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현재 다양한 영역의 산업 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철학과 개인들의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과학도 이런 변화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어서, 과거에는 가장 전문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과학자들의 폐쇄적인 집단이 적극적으로 개방화를 시도하는 곳들이 늘고 있고, 참여와 공유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대중들이 직접 과학연구에 뛰어드는 팝사이언스(Pop-Science, 대중과학)의 시대로 진입하는 징후도 곳곳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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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가 최근들어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협업이 온라인으로 쉽게 가능해지면서, 비밀스럽게 혼자서 또는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한 연구성과가 좋아지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폐쇄적인 과학저널 출판사에게 논문을 주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온라인 출판시스템을 가진 곳에 투고를 하는 학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모든 것들이 바뀔 수는 없는 법.  최근의 이러한 과학의 참여와 공유, 개방 패러다임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가장 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아무래도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전통적인 과학저널 출판사들이다.  특히 앞으로 미국 NIH에서 세금으로 지원을 하는 연구를 수행한 경우에는 해당 연구와 관련된 연구논문을 온라인으로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제출하도록 입법화를 추진하면서 이런 변화에는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방과 대중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대중과학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에 대해 정작 과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특히 오랫동안 과학자로서의 특별한 위상을 가지고 과학을 연구했던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과학의 문턱이 낮아지고, 이를 이해하고 과학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과학활동이라는 재화의 공급이 늘어나는 현상을 도래할 것이고, 이 경우 미디어에서 기자들이 누렸던 특권들이 최근 소셜 미디어의 보급과 함께 그 사회적인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연구활동을 통해 알아낸 여러 가지 데이터나 사실 들을 간단히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서 올릴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협업자들이 다양한 연구를 추가로 수행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활동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우리들 과학자들에게 되어 있는가?

어떻게 생각하면, 과학자들에게는 개방보다는 비밀주의라는 특성이 뼛속 깊숙히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위대한 과학자로 칭송받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동시대의 천문학자이자 최초의 천체물리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자신을 지지해 줌으로써 자신에 대한 무수한 비판들을 이겨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케플러를 무례하게 무시했고, 원운동을 고수했으며, 심지어는 케플러에게 암호화된 서신을 보내서 그가 무엇인가를 발견했을 때 자신의 공으로 돌리기 위한 작업을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과연 이런 인식이나 행동이 갈릴레이만 특별히 성격이 나빠서일까?  개인적으로 과학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경쟁적이고, 비밀스러우며, 뭔가를 바깥으로 내놓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진 과학자들이 훨씬 많다고 확실히 고백할 수 있다.

또한, 이런 폐쇄적인 과학계의 분위기는 상당부분 업적을 인정하는 방식과 연관이 되어 있다.  현재의 과학자들을 평가하고, 과학계를 지탱해 나가는 논리는 이미 수백 년을 지탱해온 것이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창출 보다는 개인의 명예와 업적으로 모든 것을 기록하라고 유도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참여와 공유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세상의 패러다임에 적응하는데 과학계가 가장 애를 먹을지도 모른다.
 
물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과학계를 혁신하려는 혁신가들이 분명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들에 의해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대중과학보다는 개인의 브랜드를 중시하고, 연구기관에서는 스타를 원하는 접근방법만 강조된다면 과학의 사회적 가치는 절름발이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엘리트 체육은 국가의 브랜드를 높이고, 해당 스포츠를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생활체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본래 체육이 가졌던 본연의 가치인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과학이 우리 사회를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주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프로 과학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  그 이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과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들이 일으키는 작은 혁신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WRITTEN BY
하이컨셉
미래는 하이컨셉, 하이터치의 세계라고 합니다. 너무 메마르고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 각국의 이야기, 그리고 의학과 과학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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