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시대는 1980년대 중반 시작된 것으로 본다. 과거에 비해 암울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으며, 안티-히어로적인 요소도 많이 등장하고, 윤리적으로도 어느 쪽이 옳은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수퍼히어로들의 삶또한 이런 복잡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을 1985년 각각 출간된 DC의 <무한지구의 위기 Crisis on Infinite Earths>와 마블의 <시크릿워 Secret Wars>부터로 본다. DC의 <무한지구의 위기>는 특히 플래시(Flash)배리 앨런(Barry Allen)수퍼걸(Supergirl)의 죽음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주인공급 수퍼히어로가 사망하고 한동안 등장하지 않은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시크릿워>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블랙 코스튬이 수퍼빌론 베놈(Venom)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배트맨과 안티히어로


그렇지만, <무한지구의 위기>와 <시크릿워>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수퍼히어로의 모던 에이지 최고의 상징적인 작품들은 1986년 프랭크 밀러(Frank Miller)클라우스 잰슨(Klaus Janson)<다크나이트 리턴즈 Dark Knight Returns>알란 무어(Alan Moore)데이브 기븐(Dave Gibbon)<왓치맨 Watchmen>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배트맨의 어두움 속의 다크나이트 Dark Knight라는 이미지는 온전히 밀러가 만들어낸 것이다. 다크나이트 리턴즈는 브루스 웨인이 거의 무정부 상태가 된 고담시를 뒤로 하고 은퇴를 해버린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Jason Todd)는 죽었고, 저스티스 리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수퍼맨이 정부와 함께 수퍼히어로들을 사냥하며, 돌연변이 갱단은 고담을 장악한 상황에서 돌아온 배트맨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다크나이트 리턴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심각한 전개를 유지하는데, 이는 기존의 수퍼히어로물과는 확연히 다른 스토리 진행방식이었다. 이런 변신은 기존의 코믹스계에 성인들이 큰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일조하였다.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다크나이트 리턴즈> from Wikipedia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커다란 성공은 이후 나오는 배트맨 스토리를 계속해서 심각하게 만드는데, 1987년 발표된 <배트맨 이어원 Batman: Year One>에서는 <무한지구의 위기>를 크로스 오버해서 지구-2의 배트맨의 역사를 지워버리면서 제목 그대로 새로운 배트맨 시대를 열게 되고, 1988년에 발표된 <배트맨: 패밀리의 죽음 Batman: A Death in the Family>에서는 <다크나이트 리턴즈>에서 예견한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의 죽음을 그리며, 같은 해 발표된 <킬링 조크 Killing Joke>에서는 배트걸로 활약하던 바바라 고든도 조커의 총을 맞아 불구가 된다. 


어둠과 연관된 수퍼히어로라면 <울버린 Wolverine>도 만만치 않다. 울버린은 특히 수퍼히어로의 흔한 포지션에 반항하는 안티히어로로서의 모습을 X-Men에서 보여주었는데, 이런 모습이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단독 시리즈를 1988년부터 시작해서 2003년까지 큰 인기를 끄는 수퍼히어로로 등극했다. 1974년 처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9권을 통해 빌런으로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낸 퍼니셔(Punisher)는 안티히어로로 변신하여 인기몰이를 하였다. 프랭크 캐슬(Frank Castle)이라는 이름의 퍼니셔는 전직 해병대 특수수색대 출신으로 뉴욕 중심가에서 살고 있었는데, 가족들과 뉴욕 센트럴 파크로 소풍을 나왔다가 갱단의 범죄현장을 목격한 이후 가족들을 모두 잃은 비운의 캐릭터다. 홀로 살아남아 복수귀가 된 그는 스스로 퍼니셔(응징자)라 부르고 거의 모든 종류의 '사회의 악'이라 불리는 범죄조직 및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다닌다. 주로 거물급 범죄자나 증거인멸과 법의 헛점을 이용하여 처벌을 피한 범죄자들을 응징한다. 특히 2016년 방영된 넷플릭스의 <데어데블 시즌 2>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해서 많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데어데블 시리즈에 등장하여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준 퍼니셔



DC의 경우에는 버티고(Vertigo)의 활약이 대단했다. 버티고는 10대 후반 청소년과 성인층을 타겟으로 DC코믹스 산하에 만들어진 그래픽노블 라인업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호러, 19금 표현, 폭력성 등을 마음대로 그려내는 라인이다. 대표적인 수퍼히어로들로 스웜프씽(Swamp Thing), 존 콘스탄틴(John Constatine), 헬블레이저(Hellblazer), 프리처(Preacher), 샌드맨(Sandman) 등이 있는데, DC의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기존의 수퍼히어로들과 큰 접촉 없이 독립성을 가진 스토리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모두 연결되기 시작했다.


모던 에이지는 또한 독립 코믹북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히어로들을 소개하기 시작한 시기다. 가장 유명한 것이 토드 맥팔레인(Todd McFarlane)의 스폰(Spawn)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안티히어로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퍼니셔와 마찬가지로 악당은 닥치는데로 처단한다.



1997년 워너브러더스에 의해 영화화되어 어두운 안티히어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스폰



왓치맨, 모던 에이지의 화룡점정을 하다


그렇지만, 모던 에이지의 가장 중요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한다면 <왓치맨 Watchmen>을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원래는 12권의 시리즈로 발매되었지만, 이후 한권으로 통합되어 출간되었다. <왓치맨>은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부터 2005년까지 출간된 최고의 소설 100권에 그래픽 노블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하였다. 동시에 SF소설 최고의 영예인 휴고상도 받았다.


스토리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와 프롬 헬(From Hell)로도 유명한 앨런 무어(Allan Moore)가 맡았고, 데이브 기븐스가 그렸다. 앨런 무어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을 감시하는 권력체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스토리의 뼈대를 이룬다. 여기에 수퍼히어로물 쟝르의 특징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다면적이면서도 진중한 다양한 이야기가 198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도 이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from 나무위키: 영문 오리지널판을 사가지고 와야지 ...



아래는 나무위키에 나오는 왓치맨 스토리의 요약이다.


정부의 승인 없이 활동하는 자경단원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킨 법령'이 제정된 1977년 이후, 정부들로부터 허가를 받은 극소수의 자경단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경단원들은 활동을 그만두고 은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활동을 그만둔 자경단원들은 제각각 다른 결말을 맞으며 점점 세상에서 잊혀져 간다. 그리고 1985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활동 중이던 코미디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불법적으로 자경단원 활동을 해 왔던 로어셰크는 과거에 자경단원이었던 자들을 찾아다니며 코미디언을 죽인 범인을 알아 내려고 한다.


그런데, 스토리 요약으로는 이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수 많은 복선과 메시지,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 등이 곳곳에 넘쳐난다. "수퍼히어로들 때문에 경찰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니 그들에게 일자리를 돌려달라!"는 시민들의 폭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작화에서도 말풍선을 쓰지 않아서 더욱 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작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수 많은 설명되지 않은 복선과 등장인물 등이 계속 펼쳐지는데, 이들이 마지막에 모두 만난다. 주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도 입체적이다. 소시오패스인 로샤(Rorschach), 스릴을 찾아 헤매는 나이트 아울(Nite Owl)과 실크 스펙터(Silk Specter), 메갈로매니악 오지만디아스(Ozymandias), 엉뚱함의 극치를 달리는 히어로 닥터 맨하탄(Dr. Manhattan) 등 다른 작품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수퍼히어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골든 에이지에는 수퍼맨이 나치와 싸운다. 왓치맨에서는 유일한 강력한 수퍼히어로인 닥터 맨하탄이 베트남 전쟁 동안 베트남 국민들을 마구 공격하는데, 그 이유가 다른 소수의 베트남 사람들이 그에게 절을 하고 경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촌철살인의 대사들을 던진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진정한 수퍼파워를 가진 캐릭터는 그저 미국이 사용하는 거대한 대량살상 무기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려워하고 떠받들라는 이야기다 ...

 

여튼 모던 에이지의 수퍼히어로 작품들은 보다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면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기에 특수효과의 발달과 함께 영화산업과 결합하면서 실로 커다란 변화를 할 채비를 갖추게 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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