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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원조나 개발과 관련한 컨퍼런스나 모임에 가보면 과거와는 다른 양상들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과거에는 거의 각국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섹터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민간섹터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서 다양한 NGO와 대학그 그리고 기업의 사회공헌 분야에서 온 사람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 솔루션을 이용해서 그 동안 개발도상국가들이 오랜동안 극복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고, 일부는 이미 커다란 성과도 늘기 시작했다. 


최근 이슈가 된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전 세계 인터넷 공급과 관련한 활동도 사실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전 세계에서 극심한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12억 명에 이른다. 보통 극심한 빈곤층을 월드뱅크에서 하루 1.25 달러 이하를 버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 정도 사람들의 빈곤을 극복하게 만들려면 단순히 지원하는 펀드의 금액이 조금 늘어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적은 돈으로 훨씬 커다란 실질적인 혜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혁신은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는 꿈꾸기 어려웠던 혜택을 적은 예산범위 내에서 가능하게 만든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디지털 기술과 모바일 디바이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과 모바일 디바이스가 만드는 디지털 경제는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단지 원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성을 갖추게 된 사람들이 원조를 받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이 실질적인 참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가지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크다.


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온 부즈 알렌 해밀턴(Booz Allen Hamilton)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디지털화는 39억 명에 이르는 취약계층에게 4.1조 달러(원이 아닙니다. 달러입니다!)에 이르는 GDP 상승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가장 큰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곳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다. 가장 기본적인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던 이들 국가에 있어서 스마트폰 보급과 인터넷 접근을 통한 디지털 경제는 국가의 판을 새로 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아프리카가 이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 국가의 혁신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오래되었지만 선진국 등에서 검증된 기술이나 사회 인프라와 관련한 것들을  아예 건너 뛰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한 혁신적인 시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시도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성공사례도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수행된 세계어류센터(WorldFish Center)의 농업을 통한 수입증대와 영양과 관련한 프로젝트(Aquaculture for Income and Nutrition, AIN)에서 지역의 농부들에게 기술교육을 하고 약간의 급료를 줄 때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서 개발한 mSTAR(mobile Solution Technical Assistance and Research)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모바일 지갑으로 직접 급료를 주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를 통해 참가한 농부들이 기존의 방식보다 급료를 받는데 걸린 시간이 15일이나 단축이 되었다. 사실 기간만 단축된 것이 아니다. 이런 개발도상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겪기 쉬운 도난이나 부정사건 등과의 연루도 대단히 어려워졌고, 중간 단계를 거치는 것도 줄어들어서 전체 프로젝트의 효율도 크게 올라갔다. 필리핀의 이동통신사 글로브 텔레콤(Globe Telecom)의 GCASH 인프라도 비록 국제원조는 아니지만 비슷한 혁신의 결과가 있었다. GCASH는 일종의 모바일 화폐 서비스로 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모바일 커머스를 위해 G-Xchange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 정부와 손을 잡고 저소득층을 지원할 수 있는 GCASH REMIT 이라는 플랫폼을 적용해서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많은 국제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관련한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GCASH를 이용한 유통모델이 독특한 것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개별적인 개인 유통업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전자방식으로 휴대폰 사용권을 즉석에서 사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GCASH 관련한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개인에게 내주고, 이들이 개인대 개인으로 간단히 필요한 만큼 사용권을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GCASH가 더욱 훌륭한 것은 단순히 이동통신사 서비스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다양한 P2P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onditional Cash Transfer (CCT) 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필리핀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GCASH를 활용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에서 학교에서 교육을 받거나, 정기적인 필수 건강검진, 그리고 아이들의 예방접종과 같이 국민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에 지불의 성격을 간단히 파악해서 서비스에 필요한 현금을 지급한다. 처음에는 필리핀 LandBank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실제로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매우 컸다. 그러나, GCASH 플랫폼을 활용해서 이미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많은 유통업체들이 일종의 현금을 미리 지불하고, 나중에 국가에서 해당 내역을 환급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비용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무려 3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GCASH 플랫폼을 지원하는 곳이 필리핀 전국에  수만 개에 이른다. 형태도 다양해서 은행들과 전통적인 수퍼마켓, 휴대폰 대리점, 일상적인 물건을 파는 잡화점 등이 있으며, 시골지역에 많은 구멍가게들도 참여하고 있어서 지역사회 곳곳에 파고들었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를 통한 혁신은 접목대상이 전방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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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전자쇼라고 할 수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렸다. 전 세계의 수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신제품과 기술들을 내놓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주로 참가하였다. 그런데, 이번 CES에서 최고로 눈에 띈 것은 중국 기업들 이었다는 소문이다. 특히 심천을 중심으로 하는 수 많은 중소기업들이 약진하면서 CES 전시장을 양적으로 압도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몇몇 대기업들의 부스를 제외하고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질지도 모른다. 무엇이 이런 급박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투자와 혁신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은 무엇 때문에 투자를 하는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요즘에는 10중 8, 9는 "혁신을 하기 위해서 ..." 라는 답변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무엇일까?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혁신의 대가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는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다. 지속적 혁신의 목표는 오래된 제품을 새로운 것이나 좀더 나은 것으로 교체해 나가는 것을 흔히 의미한다. 이런 혁신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지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혁신 중에서 가장 많은 목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속적 혁신에는 약간의 약점이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부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으면, 기존에 출시했던 스마트폰은 잘 팔리지 않게 될 것이다. 시장을 새로 만들기 보다는 계승해서 약간 더 키우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하거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별로 없다. 두 번째 유형으로는 효율 혁신(efficiency innovation)이 있다. 한 마디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IT기술이 가져오는 혁신이 효율 혁신인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과거보다 효율적으로 비용을 줄여 줌으로써 기존의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효율 혁신 역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나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 유형은 시장창출 혁신(market-creating innovation)이다. 이와 관련한 산업은 대부분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나치게 비싸거나 제공이 불가능해서 단지 부자들만 구매 또는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많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구매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접근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들이 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드 자동차의 T모델이다. 귀족들이나 탄다고 생각했던 자동차라는 것을 중산층들도 구매가 가능한 수준으로 대량생산 혁신을 하였다. PC나 스마트폰 등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혁신은 모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이를 만들어내고, 유통하고, 서비스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혁신은 어떤 혁신인가? 바로 시장창출 혁신이다. 시장창출 혁신을 위해서 투자하려면 어떤 투자가 필요할까?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제공이 어려운 것을 혁신시켜야 하는 것이므로 달리 이야기하면 뻔히 보이는 것에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로 너무나 당연히 고급스럽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쉽게 만드는 분야가 가장 중요한 혁신의 분야가 된다.


최근 미국에서 떠오르는 엔젤리스트처럼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스타트업 벤처에 투자를 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킥스타터와 같이 획기적인 제품이나 콘텐츠에 대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선구매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금융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 여러 핀테크 기업 등의 혁신이 바로 이런 시장창출형 혁신이다. 한 마디로 소수의 효율을 중심으로 거대한 이득을 챙겨오던 사업의 구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과거에 없었던 것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종류의 혁신이 시장창출형 혁신인 것이다. 최근 미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것에는 이와 같은 시장창출형 혁신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효율 혁신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효율 혁신은 우리가 아닌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들의 몫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시장창출형 혁신으로 혁신의 방점을 옮기지 못한다면 일본 이상으로 장기적인 침체에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렇게 시장창출형 혁신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그 동안의 성공의 방정식이 지나칠 정도로 경직된 사회시스템과 제도,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대규모 투자에 대한 신속한 결정과 국가적 지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문화는 대한민국을 대기업들의 천국으로 만들어 놓았고, 이런 구조가 수십 년이 지속되면서 관료화되어 공기업과 대기업, 금융재벌들이 거의 모든 혁신의 영역을 잠식하였다. 또한, 이들이 장악하지 못한 사회의 다른 영역도 수 많은 협회와 허가제도로 마피아와도 같은 조직화가 일어났으며, 이런 조직들을 장악한 자들은 소위 말하는 각종 '의전'의 대상이 되면서 마치 왕정 또는 귀족국가와도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부터 기업, 그리고 사회의 수 많은 단체들에 이르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만연한 와중에 어떻게 시장창출혁 혁신기업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작고 힘없는 혁신기업들의 시도는 수 많은 규제에 걸려 좌초하기 십상이며, 이런 어려움을 뚫고 나온 곳들은 곧바로 감시대상이 되거나,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견제와 질시 속에 국내에서 뿌리를 박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보다 해외로 옮겨가는 결정을 하는 곳들도 눈에 보인다. 어느 누구를 콕 찝어서 비난을 하고 비판을 하기도 어렵다. 우리 모두가 이런 문화에 푹 절여져 있다는 것을 나 자신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 단순한 몇몇 정책들이나 규제완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공정한 경쟁이 아닌 수 많은 규제를 새롭게 만들거나 강화하는 사회에서 시장창출형 혁신은 요원하다. 



 P.S. 이 글은 2015년 1월 12일자 <서울신문> 글로벌 시대 컬럼으로 게재되었던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가필을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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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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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테크스타트업 파이오니어로 꼽히는 로젠블랏 from recode.net



페이스북의 3조원 인수제안을 거절해서 더욱 유명해진 스냅챗(SnapChat), 페이스북이 2조원을 들여 인수한 VR 헤드셋 스타트업 오큘러스(Oculus), 디즈니가 5억 달러에 인수한 Maker Studios, 애플이 3조원에 인수한 음악관련 스타트업인 Beats 등 최근 빅 이슈가 되었던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실리콘 밸리가 아닌 LA에 둥지를 틀고 있는 곳들이다. 최근 LA 기반의 기술 스타트업의 약진이 눈부시다. 이외에도 그래비티(Gravity), 쿨리(Cooley), 위스퍼(Whisper), 틴더(Tinder) 등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곳들을 포함해서 LA 인근에 90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들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글은 LA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사와 관련한 연재의 후편이다. 이글에서 가장 많이 참고한 글의 원문은 아래 참고문헌에 링크를 걸어 두었으니 원문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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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페이스의 좌절 이후 LA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부진에 빠진다. 오늘의 이야기는 마이스페이스 이후 LA 스타트업 생태계 부활과 관련한 것이다. 먼저 디맨드 미디어의 리처드 로젠블랏(Richard Rosenblatt)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디맨드 미디어의 완성시키지 못한 또 하나의 도전

리처드 로젠블랏은 스카이 데이턴과 Dr. Dre 등도 살고 있는 LA 팔리세이드(Palisades) 아파트 주민이다. 필자의 기억으로 이 지역은 베버리힐스와 헐리우드에서도 가깝고, 선셋 스트립 등에서도 멀지 않아서 여러 셀레브리티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디맨드 미디어와 같이 콘텐트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에 대해 SF지역의 전통적인 테크 스타트업들의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는 지금까지도 뿌리깊게 남아있는 SF지역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공유문화와 기술기업과 저작권을 중시하고 스타를 배출하는 스타일의 콘텐트 산업의 메카인 LA 및 헐리우드의 반목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특히 구글과 유튜브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콘텐트 업계와의 법정소송도 있었고, 여러 가지 형태로 거의 전쟁(?)을 치루는 상황이어서 더욱 LA 지역의 콘텐트 기반의 스타트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마찬가지로 LA 인근의 콘텐트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도 SF의 거만한 기술족(테키, Techies 라고 표현함)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디맨드 미디어의 부상은 큰 의미가 있었다.  로젠블랏은 SF와 LA를 오가면서 뿌리깊은 두 지역의 반목을 해소하려 애를 썼고, 구글의 경영진들을 만나서 좋은 관계를 맺고 실리콘 밸리의 여러 투자자들과 파트너십을 만들면서 콘텐트와 기술이 만났을 때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 수 있음을 설득하고 다녔다. 특히 LA지역의 콘텐트를 베이 지역의 기술과 결합시킬 수 있으면 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로젠브랏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맥을 쌓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그 자신이 기술에도 매우 능한 사람이었다. 헐리우드 인근에서 iMall을 창업해서 4억 2500만 달러라는 거액에 Excite@Home에게 매각을 한 전력도 있고, 마이스페이스에 참여하여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거액에 마이스페이스를 뉴스코퍼레이션에 매각하는 작업에도 깊숙히 관여했던 인물이다.  


로젠블랏이 2006년 션 콜로(Shawn Colo)와 창업한 디맨드 미디어는 웹 기반 콘텐트 생산방식과 유통혁신을 추진한 스타트업이었다. 이들은 웹 사용자들이 현재 궁금해하고 관심있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동으로 추출하고, 이에 대한 답변이 있으면 ‘궁금증과 답변이라는 문맥’에 맞는 광고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다양한 블로그나 동영상 콘텐트의 제작을 유도하고 이를 구글 및 유튜브와 연결했다. 2008년 한 해 동안 유튜브에는 한 달에 약 1만개에서 2만개의 동영상이 디맨드 미디어를 거쳐 올라갔다. 유튜브 입장에서 볼때에는, 디맨드 미디어는 가장 큰 동영상 중계업자 또는 제공자였다. 이들은 소비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과 광고주들이 얻고자 하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방대한 네트워크롤 통해 생산된 콘텐트를 연결하고 수익을 얻는 매우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급성장하였다. 디맨드 미디어는 20억 달러 규모의 IPO에도 성공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구글의 검색최적화 알고리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 등이 반복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주가는 폭락을 하였다. 또 한 차례 비상하던 LA테크 스타트업이 화려한 꽃을 피우기 전에 주저앉은 것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실패를 겪은 듯 했지만, LA테크 스타트업은 이 때부터 전성기를 준비하는 씨앗이 뿌려졌다. 로젠블랏은 스냅챗(Snapchat)의 에반 스피겔을 포함하여 LA지역의 많은 젊은 테크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지원자이자 멘토가 되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또 하나의 스타트업을 비밀리에 준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쌓아둔 인맥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베이 지역과 LA의 가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다.


유명한 게임회사인 액티비전(Activision)이 바비 코틱(Bobby Kotick)의 결정으로 베이 지역인 멘로파크(Menlo Park)에서 LA로 1993년 본사를 이전하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의 이 결정 커다란 실수로 여겨졌다. 바비 코틱은 게임이 기술보다는 영화나 TV콘텐트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이전을 결정한 것이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헐리우드가 가까운 LA가 실리콘 밸리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훌륭한 스토리 텔러들을 수련시켜 엔지니어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헐리우드의 스토리 텔러들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고집이 셌던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내는 커다란 비디오 게임회사 중의 하나로 액티비전을 키워냈다. 


최근 LA에서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및 게임 분야에서의 콘텐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인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는 거액에 실리콘 밸리에 있는 기업에게 인수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회사가 최근 페이스북에 2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된 VR기술 스타트업인 Oculus, 그리고 애플에 3조원에 인수된 Dr. Dre의 헤드폰과 음악관련 기술 스타트업인 Beats 등이 있다. 


이렇게 괄목할만한 성공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LA테크 스타트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아직 환호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수 조원씩 기업가치를 인정받아도 결국 실리콘 밸리의 커다란 기업에 인수된 것이라면 LA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독자적으로 성장해서 실리콘 밸리의 커다란 기업들처럼 강력한 생태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업이 탄생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에 스냅챗의 에반 스피겔이 페이스북의 거액 인수제안을 거절한 것을 LA테크 스타트업계에서는 당연하고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확실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콘텐트와 기술이 융합하는 시기로 진행하고 있고, 헐리우드가 버티고 있으면서 세계 최고의 게임쇼인 E3가 열리며, USC와 UCLA라는 우수한 대학에서 인재들이 배출되고,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LA의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는 밝다는 점이다. 그리고, LA 테크 스타트업의 역사를 둘러보면 실리콘 밸리보다 훨씬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실리콘 밸리나 이스라엘 등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지만, LA를 잘 벤치마킹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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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o.com과 오버추어를 설립한 빌 그로스 from Recode.net



페이스북의 3조원 인수제안을 거절해서 더욱 유명해진 스냅챗(SnapChat), 페이스북이 2조원을 들여 인수한 VR 헤드셋 스타트업 오큘러스(Oculus), 디즈니가 5억 달러에 인수한 Maker Studios, 애플이 3조원에 인수한 음악관련 스타트업인 Beats 등 최근 빅 이슈가 되었던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실리콘 밸리가 아닌 LA에 둥지를 틀고 있는 곳들이다. 최근 LA 기반의 기술 스타트업의 약진이 눈부시다. 이외에도 그래비티(Gravity), 쿨리(Cooley), 위스퍼(Whisper), 틴더(Tinder) 등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곳들을 포함해서 LA 인근에 90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들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고 한다.


LA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렇게 최근 각광받는 것이 다소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최초 인터넷 발상지에 LA가 들어간다. UCLA의 레오나드 클라인락(Leonard Kleinrock) 교수의 연구실에서 인터넷의 태동이 시작되었고, 인터넷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구글의 빈트 서프(Vint Cerf) 역시 이 연구실 출신이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을 처음 연결한 전길남 박사도 클라인락 교수의 제자다. 그 밖에 존 포스텔(John Postel) 교수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인터넷 역사에 있어 중요한 연구들을 수행한 ISI(Information Science Institute)의 설립자다. ISI와 퀄컴의 CDMA를 탄생시킨 USC와 UCLA는 스탠포드-버클리로 대별되는 실리콘 밸리에는 미치지 못할 지 몰라도 전 세계 다른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우월한 인적 인프라와 대학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곳이 LA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역사는 어떨까? 먼저 EarthLink를 빼놓을 수 없는데, EarthLink는 LA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으로 스카이 데이턴(Sky Dayton)이 설립한 최초이자 가장 컸던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기업이었다. 그리고, GoTo.com과 검색광고 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한 오버추어(Overture)의 빌 그로스(Bill Gross)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페이스북에 밀리기는 했지만 한 때 최고의 소셜 네트워크 회사로 자리매김한 마이스페이스(MySpace)도 LA의 스타트업이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모두 먼저 시작해서 인터넷과 기술기반 기업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현재의 실리콘 밸리의 지배자들(?)의 밀려서 대체로 2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거나 몰락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만약 이들이 실리콘 밸리의 커다란 기업들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면 어쩌면 LA의 봄은 좀더 빨리 왔을지도 모른다.


여튼 빌 그로스나 스카이 데이턴 같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LA가 실리콘 밸리와 비교할 때 가장 매력적이고, 그들이 LA를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했던 듯하다. 실리콘 밸리에 갔으면 더 기술적인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기술위주로 흘러갔겠지만, LA에 있었기에 더욱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사람들(연예인들 포함)을 많이 만나고 새로운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고 ... 


빌 그로스는 1995년 아이디어랩(Idealab)이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열었는데, 설립 당시에는 이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LA에 그런 혁신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고, 실제 성공사례 역시 많지 않았다. LA에서 좋은 기술과 혁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들은 실리콘 밸리로 몰려갔고, LA에 있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에너지가 줄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한다. 빌 그로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LA가 가졌던 이런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대학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 밸리의 스탠포드와는 달리 LA인근 대학의 교육과정과 연구성과는 훌륭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은 크게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서 이제는 USC와 UCLA와 같은 지역의 좋은 대학에서도 기업가정신 프로그램과 이를 북돋는 펀드 등이 생기면서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빌 그로스는 125개의 회사를 설립했다. eToys, CitySearch, 오버추어가  된 GoTo.com 등은 IPO까지 성공을 했다 (오버추어는 이후 거액에 야후!에 인수된다). 물론 실패도 많아서 40개의 회사는 망했다고 한다.


2003년 8월에 설립된 마이스페이스는 크리스 데울프(Chris DeWolfe), 조시 버만(Josh Berman)과 톰 앤더슨(Tom Anderson)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마이스페이스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몇 개의 블로그를 통해 자세히 다룬 바 있으니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



연관글:


2010/12/24 - 거의 모든 IT의 역사 (79) - 루퍼트 머독, 마이스페이스를 망치다.

2010/11/29 - 거의 모든 IT의 역사 (73) - 마이스페이스 이야기



한창 전성기의 마이스페이스는 최고로 뜨거운 TV채널이었던 MTV를 연상시켰으며, 특히 수많은 밴드와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8년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 거액을 받고 마이스페이스를 M&A 시킨 뒤에 안타깝게도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현재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다. 만약 오버추어를 야후!에 그리고, 마이스페이스를 뉴스코퍼레이션에 매각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을 하면서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성장을 시켰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어쩌면 LA의 스타트업 붐은 지금보다 훨씬 빨리 왔을지도 모르겠다.



... (후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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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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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개월 전에 로봇과 새로운 제조플랫폼의 등장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제조업의 양상이 변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같은 제목의 글을 써보고자 한다.



연관글:

2013/06/07 - 글로벌 제조업의 양상이 변한다.



GE의 CEO인 제프 이멜트(Jeff Immelt)는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GE가 중국과 한국 등에서 제조와 관련한 부분을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이유가 기기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제조를 하는 현장과 엔지니어들과 함께 하게 하려는 욕망이 컸다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모든 것인 시기에는 디자인과 개발을 제조와 분리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아웃소싱을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을 두고 수행하는 것은 과거의 모델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세탁기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할 때, 이것을 적은 부품과 무게를 가지고, 더 나은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보고, 이를 양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고 소량 생산해서 시장에 출시하여 반응을 봐야 하는데, 과거의 GE가 가지고 있었던 방식으로 글로벌 생산체계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의 노동임금에 비해 중국의 임금을 비교하면 아래 차트와 같이 2000년에는 미국 제조관련 노동자 임금의 3%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낮았는지를 비교하면, 그것도 별로 그렇지가 않다 (이와 관련해서는 포스트 하단에 링크한 Can We Build Tomorrow's Breakthrough?를 참고하면 더욱 자세한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제조역량을 중국으로 넘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0년이 지난 2010년에도 중국의 공장노동자 임금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9%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러 곳에서 경고의 메시지가 나온다. 중국의 시간 당 임금이 6달러를 곧 넘어서게 되는데, 이는 멕시코 수준에 가까운 것이고, 이 경우 다른 비용을 감안할 때 글로벌 제조에서의 비교우위를 가지기 어려운 수치라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 태국에 닥쳤던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차질이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 각 국가의 정책의 변화나 정치적 불안정성에 대한 리스크 비용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아웃소싱이 아닌 미국에서의 제조업을 활성화시키는 선택은 단지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심각하게 고려하는 단계가 되었다는 것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이런 변화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제조업과 관련하여 로봇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적절히 활용한 공장의 혁신,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발되게 하며, 제조 프로세스 등을 바꾸는 것과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보고서, 메시지 등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테슬라 자동차나 아마존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런 첨단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조혁신을 일으키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Rethink Robotics의 백스터(Baxter)와 같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산업용 지능형 로봇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의 새로운 제조업 혁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최근 많이 보인다. 여전히 첨단 기술에 있어서는 미국이 여러 면에서 우위에 서있다.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디자인,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로봇, 나노기술 등 제조업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보는 다양한 기술의 키워드를 보면 거의 대부분 미국이 가장 앞서간다. 결국 이를 잘 엮어서 새로운 형태의 제조업을 선보이는 것을 미국에서 가장 최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그렇다고, 중국도 이대로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저렴한 노동력이 최대의 무기였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레노버가 구글이 인수한 모토롤라의 휴대폰 사업을 가져온 것이나, 샤오미(Xiaomi)와 같이 급부상하는 새로운 제조업체와 휴고 바라와 같은 거물이 이런 물결에 합류를 결정하고, 알리바바는 아마존의 수준을 뛰어넘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텐센트 위챗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이제 중국이 더 이상 '저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총체적인 역량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새로운 글로벌 제조업 경쟁의 변화양상을 보고 있으면, 전통적으로 자랑하는 우리나라 제조업을 바라볼 때 한숨이 나온다. 물론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여러 면에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중국이나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약진하고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거대기업들 몇 군데 이외에는 눈에 띄는 곳이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몸집이 큰 공룡들이 과연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회의적인 답 밖에 안나온다. 그들은 '위험'을 짊어지기에는 너무 크다. 그렇다면, 결국 혁신을 할 수 있는 기업과 사회의 분위기 형성과 지원체계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 이런 변화를 지원하려는 여러 정책이나 사회적 합의를 하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모두가 지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세상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참고자료:


The CEO of General Electric on Sparking an American Manufacturing Renewal

Manufacturing in the Balance
Can We Build Tomorrow's Breakthroughs?

International Comparisons of Hourly Compensation Costs in Manufacturing,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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