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 으로 대표되는 참여와 공유, 그리고 빠른 지식의 습득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 있어 가장 전근대적인 시스템을 가진 분야가 어디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아직까지도 수 백년 이상 변화가 없는 과학의 논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느끼는 사람이 저 하나만은 아닌 듯 합니다.  사이언스 2.0(Science 2.0)은 웹 2.0의 철학에 맞추어 새로운 협업 과학을 탄생시키려는 노력에 의해 탄생하였습니다.

현재의 과학과 관련한 시스템은 비효율 그 자체입니다.  전통적인 과학연구 및 연구발표의 프로세스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엄정한 프로세스라는 핑계로 지나친 전문가들의 울타리를 통한 폐쇄적인 운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논문집 또는 저널이라고 하는 것들은 주제별로 논문을 집계해서 해당 분야의 과학자 공동체들의 축적된 지식을 평가하고 저장하는 형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최소한 두명 이상의 무작위로 선정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출된 논문을 검토하는데, 이를 피어리뷰(Peer-Review)라고 합니다.  이러한 리뷰 과정을 거쳐 몇 차례의 수정요구가 있을 수 있으며, 정상적인 경우로 무리없이 진행된다 하여도 보통 빠르면 수 개월에서 늦으면 1년 이상도 걸려서 논문이 발표가 됩니다.  이렇게 발표가 늦어지면, 논문을 쓸 당시만 하여도 최첨단 발견을 한 기술이 이미 발표 시점에서는 더 이상 첨단 기술이 아니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구나 최근의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이러한 과학논문의 심사 프로세스는 정말로 효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당수의 주요 저널들은 연구성과를 유료로 구독을 하는 회원이 아니면, 각각의 논문 한편 당 적지않은 비용을 들여야 내용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연구의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만약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저널을 발행하고, 디지털 문서로 작성된 논문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발전을 이루는 방법일텐데, 아직도 오프라인의 인쇄형태를 고집하는 저널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논문의 발표체제가 확립된 것은 17세기 유럽입니다.  무려 4백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시스템을, 어찌보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과학 논문을 실어주는 저널들이나 잡지는 과학자들이 학문에 대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그리고, 매년 학회를 통해 서로의 연구성과를 교환하고 비평과 토론의 장으로 활용을 하였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간행물의 발간은 운영과 자본의 측면에서 꽤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현대적인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포도주는 새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 ...  이러한 전통적인 과학논문 발표 및 공유의 프로세스가 웹 2.0 시대에 어울린다고 보십니까?  이미 많은 과학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과학자 생태계를 통해 기존 시스템이 과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현실적으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도적인 과학 커뮤니티부터 시작해서 이러한 구태의연한 방식의 과학연구 프로세스를 무너뜨리고 협업을 통한 실질적인 성취에 중점을 둔 접근이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CERN(유럽입자물리학 연구소)에서 실행하는 LHC(Large Hadron Collider) 실험일 것입니다.  최근 미니 블랙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로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하였던 사건이지요?  2007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매년 페타바이트 단위의 데이터가 나오는 이 엄청난 실험에 전 세계의 수 천명의 물리학자들이 하나의 팀처럼 데이터를 분석하고, 과학의 신비를 캐 나가게 됩니다.  또한, 지구과학 특히 기후연구 분야에 있어서도 그리드 컴퓨팅을 이용하여 수 천명의 과학자들이 제공하는 소스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기후변화의 연구에 활용하는 예도 있습니다. 

이런 협업 방식은 기존의 논문발표 방식도 완전히 개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속도도 빠르고 과학적 지식 자체도 훨씬 정확한 프로세스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위키를 기반으로한 개방형 논문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몇 명의 심사위원의 심사평이 아니라, 수 백명의 과학자들이 실시간으로 발표된 연구논문을 검증하고 이들의 피드백을 받아 원저자는 자신의 논문을 업데이트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변화가 빠른 생명과학이나 물리학 같은 분야에서는 이러한 프로세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졌습니다. 

이러한 사이언스 2.0 운동의 기원으로는 1991년 폴 진스파그(Paul Ginsparg)가 물리학자들의 디지털 논문원고 발표를 위한 공개서버인 arXiv가 꼽힙니다.  이 서버가 처음에는 이론 물리학의 발표 전 원고를 공유하기 위해 이용되었는데,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여 컴퓨터과학, 천문학, 수학과 같은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는 물리학 분야의 전체 연구논문의 절반 이상이 여기에 게시됩니다.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연구논문을 RSS 피드의 형태로 구독할 수도 있습니다.



코넬 대학교의 arXiv 서버 화면 (http://arxiv.org)


이미 젊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나 위키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새로운 과학의 협업 커뮤니티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CancerDynamics, NodalPoint, Pharyngula, RealClimate 등입니다.  또한, 주요대학의 연구소들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연구 프로토콜을 표준화하고, 자료와 장비를 공유하기도 하며,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실시간으로 발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동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키를 이용해서 그때 그때 업데이트 되는 실험의 성과를 RSS 피드를 이용해서 위키에 올리면, 공동연구나 관계된 연구를 수행하는 동료가 내용을 공동 작성하거나 수정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통적으로 내려온 과학저널들의 효용성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학들이 교수들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그것이고, 각종 인사정책 등을 펼칠 때에도 이를 기준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모두 바꾸는 파격적인 혁신을 이루기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현재의 전통적인 과학논문 발표시스템은 대학교수의 업적평가를 위한 객관적인 척도이자 일부 연구기관이나 비영리재단의 경우 자신들의 명성과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공식적인 홍보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이 될까요?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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