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연재의 막을 내릴 때가 왔다. 지금까지 다양한 수퍼히어로의 등장의 역사와 그 시대 배경, 그리고 흐름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의 수퍼히어로 창작물들은 어떻게 진행될까?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 동안 전통적으로 보아왔던 수퍼히어로들의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크게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크게 두 가지 트렌드가 눈에 띄는데, 하나는 수퍼히어로 스토리에 영화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시네마틱 수퍼히어로(cinematic superhero)의 세계가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주류 수퍼히어로 타이틀에 다양성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수퍼히어로가 라디오나 TV, 영화 및 게임 등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골든에이지 시절부터이니 수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그 동안의 상황과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그들의 위상이다. 과거 TV와 영화 등에 등장했을 때에는 여전히 서브컬처로서 취급받았고, 가십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제는 TV와 영화 콘텐츠의 메이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미 수퍼히어로 영화들은 편당 수조 원의 매출을 끌어내는 메가 프랜차이즈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이런 경제적인 효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일구어온 수퍼히어로 코믹스의 매출과 수익률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한두 개의 대히트작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여러 작품들이 각각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존의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과 별개로 동작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의 경우 이들 상호간의 연관성을 강화하면서 마치 코믹 북의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아이언 맨 트릴로지의 경우 진행되는 동안, 중간에 크로스오버 영화 이벤트인 어벤저스가 개봉되며, TV에서는 넷플릭스가 데어데블(Daredevil)을 방영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뿐이 아니라 이것은 제시카 존스(Jessica Jones), 루크 케이지(Luke Cage),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등을 런칭시키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일환이다. 에이전트 쉴드(S.H.I.E.L.D.)의 경우에는 MCU에 직접 연관되어 있는 시리즈다.



from marvelcinematicuniverse.wikia.com



마블이 이런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두자 DC도 그 전략을 따르기 시작했다. 최근 개봉했던 배트맨 대 수퍼맨(Batman v. Superman)과 조만간 개봉할 원더우먼(Wonder Woman)의 경우 져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를 직접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TV시리즈로는 그린 애로우(Green Arrow)플래시(Flash)를 등장시키는데, 이들이 과거처럼 각각의 작품과 시리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스토리 라인이 연결되면서 거대한 대서사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제는 이런 스토리 라인이 영향력이 워낙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코믹스 스토리가 영화나 TV의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영화나 TV의 스토리 라인이 다시 새로 나오는 코믹스의 스토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퍼히어로 영화는 또한 더 이상 수퍼히어로 영화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과거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서브 쟝르에는 전형적인 장치와 구조 등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수퍼히어로 영화는 그런 전형성을 거부한다. 예를 들어 다크나이트(Dark Knight) 시리즈는 단순한 배트맨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범죄와 테러리즘과 관련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한 훌륭한 영화였으며,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는 스페이스 오페라로 스타로드(Star-Lord)와 그루트(Groot) 등을 스타로 만들었다. 윈터 솔져(Winter Soldier)는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훌륭한 첩보 영화였고, 앤트맨(Ant-Man)은 멋진 하이스트(heist) 쟝르 영화였다. 모든 영화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의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매우 다양하고 깊이 있게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두 고려하면, 이제는 수퍼히어로 코믹스가 완전히 새로운 시네마틱 에이지(cinematic age)에 들어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런 변화는 대략 첫 번째 X-멘 필름이 탄생한 2000년에 시작되었고, 최근 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코믹스 그 자체의 설정이나 스토리 라인도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들이 많다. 특히 두드러진 것이 여성이나 소수인종 등의 활약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이런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원더우먼이나 블랙팬서 등이 그 사례이며, X-멘은 원래부터 다양성을 포괄하려는 의도가 컸던 작품 시리즈였다. 그렇지만 최근 코믹스에서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캐릭터들은 그 정도가 더욱 파격적이다. 미즈 마블(Ms. Marvel)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이슬람을 믿는 10대인 카말라 칸(Kamala Khan)이며, 캡틴 아메리카는 이제 과거의 팔콘인 흑인 샘 윌슨(Sam Silson)이 맡게 되었다. 얼티밋 마블 유니버스(Ultimate Marvel Universe)에서는 스파이더맨도 히스패닉과 흑인의 혼혈인 마이크 모랄레스(Mike Morales)로 되어 있으며, 그린 랜턴도 흑인인 존 스튜어트(John Stewart)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토르(Thor)가 이제 여자라는 것이다! (그게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블에서 공개한 새로운 토르 from Marvel.com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코믹스 독자의 상당 수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과거 남성 독자가 대다수를 이루었던 것에 비해, 최근 수퍼히어로 코믹물의 여성 독자 비율이 거의 50%에 근접하면서 더 이상 히어로들을 남성적인 시각으로 다룰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와 같은 스포츠 스타 스타일의 히어로들이 그려내는 작품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과거의 여성 수퍼히어로들이 과도하게 섹시한 측면이 강조되었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방향성이다.


물론 이런 변화를 모두가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독자들에게는 저항이 꽤나 심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과거의 독자들이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업는 법 ...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독자들과 새로운 작가들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까? 아마도 수퍼히어로 스토리를 단지 소수의 일부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책과 웹, 온라인과 게임, 그리고 영화와 TV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만나고 이들을 이용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배트맨의 도덕성과 원더우먼의 힘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일부 덕후들의 논쟁거리가 아니라, 점심을 먹으면서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는 캐릭터들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짧지 않은 수퍼히어로 이야기를 시리즈로 연재한 이유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다. 단순히 이것이 미국에서 출발한 이야기이고, 스토리라인이 어떻다고 비평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이유로 이를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런 수퍼히어로 이야기들이 현재 그리스-로마 신화를 취급하는 것처럼 고전으로 다루어질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


이것으로 이 연재를 마친다. 이 내용이 책으로 엮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약간은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연재를 끝내게 되어 가슴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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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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