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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전자쇼라고 할 수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렸다. 전 세계의 수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신제품과 기술들을 내놓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주로 참가하였다. 그런데, 이번 CES에서 최고로 눈에 띈 것은 중국 기업들 이었다는 소문이다. 특히 심천을 중심으로 하는 수 많은 중소기업들이 약진하면서 CES 전시장을 양적으로 압도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몇몇 대기업들의 부스를 제외하고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질지도 모른다. 무엇이 이런 급박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투자와 혁신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은 무엇 때문에 투자를 하는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요즘에는 10중 8, 9는 "혁신을 하기 위해서 ..." 라는 답변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무엇일까?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혁신의 대가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는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다. 지속적 혁신의 목표는 오래된 제품을 새로운 것이나 좀더 나은 것으로 교체해 나가는 것을 흔히 의미한다. 이런 혁신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지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혁신 중에서 가장 많은 목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속적 혁신에는 약간의 약점이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부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으면, 기존에 출시했던 스마트폰은 잘 팔리지 않게 될 것이다. 시장을 새로 만들기 보다는 계승해서 약간 더 키우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하거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별로 없다. 두 번째 유형으로는 효율 혁신(efficiency innovation)이 있다. 한 마디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IT기술이 가져오는 혁신이 효율 혁신인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과거보다 효율적으로 비용을 줄여 줌으로써 기존의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효율 혁신 역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나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 유형은 시장창출 혁신(market-creating innovation)이다. 이와 관련한 산업은 대부분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나치게 비싸거나 제공이 불가능해서 단지 부자들만 구매 또는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 많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구매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하게 접근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들이 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드 자동차의 T모델이다. 귀족들이나 탄다고 생각했던 자동차라는 것을 중산층들도 구매가 가능한 수준으로 대량생산 혁신을 하였다. PC나 스마트폰 등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혁신은 모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이를 만들어내고, 유통하고, 서비스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혁신은 어떤 혁신인가? 바로 시장창출 혁신이다. 시장창출 혁신을 위해서 투자하려면 어떤 투자가 필요할까?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제공이 어려운 것을 혁신시켜야 하는 것이므로 달리 이야기하면 뻔히 보이는 것에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로 너무나 당연히 고급스럽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쉽게 만드는 분야가 가장 중요한 혁신의 분야가 된다.


최근 미국에서 떠오르는 엔젤리스트처럼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스타트업 벤처에 투자를 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킥스타터와 같이 획기적인 제품이나 콘텐츠에 대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선구매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금융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 여러 핀테크 기업 등의 혁신이 바로 이런 시장창출형 혁신이다. 한 마디로 소수의 효율을 중심으로 거대한 이득을 챙겨오던 사업의 구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과거에 없었던 것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종류의 혁신이 시장창출형 혁신인 것이다. 최근 미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것에는 이와 같은 시장창출형 혁신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효율 혁신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효율 혁신은 우리가 아닌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들의 몫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시장창출형 혁신으로 혁신의 방점을 옮기지 못한다면 일본 이상으로 장기적인 침체에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렇게 시장창출형 혁신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그 동안의 성공의 방정식이 지나칠 정도로 경직된 사회시스템과 제도,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 놓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대규모 투자에 대한 신속한 결정과 국가적 지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문화는 대한민국을 대기업들의 천국으로 만들어 놓았고, 이런 구조가 수십 년이 지속되면서 관료화되어 공기업과 대기업, 금융재벌들이 거의 모든 혁신의 영역을 잠식하였다. 또한, 이들이 장악하지 못한 사회의 다른 영역도 수 많은 협회와 허가제도로 마피아와도 같은 조직화가 일어났으며, 이런 조직들을 장악한 자들은 소위 말하는 각종 '의전'의 대상이 되면서 마치 왕정 또는 귀족국가와도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부터 기업, 그리고 사회의 수 많은 단체들에 이르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만연한 와중에 어떻게 시장창출혁 혁신기업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작고 힘없는 혁신기업들의 시도는 수 많은 규제에 걸려 좌초하기 십상이며, 이런 어려움을 뚫고 나온 곳들은 곧바로 감시대상이 되거나,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견제와 질시 속에 국내에서 뿌리를 박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보다 해외로 옮겨가는 결정을 하는 곳들도 눈에 보인다. 어느 누구를 콕 찝어서 비난을 하고 비판을 하기도 어렵다. 우리 모두가 이런 문화에 푹 절여져 있다는 것을 나 자신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 단순한 몇몇 정책들이나 규제완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공정한 경쟁이 아닌 수 많은 규제를 새롭게 만들거나 강화하는 사회에서 시장창출형 혁신은 요원하다. 



 P.S. 이 글은 2015년 1월 12일자 <서울신문> 글로벌 시대 컬럼으로 게재되었던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가필을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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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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