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사와 관련한 포스팅은 잘 하지 않는데, 오늘도 도저히 글을 올릴 수 없는 사건이 있었네요. 최근 잘 아는 IT 기자분이 IT 기자가 아니라 사회부 기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납니다.

스티브 잡스가 공식적으로 애플의 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왠만한 나라의 대통령이 갑자기 물러나도 이렇게 커다란 뉴스가 되지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그만큼 그가 우리 인류에게 미쳤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경쟁사에 계신 분들도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고, 그가 이룩했던 많은 자산들은 이미 전설이 되어 버렸습니다. 

1977년 애플 II를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개인용 컴퓨터, PC의 시대를 열면서 약관 26세의 나이로 세계를 호령했으며, IBM의 PC 시장 참전과 그들의 공격적인 개방형 전략에 밀리면서 1986년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던 1기와 픽사와 넥스트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면서, 디즈니와 합병을 통해 미디어와 콘텐츠 업계에서도 이 시대 최고의 전설적인 기업의 개인 최대주주의 자리에도 올랐던 2기. 그리고, 다시 애플에 복귀하여 망해가는 애플을 PC중심의 업체에서 아이팟과 아이폰 등을 위시로 개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최고의 기기와 이를 지원하는 생태계를 디자인하고 구현하여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부활시킨 3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룩한 업적은 하나의 글로 옮기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가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애플의 차세대를 뒤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ZDNet에서 그가 CEO로 활약했던 시기를 셋으로 구분을 하면서 제작한 비디오입니다. 비록 자막은 없지만, 영상만으로도 그의 업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자막작업을 해 주시면 좋겠네요.




 
그의 뒤를 이어 애플의 선장을 맡을 주인공은 그동안 애플의 COO를 맡았던 팀 쿡입니다. 팀 쿡은 알라바마 출신으로 1960년생이나 스티브 잡스보다 5살 아래입니다. 남부의 명문인 듀크대학 MBA 출신으로 12년간 IBM의 PC 부분에서 일을 했고, 그 후에는 세계적인 PC 제조업체인 컴팩에서 재료부분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가, 스티브 잡스에 의해 스카웃되어 애플에 입성하였습니다.

팀 쿡이 애플에 입사해서 맡은 일이 바로 SCM(Supply Chain Management) 이었습니다. 팀 쿡이 입사해서 애플의 공급체계를 확인하니 무려 100개가 넘는 업체에서 부품을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팀 쿡은 이를 정리해서 대부분의 부품을 아일랜드와 중국,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가져오고 조립은 중국 본토에서 하도록 일원화하면서 부품 공급업체의 수를 20여개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부품 공급업체와 애플의 조립공장이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깝게 위치하도록 해서 부품이 들어오면 거의 바로 조립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조의 효율화를 이루어냅니다.  이런 개혁조치를 통해 애플이 가지고 있던 70일치가 넘던 재고물량이 팀 쿡이 입사한지 2년 만에 10일 이하로 줄어들었는데, 이 때 확립된 체계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007년 시장조사 기관이 AMR 리서치는 노키아에 이어 애플의 SCM 관리 및 활용능력을 세계 2위로 평가했습니다. 당시 세계최고의 PC 제조업체로 애플의 라이벌로 여겨졌던 델은 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효과적인 애플의 제조생산 능력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뛰어난 관리능력을 가진 팀 쿡을 언제나 자신을 대신할 예비 CEO로서 준비시키고 있었고, 그가 건강에 문제로 애플을 떠날 때마다 그에게 CEO 역할을 맡기면서 꾸준히 후계를 맡을 준비를 시켜왔습니다.

쿡와 잡스가 여러 모로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잡스만큼이나 자기 일에 대한 고집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NN Money의 팀 쿡에 대한 글에 따르면 애플의 형편없는 생산, 유통, 공급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에서 팀 쿡이 아시아에 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상황이 정말 안좋아요. 누군가 중국에 가줘야 겠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회의가 30분 정도 진행되고 있었는데, 팀 쿡은 갑자기 주요한 임원 중의 한 명이었던 사빈 칸(Sabih Khan)을 돌아보면서, "아니 당신 왜 아직까지 여기 있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칸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달려가고, 옷도 안바꿔 입은 채, 돌아올 날짜도 정해지지 않은 중국행 표를 예약하고 떠났다고 합니다. 이것이 감정을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만만치 않은 쿡의 진면목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조용하지만 무서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입니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팀 쿡을 COO에 임명합니다.  현재 그는 기존의 관리와 SCM 및 운영에 대한 부분 뿐만 아니라, 51개국에 걸친 통신사들과의 협상 및 아이폰의 판매와 운영까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회사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우리나라도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앞으로 한국 회사들과는 좀더 대화를 하는데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지만, COO로서 SCM을 담당했을 때와 CEO로서 회사를 끌고나갈 때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애플의 변화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봐야 될 것 같습니다.

운동중독자이기도 한 그는 팀원들에게 새벽 4:30에 이메일을 돌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할 때도 있으며, 국제전화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고, 일요일 저녁 회의까지 주재할 정도라고 합니다. 평생 독신으로 산 그는 아직도 팔로알토에 있는 임대 주택에 살고 있으며, 휴가를 얻어도 캘리포니아의 국립공원 같은 곳에 하이킹을 하러 떠나고, 부자티를 전혀 내지 않게 검소하며, 사무실에는 제일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나간다고 합니다. 해외출장 일정도 거의 슈퍼맨 수준으로 잡고,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헬스클럽을 들르거나 하이킹을 합니다. 주변에서 보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을 정도이지요 ...  어찌보면 가장 나쁜 상사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팀 쿡의 시대가 되더라도 이미 애플에서는 스티브 잡스 이후를 상정하여 많은 준비가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애플은 앞으로 몇 년 정도는 충분히 현재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많은 라인업과 로드맵이 있으며, 스티브 잡스가 비전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이사회 의장으로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위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팀 쿡이 자신의 스티브 잡스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 만의 색깔을 애플이라는 회사에 입히기에는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애플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 시대의 거인의 퇴장에 박수를 보내는데 좀더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경영자이자 꿈을 창조하는 비저너리, 현실에 기반한 강력한 실행주의자, 최고의 아이콘이면서 동시에 사상과 개념을 전파하는 에반젤리스트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거인의 퇴진에 경의를 표합니다.


참고자료

The genius behind Steve from CNN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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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트랙백  3 ,


Google+ 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서클에 집어넣은 사람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Google+ 에서 가장 좋은 글도 올리고, 이 서비스의 재미를 제일 크게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바로 마이스페이스의 공동창업자인 톰 앤더슨(Tom Anderson)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스페이스에 가입하면 언제나 가장 먼저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서 이런저런 팁을 주는 친구(물론 자동화된 아바타였겠지만)의 역할도 했던 사람이지요.

그의 Google+ 글이 재미있는 것은 딱딱한 뉴스들보다는 자신의 마이스페이스 경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 이야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글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놓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과거에 있었던 알려지지 않았던 비사나 에피소드 등을 간혹 소개하는데 최근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과 연관된 매우 중요한 시기의 역사 이야기를 한 것이 있어서 이를 소개할까 합니다.

마이스페이스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제가 출간한 "거의 모든 IT의 역사"에서도 많이 다룬 바 있고, 블로그에도 내용이 공개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연관글:
2010/11/29 - 거의 모든 IT의 역사 (73): 마이스페이스 이야기
2010/12/24 - 거의 모든 IT의 역사 (79): 루퍼트 머독, 마이스페이스를 망치다.


위의 글을 보시면 마이스페이스를 몰락으로 이끈 유명한 계약이 하나 언급이 됩니다. 2005년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한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2006년 8월 구글과 $9억 달러 규모의 검색광고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 계약의 조건을 지키려고 마이스페이스가 무리를 하게 되고, 그 때문에 수많은 사용자들이 떠나게 되지요. 톰 앤더슨은 이 때의 상황에 대해서 우리들이 알고 있지 못했던 재미있는 비사를 이야기 했습니다.

2006년 계약을 주도했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는데, 원래의 계약협상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진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협상이 잘 진척이 되어서 거의 성사 직전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 때 상대편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담당자가 누구였을까요?  그는 바로 현재는 구글로 넘어와서 크롬과 Google+ 라는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고, 당시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젊은 리더로서 명성을 날리던 빅 군도트라(Vic Gundotra) 였다고 합니다. 이 때의 협상이 결렬되고 빅 군도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두고, 1년 뒤에 구글에 입사를 하게 되지요. 그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의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연관글:
2011/01/21 - 거의 모든 IT의 역사 (85) - 떠나버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재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상이 끝나고, 이제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톰 앤더슨은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바로 구글의 투자자이자 가장 중요한 이사회 멤버 중의 하나이고, 최고의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불리는 KPCB의 존 도어(John Doerr) 였습니다. 그에게 마이스페이스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구글은 헬리콥터를 띄워서 뉴스코퍼레이션으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9억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였던 것이죠. 워낙 커다란 액수였기에 뉴스코퍼레이션은 이 계약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안에 들어있던 조건이 까다로워서 결국 마이스페이스는 이 계약에 매여서 수많은 사용자들이 떠나게 만듭니다.

톰 앤더슨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했던 계약은 비록 액수는 그보다 작았지만 조건이 훨씬 유연하고 마이스페이스가 많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구글대신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계약을 했다면 마이스페이스의 미래는 분명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후의 운명들입니다.

결국 이 계약이 성사가 되지 않으면서 빅 군도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서 1년 뒤에 구글에 합류를 했는데, 그의 손에서 크롬과 Google+ 라는 구글의 검색 이후 최고의 프로젝트 들이 탄생합니다. 구글은 엄청난 인재를 얻게 되었고, 톰 앤더슨은 빅 군도트라와 함께 Google+ 를 지원하는 큰 우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톰 앤더슨이 존 도어를 만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첫 만남에 단 한 시간동안 역사를 좌지우지하는 계약의 물고가 바뀌었던 것이지요.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이스페이스가 계약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이후 페이스북이 투자를 받으려고 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을 것이고, 반대로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이기기 위해서 과감한 베팅을 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의 지분은 구글의 차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고, 페이스북과 구글이 연합을 하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마이스페이스의 상황이 현재와는 달랐겠지만 말입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하는데, 역사에 있어서도 한 순간의 거래가 당장의 판도를 바꾸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길게 보았을 때에는 반대의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은 듯 합니다. 재미있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군요.


참고자료

Tom Anderson 의 Google+ 프로필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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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산업에 있어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IBM이라는 이름은 일종의 전설과도 같은 것이었다. 적어도 애플 II를 시작으로 하는 PC의 시대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혜성같이 나타난 애플 II에 대항하기 위해서, IBM-PC를 내세워 80년대에 대대적인 반격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IBM은 진화를 하지 못하는 공룡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다양한 클론들과 워크스테이션의 등장,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철저히 밀려버린 운영체제 시장 등을 통해 거의 죽어가던 공룡을 살린 사람으로는 1993년부터 IBM의 지휘봉을 잡은 루 거스너를 꼽는다. 그러나, 그가 공룡을 살린 방법은 수만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마진이 많이 남는 시스템통합 및 서비스 시장, 그리고 서버 시장에 집중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런 변화는 사실 세계를 호령하던 IBM의 이름 값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었다.
 
그런 IBM의 뒤를 이은 CEO가 바로 현재의 CEO인 샘 팔미사노이다. 2003년 IBM이라는 거함의 선장이 된 그는 IBM이라는 회사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포지셔닝하면서 또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끌어가는 회사의 대명사로 바꾸어 놓는데 성공하였다. 물론 그도 루 거스너와 마찬가지로 비용절감을 위해 미국에서 하던 일을 상당부분 인도로 옮기는 등의 전략도 펼쳤지만, 무엇보다 혁신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회사들이 할 수 없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에 집중투자를 하였다. R&D를 중시하고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IBM을 이끌면서 매해 수천 개에 이르는 특허를 통해 자연스럽게 하드웨어 기반의 컴퓨터 회사를 최고의 지식기반의 회사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한다. IBM의 이런 변신은 마치 커다란 공룡이 작지만 머리가 좋은 현생인류로 진화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샘 팔미사노는 볼티모어 출신으로, 존스 홉킨스 대학을 졸업하고 1973년 IBM에 영업사원으로 자신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꾸준하고 성실한 직장생활을 통해 1990년대에는 글로벌 서비스를 맡게 되는데,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고객들과 만나는 시간으로 할애할 정도로 현장에서의 소리를 듣는 것을 중시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도 매일 적어도 한 사람의 고객은 만난다고 한다. 또한, 출장을 다닐 때에도 어김없이 해당 도시를 혼자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매장에서 어떤 종류의 물건들을 사는지 유심히 살펴보면서 고객들의 미세한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샘 팔미사노는 언제나 단기적인 성과 이외에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중시한다. IBM의 연구자들과의 미팅에서도 항상 적어도 10년 이상을 내다보라고 강조하는데, 결국 미래를 바꾸는 장기적인 기술들이 IBM이라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샘 팔미사노가 최근의 경제위기를 통해 IBM의 사명으로 삼았던 미션은 바로 “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 이다. 네트워크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서 건강의료, 교통, 에너지 등과 같이 현재 지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하게 풀어내야할 문제들의 해법과 같은 거대담론을 중심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 및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기 시작하였는데, 이런 지식기반의 고수익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2010년 IBM은 46.1%라는 경이적인 총매출이익률(gross profit margin)을 기록하게 된다.

IBM이 주최하고 스폰서를 하는 스마터 플래닛과 관련한 스마트 시티 컨퍼런스는 최근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참석자들 모두가 느끼지만, 어떤 테크놀로지 회사가 자신들의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여는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 이외에도 도시를 보다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여러 연구자들이나 심지어는 기술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발표를 하고, 도시와 관련한 다양한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전력 그리드, 교통 인프라와 빌딩, 공장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방안들을 토의하며, 미래에 대한 그림을 다 같이 그려보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효율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여기에 필요로 하는 기술을 소개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과제로 선정하는 작업을 많은 이들과 같이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1년에 한 차례, 팔미사노는 전 세계 7군데에 있는 IBM의 연구소장들과 함께 하루 종일 마라톤 토의를 가진다고 한다. 이 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떤 사업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름 아닌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이며, 이런 새로운 미래가 온다면 회사의 전체적인 전략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려보는 것이다. 이 회의를 통해서 가끔은 경천동지할만한 엄청난 결정이 내려지기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2년의 회의로 당시 회의에서 PC의 시대는 조만간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며, 센서와 스마트 폰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에 IBM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후 3년 간의 준비를 거쳐서 결국 2005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IBM의 컴퓨터 관련 소비자 사업부문을 중국의 레노보에게 전격적으로 매각하는 대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 2007년이므로, 무려 이보다 5년 전에 결론을 내리고 3년 만에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팔미사노 역시 세계적인 부자이지만 검소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거의 20년을 100년 된 코네티컷에 있는 오래된 집에서 살았고, IBM의 CEO가 된 이후에도 매일같이 자택에서 회사까지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면서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도 이제는 IBM의 수장의 자리를 누군가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의 나이가 60세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후계를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가시화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가 그의 뒤를 잇더라도 그가 이룬 공룡을 진화시킨 전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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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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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의 환경에서는 협업이 가능한 작은 기업들의 영향력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작은 기업들은 큰 기업들보다 변화의 적응속도가 빠르며, 혁신의 힘도 강한 경향이 있다. 이들의 역량을 쉽게 받아들여서 같이 커져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협업체계를 갖춘 대기업-중소기업-소비자 그룹은 또 다른 대기업-중소기업-소비자 그룹과 경쟁하는 일종의 컨소시엄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많으며, 결국 이들의 경쟁은 컨소시엄의 혁신성과 협업의 역량총합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될 것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볼 수 있는 "애플 + 독립 컨텐츠 사업자 + 강력한 지지 소비자군 vs. 구글 연합군"의 구도로 결국 이들의 총체적인 협업의 힘과 시스템의 효율에 의한 경쟁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역량의 강화와 이러한 경영변화를 끌어나갈 수 있는 개방형 리더십(open leadership), 소비자 중심의 경영기획전략 디자인 방법 등도 필요하다.  


대량생산 체제의 붕괴
 
미래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기존의 대량생산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정해진 품목에 대해 대량생산을 하고, 이로 인한 원가절감과 가격경쟁력이 중요했다.  현재도 이러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미래는 점점 다품종 소량생산 및 롱테일(Long Tail)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수요에 입각한 비즈니스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이러한 탈대량화 현상은 과거에 중요시되었던 공정과 부품, 근로조건 및 임금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사회현상의 규격화의 중요성도 무너뜨리고 있다. 각각의 생산라인과 자신의 역할에 따라 일을 수행하는 분업과 전문화의 철칙도 무너지고 있다. 과거에는 깨기 어려워 보였던 프로페셔널리즘도 붕괴되고 있다. 인터넷의 개방성과 검색 등을 통해 비전문가로 여겨졌던 사람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철저히 직업적인 기자들의 영역으로 생각되었던 저널리즘과 미디어에 아마추어 블로거들의 참여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프로페셔널리즘의 붕괴는 한두 가지 직업군에 국한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 지지자 중의 한 명인 조너선 지트렌(Jonathan Zittrain)은 인터넷과 웹의 창조적인 힘은 결국 개방형 플랫폼에서 나오며, 누구에게 허락을 받거나 통제를 받지 않고 어떠한 형태의 아이디어나 생각 또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으며, 국경이 없는 인터넷의 개방성의 힘에 대한 강의로 유명하다. 이와 같은 개방 지상주의가 최근 인터넷의 주류적인 사상이라는 것은 모두들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전체적인 변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회사가 일으키는 실험이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그 회사가 바로 애플이다.  


통제가 개방을 이긴다?

애플의 앱 스토어는 역사상 가장 통제가 강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모든 애플리케이션들이 판매에 앞서 애플이라는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구매행위 역시도 애플이 제공하는 방법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제는 개발도구 제한까지 있으니, 개발하는 방법까지도 애플이 통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통제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플랫폼이 역사상 최고의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 수십 만개의 앱들이 수년 정도의 기간 동안 쏟아져 나왔고, 아이폰은 전화기라는 틀을 넘어서 전자책 리더이자 여러 가지 기계들에 대한 컨트롤러, 전자음악 악기, 게임기 등의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글자 그대로 대박신화를 계속 써가고 있다. 여기에 과거라면 마땅히 비난받아야 할 통제적인 정책에 대해서도 수많은 개인 및 소규모 기업들의 개발자들은 별다른 저항없이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막연히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이 우수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결국 창조성과 혁신에 방해가 된다는 기존의 믿음과는 반대되는 결과이다. 어쩌면 적당한 통제와 갇힌 구조가 되려 창조성과 혁신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앱 스토어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현재까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통제가 개방을 이긴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잘못된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 대기업들처럼 통제에 익숙한 곳들에게 통제가 좋다는 잘못된 오해를 하게 만들어서는 더욱 문제일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앱 스토어의 경쟁력은 인간의 심리구조상 복잡함을 싫어하고, 단순한 결정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에 핵심이 있다고 본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단일 지불구조를 채택한 애플 아이튠즈를 통해서 한 번의 터치와 패스워드 입력만으로 앱을 구매할 수 있으며, 특히나 가격이 비싸지 않은 $3 달러 이내의 앱들 같은 경우에 사람들이 쉽게 구매를 결정하여 크게 부담되지 않게 이용하다가 버리기도 하고, 다시 생각나면 추가적인 비용 없이 재설치 할 수 있는 과정이 크게 어필을 한다. 또한, 앱 스토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랭킹 및 선택의 고민을 줄여주는 요소를 도입했는데, 여기에 베스트셀러만 많이 팔리는 히트 구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짧은 주기의 실시간 랭킹 변화와 다양한 카테고리 도입을 통해 판매가 되는 앱의 수를 다변화시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규모 개발회사 및 개발자들에게도 앱 스토어 활성화의 과실을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다시 말해, 원 터치로 싼 앱을 실시간으로 간단하게 다운받아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중소 개발사들이 쉽게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세심한 배려가 잘 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싼 가격의 신기한 앱이 눈에 보이면, 쉽게 사서 테스트할 수 있는 믿음이 앱 스토어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의 검열를 통해 아마도 바이러스나 사용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이상한 앱들이 올라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며, 최소한 시스템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하드웨어 플랫폼과 개발방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것도 비용 측면에서 큰 이익이 된다. 그렇지만, 앱의 승인 과정이나 매출 등에 대한 분배과정, 그리고 개방형 혁신을 쉽게 적용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통제 자체를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분명히 개방에 의한 혁신 가능성이 차단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애플이라는 회사의 이익에 반하거나 상당히 정치적인 이유가 통제에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깔아놓은 안정된 시장과 구조에 있어 개발자나 소비자 모두  통제된 플랫폼이라도 애플의 품을 벗어나서 그를 뛰어넘는 편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동안에는 애플의 정책은 별로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개방형 플랫폼의 철학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믿고 있다. 아무리 애플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를 한 회사가 장악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이 우습지는 않다. 모든 것을 통제된 환경에서 만들고, 유통시키는 한 애플의 성장성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안드로이드가 설치된 스마트 폰과 태블릿들이 점점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애플의 앱 스토어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사들이나 개발자들이 지나치게 많아진다면 그만큼 나눠먹을 파이는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2차 마켓을 노리는 개발자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현재도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개방형 플랫폼 특유의 개방형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등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고, 하드웨어 제조사들 중에서도 정말 뛰어난 회사가 나올 수 있다.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장수들의 출현을 기대하며 ...

"거의 모든 IT의 역사"에 등장한 많은 기업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결국에는 이러한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먼저 깨닫고, 여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고객과 사회적 가치를 많이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예측하기가 힘들다. 또한, 앞으로 어떤 기업들이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될 것인지도 무척 궁금하다. 그러나, 사회의 발전방향이나 미래로의 변화양상은 비교적 명확하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10년 정도 뒤에는 우리나라의 기업 중에서 완전한 주인공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변방에라도 출현해서 칼을 휘두르는 장수와 나라를 언급할 수 있는 수준의 철학을 보여주는 곳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현재의 제조업 기반의 따라잡기와 원가절감의 패러다임으로는 어렵다. 이제는 이런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와있지 않은가? 우리도 새로운 철학과 패러다임을 만들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은 이미 쌓았다. 매출액이 어마어마하고 덩치가 커졌다는 뉴스보다는, 세상을 바꿀만한 패러다임을 내놓는 그런 기업이 국내에서도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P.S. 100편 까지의 연재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이 연재는 단행본으로 출판이 되었습니다. 블로그 연재를 보셔도 좋지만,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보시고 싶은 분들은 책이나, 전자책, 그리고 아이폰 앱북 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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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

거의 모든 IT의 역사. 책으로도 출간이 되었지만, 꾸준히 1주일에 1~2편 정도 연재한 시리즈의 완결이 멀지 않았다. 이제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한 글은 지난 98화를 마지막으로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2회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에피로그를 대신하고자 한다. 이 시리즈를 시작한 것이 2010년 2월 4일이었으니, 무려 1년을 넘게 지속한 연재가 되었다. 굳이 100회를 채우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글을 전개하다 보니 100회에 가깝게 되어 이왕이면 100회를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한다. 이 블로그 포스트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많은 블로그 독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조만간 또 다른 시리즈를 기획해서 시작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

이번 회에는 미래에 대한 키워드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모두들 많이 듣지만, 그 의미 등에 대해서 조금은 정리해서 차분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뒤돌아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맞게 될 미래를 머릿 속에 그려 나가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웹 2.0 시대에서 웹 3.0 또는 웹 스케어드의 시대로?

웹 2.0 이라는 용어가 확실히 널리 쓰이게 된 계기는 2006년에 있었던 웹 2.0 컨퍼런스에서, 현재도 웹과 관련된 각종 기술의 정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팀 오레일리(Tim O'Reilly)가 간단한 정의를 내린 다음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웹 2.0은 플랫폼으로서 집단지성과 참여와 공유라는 기존의 웹 1.0과는 다른 특징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의가 일반화되었다.

요즘 웹 3.0과 관련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웹 3.0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충분한 동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팀 오레일리는 2009년 컨퍼런스에서 웹 3.0 이라는 단어 대신 웹 스퀘어드(Web2)라는 단어를 차세대의 웹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기 시작하였다. 구글 블로그 검색을 해보면 가장 처음 웹 3.0 이라는 용어를 이용한 포스트는 2004년 10월 경에 나온다. 조나스 볼린더(Jonas Bolinder)라 는 블로거는 지난 3년 간 웹 3.0에 대한 정의를 한 내용들을 모아서 목록을 만들기도 했다.

차세대 웹 기술과 관련해서는 많은 내용들을 찾아 볼 수 있지만, 크게 4가지 정도의 그룹으로 만들어 볼 수가 있요. 시맨틱 웹(탈중앙화된 자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 웹 서비스와 API, 모바일 웹과 스마트 디바이스, 그리고 웹 애플리케이션이다. 웹 2.0이 분산, 참여, 공유로 대별되며, 기존의 커다란 섬으로 상징되던 포탈 기술을 작은 섬들의 집단과 이들 간의 다리를 건설하는 방식의 기술이었다면, 그 다음 세대의 웹은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보다 개인화되고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기기가 다변화 하면서 실시간성과 모바일이 중요한 초점이 되고 있다.


위치기반서비스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의 중요성

구글 맵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여러 인터넷 포탈들과 이동통신사 등이 위치기반 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소셜 웹과 모바일로 대표되는 차세대 웹 환경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위치기반 서비스이다. 특히, 광고 시장에 있어서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에 있는 극장이나 소매점,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에 대해 즉석 모바일 쿠폰을 제공하고, 이들에 대한 광고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며, 저장된 휴대폰 사용자의 취향이나 인터넷 사용 예나 트위터 메시지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맞춤형 광고와 주변의 추천 상품 등에 대한 정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기술의 중요성도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웹 2.0의 성공은 이미 인터넷이라는 곳이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가져오는 곳이 아닌, 양방향성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켰고, 이러한 양방향성은 웹과 서버, 그리고 작고 다양한 클라이언트에 모두 맞출 수 있는 형태의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폰의 인터페이스는 정말 커다란 변화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웹 환경역시 이러한 전반적인 트렌드가 적용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과거 HTML이 탄생한 수십 년 전의 환경과 현재의 웹 환경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차이에는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되던 것에서 다양한 사용자의 입력이 동적으로 적용되는 요구가 늘어났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확실히 새로운 웹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변화는 과거 공급자 측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늘려나가던 구호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공급이 아닌 정보를 소비하는 소비자 쪽에서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이를 맞추기 위한 기술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미 애플과 구글은 HTML5 라는 차세대 웹을 지배할 표준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의 웹 환경이 점차 확대가 될 것이다.


일상용품,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경험경제

현대 경제의 근간의 가장 하단에는 일상용품(Commodities)이 있었다. 일상용품이란 땅 위에서 치거나 캐내거나 기르는 것인데 동물, 광물, 식물 등이다. 이를 열린시장에 내다 팔면서 사람들은 생활을 영위하는데, 이것이 농경제의 기본이 되었고 수천 년을 지속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상품(Goods)이 경제의 기본이 되었다. 이를 위해 일상용품은 원자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옮겨간다.

이제는 상품도 일상용품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면서 사람들은 상품와 과거 일상용품이라고 부르던 것들을 유통채널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지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대량생산에 대항하는 여러 소규모 맞춤형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서비스 산업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지난 20년 정도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서비스도 일상용품화 되고 있다. 전화나 인터넷 서비스, 패스트푸드 식당, 미용실 등도 가격과 서비스를 규격화하고 일상적인 가격을 붙여서 경쟁을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로 넘어가게 될까? 서비스가 맞춤화된다면? 새롭게 디자인한 서비스가 특정한 사람에게 너무도 딱 맞는 거라면? 그리고 그것이 만약 그들이 지금 바로 이 순간 필요로 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것이 같은 가격으로 제공될 때 가격과 가치가 일치할까? 이와 같이 각 개인이 원하는 것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개념이 바로 경험(Experience)이다. 앞으로는 경험이 경제가 제공하는 것의 중심이 되어갈 것이다.

좀더 근본적으로 고민을 해본다면, 제품의 경우에는 보통 소유의 개념이 들어가 있어서 따지고 보면 정해진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사용을 통한 어떤 경험의 가치로 치환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서비스는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과 연관이 된다. 그렇다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계를 넘어서 직접 경험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구매 또는 공유하거나 잠시 이용하는 종류의 경제 시스템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훨씬 공정하고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다. 경험이라는 것은 우리 앞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에는 언제나 소비자의 감성이 녹아들어간다.

경험경제와 관련한 TED 강연을 한 바 있는 조셉 파인(Joseph Pine)은 경험경제 시대의 핵심은 진정성(authenticity)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와 관련하여 사업을 영유하는 기업의 진정성과 해당 조직 및 사업의 가치가 실제와 부합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비자의 가치창출과 이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과 같은 소셜 웹 시대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시스템 변화와도 그 맥이 닿아있다. 광고라는 것이 사실과 동떨어질 때,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을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과거와 같이 정보가 개방되지 않고, 비교적 제한된 경험을 하던 시기에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광고와 관계없이 훨씬 나은 경험을 하고 나면, 과거의 형편없는 경험을 제공한 기업이나 사업체, 서비스 등은 이러한 진정성과 신뢰를 잃게 된다. 진정성은 광고로 만들어낼 수 없다.

스타벅스를 경험 경제의 가치를 적용해서 생각해보자. 그들이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는 무엇일까? 기본은 커피이다. 그 핵심은? 제품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커피 콩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일상용품으로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커피 콩의 가격은 몇 십원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볶아내고 갈고, 포장해서 상품진열대에 올라오면 1인분에 몇 백원 수준으로 가치가 증폭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스타벅스의 분위기를 가지고 커피를 만들어서 서비스할 수 있으면 이제는 몇 천원이 된다. 이런 커피 한 잔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것은 감성이고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된 경헙이다.

우리는 이제 신뢰와 경험경제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경제 시스템에서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다 같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복을 위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며,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와 사업을 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제공하는 가치가 진정성의 토대 아래에서 만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런 사회가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하는 목표가 아닐까? 진정성과는 관계없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기만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즈니스라는 미명아래 돈만 거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생각은 접도록 하자. 이제는 더이상 그런 얄팍한 속임수가 통하지 않을 뿐더러, 그런 진정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일반대중에게 외면 받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총체적 품질관리에서 총체적 경험관리의 시대로 ...

경험경제 시대의 가장 큰  변화의 키워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TQM(Total Quality Management, 총체적 품질관리)의 시대에서 TEM(Total Experience Management, 총체적 경험관리)의 시대로의 발전, 그리고 공급자 중심의 사업철학에서 소비자(고객) 중심의 사업철학으로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상호작용을 할 때, 생산관리의 혁신을 통해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총체적인 역량을 쏟아 넣는 것으로 충분했을 수 있지만, 미래의 경영에서는 소비자의 충성도를 얻기 위해서는 여기에 더해 브랜드 아래에서의 소비자와의 상호작용과 경험들을 서비스의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해 졌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제조-서비스 융합의 패러다임이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고객들과의 접점이 중요하다. 고객과의 접점은 대중매체와 같은 일방적인 전달통로 보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와 같은 소셜 웹 서비스를 통해서 그 어느 때보다 직접적이고 친밀한 관계형성이 가능해 졌으며, 고객들을 통한 피드백과 모니터링을 통한 지속적인 혁신과 협업을 지속하는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과거 기획/생산을 담당하던 부서와 마케팅/영업, 그리고 사후관리를 담당하던 부서가 서로 분리되고 순차적으로 일을 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개념으로, 기획/생산/마케팅/영업/사후관리에 이르는 제품/서비스 전주기에 걸쳐 고객과 직접적인 소통과 피드백을 통한 장기적인 교감형성 및 사용자 혁신을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경영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여전히 브랜드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데, 과거에는 주로 특정한 제품군의 단순한 물리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면, 이제는 고객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용자 혁신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위기관리의 대상으로 소비자 그룹들이 하나의 팀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신뢰구축이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에게 불만에 대한 변명을 일삼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개선해 나가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들의 아이디어와 혁신요소를 끊임없이 채용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는 프로세스를 가상의 플랫폼의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소통의 혁신(communication innovation)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내외부 소통이 모두 적극적인 형태로 변해야 하며, 특히 마케팅과 영업부분과 같이 외부소통을 맡고 있는 부서의 경우 단순히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 마케팅 깔데기(marketing funnel)를 이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객들을 끌고 나가는 일방통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밀접한 관계형성(engagement)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쌍방향 언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 제공할 수 없지만, 고객들의 보다 나은 경험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다른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면, 이를 파악하고 해당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해야 한다.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설득을 하기 위한 전략과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정교한 환경디자인(environmental design)이 필요하므로 넓은 시각을 가진 전략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인터넷은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지식과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며, 이런 커다란 역량에 대해 불안해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서 소비자들이 기업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플랫폼을 구성하고, 소비자들의 역량으로 그들의 새로운 창조를 해당 기업 플랫폼을 통해 더욱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같이 나눌 수 있는 전략을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


P.S. 이 시리즈는 이미 완결되어 출간이 되었으며, 전체 내용을 일괄적으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광고된 도서를 구입하시면 보다 충실하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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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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