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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논란으로 온 나라가 백가쟁명식 토론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이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일자리"로 귀결되는 듯한 느낌이다.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작금의 추세가 인위적으로 정부가 끼어든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이다. 물론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하는 공정한 규칙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포텐셜을 끄집어내기 쉽도록 뭔가를 창발시키는 비용을 줄여주는 인프라와 새로운 모험을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여러 제도나 장치,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되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뭔가를 "창조"할 사람들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모두가 의사와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하고, 중소기업이나 창업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대기업에 원서만 넣고 있는데 무슨 새로운 일자리나 "창조"가 나타나겠는가?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들의 교육시스템과 사회 인프라에 있는 것이라 지나치게 조급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손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육과 관련한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교육전문가인 토니 와그너(Tony Wagner)는 최근 "이노베이터의 창조: 세상을 바꿀 젊은 사람들 만들기 (Creating Innovators: The Making of Young People Who Will Change the World)"라는 그의 저서에서 미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이 시장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기술과 능력을 배양하고 가르치는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이 블로그의 다른 포스트에서 주로 대학의 시스템에 대해 언급한 바 있으므로 아래의 연관글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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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뉴욕타임즈에 토마스 프리드먼이 좋은 칼럼을 쓴 것이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문은 하단에 링크하였다. MIT의 데이빗 오토도 지적했듯이 일자리 문제에 있어 가장 심각한 것은 이제는 아주 적은 고연봉에 높은 기술과 지식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있을 뿐, 과거에 많았던 비교적 좋은 대우에 중간 정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어떤 특정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보다는 보다 창조적이고,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새로운 교육철학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토니 와그너는 아이들에게 입시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혁신에 대한 준비"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든, 거기에 가치를 부가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라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굉장히 혁신적인 주장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비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은 확실히 좋아졌다. 이제는 인터넷에 연결된 많은 디바이스들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지식의 획득이 가능하고, 무엇을 아는 지가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을 실행하는 "실행력"이다. 

이런 실행력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능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이것이 바로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기술은 비판적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협업이다. 이들은 모두 현재의 교육이 중시하는 학술적인 지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개인의 지식을 테스트하고, 자신들만을 돌보라고 어렸을 때부터 강요받는 환경과는 완전히 반대방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르치면 되는 문제다. 그리고, 지식은 계속 변할 뿐만 아니라 늘어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과 찾아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에 옮기는 태도는 오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숙달되지 않으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재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지, 알량한 지식들의 덩어리들이 아니다. 과거 전통세대는 지식을 확보하면 적당히 괜찮은 직업을 얻을 수 있었고, 대부분의 대학과 고등교육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 이제는 일자리를 찾아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무척이나 어려워 보이는 이런 미션을 이제는 과거보다 훨씬 수행하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아주 운이 좋게도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기술이 잘 맞아서 일자리를 "찾아서" 얻게 된 경우라도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는 그냥 안주해서는 그 직업을 오래 가지고 좋은 대우를 받고 있기는 힘들다. 자신의 직업을 다시 재창조하고, 변화시키고, 새롭게 상상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에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심하면 직업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안정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나 공무원, 그리고 대기업 직원이라도 그리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자신이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언젠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초가 되는 언어적인 능력과 수리력 등이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끝없는 반복학습과 점수를 위한 과도한 암기와 문제풀이 기계로 훈련시키는 교육은 그 정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토니 와그너는 기초적인 지식과 함께 동기(motivation)과 기술(skill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동기가 가장 중요한데, 동기는 바로 열정의 근원이 된다. 젊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동기부여가 잘된다. 특히 호기심이 많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특징이 있으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끊임없이 익혀나갈 수 있다. 이런 능력을 발휘한다면 자신들만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학교는 생동감이 떨어지는 지식은 많이 전달할 지 몰라도, 아이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기"를 잃게 만들고 있다. 산업시대가 창조한 공장형 학교교육은 그 효용성을 점점 잃고 있다. 이제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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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와그너가 주장한 학교에서 아이들의 동기를 끌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3가지는 3P로 표현된다. 그것은 바로 놀이(Play), 열정(Passion), 그리고 목적(Purpose)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하며, 학교의 시스템은 혁신을 쉽게 할 수 있는 협업문화(collaboration culture)를 만들어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식을 단순히 테스트하기 위해 서로를 경쟁자로 두고 시험을 보는 것보다는, 어떤 문제를 같이 풀어내기 위해 협업을 하는 지혜를 가르치고, 문제를 해결한 뒤의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훨씬 좋은 교육시스템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일구어낸 성취와 배운 기술을 썩히기 보다는, 남들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블로그나 SNS 등은 그런 활동을 쉽게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이것들은 향후에 개인들의 디지털 포트폴리오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런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도전해서 자신들의 능력을 뽐낼 수 있는 공정하면서도, 실제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대회나 기회들도 많이 제공된다면 이런 변화를 가속화 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상을 주기 위한 그런 기회가 아니라, 우리가 골치아파 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하지는 않은 실행력과 혁신이 필요한 작은 문제들을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며,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프라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이런 교육부분에서의 분위기 전환이 진정한 '창조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초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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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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