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포스팅이 여러 사정으로 늦어졌다. 기존의 시리즈 글을 올리기보다 새해에 생각한 조금은 거시적인 글을 올리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글은 <청년의사> 신년호에도 실린 글이다.

2016년 새로운 해가 밝았다. 필자의 올해 소망은 조금은 사회적인 것이 되었다. 보통은 개인적인 소망을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올해에는 그러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올해가 역사의 발전단계에서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에서 위기감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과거 역사를 간단히 생각해보자. 농경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넘어오면서 수 많은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의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사회적 합의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런 변화와 사회적 합의는 전 세계적으로 다소 간의 시간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비슷비슷한 궤적을 따라갔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우리들이 현재 살고 있는 산업사회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수준의 또 다른 시대로의 전환이 눈앞에 왔다는 느낌이다. 인터넷이 디지털 경제의 도입을 가속화시켰고, 사물인터넷과 무인자동차, 로봇,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은 디지털 경제를 기존의 산업경제와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하이브리드 경제체계로의 편입을 이끌고 있다. 이미 일부 산업들은 선행적으로 크게 변했고, 이제 그 속도에 가속이 붙으려고 한다. 


현대 산업사회를 이끌어온 가치관이나 기본 가정들도 깨지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가 "생산성"이 아닌가 싶다.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정말 다양한 연구와 방법론이 나왔고, 기업에서도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좌우 이데올로기의 분화도 기업의 이윤동기를 최대한 보호하는 시장의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경향과 생산성을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권익보호와 인간소외 현상에 대한 반발에 의해 태동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생산성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보다 적은 사람들이 보다 적은 자원을 가지고, 더 많은 산출량을 만들어 냈기에 여력이라는 것이 생겼으며 우리는 인류역사의 과거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생산성을 극한으로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의 증가가 개인의 일자리를 필요 없게 만들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서 같은 규모의 기업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생산성의 증가만큼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기업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강제적인 재배치가 없고 시장에 의존하는 이상 총량적으로 보았을 때 필요로 하는 노동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성장전략을 선택해서 생산성과 시장과 경제가 확대되는 게임의 룰에 의해 과소비를 해도 될 정도로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면서도 일자리는 확대되었던 평화로운 수십 년을 보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평화체제가 붕괴될 조짐이 명확해지고 있다. 양극화라는 괴물은 바로 그 체제의 붕괴를 가져오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생산성에 대한 집착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과 가치관 및 철학을 바꾸지 않고서는, 어떠한 정책을 들이밀더라도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이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수많은 상품의 풍요로움 속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탐욕스럽게 가져갈 수 있었던 기회를 제공하는 "수퍼마켓 경제" 속에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단련되고 빠져서 살았다. 결국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내용은 임노동을 기본으로 생각했던 경제시스템과 원칙에서 자동화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체제로 전환되었다는 가정에서 다시 생각해야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영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동화 세금이나 핀란드를 시작으로 도입되고 있는 기본소득제,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연구되고 있는 공유경제나 협력적 소비와 관련한 실증적 데이터 연구 등은 이런 사회적 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에 나서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이제 앞서 나가는 국가들은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 대한 체계를 하나 둘 시험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사회적 담론을 꺼내는 것조차 아직 어려운 느낌이다. 올해에는 최소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에 대한 기초적인 담론이라도 광범위하게 이야기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이다. 과연 작금의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적 상황에서 이렇게 패러다임 전환적인 시대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다. 개인의 소망보다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하는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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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시가 '공유서울 2기' 정책을 발표하면서 교통·주차, 주거, 환경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해 연간 120억원의 생활비 절감 및 1조 1800억원에 이르는 예산 절감을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유경제는 지식의 공유, 개방형 접근, 그리고 협업을 통해 전통적인 산업이나 구조의 낭비 요소가 큰 부분을 찾아서 새로운 가치사슬에 연결을 하고, 버려지는 가치를 공유를 통해 재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급속도로 전 세계에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부정적인 목소리도 많다. 공유경제가 저소득층의 전유물이거나 불황기에 득세하는 일시적인 유행이라는 시각부터 소비 위축과 제조업 및 전문서비스업의 쇠퇴, 일자리 감소로 실물경제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 기존 기업의 영업권 침해, 법적 책무의 혼란, 과세에 대한 어려움 등이 지적되고 있다. 


고급 택시 공유 서비스를 제공했던 우버의 경우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도 많이 들었고, 현행법 위반과 관련해 서울시와 대립하다가 최근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우버의 실패는 국내에서 다양한 부정적인 이슈를 많이 생산했는데, 안타까운 점은 공유경제가 우버와 동격으로 간주가 되면서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고 말았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서울시의 '공유서울 2기' 정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공유경제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사회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현대 자본주의의 폐해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는 이용자와 중개자인 공유기업, 사회 전체에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를 통해 돈을 버는 수익활동과 사회 기여의 영역을 분리해 운영했다면, 공유기업은 기업의 수익이 사회적 기여로 연결되도록 할 수 있다. 유휴 자원이 수입원으로 변할 수 있고, 이용자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사회 전체로는 자원의 절약과 환경문제의 해소가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이런 장점을 지역사회에 잘 녹아들게 만드느냐 여부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의 이동통신사 글로브 텔레콤의 독특한 유통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로브 텔레콤은 '지캐시'(GCASH)라는 모바일 화폐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개별적인 개인 유통업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전자 방식으로 휴대전화 사용권을 즉석에서 사서 사용할 수 있다. 유통업자들은 단순히 이동통신사 서비스 상품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거나 정기적인 필수 건강검진, 아이들의 예방접종과 같이 국민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 지불의 성격을 간단히 파악해서 서비스에 필요한 현금을 지급하고, 이렇게 지급한 현금은 휴대전화로 모두 기록이 됐다가 나중에 국가로부터 해당 내역을 환급받는다. 현재 지캐시 플랫폼을 지원하는 곳은 필리핀 전국에 2만개가 넘는다. 형태도 다양해 은행과 전통적인 슈퍼마켓, 휴대전화 대리점, 일상적인 물건을 파는 잡화점 등이 있으며, 시골 지역의 구멍가게들도 많이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 곳곳에 파고들었다. 


새로운 혁신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중요하다. 공유경제의 성공 여부는 지역사회의 문화와 법제도, 이해 당사자들과의 분쟁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는 자본을 앞세운 일방적인 공유경제 기업보다는 작더라도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공유경제 기업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P.S. 이 글은 서울신문 <글로벌 시대> 컬럼으로 먼저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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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최근 세계 최초의 "스마트 국가"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전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억 달러에 이르는 펀드를 조성해서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펀드는 싱가포르 정부의 벤처캐피탈이라고 할 수 있는 인포컴 인베스트먼트에 의해 관리가 되는데, 과거에는 싱가포르 기업이나 싱가포르 국민들에게만 투자를 했던 장벽을 해체한 것이다. 이 정책을 통해 싱가포르에서는 유망한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로 들어와서 사업을 하고, 이를 통해 현재 강력하게 추진 중인 "스마트 국가"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스마트 국가" 정책의 목표는 전국을 완전히 연결해서, 모든 사람, 모든 물체, 그리고 장소와 시간에 구별을 받지 않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한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을 유혹하는 것은 일단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삼아서 동남아시아와 홍콩, 중국 등으로 진출을 하라는 것인데, 싱가포르가 영어권이고, 부패가 없으며, 안정된 IT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인접한 시장의 크기 등을 감안할 때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공유경제와 웨어러블 기술, 증강현실, 터치 인터페이스, 모바일, 데이터 기반의 기술회사 등으로, 이들이 우선적인 투자 및 다양한 수혜의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후 벤처캐피탈 등의 진입과 강력한 규제개혁 및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와 연계되어 싱가포르의 정부주도의 강력한 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인 블록 71(Block 71)을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실리콘 밸리 지역의 스타트업들을 유치해서 어느 정도 키운 다움에 싱가포르로 데리고 들어온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이런 정책의 전환은 지난 수년 간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타트업 칠레'의 모델과 유사하다. 스타트업 칠레는 부지를 만들고, 건물을 짓고하는 하드웨어 보다 일단 전 세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을 목표로 진행한 칠레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선정된 스타트업에게 4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비자와 공짜로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과 서로 네트워킹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멘토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시작한 프로그램을 보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업가정신과 도전정신으로 똘똘뭉친 젊은이들을 불러모으고, 그들 사이의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 세계의 지원자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공개한 뒤에 세계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의 지원이 이어졌는데, 이들은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로 모아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런 시도는 아마도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널리 알려지면서 국가의 위상도 드높이고 있으며 실리콘 밸리에서 칠레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전 세계의 정부들이 어떻게 하면 실리콘 밸리와 같은 곳을 자국에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현재의 변화속도를 감안하면, 이런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라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다양한 테크노파크와 같은 곳들도 만들어 보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건축도 하지만 실리콘 밸리와 같은 곳은 잘 나오지 않는다. 문제가 무엇일까? 일단 이들의 노력을 보면 대략 인프라로서 건물을 지어주고, 조세헤택을 주어서 기업들이 잘 입주하게 하고, 벤처캐피탈과의 연계를 통해 돈이 들어오도록 유도한다. 얼핏보기에 맞는 처방처럼 보인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기술이나 돈이 아니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우수한 기업가들과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모여들 수 있는가다. 독특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게 만들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것에서 실리콘 밸리와 유사한 문화가 만들어진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개방을 하는 가장 중요한 DNA를 전파하며, 여기에 적절한 멘토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외부사회와의 연결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면 이들이 커져나갈 수 있는 뒷받침이 될 수 있다. 결국에는 문화의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싱가포르와 칠레가 펼치고 있는 국가 정책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금은 우리나라에 내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지만, 그것이 꼭 우리나라 사람들과 우리나라 기업에게만 가야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다. 결국 이 땅과 국가가 생동감을 가지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게 만들 수 있게 하려면 무조건 안된다는 선입견을 조금쯤 배제하고, 새로운 혁신가들이 일할 맛 나는 곳으로 바꾸는 고민을 해야한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규제와 정책,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돌파구없이 꽉 막혀있는 느낌이다. 



P.S. 이 글은 2015년 2월 16일자 <서울신문> 글로벌 시대 컬럼으로 게재되었던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가필을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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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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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과 관련한 유명한 글들을 많이 남겼던 조나단 라우치(Jonathan Rauch)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하며 "민주경색(demosclerosis)"라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말은 아주 작은 조직들이 움직이지 않고 경색이 나타나면서 우리 몸의 무수한 미세혈관들의 경색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정부와 국가가 움직이지 않고, 변화에 대한 적응도 거의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여러 작은 조직들이 분화된 전문가들에 의해 지배를 받으면서 이들의 세력이 공고화되고, 실제 시민 민주주의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과 괴리되면서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일반 시민들은 실제 국가와 공공적인 문제들은 자신들의 문제로 여기지 않으면서 점차 무관심해지고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된다. 무관심이 많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각각의 조직들을 장악한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은 더욱 쉽게 그들의 의도대로 정부와 국가를 움직이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최근 수십 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들에 나타났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각각의 시민들과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자원봉사자들이 시민정신을 되살리고, 자신들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영화제작자인 애니 레너드(Annie Leonard)는 그동안 지나치게 비대해진 소비자 근육(consumer muscle)에 비해 위축된 시민 근육(citizen muscle)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소비자로 행동한다면, 결국 정치인들은 그에 맞춘 정책을 펼친다. 세금을 낮추고, 보다 쉽게 쓸 수 있게 만들 것으며, 각각의 이해집단들이 원하는 특별한 법률이나 규제를 시행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개인의 이해를 떠나 어떻게 사회가 번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힘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민 근육을 키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실행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최근 급부상한 소셜 미디어나 각종 DIY 운동,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것 등이 이런 범주의 노력에 해당한다.

또한, 앞으로는 지역사회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통섭(Consilience)> 이라는 책의 저자로도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빗 윌슨(David Wilson)은 빙햄턴 이웃 프로젝트(Binghamton Neighborhood Project)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도시의 문제를 하나씩 파악해서 시민들의 행동가능한 단위로 만들고 실제로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어, 빈 공터를 공원으로 만들고, 작은 지역사회의 조직도 구성하며, 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등의 활동이다. 이런 지역주의는 지역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자율성을 지역에 주게 된다. 지역들의 자율성이 살아나고, 이들이 더욱 커다란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면 더욱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아래 임베딩한 비디오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당신의 공원을 디자인하세요(Design Your Own Park)"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다.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X 프라이즈 재단에서 진행하는 X 프라이즈는 정부가 해내지 못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내는 지혜를 많은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밑으로부터의 혁신이 실제로 여러 놀라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은 이런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Code for America"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동참하는 도시들의 리더들과 함께 시민들이 문제해결을 쉽게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아래 임베딩한 비디오는 뉴올리언스 시의 CIO인 앨런 스퀘어(Allen Square)의 "Code for America"에 대한 인터뷰이다. 



결국 진정한 민주주의의 회복은 개별적인 시민들의 역량이 높아지고, 이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작은 성취를 이루어가면서 시작된다. 몇 년에 한 번씩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정치인들에게 시민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시민사회 자체의 역량이 커지고, 밑으로부터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위로부터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다. 아마추어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Binghamton Neighborhood Project

X Prize 재단 홈페이지

Code for Americ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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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가 "경제성"과 "생산성"이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다보니, 시장에서 수입을 수요자들로부터 어떻게 벌어들일까에 대한 질문과 공급에서의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에 대한 이슈가 제일 중시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 중에서 "생산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생산성은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생산의 효율성에 대한 지표로 산출량을 생산에 필요한 투입량으로 나눈 비율, 총투입량 한 단위당 총산출량 등으로 정의된다. 어쨌든 자본주의에서 생산성 만큼이나 중요하게 취급되는 용어도 없는 듯하다.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정말 다양한 연구와 방법론이 나왔고, 기업에서도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시간은 곧 돈이었고, 직원들을 최대한 쥐어짜서 조금이라도 투입량을 줄이는 것이 기업의 불문율이었던 시대였기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동관계 법률 등도 나왔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좌우 이데올로기의 분화도 기업의 이윤동기를 최대한 보호하는 시장의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경향과 생산성을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권익보호와 인간소외 현상에 대한 반발에 의해 태동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근본적인 변화는 자본과 이익 및 생산성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의 경영원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세상의 변화가 있을 때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기업의 CEO를 비롯한 경영자들이 이런 변화를 느끼고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포스트 자본주의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생산성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보다 적은 사람들이 보다 적은 자원을 가지고, 더 많은 산출량을 만들어 냈기에 여력이라는 것이 생겼으며 우리는 인류역사의 과거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비록 양극화라는 괴물이 탄생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생산성을 극한으로 밀어부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시장과 경제도 같은 속도로 증가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개개인에 대한 생산성이 증가하므로 시장과 경제가 커진다면 이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산성의 증가가 개인의 일자리를 필요없게 만들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서 같은 규모의 기업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므로, 모든 경제의 시스템이 성장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 생산성의 증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 기업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필요로하지 않으며, 강제적인 재배치가 없고 시장에 의존하는 이상 총량적으로 보았을 때 필요로 하는 노동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성장전략을 선택해서 생산성과 시장과 경제가 확대되는 게임의 룰에 의해 과소비가 될 정도로 풍요로운 삶과 일자리도 유지되고, 시장체제도 칭송받는 평화로운 수십 년을 보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평화체제가 붕괴될 조짐이 명확해지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그동안 실제보다 과도한 성장이라는 거품의 붕괴에 의한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의 거품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야기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는 원래 그렇게 성장할 수 없는 것을 성장시키기게 만든 사회적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에 과도한 생산성을 통해 낭비된 지구의 자원이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정확히는 절대적인 바닥이라기 보다는 소모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지구의 재생능력을 지나치게 훼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옳겠다)하면서 석유를 비롯한 다양한 자원들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과도한 성장일변도의 패러다임이 지구의 기후변화와 삼림훼손, 생태계 다양성까지 해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성장"과 "생산성"이라는 사이좋은 커플이 더 이상 우리 사회를 쌍끌이로 낙원으로 끌고가는 마차가 아님이 명확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성"에 대해서 생각하면 그 의미가 달라보인다. 지나친 생산성은 고용의 안정성을 해치며, 우리 사회와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일하는 양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이미 유럽에서 많이 채용되고 있고, 일자리 나누기와 근로시간 줄이기 등의 정책으로 도입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대공황 당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들이 있었는데, 이런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의 경쟁 때문에 모두가 같이 내려놓지 않으면 결국 기업의 이윤과 생존을 위해 개별기업이 이런 정책을 알아서 채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공조와 발맞춤이 필요한 것이 그런 이유이다. 영국의 씽크탱크 중의 하나인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은 일주일에 21시간 일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또다른 전략으로는 수요에 기반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원하지 않는 생산을 하기 보다는 여유를 가지다가 수요자가 필요로 할 때 생산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딜로이트의 존 하겔 3세 등은 공급자 중심의 푸시 패러다임(Push Paradigm)에 대응한  "풀 패러다임 (Pull Paradigm)"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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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와 같이 효율과 생산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주당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수요에 기반한 노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개인들에게 주어지는 잉여시간은 그만큼 많아진다. 이를 통해 되려 지나친 성장의 가속페달을 놓고 저성장 기조에서 우리 사회가 견딜 수 있는 적응력을 키우고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성장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우리 사회를 구원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되지 않을까? 얼핏 생각하기에는 말도 안된다고 느낄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이미 생산성과 성장의 신화와 전혀 관계없이 돌아가는 산업들은 많다. 예를 들어 보육, 의료, 교육 등의 산업은 생산성과 성장보다는 사회의 필요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용의 측면에서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산업들이다. 일단 이와 같이 성장에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필요성을 만족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면, 일하는 시간이 결국 우리의 삶의 총체적인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된다. 또한, 이렇게 발생한 잉여시간과 인지잉여(Cognitive Surplus, <많아지면 달라진다>라는 클레이 셔키의 책에서 소개한 개념)는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생산자의 시대를 열 수 있다. 문화산업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자신들의 창조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연습하고, 갈고 닦아서 표현할 것이고, 이를 서로가 나눌 것이다. 음악과 예술, 그리고 다양한 놀이의 중요성은 그래서 미래사회를 이야기할 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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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 생산자 사회로의 변화가 미래를 이끈다



낮은 생산성보다 얼마나 의미있는 일을 하고, 그것이 우리의 지역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사회적 가치가 생산된다면 이를 통해 사람들은 헌신을 위한 노동을 하게 되며, 의미를 이해하고 보다 참을성이 많아진다.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과 가치관 및 철학을 바꾸지 않고, 어떠한 정책을 들이밀더라도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이것이 결코 쉬운작업은 아니다. 수많은 상품의 풍요로움 속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탐욕스럽게 가져갈 수 있었던 기회를 제공하는 "수퍼마켓 경제" 속에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단련되고 빠져서 살았다. 그렇지만,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인간을 이해하고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등 행복에 대한 추구의 방식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거대한 생산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소비자 중심의 과소비 사회가 종말을 맞이하려고 한다. 과소비를 통해 외형이 성장하고, 이를 맞추기 위한 생산성의 독려와 일자리를 유지했던 성장의 순환사이클이 그 동력을 잃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이와 같은 거시적인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사회에 대한 과도한 충격을 흡수하면서, 미래사회로의 이전을 흔들림없이 꾸준히 추진하는 것에 달려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을 바라보자. 어느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이야기는 굳이 쓰고 싶지 않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회의 철학과 방향성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어떤 것이 미래를 위한 선택인지는 굉장히 명확해지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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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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