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 사이의 역사적인 바둑 대전을 계기로 인공지능이 단순한 학술연구 수준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들이 널리 퍼지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사회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지난 2011년 IBM의 왓슨(Watson)이라는 수퍼컴퓨터가 인간들의 자연어를 이용한 퀴즈쇼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뉴욕의 유명 암센터에 도입되어 의학의 혁신에도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2년에는 알파고에 도입된 딥 러닝과 관련한 기술들이 크게 발전하면서 IBM 뿐만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와 중국의 바이두 등이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해서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들어갔고, 그런 노력의 결실 중 하나로 4년이 지난 오늘 알파고와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실생활 구석구석으로 파고들 수 있는 준비가 사실 상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알파고와 같은 특화된 서비스 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제공하는 공개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초보 프로그래머도 간단히 자신들의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인공지능 기술개발이 굉장히 쉬워졌다. 이렇게 되면 마치 증기기관이 도입되면서 농경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들어가는 산업혁명이 일어났듯이 인공지능의 일상화와 함께 기존의 IT 및 인터넷 인프라가 결합하여 새로운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들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혁명의 시대에 고민해야 될 것은 단순한 산업과 경제적인 변화만이 아니다. 법률이라든가 우리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인프라 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놀랍게도 이런 것들을 가장 먼저 걱정했던 이들은 바로 SF영화와 소설을 창조해낸 작가들이었다. 헐리우드의 극작가들이 주도가 된 헐리우드 미디어에서 후원을 통해 2012년부터 위로봇(We Robot)이라는 컨퍼런스가 개최되고 있다. 이 컨퍼런스는 미국의 플로리다 법대, 스탠포드 법대 등이 주로 참여해서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번갈아가며 열린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법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주된 목표인데, 법안의 초안을 새로 제출하고 법안과 관련된 공청회도 진행되며, 다양한 사례의 모의법정도 열린다. 법학자·사회학자·과학자·엔지니어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증대시키면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때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그런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야 할텐데, 최근 북유럽 등에서 논의되고 일부 국가에서 시행에 들어간 기본소득제는 이러한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인 정비와 사회적 합의의 하나다. 가장 중요한 과거와의 시각 차이는 노동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의 수입은 보장하며, 이를 위해 사회의 분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발상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보장제를 강력하게 시행해온 북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쉽게 실험에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벤처캐피탈들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담론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적 합의가 되더라도 인간들이 일을 안하고 빈둥거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간은 아마도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을 것이며,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이라는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런 삶을 위해서 경쟁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념적인 측면이나 철학도 새로운 주류가 탄생할 것이다. 


마치 농경시대에는 땅이 가장 중요한 생산의 도구였고, 땅을 지배하기 위해 정복전쟁이 수시로 진행되었으며 군주와 규율 및 사람들의 의지를 모으기 위한 여러 종교들이 생겨났고, 산업시대에는 자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자본주의가 탄생하고 이에 반발한 공산주의 이념이 250년 전에 등장해서 우리 사회 전반이 이들의 갈등과 조정을 통해 현대의 주된 사회적 합의 및 변화가 진행된 것처럼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의 발전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다양한 이념과 철학이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다. 트랜스휴머니즘 주의자들은 어차피 인공물과 인간이 결합될 수밖에 없으며, 이럴 경우 인간은 새로운 진화를 겪게 되니 여기에 저항하기보다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주장한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은하철도 999>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비슷한 이슈가 제기된다. 철이와 메텔이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는데, 이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은 결국 기계 몸으로 자신의 신체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만화의 핵심은 결말에서 유한한 삶을 가진 인간을 선택하는 데에서 온다. 생명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정인 것이다. 이와 같은 트랜스휴머니즘이 미래의 주류 철학사조가 될 것으로 보는 미래학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주류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비주류 이념은 무엇이 될까? 이것은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고 되묻는 곳에서 출발한다. 인간이라는 것이 대체할 수 있는 게 무엇이며 본질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서 탄생한 것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활발하게 사고하려는 움직임이다. 되려 인간의 존재의의와 본질적인 능력을 중심으로 인간에 초점을 맞춘 신인본주의가 또 하나의 중요한 철학사조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비주류로 자연주의도 부상할 것이다. 인간을 중시해 봤자 인간은 결국 자연의 한 부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인본주의가 틀렸다는 것이다. 전부 자연에서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잘 표현한 영화로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한 <아바타>가 있다. 판도라 행성에 가면 원시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연과 합일되어 살아간다. 


우습게도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간은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인공지능도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술 자체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인간과 자연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되짚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술과 인간, 그리고 산업과 경제를 습관적으로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실제로는 분리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 및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것이고, 이들의 공존을 위해서 다양한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노력 하에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미래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P.S. 이 글은 <중앙SUNDAY>의 칼럼으로 지난 3월 13일에 발행된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서 공개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 등은 <중앙SUNDAY> 3월 13일자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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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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