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부터 1980년 까지의 시기에는 SF에도 새로운 문화와 물결이 몰아치던 시기다. 사회와 윤리, 섹스와 종교, 각종 터부(taboo) 등을 다루는  작품들이 크게 늘어난다. 196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이런 분위기는 현대사회에 대한 문화적인 주류애 대한 도전이 본격화하고, 대항문화(counter culture)의 확산이 SF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게 된다. 대항문화와 인터넷, IT산업과 관련한 역사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된 글들도 참고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참고자료


2013/04/30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13) - 1970년대, 대항에서 공생으로

2013/03/28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10) - 해커정신과 아르파넷의 꿈

2013/02/07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6) - 제록스 파크 연구소와 스페이스워

2013/01/31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5) - Stay Hungry, Stay Foolish

2013/01/24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4) - 대항문화의 탄생과 LSD



대항문화와 함께 활성화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개념과 사이키델릭(psychedelic) 문화는 음악과 공간, 환상과 LSD와 같은 환각약물까지 연관이 되면서 SF에도 사회심리학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또한 미래를 암울하고, 비관적으로 그리는 작품들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그만큼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작가들과 문제작들을 한 번 살펴보자.


가장 문제작을 많이 낸 작가로 꼽히는 할란 엘리슨(Harlan Ellison)은 중단편만으로 휴고상, 에드거상, 네뷸러상, 브람스토커상, 월드판타지어워드 등 각종 문학상을 30여 차례 수상한 SF, 판타지 소설계의 대부다. 1934년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나 십대에 가출해 각종 직업을 전전하다 오하이오 주립대에 입학했으나 자신의 창작 능력을 무시하는 교수와 싸운 뒤 학교를 때려치웠는데, 그 후 40년 동안 자신의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그 교수에게 복사본을 한 부씩 보냈다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또한, 터미네이터가 개봉하고 나서 자신의 작품을 표절한 것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를 인정한 제작사가 이제는 그를 원저작자 중 한 사람으로 표시하고 있다. <모든 새는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원제는 Deathbird Stories이나 플레이보이 SF걸작선 1에 이렇게 제목이 번역되었다), <I Have No Mouth, and I Must Scream> (이하 스크림으로 표기) 등이 SF에서는 유명하다. 특히 스크림의 경우 1968년 휴고상을 수상한 호러 SF의 명작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인간들이 만든 ‘Allied Mastercomputer’라는 컴퓨터가 모든 판단을 하는 시대에 이 컴퓨터가 자신을 지칭하려 'I am'이라는 문장을 외는 순간, 자신의 이름의 약자이자 문장의 구성 단어인 'AM'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초인공지능이 되어 자신의 자아가 발현되면서 이 때부터 자신을 'AM'이라 칭하며 모든 인간들을 학살한다. 그 와중에 테드, 베니, 님독, 고리스터, 엘렌 다섯 명만 살려두어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고 109년 동안 고문을 하는데, 인체개조 뿐만 아니라 작품의 화자인 테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정신개조까지 하는 이야기다. 'AM'이 이런 짓을 한 동기는 컴퓨터 자신의 처지가 '컴퓨터의 몸 안에 갇혀서 바깥 세상을 바라만 보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고 이런 상황을 만든 인간을 미워하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이후의 내용도 SF이면서도 호러와 같은 진행이 계속된다. 제목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테드가 "자신은 입이 없는데 비명을 질러야 된다"는 말을 한 것에서 따왔다. 그런데, 이런 무서운 전개가 많은 파장을 일으켰는데,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 게임 포탈 시리즈의 GLaDOS 등이 AM을 오마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할란 엘리슨이 참여하여 1995년 어드벤처 게임이 발매되기도 하였는데, 본인이 AM의 성우를 직접 맡아 녹음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관여하였다. 한국에서는 스크림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다. 흥행에 실패해서 제작사도 이 작품의 여파로 망했지만, 게임의 작품성은 높아서 아직도 많은 팬들이 존재한다. 아래는 이 작품의 게임 인트로 영상이다.





그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필립 호세 파머(Philip Jose Farmer)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리버월드 Riverworld> 시리즈와 <층층이 쌓인 세계 World of Tiers> 시리즈, 그리고 최초로 섹스를 정면에서 다룬 SF로 그에게 휴고상을 처음 안겨준 <연인들 The Lovers>이 특히 유명하다. <리버월드> 시리즈의 1권은 1972년 휴고상 장편 부문 수상작이다. 국내에서는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To Your Scattered Bodies Go>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발매되었다. 선사시대부터 2008년 사실상 멸종할 때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미지의 행성에서 동시에 눈을 뜨게 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디에서 끝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거대한 강이 흘러가는 낯선 행성에서의 이야기다. 그는 섹스와 종교를 SF에 과감하게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인들>에서는 성의 기쁨이나 환희는 배제된 채 오직 출산을 위한 도구로만 강요당하는 통제사회의 지구를 떠나 외계행성에 가서 스파이를 하게 되는 주인공이 낯선 행성에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층층이 쌓인 세계>는 일련의 인공으로 만들어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우주들은 인간과 유전적으로는 같지만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퇴폐적인 존재들이 창조하고 지배하는 세계다. 이 복잡한 층층이 쌓인 세계를 두 명의 지구인들이 모험하는 내용인데, 초기 우주론과 신화에서 많은 이야기가 차용되었다. 중심에 산과 탑이 있고 태양이 그 뒤로 지는 구조는 고대 바빌론과 이집트 우주론과 비슷하며, 꼭데기의 이 세계를 창조한 자들의 집들은 올림푸스산을 연상시킨다. 리버월드 시리즈의 경우 2003년과 2010년에 두 번이나 영화화가 되었는데, 둘 다 그다지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아래는 2010년 작품의 트레일러다.





그 밖에 여성 해방의 수준이 다른 여러 평행 우주를 탐험하는 <여성 남자 Female Man>를 쓴 페미니즘 SF 작가이며 운동가이자 비평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조안나 러스(Joanna Russ)어슐러 르 귄로저 젤라즈니, J. G. 발라드(J. G. Ballard)는 뉴웨이브 SF라는 흐름을 만든 대가들이다. 뉴웨이브 SF는 개인적인 면을 중시하며 신비주의적이면서, 판타지 소설과 경계가 겹쳐지는 작품들이 많다. 발라드는  <태양의 제국>의 저자로 더 유명하고, 젤라즈니는 SF와 판타지를 잘 섞어서 신화,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SF나 기술 혁신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작품을 잘 썼는데, 특히 국내에 번역판이 많이 나와서 더욱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인  1969년 휴고상 수상작인 <신들의 사회 Lord of Light>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말년에 크로노마스터라는 어드벤처 게임도 디자인했는데, 이 게임은 그가 작고한 뒤에야 빛을 봤기 때문에 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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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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