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 페르시아 사산왕조의 샤가 가장 좋아했던 시큼달큼한 육류스튜였던 시크바즈가 중국을 다니던 선원들에 의해 10세기 생선요리(밀가루를 묻혀 튀긴 생선에 식초와 꿀과 향신료로 만든 소스를 뿌린 요리)가 되었다가, 지중해를 건너 시칠리아에서 스키베치, 나폴리에서 스케페체, 프랑스 브로방스에서는 스카베그, 스페인 카탈류냐에서 에스카베츠/에스카베체가 된 다음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덴푸라, 페루의 세비체, 영국의 피시앤드칩스가 되었다. 

아래는 <음식의 언어> 책에 나온 내용 중 시크바즈와 관련한 부분을 요약해 정리한 것이다. 

의학의 영향(중세 의학책은 육수의 의학적 성질에 주목했는데, 라틴어 의학서들은 차가운 시크바즈 국물의 효능을 강조)으로 시크바즈의 식초 섞인 고기국물이 젤리처럼 엉킨 것이 프랑스어로 가서 아스피크aspic가 되고 현대어에서도 차가운 육수 젤리를 가리킨다. 

1500년대 초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는 식초 뿌린 생선튀김이 포함된 가까운 친척뻘 요리가 여럿 있었는데, 대부분 차게 해서 먹는 이런 요리는 시크바즈의 다양한 버전에서 유래한 것으로 에스카베체는 먼저 생선을 튀기고, 빵가루나 달걀물을 묻히기도 하고 묻히지 않기도 하며, 그런 다음 식초와 양파에 푹 적신다. 페스카도 프리토는 양파를 쓰지 않고, 생선은 예외 없이 튀기기 전에 먼저 달걀물에 담그고, 식초를 뿌리고 차게해서 먹는다. 1532~33년 스페인의 프란치스코 피사로 곤살레스가 페루를 정복한 이후 여러 음식을 페루에 가져갔는데, 여기서 감자와 옥수수 등의 페루 토산식품도 발견한다. 에스카베체의 한 버전으로 식초 대신 신 오렌지주스를 써서 같이 먹었다. 그런데, 페루 해안의 토착종족인 모체족은 생선을 모두 날 것으로 먹었다. 이것이 합쳐져서 모체족의 전통을 따른 재료인 고추와 날생선, 그리고 스페인 계통 에스카베체에 쓰이는 양파와 라임이나 신 오렌지가 합쳐진 혼혈(?)요리가 바로 페루 최고의 전통음식 세비체 ... 

이 무렵 시크바즈의 또 다른 후손인 페스카도 프리토의 한 버전이 포르투갈 예수회원들에 의해 일본에 전해지는데, 이들이 나가사키에 거류지를 만들고 활동하였다. 1639년경 달걀물을 묻혀 튀긴 생선요리법이 일본어로 쓰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식 요리법 모음집인 <남만인 요리책>에 등장하는데, 이 책에는 사탕과자와 오븐에 구운 식품들(일본어로 빵을 뜻하는 판pan, 다양한 케이크와 과자 이름은 모두 포르투갈어에서 왔다)의 조리법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 튀긴 생선은 1750년께 일본어로 덴푸라로 불리게 된다.

런던 거리의 유대식 튀김에서 유래한 영국의 전통음식이라고 하는 피시앱칩스는 가장 늦게 전통 음식이 된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쫓겨난 세르페디 유대인들은 네덜란드로 갔다가 영국으로 건너갔다. 17세기와 18세기에 영국이 유대인 이주금지령을 철회하자 유대인 공동체가 확대되었고, 생선튀김 요리는 유대인들과 관련된 음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1796년 차게 식힌 달걀물에 적셔서 튀긴 생선에 식초를 뿌린 음식이 영국의 해나 글라스가 쓴 <요리 기술, 단순하고 쉽게>에 등장했다. 그 조리법에 보면 "이 요리는 12개월 동안 저장할 수 있고, 차가울 때 기름과 식초를 쳐서 먹으면 좋다. 동인도에 닿을 때까지 상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이 생선 시크바즈와 그 후손들이 바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고, 장기간 저장할 수 있었던 탓에 전 세계의 주요 요리로 변신한 이유를 잘 설명한다.

19세기 초반 유대인들은 이 차가운 생선튀김을 런던 거리에서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19세기 중반경 동물성기름에 튀긴 감자가 런던에 등장했는데, 영국 북부지역이나 아일랜드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합쳐져서 현대의 피시앤드칩스는 1860년 경 아시케나지 유대인들이 런던으로 들어와 세르페디 유대인의 음식이나 관습을 한데 섞어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민족이 문화적 보물이기나 한 것처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 요리들은 바빌론의 고대 이슈타르 숭배에서 먼저 예고되고, 페르시아아의 조로아스터교도에 의해 발명되었으며, 아랍 무슬림 손에서 완성되고, 기독교도의 응용을 거쳐 페루의 모체족 요리와 융합하고, 아시아에서는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영국에서는 유대인들에 의해 전달되어 세계화된 된 음식들이다. 어떤 문화도 고립된 섬은 아니며, 문화와 민족과 종교 사이의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경계에서 어떤 훌륭한 특성이 창조된다.


... 여러 모로 흥미로운 책 <음식의 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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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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