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연재의 막을 내릴 때가 왔다. 지금까지 다양한 수퍼히어로의 등장의 역사와 그 시대 배경, 그리고 흐름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의 수퍼히어로 창작물들은 어떻게 진행될까?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 동안 전통적으로 보아왔던 수퍼히어로들의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크게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크게 두 가지 트렌드가 눈에 띄는데, 하나는 수퍼히어로 스토리에 영화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시네마틱 수퍼히어로(cinematic superhero)의 세계가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주류 수퍼히어로 타이틀에 다양성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수퍼히어로가 라디오나 TV, 영화 및 게임 등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골든에이지 시절부터이니 수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그 동안의 상황과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그들의 위상이다. 과거 TV와 영화 등에 등장했을 때에는 여전히 서브컬처로서 취급받았고, 가십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제는 TV와 영화 콘텐츠의 메이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미 수퍼히어로 영화들은 편당 수조 원의 매출을 끌어내는 메가 프랜차이즈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이런 경제적인 효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일구어온 수퍼히어로 코믹스의 매출과 수익률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한두 개의 대히트작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여러 작품들이 각각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존의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과 별개로 동작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의 경우 이들 상호간의 연관성을 강화하면서 마치 코믹 북의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아이언 맨 트릴로지의 경우 진행되는 동안, 중간에 크로스오버 영화 이벤트인 어벤저스가 개봉되며, TV에서는 넷플릭스가 데어데블(Daredevil)을 방영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뿐이 아니라 이것은 제시카 존스(Jessica Jones), 루크 케이지(Luke Cage),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등을 런칭시키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일환이다. 에이전트 쉴드(S.H.I.E.L.D.)의 경우에는 MCU에 직접 연관되어 있는 시리즈다.



from marvelcinematicuniverse.wikia.com



마블이 이런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두자 DC도 그 전략을 따르기 시작했다. 최근 개봉했던 배트맨 대 수퍼맨(Batman v. Superman)과 조만간 개봉할 원더우먼(Wonder Woman)의 경우 져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를 직접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TV시리즈로는 그린 애로우(Green Arrow)플래시(Flash)를 등장시키는데, 이들이 과거처럼 각각의 작품과 시리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스토리 라인이 연결되면서 거대한 대서사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제는 이런 스토리 라인이 영향력이 워낙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코믹스 스토리가 영화나 TV의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영화나 TV의 스토리 라인이 다시 새로 나오는 코믹스의 스토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퍼히어로 영화는 또한 더 이상 수퍼히어로 영화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과거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서브 쟝르에는 전형적인 장치와 구조 등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수퍼히어로 영화는 그런 전형성을 거부한다. 예를 들어 다크나이트(Dark Knight) 시리즈는 단순한 배트맨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범죄와 테러리즘과 관련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한 훌륭한 영화였으며,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는 스페이스 오페라로 스타로드(Star-Lord)와 그루트(Groot) 등을 스타로 만들었다. 윈터 솔져(Winter Soldier)는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훌륭한 첩보 영화였고, 앤트맨(Ant-Man)은 멋진 하이스트(heist) 쟝르 영화였다. 모든 영화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의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매우 다양하고 깊이 있게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두 고려하면, 이제는 수퍼히어로 코믹스가 완전히 새로운 시네마틱 에이지(cinematic age)에 들어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런 변화는 대략 첫 번째 X-멘 필름이 탄생한 2000년에 시작되었고, 최근 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코믹스 그 자체의 설정이나 스토리 라인도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들이 많다. 특히 두드러진 것이 여성이나 소수인종 등의 활약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이런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원더우먼이나 블랙팬서 등이 그 사례이며, X-멘은 원래부터 다양성을 포괄하려는 의도가 컸던 작품 시리즈였다. 그렇지만 최근 코믹스에서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캐릭터들은 그 정도가 더욱 파격적이다. 미즈 마블(Ms. Marvel)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이슬람을 믿는 10대인 카말라 칸(Kamala Khan)이며, 캡틴 아메리카는 이제 과거의 팔콘인 흑인 샘 윌슨(Sam Silson)이 맡게 되었다. 얼티밋 마블 유니버스(Ultimate Marvel Universe)에서는 스파이더맨도 히스패닉과 흑인의 혼혈인 마이크 모랄레스(Mike Morales)로 되어 있으며, 그린 랜턴도 흑인인 존 스튜어트(John Stewart)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토르(Thor)가 이제 여자라는 것이다! (그게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블에서 공개한 새로운 토르 from Marvel.com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코믹스 독자의 상당 수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과거 남성 독자가 대다수를 이루었던 것에 비해, 최근 수퍼히어로 코믹물의 여성 독자 비율이 거의 50%에 근접하면서 더 이상 히어로들을 남성적인 시각으로 다룰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와 같은 스포츠 스타 스타일의 히어로들이 그려내는 작품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과거의 여성 수퍼히어로들이 과도하게 섹시한 측면이 강조되었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방향성이다.


물론 이런 변화를 모두가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독자들에게는 저항이 꽤나 심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과거의 독자들이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업는 법 ...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독자들과 새로운 작가들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까? 아마도 수퍼히어로 스토리를 단지 소수의 일부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책과 웹, 온라인과 게임, 그리고 영화와 TV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만나고 이들을 이용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배트맨의 도덕성과 원더우먼의 힘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일부 덕후들의 논쟁거리가 아니라, 점심을 먹으면서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는 캐릭터들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짧지 않은 수퍼히어로 이야기를 시리즈로 연재한 이유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다. 단순히 이것이 미국에서 출발한 이야기이고, 스토리라인이 어떻다고 비평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이유로 이를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런 수퍼히어로 이야기들이 현재 그리스-로마 신화를 취급하는 것처럼 고전으로 다루어질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


이것으로 이 연재를 마친다. 이 내용이 책으로 엮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약간은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연재를 끝내게 되어 가슴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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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시대는 1980년대 중반 시작된 것으로 본다. 과거에 비해 암울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으며, 안티-히어로적인 요소도 많이 등장하고, 윤리적으로도 어느 쪽이 옳은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수퍼히어로들의 삶또한 이런 복잡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을 1985년 각각 출간된 DC의 <무한지구의 위기 Crisis on Infinite Earths>와 마블의 <시크릿워 Secret Wars>부터로 본다. DC의 <무한지구의 위기>는 특히 플래시(Flash)배리 앨런(Barry Allen)수퍼걸(Supergirl)의 죽음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주인공급 수퍼히어로가 사망하고 한동안 등장하지 않은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시크릿워>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블랙 코스튬이 수퍼빌론 베놈(Venom)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배트맨과 안티히어로


그렇지만, <무한지구의 위기>와 <시크릿워>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수퍼히어로의 모던 에이지 최고의 상징적인 작품들은 1986년 프랭크 밀러(Frank Miller)클라우스 잰슨(Klaus Janson)<다크나이트 리턴즈 Dark Knight Returns>알란 무어(Alan Moore)데이브 기븐(Dave Gibbon)<왓치맨 Watchmen>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배트맨의 어두움 속의 다크나이트 Dark Knight라는 이미지는 온전히 밀러가 만들어낸 것이다. 다크나이트 리턴즈는 브루스 웨인이 거의 무정부 상태가 된 고담시를 뒤로 하고 은퇴를 해버린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Jason Todd)는 죽었고, 저스티스 리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수퍼맨이 정부와 함께 수퍼히어로들을 사냥하며, 돌연변이 갱단은 고담을 장악한 상황에서 돌아온 배트맨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다크나이트 리턴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심각한 전개를 유지하는데, 이는 기존의 수퍼히어로물과는 확연히 다른 스토리 진행방식이었다. 이런 변신은 기존의 코믹스계에 성인들이 큰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일조하였다.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다크나이트 리턴즈> from Wikipedia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커다란 성공은 이후 나오는 배트맨 스토리를 계속해서 심각하게 만드는데, 1987년 발표된 <배트맨 이어원 Batman: Year One>에서는 <무한지구의 위기>를 크로스 오버해서 지구-2의 배트맨의 역사를 지워버리면서 제목 그대로 새로운 배트맨 시대를 열게 되고, 1988년에 발표된 <배트맨: 패밀리의 죽음 Batman: A Death in the Family>에서는 <다크나이트 리턴즈>에서 예견한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의 죽음을 그리며, 같은 해 발표된 <킬링 조크 Killing Joke>에서는 배트걸로 활약하던 바바라 고든도 조커의 총을 맞아 불구가 된다. 


어둠과 연관된 수퍼히어로라면 <울버린 Wolverine>도 만만치 않다. 울버린은 특히 수퍼히어로의 흔한 포지션에 반항하는 안티히어로로서의 모습을 X-Men에서 보여주었는데, 이런 모습이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단독 시리즈를 1988년부터 시작해서 2003년까지 큰 인기를 끄는 수퍼히어로로 등극했다. 1974년 처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9권을 통해 빌런으로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낸 퍼니셔(Punisher)는 안티히어로로 변신하여 인기몰이를 하였다. 프랭크 캐슬(Frank Castle)이라는 이름의 퍼니셔는 전직 해병대 특수수색대 출신으로 뉴욕 중심가에서 살고 있었는데, 가족들과 뉴욕 센트럴 파크로 소풍을 나왔다가 갱단의 범죄현장을 목격한 이후 가족들을 모두 잃은 비운의 캐릭터다. 홀로 살아남아 복수귀가 된 그는 스스로 퍼니셔(응징자)라 부르고 거의 모든 종류의 '사회의 악'이라 불리는 범죄조직 및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다닌다. 주로 거물급 범죄자나 증거인멸과 법의 헛점을 이용하여 처벌을 피한 범죄자들을 응징한다. 특히 2016년 방영된 넷플릭스의 <데어데블 시즌 2>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해서 많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데어데블 시리즈에 등장하여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준 퍼니셔



DC의 경우에는 버티고(Vertigo)의 활약이 대단했다. 버티고는 10대 후반 청소년과 성인층을 타겟으로 DC코믹스 산하에 만들어진 그래픽노블 라인업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호러, 19금 표현, 폭력성 등을 마음대로 그려내는 라인이다. 대표적인 수퍼히어로들로 스웜프씽(Swamp Thing), 존 콘스탄틴(John Constatine), 헬블레이저(Hellblazer), 프리처(Preacher), 샌드맨(Sandman) 등이 있는데, DC의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기존의 수퍼히어로들과 큰 접촉 없이 독립성을 가진 스토리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모두 연결되기 시작했다.


모던 에이지는 또한 독립 코믹북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히어로들을 소개하기 시작한 시기다. 가장 유명한 것이 토드 맥팔레인(Todd McFarlane)의 스폰(Spawn)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안티히어로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퍼니셔와 마찬가지로 악당은 닥치는데로 처단한다.



1997년 워너브러더스에 의해 영화화되어 어두운 안티히어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스폰



왓치맨, 모던 에이지의 화룡점정을 하다


그렇지만, 모던 에이지의 가장 중요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한다면 <왓치맨 Watchmen>을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원래는 12권의 시리즈로 발매되었지만, 이후 한권으로 통합되어 출간되었다. <왓치맨>은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부터 2005년까지 출간된 최고의 소설 100권에 그래픽 노블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하였다. 동시에 SF소설 최고의 영예인 휴고상도 받았다.


스토리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와 프롬 헬(From Hell)로도 유명한 앨런 무어(Allan Moore)가 맡았고, 데이브 기븐스가 그렸다. 앨런 무어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을 감시하는 권력체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스토리의 뼈대를 이룬다. 여기에 수퍼히어로물 쟝르의 특징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다면적이면서도 진중한 다양한 이야기가 198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도 이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from 나무위키: 영문 오리지널판을 사가지고 와야지 ...



아래는 나무위키에 나오는 왓치맨 스토리의 요약이다.


정부의 승인 없이 활동하는 자경단원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킨 법령'이 제정된 1977년 이후, 정부들로부터 허가를 받은 극소수의 자경단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경단원들은 활동을 그만두고 은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활동을 그만둔 자경단원들은 제각각 다른 결말을 맞으며 점점 세상에서 잊혀져 간다. 그리고 1985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활동 중이던 코미디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불법적으로 자경단원 활동을 해 왔던 로어셰크는 과거에 자경단원이었던 자들을 찾아다니며 코미디언을 죽인 범인을 알아 내려고 한다.


그런데, 스토리 요약으로는 이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수 많은 복선과 메시지,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 등이 곳곳에 넘쳐난다. "수퍼히어로들 때문에 경찰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니 그들에게 일자리를 돌려달라!"는 시민들의 폭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작화에서도 말풍선을 쓰지 않아서 더욱 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작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수 많은 설명되지 않은 복선과 등장인물 등이 계속 펼쳐지는데, 이들이 마지막에 모두 만난다. 주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도 입체적이다. 소시오패스인 로샤(Rorschach), 스릴을 찾아 헤매는 나이트 아울(Nite Owl)과 실크 스펙터(Silk Specter), 메갈로매니악 오지만디아스(Ozymandias), 엉뚱함의 극치를 달리는 히어로 닥터 맨하탄(Dr. Manhattan) 등 다른 작품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수퍼히어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골든 에이지에는 수퍼맨이 나치와 싸운다. 왓치맨에서는 유일한 강력한 수퍼히어로인 닥터 맨하탄이 베트남 전쟁 동안 베트남 국민들을 마구 공격하는데, 그 이유가 다른 소수의 베트남 사람들이 그에게 절을 하고 경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촌철살인의 대사들을 던진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진정한 수퍼파워를 가진 캐릭터는 그저 미국이 사용하는 거대한 대량살상 무기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려워하고 떠받들라는 이야기다 ...

 

여튼 모던 에이지의 수퍼히어로 작품들은 보다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면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기에 특수효과의 발달과 함께 영화산업과 결합하면서 실로 커다란 변화를 할 채비를 갖추게 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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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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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의 브론즈 에이지는 1970년 대부터 1980년 대 중반까지로 본다. 정확한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몇몇 대표작들의 등장을 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시대로 넘어가는 작품들로 본다. 그 작품들이 바로 <무한지구의 위기(Crisis on Infinite Earths)>, <왓치맨(Watchmen)>, <다크나이트 리턴즈(The Dark Knight Returns)>, 그리고 <마블 시크릿 워즈(Marvel Secret Wars>로 이들이 브론즈 에이지의 마지막 작품들이자 동시에 현대판 수퍼히어로 코믹스의 시대를 연 작품들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들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본다.


브론즈 에이지는 수퍼히어로들이 성장해서 드디어 악당들과 대결하고, 이들을 체포하며, 지구에 평화를 가져오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과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수 많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를 해결하거나 고뇌하는 스토리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영웅적인 수퍼히어로물을 좋아했던 사람들과는 또다른 많은 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문화적인 변화


이런 개념의 변화는 1970년대 미국을 강타했던 문화적인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1960년대의 반전운동과 시민권 운동, 여성해방운동 등의 사회적인 운동의 여파가 전 미국으로 번져 나갔다. 이에 따른 희생도 많았다. 1970년 5월 4일에는 미국 오하이오 주 켄트에 위치한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오하이오 주방위군이 학생들에게 총기난사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4명이 사살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당시 학생들은 미국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것에 대해 닉슨 대통령이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를 발표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전체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면서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수백개 학교에서 8백만 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고, 이로 인해 전국적인 휴교가 진행이 되고 미국의 여론도 크게 분열되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1960년대 말의 사회적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침묵하는 다수"의 보수적인 미국인들의 지지를 얻어서 대통령이 되었지만, 지지자들은 곧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닉슨은 1974년 여러 가지 정치적인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리하게 도청을 하던 것이 발각되고, 그의 정직성에도 큰 흠집을 남기는 소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중도에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석유파동과 1978년의 스리마일섬의 원자력발전소의 노심용융에 의한 핵연료 누출 사고 등으로 인한 반핵 운동 등이 나타나면서 자원을 보호하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새로운 시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쟁 이후 엄청난 성장과 발전에도 대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빠른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석유와 일자리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새롭게 등장한 중산층들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대항문화(counter-culutre)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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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 에이지의 스토리라인


브론즈 에이지의 가장 유명한 스토리라인 몇 가지를 살펴보자. 1979년 아이언맨의 "Demon in a bottle" 에피소드는 현재까지도 명작 스토리 중 하나로 꼽힌다. 쉴드(S.H.I.E.L.D)가 국가 보안을 이유로 스타크 기업을 인수하려 하자 이에 상심한 토니 스타크가 고민하며 해외출장길에 오른다. 그러면서 비행기에서 마티니를 계속 마셨는데, 하늘에서 탱크가 날아와 비행기의 날개를 부수게 된다. 이에 아이언맨으로 변해 여객기를 구한 토니 스타크는 네이머(Namor)가 탱크를 집어던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이머와 싸우게 되는데, 너무 마티니를 많이 마신 탓에 순발력이 떨어져 네이머에게 밀려 바닷 속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아이언맨 수트의 작동이 정지해 익사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를 네이머가 구조를 한다. 알고 보니 진짜 악당은 자신에게 정보를 알려준 군인인 척하던 인물들 임을 알게 되어 네이머와 싸우고 이들을 처리한 뒤에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다시 수트가 오작동한다. 그러나, 수트를 아무리 조사해도 문제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후 스토리 진행과정에서도 수트가 자꾸 오작동을 하여 급기야는 외교관을 살해하기도 하자 결국 수트를 압수당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기 위해 수트없이 캡틴 아메리카에게 무술을 조금 배우고 앤트맨에게 얻은 힌트를 통해 진상을 알기 위해 모나코로 간다. 알고 보니 저스틴 해머라는 악당이 스타크 기업을 몰락시키기 위해 아이언맨 수트를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던 것 ... 모든 것을 알게 된 토니는 탈출해서 수트를 조작하는 기계를 파괴한 뒤, 몰래 가져온 보조용 수트를 입고 악당들을 물리친다. 이후 결국 아이언맨의 누명은 풀리지만 거리의 소녀가 자신을 살인자라고 부르는데 충격받아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베서니와 자비스와의 관계도 악화된다. 토니의 알콜중독 증세를 보다못한 베서니는 자비스의 노력이 후반부를 장식한다. 이 에피소드는 전형적인 스토리도 들어가 있지만, 토니 스타크가 알콜 중독을 이겨내려는 모습을 진지하면서도 가슴에 와닿게 다룬 후반부의 내용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언제나 장난꾸러기같고 가벼워 보이던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from 나무위키



아이언맨의 알콜 중독 스토리와 연관되어 또 한 가지 중요했던 것은 코믹스에 대해 윤리강령을 강요했던 만화검열위원회(Comics Code Authority)의 지시에 대해 스탄 리가 반기를 꾸준히 들었다는 점이다. 만화검열위원회는 코믹스에 약이나 술과 같은 것들의 등장을 아예 금지시켰고, 이에 대해 스탄 리는 1971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96권부터 98권에 걸쳐서 해리 오스본(Harry Osborn)이 약물을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는 큰 히트를 하게 되고, CCA는 할 수 없이 이것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그려진다면 약물이나 술 등이 작품에 등장해도 좋다고 윤리강령을 수정하게 된다. 그린 랜턴 / 그린 애로우 85권에서도 그린 랜턴과 함께 하는 스피디(Speedy)가 헤로인을 투약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브론즈 에이지에서 가장 중요했던 스토리라인 상에서의 사건은 그웬 스테이스(Gwen Stacy)의 죽음이다. 그린 고블린과의 대결 과정에서 다리에서 던져진 그웬 스테이시를 구하려고 스파이더맨이 그물을 쏘았으나, 그물에 걸린 반동으로 그녀의 목이 꺾여서 죽고 만 것이다. 어찌보면 황당하다 할 수 있는 이 스토리에 1970년대의 분위기가 묻어있다. 비록 선한 의도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 결과가 실패이거나, 심지어는 더 나쁜 상황을 몰고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스토리는 그 때까지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던 코믹스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팬덤(fandom)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 작품은 당시까지 천편일률적이었던 수퍼히어로 독자층이 다양화되고 보다 커다란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제 무결점의 수퍼히어로의 시대는 갔다. 일부는 알콜중독자 또는 약물중독자이고, 일부는 실수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되기도 하며, 동료들과 싸우거나 사기를 치기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수퍼히어로라는 스토리라인에 보다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과 관련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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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등에 노출되어 만들어진 수퍼히어로들이 소개되기 시작하자 마블은 아예 힘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특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는 그 힘이 숨겨져 있는 수퍼히어로 집단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이들 히어로들은 외계인이나 로봇 또는 어떤 재앙적인 과학실험에서 탄생한 것들이 아니고, 우리들과 같은 존재들인데 초월적인 힘을 줄 수 있는 "X-유전자"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것이 X-Men 이다. X-Men 1권은 1963년 9월에 출간되는데, 스탄 리와 잭 커비가 힘을 모아서 이들 돌연변이 집단을 마블 유니버스의 중요한 주인공들로 진입시킨다. 텔레파시와 얼음과 불, 비행과 강력한 힘 등 다양한 돌연변이들이 등장하는데, 자비에르(Xavier) 교수의 지도 아래에 웨스트체스터의 학교에서 젊은 히어로 팀으로 등장하는 첫 번째 팀은 진 그레이(Jean Grey, 마블 걸), 사이클롭스(Cyclops), 비스트(Beast), 엔젤(Angel), 아이스맨(Iceman) 이었다. 

이들에 대항하는 팀은 마그네토(Magneto)가 이끄는 악의 돌연변이들로 마스터마인드(Mastermind), 퀵실버(Quicksilver), 스칼렛위치(Scarlet Witch)와 토드(Toad) 였다.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X-Men이 첫 등장했을 때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마블의 다른 작품들은 등장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지만, 1960년대 후반에 들어가도 X-Men은 그다지 흥행을 끌지 못했다.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1963년의 첫 번째 X-Men 팀 from 나무위키



X-Men의 인기가 폭발한 것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서다. 그 사이에 마블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판타스틱 4가 크게 흥행을 했지만, 1960년대 말이 되어서도 이상하게 X-Men 만큼은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66권이 나온 다음 연재가 중단되어 1970년대 초반에는 X-Men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X-Men이 사라지나 싶은 순간 등장한 인물이 크리스 클라레몽(Chris Claremont)이었다. 먼저 렌 웨인(Len Wein)과 데이브 코크럼(Dave Cockrum)이 커다란 크기의 X-Men 1권을 다시 제작해서 새로운 팀을 소개하였고, 클라레몽이 94권부터 작가를 맡았다. 그 때부터 클라레몽은 15년 동안 X-Men 스토리를 쓰게 된다. 그리고, 일러스트는 코크럼과 존 번(John Byrne)이 맡았다. "완전히 새로운, 그리고 완전히 다른" X-Men에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들은 사이클롭스(Cyclops)밴쉬(Banshee)와 같은 기존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렸고, 대신 프로페서 X가 전 세계에서 새로운 인재들을 수혈하는 방식으로 팀을 보강했는데 이 때 합류한 캐릭터들이 콜로서스(Colossus), 나이트크롤러(Nightcrawler), 스톰(Storm)과 울버린(Wolverine)이다. 새로운 이상한 X-Men들은 다양성에 대한 탄압과 선입견 및 오해, 그리고 다른 것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 싸우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커다란 인기몰이를 하였다.  

그로부터 수십 년 간은 정말 인기있는 마블의 돌연변이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한다. 심지어 비스트와 진 그레이(피닉스가 된다) 등과 같은 올드페이스들이 다시 등장하고, 로그(Rogue)와 엠마 프로스트(Emma Frost)와 같은 뉴페이스도 계속 보강되면서  X-팩터(X-Factor), X-포스(X-Force), 엑스칼리버(Excalibur), 뉴뮤턴츠(New Mutants), 알파플라이트(Alpha Flight) 등과 같은 새로운 팀들도 등장하였다. 또한, 유명한 돌연변이 하나하나가 수퍼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하면서 단독 시리즈도 등장하여 역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스파이더 맨의 아성에 도전하기까지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울버린(Wolverine)이다. 

울버린은 렌 웨인(Len Wein)과 존 로미타 시니어(John Romita, Sr)가 탄생시킨 캐릭터로 인크레더블 헐크 180, 181권에 처음 등장한 이후, 클라레몽의 X-Men 팀에 합류한다. 울버린이 마블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그가 바로 대표적인 안티히어로(anti-hero)로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안티히어로 개념은 울버린이 처음은 아니고 서브마리너 네이머(Namor the Sub-Mariner)이다. 그러나, 울버린의 존재감이 훨씬 컸기 때문에 안티히어로의 대표는 울버린이 되었다. 사실 모범생 느낌의 일반적인 수퍼히어로들에 비해 울버린의 특징은 많이 차별화가 된다. 음울하고, 거친 짐승과 같은 이미지에 난폭하게 싸우지만 가슴은 따뜻한 것이 그의 캐릭터다. 울버린의 본명은 로건(Logan)으로 캐나다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돌연변이 능력은 믿을 수 없는 치유능력과 엄청난 감각능력, 그리고 그의 손에서 외부로 돌출되는 날카로운 발톱이었다. 그는 정부에 붙잡혀서 실험을 당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의 부술 수 없는 아다만티움(adamantium)을 그의 전체 뼈에 주입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그의 발톱은 거의 모든 것을 잘라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캐릭터도 살아있지만, 그가 정부에 납치되어 끔찍한 실험을 통해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스토리 라인 역시 X-Men이 전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주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울버린의 모습 from 나무위키



이렇게 끔찍한 일을 자행한 인간들에 대해 돌연변이들은 이들에게 적대적인 존재로 싸울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을 보호하면서 공존을 모색할 것인지를 놓고 프로페서 X와 마그네토가 대립한다. 찰스 자비에르(Charles Xavier)는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에릭 렌셔(Erik Lehnsherr)는 자기장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아마도 쉽게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완전히 다른 이상을 놓고 싸웠다. 찰스는 돌연변이가 아닌 사람들과의 협력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커뮤니티를 이해하면서 더욱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고, 에릭은 그들과의 싸움을 선택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서 그는 돌연변이가 아닌 자들은 결국 돌연변이를 제거하고, 조종하려고 할 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들의 대립에서 울버린은 어찌보자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들과 다른 존재를 만났을 때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그런 살아있는 사례였다. 혹자는 이 시대의 프로페서 X와 마그네토의 대립을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과 말콤 X(Malcom X)의 사상적 대립을 극화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X-Men의 스토리는 그래서 미국의 수 많은 인종문제와 함께 소수인종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과 압제,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폭력과 비폭력으로 대응하는 이슈까지 아우르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사랑받았다. 더 나아가서 X-Men은 또다른 마이너리티로 LGBTQIA 커뮤니티를 전면에 부상시켜서 X-Men 스토리에 담아냈다. 알파 플라이트(Alpha Flight)의 멤버인 노스스타(Northstar)는 코믹스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게이로 커밍아웃한다. 이 때가 1992년이었고, 아이스맨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수년 전에는 작가 마저리 리우(Marjorie Liu)와 작화를 담당한 마이크 퍼킨스(Mike Perkins)가 노스스타에게 그의 연인이었던 카일 지나두(Kyle Jinadu)와의 결혼식을 치르는 장면을 연출해서 화제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처럼 X-Men은 단순한 수퍼히어로 스토리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탄탄한 캐릭터와 함께 담아내면서 초기의 부진을 씻고 마블 최고의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들의 스토리가 던지는 교훈은 오늘날도 유효하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정답을 추구해온 우리 사회에 울리는 경종은 더욱 크지 않나 싶다. 그래서, X-Men의 스토리가 더 잘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최근 개봉한 아포칼립스도 비록 그다지 평은 좋지 않지만 흥행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엑스맨: 아포칼립스 트레일러를 임베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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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첫 번째 대국을 하는 동안 구글의 인공지능 분야 라이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에서 중요한 발표를 하나 하였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토치(Torch)를 세계적인 게임 엔진 중의 하나인 언리얼(Unreal) 엔진에 붙인 UETorch(언리얼엔진의 머리 글자에 토치를 붙였다)라는 것을 발표한 것이다. 아마도 구글이 알파고를 통해서 인공지능에서 한 발 앞서간다는 대형 이벤트를 하는 동안 우리들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발표가 아니었나 싶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큰 뉴스가 되지 못하는 바람에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 되었지만 말이다. 



게임엔진에 딥러닝을 붙이면 무슨 일이? 


그렇다면 어째서 페이스북은 구글이 알파고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어가는 중요한 순간에 게임엔진과 딥러닝을 붙이는 뉴스를 발표한 것일까? 단순히 발표시기가 우연히 그 때와 맞은 것일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어떤 측면에서는 페이스북의 이 발표가 앞으로의 미래의 인공지능 발전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며,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총책임하고 있는 얀 르컨(Yann LeCun) 역시 그런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언리얼 엔진을 통해 게임의 형태로 가상의 환경을 만들고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건물을 짓거나, 로봇을 운용한다거나,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상황이 닥친다고 했을 때 잘못될 지도 모르는 실제 상황을 현실 세계에서 도입하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잘못되었을 때의 피해와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라면 어떨까? 좀 잘못되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페이스북이 발표한 게임엔진에 인공지능을 붙인 시도는 실제의 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 많은 물리학적인 상황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고 인공지능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의 UETorch 관련 사진. 블록을 쌓는 예제 from http://arxiv.org/abs/1603.01312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전격적으로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교육용으로도 활용되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의 도구로 쓰는 ‘프로젝트 AIX’를 발표하였다. 인공지능 개발자는 마인크래프트 게임 내에서 건설, 등산, 요리 등 임무를 수행하면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다. 심지어 자원을 활용해 인간이 하는 방식과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을 통해 인공지능에게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인데, 이렇게 제작되는 AIX 소프트웨어를 올해 하반기에는 오픈소스 형태로 무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고도 게임에서 출발했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과 인공지능이 연결된 여러 가지 발표를 한 것은 다분히 구글의 알파고를 의식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알파고 역시 게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단 바둑 자체가 인류가 개발한 가장 자유도가 높은 복잡한 게임이다. 여기에 도전해서 인간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것도 뉴스거리지만, 이런 알파고를 탄생시킨 딥마인드(Deep Mind)를 창업한 데미스 하사비스 역시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푹 빠져서 살았고, 정말 유명한 게임 개발자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사비스가 인공지능에 눈을 뜬 계기도 게임 때문이다. 그는 1994년 전설적인 개발자인 피터 몰리뉴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공동으로 개발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17세였다. 테마파크는 전 세계 수백만 카피가 팔렸는데, 현재까지도 영국 개발사가 내놓은 작품 중에서는 최고의 대작으로 꼽힌다.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이후에도 피터 몰리뉴와 게임을 개발했는데, 라이언헤드 스튜디오를 같이 설립해서 블랙앤화이트 게임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였다. 블랙앤화이트라는 게임에는 ’크리처’라는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가상의 개체가 등장한다. 1998년에는 독립해서 엘릭서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2003년에는 국가에서의 혁명을 인공지능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대작 ‘리퍼블릭: 레볼루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회문제 해결에도 활용되는 게임 게임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문제 전반을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의 2010년 TED 강연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녀는 세계적인 히트 게임인 블리자드의 WOW(World of Warcraft)를 예로 들어 게임이 가지고 있는 4가지 중요한 요소가 사회를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4대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즉시적 낙관주의 (Urgent Optimism): 어떤 장애물에 대해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희망을 가지고 즉시 도전하려는 욕구. 게이머들은 웅대한 승리가 가능하고,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믿고 시도한다. 
  • 튼튼한 사회망 (Social Fabric): 게이머들은 튼튼한 사회망을 엮는 데 대가이다. 누군가와 함께 게임을 하면 서로 더 좋아한다는 흥미로운 연구는 많이 있다. 그 이유는 누군가와 함께 놀기 위해서는 많은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같은 규칙으로 플레이하고, 같은 목표에 가치를 두고 끝까지 함께 할 거라고 믿는다.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실제로 유대와 신뢰, 협력을 구축하며, 결과적으로 더 강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한다. 
  • 행복한 생산성 (Blissful Productivity): 게이머들은 놀러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열심히 게임 하는 것을 더 행복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어려우면서 의미 있는 일을 더 잘 하며, 게이머들은 적절한 일을 부여받으면, 계속 열심히 일할 의향이 있다. 
  •  웅대한 의미 (Epic Meaning): 게이머들은 행성급 이야기의 장엄한 임무에 연관되는 걸 좋아한다. 위키피디아를 이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위키는 8만 항목이 있는 WOW 위키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한 정보가 세계 어느 위키의 어떤 주제에 대한 정보보다 많은 것이다. 그들은 웅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한 웅대한 지식의 보고를 만들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하면 미래의 문제에 대한 대비를 할 수도 있다. 제인 맥고니걸은 2007년 "석유없는 세계"라는 게임을 통해 등록한 거주지에서 실시간 뉴스 비디오와 자료를 제시하고 석유의 단가가 얼마인지 뭘 이용할 수 없는지, 식품 공급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교통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 학교는 어떤지, 폭동이 있는지 보여 주었다. 그 상황에서 진짜 삶을 어떻게 살 지 계산해야 하고, 그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고 영상과 사진을 올리게 하였고, 1,700명의 플레이어와 이 게임을 시험했다. 게임 이후 3년간 그들을 추적한 결과 자신들의 삶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것과 관련한 행동 들을 체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게임에서 배운 습관을 유지했다고 한다. "슈퍼스트럭트(Superstruct)"라는 게임은 슈퍼컴퓨터가 인류의 생존이 23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계산하고, 제리 브룩하이머의 영화처럼 모든 사람들이 드림팀을 구성해서 에너지의 미래와 식량의 미래, 건강의 미래, 안보의 미래, 사회보장망의 미래를 발명하도록 한다. 이런 미션을 가지고 8천명과 8주 동안 게임을 한 결과, 500가지 창조적인 해법을 내놓기도 하였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는 각각 미래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이를 접목해서 활용할 경우 그 시너지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인공지능은 가상현실 공간에서 제약없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 능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면서도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파급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해서 실질적인 피해없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의 만남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인간과 매개하는 게임이라는 형식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서는 다소 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행히 게임 및 가상현실 기술과 콘텐츠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다. 지나치게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매몰되기 보다는 기술과 콘텐츠, 그리고 게임과 가상현실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춰 나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성과가 조만간 발표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제인 맥고니걸 TED 강연 

James Vincent, “Microsoft's new software turns Minecraft into a testing ground for AI”


P.S. 이글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KISA 리포트를 통해서도 발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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