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보면 언제나 신인인데 개막전에 맹타를 치는 선수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 선수의 진짜 실력은 장기레이스 결과가 다 지나간 다음에야 나온다. 그렇지만, 그 당시로 돌아가게 되면 "괴물"이 탄생했네 하면서 시끄럽게 떠들기 십상이다. 물론, 실제로 그럴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반대로 추신수 같은 타자가 첫 경기 무안타에 삼진만 당하다가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인데, 두 선수의 진짜 포텐셜이 그런 몇 경기로 다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렇게 맨 처음 몇 차례의 경험이 인간에게 있어서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학교시험을 치른다고 하자. 이 때, 학생들의 기본실력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결과가 나왔는데, 중간고사 성적이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이 각각 있었다. 이제 한 학기를 마무리 짓는 기말고사 때가 왔다. 기말고사 결과는 중간고사 때와는 달리 잘 했던 학생이 성적이 떨어지고, 못했던 학생이 기말에서 성적이 많이 올랐다. 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1.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태만했고, 성적이 나빴던 학생은 열심히 공부했다.
2.  원래 성적이 비슷하거나, 별 차이가 없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2번이 맞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원래 성적이 비슷할 가능성이 두 학생의 성적의 차이가 클 가능성에 비해 충분하니까 ...  그런데, 상당히 많은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은 1번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첫 번째 시험에서의 성적이 준거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는 군대에서 비행훈련과 관련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전투기 조종 훈련에서 훌륭한 곡예비행을 한 훈련생을 칭찬하면 다음 비행에서는 제대로 못하고, 반대로 잘못한 훈련생을 야단치면 다음에 나아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칭찬하면 제대로 못하게 되고, 야단치면 잘한다"는 법칙을 신조로 삼은 교관이 있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옳은 판단일까? 사실은 둘이 비슷한 수준이라, 한번 잘하면 한번 못하는 평균적인 실패의 확률이 있었을 가능성이 더 많다.

이러한 판단의 오류는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금은 긴 숨을 가지고 지켜보고 전체적인 판단을 할 때 실수를 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몇 차례의 우연을 진리인양 삼는 태도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의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일이 꽤 많다. 특히나, 대체의학치료나 한의학적 치료방침 중에서 검증이 덜된 것을 지나치게 신봉하고, 한 두차례 또는 우연의 결과, 질병의 자연적인 과정에 의해 좋아진 사례를 가지고 이를 전도사처럼 퍼뜨리고 다니는 행태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치료효과가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법칙화를 하고 일반화를 할 때에는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기술이나 과학, 경제와 시장, 정책과 사람들의 생각 등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급하고, 성급한 일반화는 모든 면에서 좋지 않다. 조금은 길게 바라보는 훈련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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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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