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표한 홀로렌즈(HoloLens)라는 기술과 구글이 큰 투자를 진행한 매직리프(MagicLeap)라는 기업에서 우리가 보는 세상에 가상현실을 접목해서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가상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놀라운 데모를 연일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를 이용해서 마치 원격지에 있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나타나는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 홀로그램으로 순간이동을 했다는 의미)이라는 기술을 지난 3월 25일에 소개했는데, 영화 스타트렉에서 보던 순간이동이 이런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거기 지금 한 밤 중일텐데. 괜찮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민서였다. “에이, 그렇다고 선우 결혼에 빠질 수 있나. 그런데 자다 깨서 차려 입느라 스타일이 좀 그렇다.” 성혼 선언문 낭독 뒤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계속 하품을 하던 민서는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민서 빠진 건 티도 안 나게 식장에 사람이 참 많긴 많았다.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다. 홀로그램 통신을 통해 옛날처럼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예식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하객 천 명 정도는 기본이다. 그래서 당연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잘 살펴보면 모를 수밖에 없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고, 인간의 감각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런 시나리오도 꿈이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인간은 시각과 청각, 촉각과 미각, 후각이라는 5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인간의 감각도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가장 눈에 띄는 센서는 카메라인데, 카메라에 컴퓨터나 마찬가지인 스마트폰이 연결되다보니 인간의 눈으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졌다. 독특한 필터들을 이용해서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변형시키는 것은 물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이용하면 카메라에 보이는 사물이나 풍경에 설명이 붙거나 3차원의 가상의 물체들이 같이 보이는 등의 다양한 혼합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촉각과는 조금 다르지만, 스마트폰에는 가속도 센서라는 것도 있다.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기울이는 등의 동작을 인식해서 여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이용할 수 있다. 주사위를 화면에 보이게 한 뒤에 흔들면 던진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보여주거나, 스마트폰을 기울이면 자동으로 화면이 전환되는 것이 모두 이런 가속도 센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까지 구현되지 않은 미각과 후각은 어떨까? 미각과 후각은 기본적으로 화학적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현이 쉽지가 않지만 기술적으로 미각과 후각을 흉내낼 수 있는 화학센서들이 개발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악세서리의 형태로 짠맛이나 매운맛, 단맛 등을 느끼고, 그 정도를 수치화하는 센서들이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처럼 기술은 인간의 감각도 변화시킨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와 감각의 확대를 일으키는 혼합현실(Mixed Reality)라는 개념의 원조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에서 출발했다. ‘현실을 증강한다’는 증강현실은 1968년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가 발표한 논문이 그 시초로 꼽힌다. 그가 발표한 당시의 논문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역사에서도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오늘날의 가상현실 기기와 유사한 머리에 쓰는 HMD(Head-Mounted Display)를 이용한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당시 컴퓨터 성능의 문제로 매우 단순한 와이어 프레임 정도만 실시간으로 표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Morton Heilig가 개발한 센소라마(1962년, 왼쪽). Ivan Sutherland 가 개발한 HMD(Head Mounted Display)



보다 현실적인 증강현실 기술은 1992년 톰 코델(Tom Caudell)이 ‘증강현실’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면서 태동하게 된다. 역시 HM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기술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었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증강현실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컴퓨팅 단말기의 성능과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컴퓨팅 환경이 상업화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최근의 일이다. 


그렇다면, 증강현실의 정의는 무엇일까? 먼저 위키피디아에서는 “실세계와 컴퓨터가 생성해낸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결합해서 보이는 것” 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혼합현실이나 감각의 증강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조금 다른 정의로 증강현실 컨소시엄(Augmented Reality Consortium)의 회장인 로버트 라이스(Robert Rice)가 정의한 것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증강현실은 현재 자신의 위치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의 맥락과 관련한 종류의 미디어가 자신의 현실(실체)를 증강하거나 더 낫게 보여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그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증강현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이 된다. 과거 전통적인 정의가 전달의 방식이나 보여주는 요소, 3D 모델링, 사물의 인식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현재의 위치와 사용자가 하려는 동작 또는 의도 등을 모두 포함해서 포괄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감각과 능력을 증강시키는 기술들을 잘 활용하게 되는 인간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1960년 맨프레드 클라인즈(Manfred Clynes)와 나단 클라인(Nathan Kline)은 《사이보그와 우주》라는 책을 통해 자체조절이 가능한 인간-기계의 결합인 사이보그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강화된 인간을 표현했는데, 사이보그는 사실 로봇기술과의 관계가 강하기 때문에 오늘 이야기하는 주제인 증강현실이나 사용자 경험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급부상하는 개념은 증강휴먼(Augmented Human)이다. 증강휴먼이란 증강현실에서 육체적, 지적, 사회적 능력을 강화거나 확장한 인간을 말한다. 인간의 오감을 능가하는 새로운 감각을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들은 증강휴먼 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에는 인간의 오감을 능가하는 전혀 새로운 감각들이 들어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GPS 라고 불리는 위치센서다. 인간은 자신이 있는 위치가 지구상의 어디에 있는지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은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와 인터넷과 연결된 무선망 또는 무선전화망의 신호를 조합해서 현재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버스카드나 지하철카드 등에 이용되는 RFID 라는 기술의 칩을 감지하는 것은 전기나 자기를 감지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은 현재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위치, 전기, 자기 등을 느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이런 감각이 기존의 시각, 청각, 촉각 등과 연계되어 사람들에게 전달해 준다면 우리에게 훨씬 많은 정보와 경험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위치센서를 통해 현재의 위치에서 가까운 맛집정보를 보여준다든가 하는 기술이 가능하기에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모두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모두 기본적으로 안경처럼 쓰고서 빛을 눈에 투과시켜서 영상을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강한 빛을 망막에 오랜 동안 비추게 되면 시력저하나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현상 등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적절한 임상실험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부작용으로 '사이버 멀미(Cybersickness)'도 나타날 것이다.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기를 오래 착용할 때 멀미를 하는 것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오심과 구토 등을 일으키는 경우다. 이런 증상은 3D 영화나 TV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는 가상현실 환경에서 뇌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소위 ‘먹통현상(brain shutdown)’이 발생한다는 발표도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좀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에 의한 인지장애도 간과할 수 없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에 매혹되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같이 사실 상 가상현실 3D 콘텐츠가 증강현실의 형태로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섞여서 보인다면 실제 사물에 대한 인지에 혼란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증강현실, 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하고 이동을 하거나,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려고 할 때에는 경고를 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혼합현실과 증강휴먼 등의 첨단 기술은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가장 중요하고도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기술들이다. 그렇지만, 이런 기술들이 언제나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술이 보급될 때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파악하고, 적절한 대처를 통해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P.S. 이 글은 2015년 5월 20일자 경향신문 "정지훈의 미래세계"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제목과 약간의 내용 변동 등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