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의 브론즈 에이지는 1970년 대부터 1980년 대 중반까지로 본다. 정확한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몇몇 대표작들의 등장을 현대판 수퍼히어로의 시대로 넘어가는 작품들로 본다. 그 작품들이 바로 <무한지구의 위기(Crisis on Infinite Earths)>, <왓치맨(Watchmen)>, <다크나이트 리턴즈(The Dark Knight Returns)>, 그리고 <마블 시크릿 워즈(Marvel Secret Wars>로 이들이 브론즈 에이지의 마지막 작품들이자 동시에 현대판 수퍼히어로 코믹스의 시대를 연 작품들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들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본다.


브론즈 에이지는 수퍼히어로들이 성장해서 드디어 악당들과 대결하고, 이들을 체포하며, 지구에 평화를 가져오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과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수 많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를 해결하거나 고뇌하는 스토리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영웅적인 수퍼히어로물을 좋아했던 사람들과는 또다른 많은 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문화적인 변화


이런 개념의 변화는 1970년대 미국을 강타했던 문화적인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1960년대의 반전운동과 시민권 운동, 여성해방운동 등의 사회적인 운동의 여파가 전 미국으로 번져 나갔다. 이에 따른 희생도 많았다. 1970년 5월 4일에는 미국 오하이오 주 켄트에 위치한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오하이오 주방위군이 학생들에게 총기난사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4명이 사살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당시 학생들은 미국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것에 대해 닉슨 대통령이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를 발표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전체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면서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수백개 학교에서 8백만 명의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고, 이로 인해 전국적인 휴교가 진행이 되고 미국의 여론도 크게 분열되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1960년대 말의 사회적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침묵하는 다수"의 보수적인 미국인들의 지지를 얻어서 대통령이 되었지만, 지지자들은 곧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닉슨은 1974년 여러 가지 정치적인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리하게 도청을 하던 것이 발각되고, 그의 정직성에도 큰 흠집을 남기는 소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중도에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석유파동과 1978년의 스리마일섬의 원자력발전소의 노심용융에 의한 핵연료 누출 사고 등으로 인한 반핵 운동 등이 나타나면서 자원을 보호하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새로운 시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쟁 이후 엄청난 성장과 발전에도 대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빠른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석유와 일자리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새롭게 등장한 중산층들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대항문화(counter-culutre)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연관글:

2013/04/30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13) - 1970년대, 대항에서 공생으로

2013/03/28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10) - 해커정신과 아르파넷의 꿈

2013/01/31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5) - Stay Hungry, Stay Foolish

2013/01/24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4) - 대항문화의 탄생과 LSD




브론즈 에이지의 스토리라인


브론즈 에이지의 가장 유명한 스토리라인 몇 가지를 살펴보자. 1979년 아이언맨의 "Demon in a bottle" 에피소드는 현재까지도 명작 스토리 중 하나로 꼽힌다. 쉴드(S.H.I.E.L.D)가 국가 보안을 이유로 스타크 기업을 인수하려 하자 이에 상심한 토니 스타크가 고민하며 해외출장길에 오른다. 그러면서 비행기에서 마티니를 계속 마셨는데, 하늘에서 탱크가 날아와 비행기의 날개를 부수게 된다. 이에 아이언맨으로 변해 여객기를 구한 토니 스타크는 네이머(Namor)가 탱크를 집어던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이머와 싸우게 되는데, 너무 마티니를 많이 마신 탓에 순발력이 떨어져 네이머에게 밀려 바닷 속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아이언맨 수트의 작동이 정지해 익사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를 네이머가 구조를 한다. 알고 보니 진짜 악당은 자신에게 정보를 알려준 군인인 척하던 인물들 임을 알게 되어 네이머와 싸우고 이들을 처리한 뒤에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다시 수트가 오작동한다. 그러나, 수트를 아무리 조사해도 문제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후 스토리 진행과정에서도 수트가 자꾸 오작동을 하여 급기야는 외교관을 살해하기도 하자 결국 수트를 압수당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기 위해 수트없이 캡틴 아메리카에게 무술을 조금 배우고 앤트맨에게 얻은 힌트를 통해 진상을 알기 위해 모나코로 간다. 알고 보니 저스틴 해머라는 악당이 스타크 기업을 몰락시키기 위해 아이언맨 수트를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던 것 ... 모든 것을 알게 된 토니는 탈출해서 수트를 조작하는 기계를 파괴한 뒤, 몰래 가져온 보조용 수트를 입고 악당들을 물리친다. 이후 결국 아이언맨의 누명은 풀리지만 거리의 소녀가 자신을 살인자라고 부르는데 충격받아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베서니와 자비스와의 관계도 악화된다. 토니의 알콜중독 증세를 보다못한 베서니는 자비스의 노력이 후반부를 장식한다. 이 에피소드는 전형적인 스토리도 들어가 있지만, 토니 스타크가 알콜 중독을 이겨내려는 모습을 진지하면서도 가슴에 와닿게 다룬 후반부의 내용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언제나 장난꾸러기같고 가벼워 보이던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from 나무위키



아이언맨의 알콜 중독 스토리와 연관되어 또 한 가지 중요했던 것은 코믹스에 대해 윤리강령을 강요했던 만화검열위원회(Comics Code Authority)의 지시에 대해 스탄 리가 반기를 꾸준히 들었다는 점이다. 만화검열위원회는 코믹스에 약이나 술과 같은 것들의 등장을 아예 금지시켰고, 이에 대해 스탄 리는 1971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96권부터 98권에 걸쳐서 해리 오스본(Harry Osborn)이 약물을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는 큰 히트를 하게 되고, CCA는 할 수 없이 이것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그려진다면 약물이나 술 등이 작품에 등장해도 좋다고 윤리강령을 수정하게 된다. 그린 랜턴 / 그린 애로우 85권에서도 그린 랜턴과 함께 하는 스피디(Speedy)가 헤로인을 투약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브론즈 에이지에서 가장 중요했던 스토리라인 상에서의 사건은 그웬 스테이스(Gwen Stacy)의 죽음이다. 그린 고블린과의 대결 과정에서 다리에서 던져진 그웬 스테이시를 구하려고 스파이더맨이 그물을 쏘았으나, 그물에 걸린 반동으로 그녀의 목이 꺾여서 죽고 만 것이다. 어찌보면 황당하다 할 수 있는 이 스토리에 1970년대의 분위기가 묻어있다. 비록 선한 의도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 결과가 실패이거나, 심지어는 더 나쁜 상황을 몰고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스토리는 그 때까지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던 코믹스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팬덤(fandom)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 작품은 당시까지 천편일률적이었던 수퍼히어로 독자층이 다양화되고 보다 커다란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제 무결점의 수퍼히어로의 시대는 갔다. 일부는 알콜중독자 또는 약물중독자이고, 일부는 실수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되기도 하며, 동료들과 싸우거나 사기를 치기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수퍼히어로라는 스토리라인에 보다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과 관련한 에피소드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