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하이라인 from Wikipedia.org



지난 4월 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된 DDP 포럼에서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 모빌리티라는 주제로 다양한 미래 도시와 교통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가 있었다. 필자도 여기에 발표자로 나서서 미래의 도시에 대한 단면들을 이야기하였는데, 이제는 이런 이야기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현안이 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미래의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이 도시의 인구집중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래도시의 주도적인 형태가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견해 차이가 있다. 일부에서는 메가시티(mega city, 인구 천만 명이 넘는 초대형 도시)가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다른 일부에서는 인구 50만 명이 안되는 중소 도시의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을 연결하는 분산된 도시 인프라가 정착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과학 SF영화에서 그려낸 미래 상에는 인구 천만 ~ 3천만 정도가 초고층 빌딩이 있는 지역에 밀집되어 몰려 살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경우가 많은데, 대체로 이와 같은 메가시티가 많아지는 쪽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과거에는 압도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산된 중소도시의 네트워크화가 더 현실적인 미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떤 쪽일까? 기본적으로 서울은 인구 천만에 육박하는 전형적인 메가시티다. 그렇지만, 앞으로 서울의 발전방향이 메가시티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인구 천만을 넘기면서 전형적인 메가시티로 성장하던 서울이 최근에는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분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강북의 4대문 안에 집중되었던 다양한 도시 인프라가 강남개발과 함께 강남-강북의 양대 도심체계로 진행되었다가, 최근에는 분당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경기남부 클러스터, 상암동 지역에서 고양시와 파주까지 연결되는 서북 클러스터, 구로와 광명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 남서 클러스터 등과 같이 산업의 중심도 특성에 따라 분산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주거 지역도 좀더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약간은 떨어져 있는 이런 분산화된 도심을 빠르게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이 되고 있다. 이런 형태의 변화는 서울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도시에서 공통으로 관찰할 수 있는 변화다. 더 이상 도시의 규모가 커지고, 집중되기 보다는 중심도시가 있고, 그 주변의 중소도시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이들 간의 연결과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형태의 도시 형태가 도시발전 양상의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이미 지방자치의 전통이 강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며,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에는 대형 도시가 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다가 최근 들어 분산도시가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후진국들의 경우에는 당분간 메가시티로의 발전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더 많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높이는 일종의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지나치게 규모가 커져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이런 도시집중화 현상이 주는 이득이 더욱 크며, 이와 같은 자연스러운 메가시티의 등장은 과거 도시의 발전과 관련한 다양한 역사에서도 증명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현대적인 도시는 대체로 도로를 중심으로 건설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것이 자동차가 중심이다. 그런데, 최근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덜 운전을 하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늘어가고, 최근 좋다고 하는 도시들에는 자전거를 쉽게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이는 어느 한 나라의 경향성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모두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다양한 공유자동차 기업이 활성화되면서, 아예 차를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이는 전형적인 미국사람들의 경우에는 생활의 엄청난 변화를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출퇴근 할 때는 물론이고 가까운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가거나, 쇼핑을 하러 가거나, 놀러갈 때에 차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할 수 없는 도시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걸어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도시의 개념을 도입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워싱턴 DC 등의 경우에는 "걸어다니는 도시"의 개념에 맞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당연히 다양한 좋은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차를 버리고 걷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면서 시민들의 살이 빠지고, 스트레스 레벨도 감소하며, 도시의 전반적인 교통체증도 완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차량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의 감소, 그리고 과거에는 몰랐던 도시의 명소들이나 공원, 소매점 등도 활성화가 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대중교통과 자전거, 걸어다니는 생활패턴을 중심으로 "걸어다니는 도시"를 지향하는 미국의 대도시들은 뉴욕,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가 꼽히며, 이들 도시들은 "자동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믿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차량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는데, 과거 16세가 넘으면 자유의 상징으로 운전면허를 따고, 이를 축하하면서 1인 1차량을 당연시했던 분위기가 최근에는 커다랗고, 비싸며, 위험한 인공 기계장치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개개인이 차를 멀리하면서 건강하고, 경제적인 이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된다는 것은 가치관의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진다. 유럽에서는 이미 이렇게 걸어다니기 좋은 도시들이 많다. 중세에서 근대의 도시는 본래 걸어다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이었기에, 소규모 시장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작은 상점과 레스토랑 등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이 걸어다니기 좋은 도시라는 개념은 20세기 들어 자동차와 함께 광풍처럼 몰아쳤던 자동차를 통해 접근하는 교외의 베드타운과 다운타운 공동화현상을 대체하면서, 21세기형 새로운 도시생활의 트렌드를 만들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인 가치관의 변화는 이렇게 도시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걸어다니는 도시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성공사례는 아마도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일 것이다. 하이라인은 뉴욕 시에 있는 길이 1마일(1.6 km) 공원이다. 1993년 개장한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영감을 얻어, 웨스트 사이드 노선으로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에서 운행되었던 1.45마일(2.33km)의 고가 화물 노선을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해서 공원으로 재이용한 장소이다. 공원은 12번가에서 남쪽으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에서 30번가 까지 뻗어나가, 첼시 지구를 지나고, 재비츠 컨벤션 센터 근처의 웨스트 사이드 야드(West Side Yard)까지 달한다. 이 공원이 개장하면서 시민들에게 휴식과도 같은 공간이 생겼을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면서 주변의 상권 등이 발달하는 등 다양한 부수효과를 누렸다.


뉴욕의 하이라인 국내의 사례인 제주의 "올레 길"도 비슷한 성공사례다.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 사람들이 오고 싶도록 만드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커다란 대도시의 생활에 지친 수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매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큰 돈을 들여서 아스팔트를 깔고, 자동차들을 위한 도로를 내고, 커다란 빌딩을 짓고 최첨단 클러스터를 만들거나 리조트를 유치한다는 멋진 계획이 사람들을 현혹하기는 쉽지만 되려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지역의 좋은 길들을 잘 찾아내고, 걷거나 간단히 자전거를 빌려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공유경제 등의 개념을 잘 엮어서 선사하는 것이 훨씬 지속가능하면서도 경제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미래의 도시에 대해 생각할 때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보기 보다는 이렇게 도시가 가지는 실질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라틴어로 평평한 땅을 의미하는 플라토(Plateu)라는 용어와 형태를 의미하는 폼(Form)의 합성어로 보통 기차가 들어오고 나가기 쉽도록 평평하게 닦아서 높인 땅을 말한다. 이런 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기차에 오르고 내릴 수 있으며, 사고없이 기차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같은 맥락에서 비행기에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는 터미널이나 배를 접안할 수 있는 부두 등도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흔히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통적인 요소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쉽고 저렴하게 활용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혼자서 만들 수 없는 수많은 공통요소들을 제공해서 매우 쉽게 뛰어난 모바일 소프트웨어들이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렇다면, 도시를 플랫폼으로 본다면 어떻게 될까?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일종의 거대한 네트워크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런 거대한 네트워크가 제대로 동작할 수 있도록 공통적인 요소를 제대로 조율하는 것이 도시의 존재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도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도시를 플랫폼으로 본다면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도시의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관계를 어떻게 현명하게 사회적 가치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어떻게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할 것인지, 환경문제나 교통문제, 그리고 응급대응시스템, 상하수도와 쓰레기 처리 등과 같은 도시의 공통 인프라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집행하는 것이 플랫폼으로서의 도시가 성공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미래의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인간중심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자본집약적인 건축물의 등장과 거대한 공사판을 만드는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도시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이 글은 경향신문 <정지훈의 미래세계> 에 기고되어 지난 4월 29일에 발행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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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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