진 이런 비영리단체 또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고등교육 기관의 등장이 필요하고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을 고민할 시점이다.



참고자료:


[E]nstitute's Apprenticeships Give You Skills You Can't Pick Up In A Clas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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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주인은 학생일까? 학부모일까? 선생님일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구의 것일까? 이 질문에 간단한 답을 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학생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학교의 운영에는 거의 관여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학생회와 같은 것들이 있지만, 학생들이 교육과정에 관여하거나 학교의 시설을 만들거나 운영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에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를 디자인하고 운영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찌 들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런 시도가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독립 프로젝트(independent project)'라는 이름으로 '학교 안의 학교'를 만들고, 한 학기 동안의 실험과정을 멋지게 유튜브에 공개한 것이 있어서 공유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학교를 만든다면 가장 먼저 없애려고 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시험과 성적이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놀랍게도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9명의 학생들은 수업도 없애버렸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일단 교실에 항상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결정내린다. 그렇다고 이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될까? 그것은 어른들의 기우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주된 학습과목으로 영어, 수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4가지 과목을 결정하고 자신들 나름대로 기본적인 규칙을 마련하고 이를 자율적으로 지키기 시작했다. 크게 3가지 기본원칙이 마련되었다.


첫 번째로, 매주 월요일 학생들은 자신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가지고 온다. 이들이 가지고 오는 질문은 앞서 언급한 4가지 주요 과목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주일에 해결해야할 질문을 자율적으로 선정하였다는 것은 결국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즉,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각자의 질문을 수집한 뒤에, 학생들은 다양한 조사나 실험 등을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게 된다. 


두 번째로, 매주 금요일 학생들은 그들이 각자 배운 것을 공유하기 위해 공식적인 발표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찾아낸 기쁨을 동료들과 나눈다. 중요한 것은 발표를 위해 주중에 조사와 실험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다. 또한, 서로에게 잘 설명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주제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리고 학생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를 준비하게 된다. 학생들이 선택했던 주제들은 매우 창의적이고 재미있다. '불가사의한 미스터리들과 범죄와 처벌' , '자연주의자 존 무어와 지역음악 창립', '남아프리카의 HIV와 에이즈', '비행 수업과 비행기 모형' 등이다. 이처럼 학생들은 보통 주중에 가진 자신들의 시간의 절반을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전체 학기 동안 꾸준히 자신들을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이다. 어떤 학생은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공연을 열었고, 밴드를 결성하였으며, 어떤 학생은 책을 보고 시를 쓰는 생활을 하였다. 어떤 학생은 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결심을 하고, 대본도 없이 스스로 녹화를 하면서 멋진 영상을 만들었다. 보통 하루에 2~4시간 정도를 이렇게 자신들에게 꾸준히 투자하는데, 학기가 끝날 때면 상당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세 번째로, 학기의 마지막 3주 동안 ‘공동의 노력’이라는 그룹 프로젝트를 만들어 간다. ‘공동의 노력’의 목표는 사회적으로 임팩트가 있는 것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과 관련된 일이다. 이를 통해 서로 협업을 하고, 공동의 대의를 위해 화합을 한다. 


한 학기 동안의 교육실험. 학생들이 직접 생각해낸 교육과정과 그 과정이 최고의 교육전문가들이 만든 것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이들이 만들어낸 규칙과 교육과정은 최고의 것 중에서 하나인 듯하다. 학생들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모든 권한을 준 교장선생님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 제안되었을 때, 누구나 예상할 수 있겠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거세게 반발했다고 한다. 특히 선생님의 역할, 성적과 평가, 졸업장과 같은 기존의 시스템과는 너무나 판이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선생님들이 승복을 하고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역할보다는 생활지도와 상담자, 그리고 조언자로서의 역할로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기에 이들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았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싫어했던 학생들이 학교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배운다는 것의 소중함과 실제로 배우고난 이후의 행복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학습이 개인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모두와 함께 하는 공동의 활동이 되었으며,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북돋아주며, 건설적인 비판을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자신들 그리고 친구들과 우수한 성적과 상대적인 비교라는 고독한 경쟁의 틀에서 동료들을 잃어가는 교육과는 다르다. 질문을 자발적으로 찾아서 할 수 있게 되어 창의적이 되는 방법을 깨우치며, 나 스스로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동료들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고, 모두가 함께 하고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더욱 친밀한 동료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친구들이 해내는 것을 보면서 건강한 경쟁심도 가지게 된다. 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기다랗게 늘어뜨린 줄과도 같은 그런 종류의 저급한 경쟁심이 아닌 ...


이렇게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찾아내고, 자신을 키워나가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며, 동료들을 도와주고, 독립적이면서도 자율적인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학생들은 스스로 가르칠 수 있으며, 선생님들은 훌륭한 멘토나 조언자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학교를 기성세대의 눈과 판단으로 재단함으로써 학교가 가진 강력한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강하고 창의적이며, 겁이 없고, 실패를 잘 받아들인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들이 직접 주도하면서 교육을 바꾸는 주체로 가장 적합한 것이 학생들 자신이라는 것을 이 프로젝트는 잘 보여주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와 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아래 임베딩한 유튜브 영상을 끝까지 보면 될 것이다. 과연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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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TED 강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가장 가난한 버티 카운티의 교육혁신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너져가는 공교육 시스템을 노련한 교육감과 열정적인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노력으로 혁신한 이야기이다. 버티 카운티는 평방 킬로미터당 10명이 사는 저밀도의 시골이며, 전 세계의 다른 시골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지식인이 유출되고, 농장 보조금에 의존하며, 빈곤하다. 주민의 60%가 흑인인데, 잘 사는 백인들은 주로 사립학교를 가는 탓에 공립학교 학생의 86%가 흑인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공립학교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영어와 수학과목에서의 주의 기준을 통과하는 학생비율이 3년 전 까지만 해도 27%에 불과할 정도로 공교육 체계도 붕괴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이 황폐화되면 자연스럽게 가난은 대물림을 하게 되고, 지역은 지속적으로 낙후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돌 수 밖에 없다.


이 지역 학교의 혁신의 바람은 2007년 닥터 Z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칩 쥴린저 박사가 교육감으로 초빙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닥터 Z는 198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차터스쿨(공적자금을 받아 교사·부모·지역 단체 등이 설립한 학교)을 운영한 선지자이기도 하다. 그는 버티 카운티에 부임해서 2009년 2월 강연의 주인공인 에밀리 필로톤(Emily Pilloton)이 설립한 비영리 디자인 단체인 프로젝트-H 디자인 팀을 초청하였다. 프로젝트-H가 맡은 일은 학교 구역의 정비에 디자인적인 측면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H 디자인팀은 6가지 디자인 지침을 이용하는데, 그 중에서 인도주의에 중점을 둔 디자인을 할 때에는 고객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을 해서 그 안에서 적절한 솔루션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원칙을 가장 중시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버티 카운티를 오가면서 학교의 혁신을 색다른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디자이너인 에밀리 필로톤과 건축가인 매튜 밀러(Mathew Miller) 2명이 한 팀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버티 카운티에는 전체 카운티를 통틀어 면허를 가진 건축가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창조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에, 닥터 Z와 프로젝트 H 팀은 교육에 디자인을 적용시키는 것과 어떻게 하면 교육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훌륭한 수단으로 만들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들이 이용한 첫 번재 디자인 접근방법은 '교육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Education)' 이었다. 제일 먼저 교사들과 학생들을 위해 향상된 공간과 소재의 물리적 건축을 하였다. 첫 번째로 컴퓨터 실습실들을 차례로 수리하였는데, 전통적인 컴퓨터 실습실이 비교평가 테스트를 수행하였기에 지리한 반복과 주입만 하는 시험시설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공간을 학생들이 좀 더 참여할 수 있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사교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교사들과 함께 학습경관(learning landscape)이라고 부르는 학습놀이터를 만들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이 주요 과목을 배울 때 게임과 활동, 뛰어다니기, 소리지르기 처럼 어린아이 특유의 행동을 하면서 학습이 가능하도록 야외에 만들었다. 그와 함께 재미있는 학습게임 들을 같이 디자인했는데, 예를 들어 Match Me라는 게임의 경우 기본적인 곱셈을 배우도록 한다. 한 반을 두 팀으로 나누고 각 팀을 운동장 양측에 위치시킨 후, 교사가 분필을 들고 학습경관에 설치된 앉을 수 있는 각각의 타이어에 숫자를 적는다. 그런 다음 교사가 수학문제를 내는데, 예를 들어 4 곱하기 4라고 하면 각 팀에서 한 명씩 나와서 16이라고 쓰여진 타이어에 가서 먼저 앉으면 된다. 그래서 모든 팀 구성원이 타이어에 앉게 되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학습 놀이터의 효과는 놀라워서 버티 카운티의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특히 남학생들에게 효과가 높았다고 한다. 교육을 위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과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고, 교사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접근방법은 '교육을 새로 디자인 하는 것 (ReDesigning Education)"이다. 이것은 어떻게 교육이 관리되고 무엇을 누구에게 제공하는지 시스템 단계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서 실제로 수행한 프로젝트는 '버티를 연결하자(Connect Bertie)'라는 시각적인 공공 캠페인이었다. 수 천개의 파랑색 점들이 카운티 전체로 퍼져나갔는데, 이것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모든 가정에 컴퓨터와 광대역 인터넷 연결을 설치해주기 위한 기금을 모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사방에 붙은 이 파랑색 점들은 사람들을 즐겁게하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말고도, 학교 시스템에게 좀 더 연결된 지역사회를 위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구입하게 된 첫 컴퓨터가 실제로 보급이 되었고, 방과후에도 학습을 계속할 수 있게 교실과 집을 연결하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세 번째 방법은 '교육으로서의 디자인 (Design As Education)'이다. 교육으로서의 디자인은 실제로 학교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으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배우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구조물과 조립기술등을 이용해서 실제로 지역사회의 목적에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여기에서 디자이너는 교사가 되어 다음 세대들이 지역사회의 창조자본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디자인은 많은 학교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지루하고, 경직되고 말로만 하는 교육에 대한 해결방법이 된다. 활동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며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방법으로 핵심과제를 학습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소홀하게 되었던 기술 수업을 부활시키고 강화하면서 동시에 좀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할만한 것들을 수업 프로젝트로 하였다. 수업은 가을학기부터 봄학기까지 2학기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의 스튜디오 겸 작업장에서 매일 3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동안 밖으로 나가서 문화기술지적 조사를 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스튜디오로 다시 돌아온다.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적절한 컨셉을 잡기 위해 시각 디자인을 하고, 작업장으로 가서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고, 잘 동작하는지를 보고, 개선해 나간다. 그 이후의 여름방학 동안에 학생들은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프로젝트 H의 직원으로 고용이 되어 실제 건축일을 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어떤 학생들은 시내에 야외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어떤 학생들은 버스 시스템을 위한 버스 정류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또 다른 학생들은 노인을 위한 집수리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스튜디오 H는 이렇게 아이들이 실제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교육,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일터를 동시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버티 카운티의 스튜디오 H에서는 13명의 학생들과 2명의 교사들이 이런 교육과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지만, 이런 접근방법은 얼마든지 다른 곳의 학교에서도 자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시각디자인이나 제품 등의 상업적 활동을 위해 전문가들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 사고를 하고, 이것이 어린 학생들을 변화시키며, 실제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때 교육도 바뀌고, 우리 사회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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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과 관련하여 많은 비전과 실험을 하고 있는 켄 로빈슨(Sir Ken Robinson)은 그의 저서인 <Element>를 통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이 있는 장소와 당신이 잘하는 것은 같이 연결이 되며, 이것이 개인의 행복과 궁극적인 성공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자아와 목표, 그리고 행복에 근본적인 요소들을 연결시켜야 하며, 이것들이 학생들이 성장하고, 성취하며,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커다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능력이나 관심사를 제대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 교육은 개인들이 타고난 능력을 발전시키고, 그것이 세상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어야 하는데, 현재의 교육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미래의 교육에 필요한 중요한 함의가 숨어있다. 열정과 재능을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열정과 재능은 동료들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쉽게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을 연결시키고 관계를 맺도록 하여 열정을 유지시키고, 이런 행복과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엮어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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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학교에서 담당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과시스템과는 무관한 활동이 필요하다. 학교가 담당해야 할 일은 이런 활동이 일어나는데 방해가 되는 인위적인 장애물을 제거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서 그들의 열정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선생님이 될 수가 있고, 반대로 선생님도 학생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모두가 배우고,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연결시키고 관계를 만드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실제로 이를 위해서 조직된 것이 2012년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Spartan Connect"라는 1일 워크샵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세간의 걱정과는 달리 이 프로그램은 정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커리큘럼도 없고, 수업도 없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자신들의 관심과 취미, 그리고 열정에 따라 프로그램을 같이 준비하고, 관계를 맺고 필요한 작업을 하기 위해 공간과 자원들을 같이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서로의 열정을 확인하고, 새로운 열정을 가지는 학생들이 등장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멋진 경험을 했다는 평가이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사랑하고, 정말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학습을 한다면, 공부가 어찌 즐겁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교육의 요체는 이런 열정을 발견하고, 열정이 타오를 수 있도록 불을 붙이고, 이런 공유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 워크샵에 참여했던 한 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감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이 프로그램은 정말로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 이 워크샵은 학생들이 평상시에는 할 수 없었지만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고, 어떤 학생들은 새로운 열정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 저는 우리 학교가 이런 것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흥분되고, 미래가 기대됩니다.


Students, staff share their passions during Spartans Connect day at Glenbrook North

Spartans Conn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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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NYTimes.com



2012년 1월 5일자 뉴욕타임즈에 다소 선정적인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제목은 "직업을 원한다면 대학을 가라, 그런데 건축은 전공하지 말라 (Want a Job? Go to College, and Don’t Major in Architecture)" 였다. 기사는 조지타운 대학에서 나온 리포트의 전공과 실업률을 비교한 데이터를 근거로 작성되었는데, 예술이나 사회학 등과 같은 기술기반이 아닌 전공이나 기술기반이라도 건축학의 경우 실업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우리나라의 이공계 전공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일견 수긍이 될 수 있는 기사가 아닌가 싶다. 다만 이 기사를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춰서 각색한다면 아마도 "직업을 원한다면 전문직을 얻을 수 있는 대학전공이나 고시를 준비해라. 나머지는 허당이다" 정도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단기 실업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진로와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보편적인 고등교육과 전문적인 고등교육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건축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인문학, 예술, 사회학 등과 같이 보편적이고 넓은 범위의 전공에 비해 명확한 직업의 경로가 있고, 커다란 고민을 하지 않아도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결론을 내리기에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무척 많다. 일단 사회학, 정치학, 인문학, 예술 등을 전공하고도 여러 전문직이나 기업가 등이 된 사람들도 많다. 아직 우리나라는 대학전공이 곧 직업이라는 등식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에는 인문학적인 기초를 가지고, 자신의 직업을 위해서 새로운 공부를 해서 훌륭한 커리어를 갖춘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그들에 대한 평가도 좋거니와 인생에서의 만족도도 무척이나 높다. 역사와 철학을 이해하고, 아름다움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남의 말과 글을 듣고 읽어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풀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소양을 닦은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전문분야에서 더욱 큰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은 굳이 데이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에 비해 과학과 공학, 의학 등을 전공하면 아무래도 특정한 직업군에서 처음 일자리를 얻는데에는 유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면허'라는 규제에 의해 보호를 받는 일무 전문직을 제외하면 (그 면허라는 규제도 앞으로 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른다), 기술직의 경우 오늘날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있어 대학에서 전공하고, 현업에서 일부 경력을 쌓았다고 해서 길고 긴 인생의 장기레이스에서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의과대학의 예를 들면 졸업하면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보수는 어떤지 등을 따져서 전문의를 딸 전공과목을 선택하는데, 보통 제일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이 당시 가장 소위 잘 나가는 과에 가게 된다. 그런데, 10년이 지나지 않아서 당시 제일 인기가 좋았던 과목이 막상 일을 시작하려니 가장 박봉에 근무환경이 열악한 과목으로 바뀌는 일이 부지기수다. 하물며 20~30년을 놓고 봐야하는 인생은 오죽 하겠는가? 간혹 블로그에 직업의 미래에 대해서 포스팅을 했지만, 과거 100년을 놓고 보면 아예 없던 직업이 생겨난 것이 전체의 50%를 넘고, 많은 사람들이 일했던 여러 직업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들이 또한 50%가 넘는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무슨 직업을 바로 가질 수 있는 그런 전공이 유리해 보이지만,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추가적인 공부를 통해 자신의 인생경로를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고, 인간으로서 보편타당한 다양한 학식을 쌓고, 이를 남들과 나눌 수 있는 인간적인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 이런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더 유리한 것이 아닐까?



고등교육은 어째서 필요한가?


워낙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많이 쓰다보니 최근들어 이에 대한 반론을 듣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약간의 해명도 필요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고등교육의 위기와 혁신을 이야기한 이유는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이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다. 다만 주객전도가 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대학과 고등교육이 먼저 존재하고 학생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사회적 필요가 있어야 그 존재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 문제를 파악하려면 어째서 고등교육이 필요한 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언제나 그렇듯이, 연구를 위한 대학의 역할은 또 다른 이야기다).


고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답을 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교육받는 내용 그 자체와 학생 및 동문, 그리고 교수 등과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공식적으로 만들어 지는 점, 그리고 권위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교육의 컨텐츠 부분은 이제 정말 고등교육의 존재이유로 말하기에는 어려운 시기로 가는 듯하다. 그렇지만, 아마도 일류대학이 가지고 있는 공식적 사회적 네트워크와 권위라는 것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고등교육의 필요성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소수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대학들은 앞으로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약간 오늘의 주제에서 벗어났는데, 중요한 것은 일부의 통계와 자료가 사람들에게 그릇된 생각과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그것이 자신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특정 전공을 선택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만한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굉장히 다채롭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행복을 찾아나선 사람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행복을 선사하는 법이다. 개인적으로는 삶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우리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과 연관된 산업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그런 길을 걸어가기 위해 소통의 능력을 연마하고, 지식을 꾸준히 습득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사랑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가 원하는 것을 결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면 언젠가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Want a Job? Go to College, and Don’t Major in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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